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나는 '진빠'다. 진중권의 책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생업에 쫓겨 진중권의 행적을 샅샅이 훑지는 못하지만, 그의 행적이 언론에 보도될 때 마다 거의 대부분 통쾌함을 느껴왔다. 나를 깔테면 까보라는, 이 사회의 대부분 지식인에게서 찾기 거의 불가능한 그 호방한 결기를 난 사랑한다.
나는 진중권이 이 사회, 특히 진보진영에 진실로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빈정거리는거, 진심으로 아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들? 난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여과없이 지르는 이 호방함에 통쾌함을 느꼈고, 다음으로는 졸라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이 짧은 단락에서 읽히는 진중권의 생각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너희들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자들이다. 즉, 나만 논리적이다. 특히 정희준 너 무척 '비'논리적이야.
: 맞다. 진중권의 논리가 가장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걸 니입으로 이야기하는건 좀 그렇지...
2) 나를 깐 너희들은 선동가지만, 난 논리적인 논객이다.
3) 너희가 별다른 고민이나 생각 없이 내지른 몇마디 선동을, 난 이렇게나 논리정연하게 논박해줬다. 친절하지?
4) 대중은 보통 이렇게 길고 섬세한 논리는 싫어해. 짧고 강렬한 선동을 좋아하지.
: '친애하는' 따위의 빈정거림이라도 좀 자제해 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5) 너희는 비루하고 허접하지만, 난 고결하다.
: 부연설명이 필요치 않다. 진중권이 이야기하고 싶었던건 결국 이거다!
7. 글을 이쯤 써 놓으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재수없다고 느낄게 분명하다. 자기 글을 읽는 사람의 감정이나 글의 설득력 따위를 눈꼽만큼이라도 고려했다면, 절대로 쓸 수 없는 글이다. 나 혼자 도덕적으로 앞서나가는 천 걸음이, 천 사람이 내딛는 한 걸음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글인거다. 특히나 글의 마지막 문장은 진보 논객 자아도취의 결정판이다.
8. 바로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진중권은 소중하다. 우선 그는 우리에게 정교하고 명료한 논리를 제공한다. 화살의 방향이 가끔은 우리를 향하기도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이번과 같은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니까 상관없다. 그러면서 그는 마치 하멜의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현실감각이 결여되어 있는 진보 '논객'들을 홀려서 저 하늘 너머 구름 위 어딘가로 데려가버린다. 소소한 것이라도 한걸음씩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라는 평범한 장삼이사들로부터 확실하게 분리되도록.
그런 후에 그는 자신의 논리적 신성성을 이번 글에서처럼 스스로 찬란하게 드러냄으로써, 그의 논리에 동조한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과 같은 '자뻑형 재수없음'의 가시면류관을 씌워 버리는 것이다. 이런 진중권 선생님을, 평범한 시민이고자 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9. 진중권의 사랑스러움은, 그가 키워이자 독설가인 지금의 모습일때만 허락된다. 정치적 감각을 익혀 능글능글해진 진중권을 상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이 글만 해도, 진중권이 '진중'하고 점잖게 곽노현을 비판하면서 현실도 적절하게 고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겠는가. 안그래도 논리적으로 이렇게 훌륭한데. 논리적 완결성과 설득력간의 심오한 관계를, 그가 '깨닫는' 날이 오지 않기를 한사람의 진빠로서 바라마지 않는다.
뱀발 : 진빠로서, 이 글에 진중권 본인이나 그를 옹위하는 친위대쯤 되는 분들이 논리적 반박을 하는 사태를 극도로 걱정하고 있다. 그들과 논리로 대결하여 내가 뭐라도 건질 거라는 생각이 조금도, 털끝만틈도, 개미 눈물만큼도 없다. 그러니 살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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