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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27. 수요일

골드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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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대강 착공식 뉴스를 보고 산에서 내려와 물길을 따라 걸으며 무너져 가는 강의 변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수해 예방수자원 확보수질 개선경제발전 등 정부의 화려한 구호와는 정 반대로 내 눈이 보고 있는 것은 무너져 가고 파괴되는 섬뜩한 국토의 모습이었다.

 

낙동강의 지천인 내성천으로 올라 온 것은 본류 공사가 끝나 갈 무렵이었다. 4대강 공사장은 다시 기억하기 조차 힘이 들지만 내성천과 같은 모래지천이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강이 스스로를 회복해 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성천 하류에는 두 개의 보 계획이 세워져 있었고 상류에는 물과 모래를 가두는 댐이 진행되고 있었다나는 산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수몰지구 안으로 들어왔다.(다큐멘터리 자막 나레이션 中)

   


 


비교적 담담해 보이는 자막이 흐르며 영화는 시작.

 

이후 보이는 영상들은 관객들의 가슴을 서서히 옥죄어 들어오며 무겁게 압박하기 시작.

 

우리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버리고 파괴되어 버린 내성천의 모습은권력과 자본의 추악한 만남이 세상을 어떻게 황폐하고 피폐하게 만들어 버리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파괴력은 엄청난 것이

 

준설작업으로 인해 깊어진 강 본류를 채우기 위해 지천의 모래들이 쓸려 나감으로써 검은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

 

또한 이곳 상류에 건설되는 영주댐으로 인해 평생 살아오던 마을을 떠나야 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과 마을 주민들 보다 먼저 가버린무참히 잘라져버린 50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오던 당산나무의 모습.

 

댐 건설과 함께 사라지게 되는 400년 전통의 집성촌과 38점의 문화재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왕버들 군락 등 수몰 될 위기에 처한 내성천 강변의 풍경은 고스란히 보는 이들의 가슴에 사무치도록 아프게 촘촘히 박혀들어와 어느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 버린.

 

지율스님의 4대강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은 인위적인 연출도 없고뚜렷한 기승전결도 없지만단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관객들을 아프게 만들어 버.

 


단 한가지, 진실의 힘 만으로 말이다.

 


손으로 들고 찍어 화면은 거칠고 투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그 안에 담긴 놀라운 진실의 힘 덕분에 화면은 사무치도록 관객에게 다가오고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지난 18, <모래가 흐르는 강>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지율스님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해드리겠다.


 


 


지율스님 인사말

 

"흔들리고 끊어지는 영상인데 보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대강을 기록하면서 어떤 질문을 가지고 우리가 어떤 답을 해야 할까남아있는 우리의 선택은 어떤 부분일까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이야기들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얼마나 영화를 생각을 못하고 만들었는지 제가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두 개의 문]을 봤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뒤늦게 쓸 정도로 서투른 이야기들을 엮은 영화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질문과 대답

 

질문 1.


지금 감사원 감사도 진행되고 있고 정권이 바뀌면서하여튼 대통령이 바뀌면서 사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 될 기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하지만 너무 상당기간 큰 폭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강을 되살리는 것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오랜 기간 동안 현장에서 지켜보셨으니 아실 것 같은데요스님 보시기에 강을 살릴 대책이라던가 그런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지천 중에서 내성천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지루할 정도로 보일수도 있으나 산사태라든지 지형의 변화라든지 이런 부분이 영상 속에 계속 삽입 된 이유가 있습니다강의 회복을 위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같이 공감할까 하는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내성천 같은 경우는 제가 일일이 구간구간 자를 꽂아 놓고 쟀습니다통상 매년 강에서 1미터 이상 모래가 나오고지금 사대강 중 낙동강 같은 경우에는 특히 준설 부분이 많이 문제가 되고그것으로 인한 변화가 문제가 되는데지금 남아있는 지천들에 댐이라든지 하는 인공구조물 설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낙동강 본류가 330킬로미터 정도라고 하면 지천들은 5천 킬로미터가 넘습니다강으로 들어가는 구 백개 넘는 지천들이 낙동강을 다시 보충하고 살리기 위해서 굉장히 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실은 본류의 문제 보다강을 바라보는 제 입장에서 보면 지천의 변화가 더 위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2.


