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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기

2011-10-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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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0 비추천0
나이가 들었는지.. 헉. 

나이하고는 전혀 관계 없지만, 요즘에는 조용한 산길을 걸어다니는게 마구 땡긴다. 중요한 건 사람이 좀 없어야 된다는거. 

가끔 한두명 마주치는 건 나름 괜찮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신경을 써야 되는건 은근히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그렇다고 헥헥 대면서 산꼭대기 올라가는 것도 별로고 해서 호젓한 산길, 능선길 같은걸 찾아다닌다. 그렇다고 아주 열성적으로 많이 가는 것도 아니고. 

어제는 오래전부터 마눌님하고 같이 벼르던 길을 찾아 갔는데, 서산에 있는 어떤 산길이었다. 

같이 간다던 딸아이는 막상 가려니 심심하고 재미없을 것 같았는지 안간다고 빠지고 탱구만 따라 나선다. 

대략 서산 마애삼존불 근처에 한참 발굴중인 보원사지 터에서 시작해서 용현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서 작은 전망대를 거쳐 한바퀴 돌아 내려오는 길인데 거리는 8키로 좀 넘는 정도. 

산속에는 보통 산림청에서 숲 관리를 위해 만들어둔 임도들이 꽤 있다. 그런 길들이 걷기가 참 좋다는 거. 거기다가 임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능선에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생겨난 등산로 역시 걸어다니기는 참 좋은 길이다. 

보원사지에서 찍은 사진 하나. 


이렇게 보니까 진짜 뭔가 심오한 발굴현장인 것 같다. 

여기서 출발해서 용현 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는데 문제가 발생.

애완동물은 출입금지란다. 이런.. 

그게 이 코스가 서산에서 만든 아라메길의 별도 코스중의 하나인데, 여기까지 잘 걸어왔구만 당신들이 못 들어가게 하면 난 몇키로를 돌아가야 되냐고 물어봤더니 그런건 잘 모르겠고 하여간 강아지는 안된단다. 

아니 그러면 여기 지나서 산 꼭대기 전망대로 해서 반대쪽으로 내려갈건데, 내가 그 쪽으로 올라가서 여기로 내려왔으면 어쩌려고 그랬냐고 하니까 아무말 안한다. 

결국 가방에서 아이패드를 꺼내서 보라고, 서산에서 지정한 아라메길 코스가 여기 있잖냐고 난 여기로 가야 되겠다고 마구 우겼더니.. 사람들 보니까 강아지를 안고 가 주시라고 한다. 음.. 역시 공무원들은 첨단장비를 보여주니까 좀 수그러드는군...

해서 휴양림 초입에서는 탱구를 안고 가게 된다. 

사실 조용한 휴양림에 개새끼들이 뛰어다니는 건 나부터도 별로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거 알지만, 또 기르는 사람 입장에선 강아지하고 같이 걸어다니는 걸 좋아할 수도 있는 일이라서 이런 충돌이 벌어지곤 하는데, 사실 나도 식당 같은데에는 절대 강아지를 안 데려간다. 그런데 산길까지 통제를 하는 건 좀.. 

그렇다고 내가 탱구가 똥을 싸거나 해도 버리고 도망가는 족속도 아니고 가방속에는 휴지하고 배변봉투가 다 있고 그런데 이런 대접을 받으면 기분이 좋진 않다. 그래도 룰을 깨트리고 특별 케이스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도 기분이 좋진 않고. 

휴양림 측하고 서산시하고 잘 얘기해서 해결을 좀 해주거나, 아라메길 코스 안내에 휴양림은 애완동물 출입금지니까 데리고 오지 말라고 게시를 해 주거나 하면 될 듯.

어찌어찌 그렇게 통과를 하고 임도로 접어드니 다시 기분은 좋아진다. 


길가에는 이런 꽃들이 피어 있고...

슬슬 걸어서 임도를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전망대 근처로 오게 된다. 

전망대 사진은 없고.. 전망대에서 싸가지고 간 김밥하고 오이를 좀 먹고 탱구 간식도 좀 챙겨주고. 탱구는 뭐 여기저기 뛰어 다니다가 다시 우리에게로 막 뛰어오길 반복하면서 활기차게 움직인다. 이제 두살된 강아지니 얼마나 몸이 근질근질할지.. 한창때의 나이에 집안에만 갇혀 사는 신세가 불쌍해서 가급적 데리고 나가 뛰어다닐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전망대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물을 따라주니 한참 마시고.. 

거기서부터는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산길이다. 



앗.. 저 건장한 아주머니는 누구?

칠팔년 이상 수영을 하더니 뒷모습에서 어깨가 장난 아닌게 느껴지는 우리 마눌님이다. ㅎㅎ

마눌님 옆에서 앞장서 달려가는 탱구 엉덩이도 보인다. 저런길 진짜 걷기 좋은데..


길가 양옆으로 숲이 우거진 저런길도 좋다. 어차피 내리막길이라 힘도 전혀 안들고 상쾌한 공기를 맛보면서 널널하게 걸어다닌다. 

재미있는 점은...

탱구는 숫놈이라서 영역표시 하기를 무척이나 즐긴다. 수원 화성 같은데 데리고 가면, 거의 모든 기둥이나 나무에다가 다 한다리를 들고 영역표시를 한다. 물론 처음에 서너번 그러고 나면 오줌 재고량이 떨어지니, 자세만 잡는 거다. 그런데 저런 길에서는 거의 영역표시를 하지 않는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수원 화성같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다른 강아지들도 많이 다니고, 그 강아지들이 냄새를 묻혀 놓은 곳에는 자기도 한다.. 이런 거일 듯. 

그런데 숲속의 나무들에는 그런게 거의 없나보다. 앞서 다른 강아지가 냄새를 안 묻혀 놓았으니 자기도 할 이유가 없다는 걸까? 거의 영역표시를 안하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만 한다. 

하여간 쪼르르 뛰어가서 킁킁 거리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뛰어가서 킁킁거리고.. 

그러다가 다람쥐를 발견하고 기겁을 하고...심지어 사마귀를 발견하고도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무척 웃긴 녀석이라는..

그렇게 천천히 걸어서 다 내려왔다. 막판에 내려오는 길에는 계단이 많아서 좀.. 아이구~ 무릎 관절이야~~

생각보다 편하게 한바퀴 돌고나니 시간도 체력도 좀 남길래 근처에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도 보러 가본다. 



꼬마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안내하시는 분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옆에서 구경하다가 멀리서 사진이나 한장 찍고 내려오기로 한다. 

괜히 또 애들 눈에 탱구가 띄면 쟤들 무데기로 달려 들어서 한번만 쓰다듬어 보자고 조른다. 

이 넘의 인기란.. 



그리고 집에 왔다. 

오던 길에 마트에 들러 꽃게를 한박스 사다가 딸아이까지 둘러 앉아 푸짐하게 삶아 먹고..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물뚝심송 블로그 :  http://murutukus.blogspot.com/2011/10/blog-pos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