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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자신도 모른다


결혼 후에 들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내를 만나기 전의 내 삶과 결혼 후 삶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내 모습 역시 알 수 없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을 추천합니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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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리던 이상적인 가정은 대화가 많은 가정이었기에 여유있게 가족들끼리 생각을 공유하는 삶을 원했습니다. 맞벌이를 통해서 좀 더 고소득을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시간에 더 많은 대화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소득이 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었습니다.




행복을 위해 결혼했지만. 행복을 위해 생이별하다?


어른들이 말하던 안정적인 직장은 점점 줄어들어 아예 일자리를 찾기조차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혼 1년차에 들어가면서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결혼생활 비용과 함께 각종 세금에 놀랐습니다.


아내는 맞벌이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야기 했지만, 적게 쓰면서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줄이기 시작한 것이 외식입니다.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외식을 하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은 우습게 쓰는 우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차단했습니다.




외식을 줄인 만큼 덜 벌어도 된다


외식을 줄이게 되면 그만큼 덜 쓰게 되니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 여러가지 쿠폰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만, 이제는 철저히 외식을 통제하고 줄이는 편입니다.


맞벌이를 하게 되면 둘 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게 됩니다. 외식을 하면 당장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좀 더 돈을 쓰게 되면 그때 그때 만족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그것을 위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는 것을 결혼생활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가 대화를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외식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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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돈 버느라 바쁘게 된다면 이야기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됩니다. 심하면 퇴근 후에 간단한 인사를 하거나 주말에 서로 쉬기 바쁘게 되기 때문에 대화의 시간이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돈도 많이 벌고 대화도 많이 하기란 우리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결론에 자연스레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많이 쓰는 도시의 삶


도시의 생활은 철저하게 소비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가 도시에서 생산할 수 있는 먹거리는 없기 때문에 돈이 있어야만 생산물을 손에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돈이 없다면 도시에서는 그냥 굶거나 대출을 받아서 사먹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카드를 통한 외상은 너무 익숙한 일이 됩니다.


행복을 위해 결혼했지만 소비로 인해서 결혼 중 함께하는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사태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만약에 아내와 그런 합의 없이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다면 아내는 결사반대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여기저기 있는 맛집들, 화려한 문화생활 등등, 한두 가지가 아닌 장점을 갖고 있는 도시의 생활은 높은 주거비용과 생활비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귀촌을 하게 되면 이것들과 차단이 됩니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서울, 수도권을 동경하는 타지역 청소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보았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만큼 많은 음식들, 빠르게 적용되는 패션, 신나게 놀 수 있는 놀거리 등등. 그러나 그런 것들을 누리기 위한 비용마련은 정말 중요한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것을 간과하면 신나게 놀고난 시간 외대부분을 자신이 노는 데에 썼던 돈을 버는데 보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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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 철없다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을 모르고 죽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자신이 결혼 후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제 인생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나 혼자 잘하고 나 혼자 잘 지내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제 인생이 아내에게, 그리고 나중에 태어날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잘못된 삶을 산다면 피해는 가족에게


그래서 제 삶을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신나게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요즘은 어쩐지 신이 나지 않았습니다. 밤낮으로 일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일을 그렇게 밤낮으로 해온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생각처럼 잘 벌어지진 않았고 더 많은 시간을 거기에 쏟아부으며 매일 매일 돈 생각에 갇혀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내가 설령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이와의 유대관계는 추억에 비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천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와의 추억. 그리고 유대관계를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어디서 들었습니다.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아이에게 많은 장난감과 돈을 주는 것보다 한 번 더 눈을 맞춰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바쁘게 됩니다. 항상 날이 선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매달 들어오는 많은 돈에 익숙해지면 나중엔 그 돈을 포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살아야 할 인생이 돈을 위한 삶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돈을 버는데 쓰고 있습니다. 저 또한 현재까지의 삶으로는 돈을 위해 살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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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며 살기 위해 적게 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만약 스트레스를 그만큼 낮출 수 있다면?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적게 쓰는 것이 수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매일 바쁘게 사는 삶은 우리나라에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반대로 그렇게 살지 않는 몇 %의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바쁘게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이 웃고 사는 듯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에 강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혼 후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


아이가 태어나면 기저귀 값이 어마어마하게 들고, 학원비도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노후까지 생각해야 하는 저는물론이고 아이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저귀는 돌이 지나면 점점 적게 쓰게 될 테니 장기적인 비용은 아닐 테니 걱정하지 않고, 아이의 면역력을 키워 병원에 덜 가고, 제가 먹는 밥과 반찬을 아이와 함께 나누도록 무공해 채소를 집에서 길러먹으면서, 아이 교육은 공교육에 철저히 믿고 맡기고 항상 해답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위에 이야기를 저희 부모님께 드리면 안색이 변하십니다. 제게 베풀어주신 것에 비해서 너무 초라한 삶을 살게 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를 비싼 학원에 보내거나 예쁜 옷을 입히거나 외식을 자주 시켜주진 못하겠지만, 자주 놀아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집에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직업을 찾기로 했습니다.


아이와 오랫동안 보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님이 같은 마음일 듯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크는 과정은 그때만 볼 수 있는 한시적인 기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절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내가 은퇴할 때쯤내가 시간이 많이 남으니 그때 놀자고 하면 아이가 반대로 저와 놀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춘기에 자신의 삶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제가 매달리면 아이는 또 얼마나 스트레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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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겐 제가 돈 없는 아빠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이가 저를 존경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언제나 연락하고 언제나 생각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친근함만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어서 서먹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아이가 제게 준 어린 시절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믿고 지켜보며 기다려주고 싶습니다.




준비는 시작되기 전에 해야한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 그리고 결혼생활을 한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런 계획을 세우고 토론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분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서 사서 고민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서 준비하고. 결혼한 후에 시간이 한참 흘러서 이 결혼 생활에 무엇이 잘못되었던가를 분석한다면 이미 때는 늦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내 또한 결혼 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처음엔 놀랐습니다. 그러나 오랜기간 이야기 하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 원하는 해답을 퍼즐처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결심하게 됩니다.


아내와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양평지역으로 떠난다는 것은 가장 큰 모험이 되었습니다. 여행이라면 누구나 단순히 떠나면 되는 문제지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내려가 산다는 것은 어려움 뿐일생활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막연한 두려움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준비하면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적은 시행착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승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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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집을 짓기로 하다





양평김한량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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