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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1. 수요일

아외로워

 

 

 

 

 

 

 

 

 

 

 

 

독재장인 朴氏집안 장녀 편

 

 

우리나라 근대사의 특징을 감히 하나 꼽자면, 과거와의 단절을 들고 싶다. 5백년간 유지해온 통일 왕조가 외세의 침략에 멸망하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서구화 됐다. 침략자 일본은 우리 전통문화를 체계적이고 악랄하게 말살했다.

 

 

 

 

 

문제는 외세에 의한 단절 만이 아니다. 35년간 우리의 역사를 부정당한 이후에는 주체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부정했다. 35년간의 피지배 시절에 대한 부정이기도 했고, 외세의 지배를 당한 과거에 대한 부정이기도 했고, 일본이 주입한 식민사관 때문이기도 했다.

 

 

 

 

 

2010년, 한옥발전연구원이 주최한 한옥 정책 토론회에서 30년간 한옥에서 살았다는 피터 바돌로뮤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인들의 가옥에 대한 인식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집이 낡으면 유지 보수 할 생각을 하지 않고 부수고 다시 지을 생각만 하는 한국인들을 이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했던 말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식 한옥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일제시대에 지어지거나 개조되어 일본 건축양식이 포함된 한옥을 부수지 못해 안달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아픈 역사는 아픈 역사고, 일본식 한옥 역시 우리 주거 역사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런 집이 들어서게 된 역사가 잘못이지 집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일제시대와 해방 직후에는 과거의 것을 버리지 못해 안달이다가, 이제는 또 과거를 버리지 못해 안달이었던 과거를 버리지 못해 안달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잃어가는 것들이 있다. 여러 대에 걸쳐 무언가를 이어가는 것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우리도 익히 들어 알다시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가업을 잇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보다 흔하다. 일본 도쿄에 있는 장어구이집 ‘노다이와(野田岩)’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다. 1800년에 문을 연 이곳은 무려 200년이 넘도록 성업 중이다. 5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가네모토 가네지로(金本兼次郞)씨는 자긍심과 열정으로 노다이와만의 장어구이를 계승해 나가고 있다.

 

 

 

장어 냄새만 맡아도 어디에서 난 장어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는 가네모토씨는 이 시대가 잃어가는 가치를 지켜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례가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노다이와 같은 가내수공업 장인들 만 있는 것도 아니다. 스웨덴의 모라(Mora)는 장인정신을 현대적인 공정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1891년 시작된 모라는 원래 전통적인 장인과 도제 시스템으로 칼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적인 가공공정을 도입하고, 예술가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칼을 만들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모라는 지역공동체를 먹여 살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모라의 칼은 여전히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현대적인 시스템과 전통적인 장인정신의 만남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바로 모라가 가진 힘이다. 과거를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 옛날 사람들의 옛날 방식을 박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현대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대를 이어가며 과거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단지 음식이나 공예품처럼 기술적인 영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추상적이고 큰 규모에서도 대를 이은 장인정신은 유효하다.

 

 

 

그 사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곳. 그렇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김정은씨 일가는 3대째 독재를 업으로 삼고 있다. 독재 외에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일도 없다는 3대 독재장인 김정은씨의 통치에는 자긍심이 묻어난다.

 

 

 

김정은씨 가문이 독재를 시작한 것은 1948년, 1대 독재장인 고(故) 김일성씨 부터이다. 김일성씨는 젊은 시절 러시아의 독재 대가, 마에스터 스탈린의 독재를 보고 ‘조선인들도 이런 독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끝에 자신만의 독특한 독재 스타일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60년이 지난 지금, 김씨가문의 독재술은 김일성씨가 모델로 삼았던 러시아의 독재를 이미 능가한지 오래다. 3대가 쌓아 올린 공력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독재라고 하면 김씨 일가의 독재를 최고로 친다.

 

 

 

3대 장인 김정은씨가 가업을 물려받은 것은 의외였다. 2대장인 고(故) 김정일씨는 아버지 김일성씨로부터 오랜 기간 공개적으로 독재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김정일 장인은 누가 가업을 이어받을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아, 명망 높은 김씨 독재의 명맥이 끊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장인은 흔들리지 않는다.

 

 

 

‘후계자 생활을 얼마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장인은 실력으로 말하는 거니까요. 저는 저희 집안만의 주체사상 독재비법을 훌륭하게 보전 할 겁니다.’

 

 

 

김정은 장인의 말이다.

 

 

 

이러한 장인정신이야 말로 이 사회에 정녕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물론 우리나라에도 장인이 있다. 북한 못지 않은 독재장인.

 

 

 

 

 

 







 
 

편집부 추신

 

한국의 독재장인 박정희 부녀에 대한 이야기는,

무규칙 이종 매거진 [더 딴지]에서 확인하시라.


 

 

 

 

 

 

 

 

 

 

 

 

아외로워

 

 

@vforv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