총 제작기간은 어느 정도 되고 제작비는 어떻게 되는지?

 

처음부터 제작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12월 29일에 착공식 뉴스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천성산을 하면서 터널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서 지켜볼 수가 없었는데강은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이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애초에 이렇게 영화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고 단지 변화 과정이라도 기록해보자 하는 생각에 태백에서부터 걸어 내려오면서 100미터 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스무번 정도 낙동강을 다녔습니다.


올라가서 내성천에 있을 때부터는 기록을 많이 했습니다.


중간 중간 캠을 빌려서 영상작업을 한게 아니라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우리가 원래 모습을 기록하지 않으면 강이 원래 어땠는지 알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기록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9월부터 강의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그 변화가 너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어서 텐트를 치고 강에 들어가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고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캠을 빌려서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9월부터 시작해서 편집하기까지 약 4~5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그 사이에 제가 제작 부분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시네마 달을 통해 음악이라든지 하는 부분의 정리를 도움 받았습니다.


비용부분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그런 쪽으로 걱정할 만큼 들어간 비용은 없습니다.

  

 

 

         

 

  

질문 3.


다큐멘터리 속에 보면 우리는 강이 변했다고 말한다하지만 강은 우리가 변했다고 말한다.’ 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인간의 시선이 아닌강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 같은 부분을 느꼈는데그런 점을 의도하고 촬영하셨는지요.


그리고 촬영하면서 가슴 아픈 부분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가장 가슴 아팠던 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영상을 만들면서 의도하고 편집한 부분은 없습니다.


낮에 가서 찍고저녁에 와서 편집하면서강이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편집을 했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타이핑해서 자막으로 넣었을 뿐 인위적으로 의도한 부분은 없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부분들은 사람들이 이제는 강이 회복 불가능하다라고 말할 때였습니다.


사실은 그렇게 될 것을 각오를 하고 강으로 들어갔는데너무나도 섬찟섬찟한 느낌을 받을 때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무서웠고빨리 강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거기 남아서 마지막까지라도 이곳을 버리지 말아야겠다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보시면 삼성이라는 기업이 꽤 많이 나옵니다.


공사 업체이기도 하고삼성이 가진 커다란 힘 앞에 자연이 무너지는 부분도 있고또 우리가 같이 그것을 바라보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무너질 때사람들이 끝났다고 할 때... 그때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삼성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삼성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삼성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움직인다.


이런 표어가 있던데이걸 보면서 과연 우리 강은 몇 퍼센트의 희망이 남아있을까그리고 얼마만큼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성천 공사는 아직 완료가 되지 않았습니다.


댐에 물이 다 차야 공사가 끝나는데그렇게 될 경우 현재 망가진 부분이 더욱 가속화되고모든 것이 무너질 텐데 이것을 어떻게 다시 복구할 수 있고제가 강을 어떻게 다시 바라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질문 4.


영상을 보니까 공사현장에서 스님을 따라다니며 방해한 사람도 보이던데실제로 물리적인 방해나 어떤 반대 같은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위험해서 에스코트 해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도로에 차도 많이 다니고요.


영상에 보면 그분들이 저에게 말씀을 참 잘해주시잖아요.


실제로 어떤 물리적인 충돌이나 그런 부분은 없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거의 2년 가까이 다녔으니까어떻게 보면 그분들도 실제 마음 아파하면서 저에게 잘 대해주시고 그런 점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질문 5.


직접 촬영을 하셨는데이번 촬영을 위해 도움을 받으셨다든지새로 배우시거나 한 점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배운건 없고그냥 들고 찍었고요.


편집 부분만 푸른영상이라고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편집사무실에서 한시간 반 정도 배웠습니다.

촬영은 그냥 눈에 보이는걸 따라갔을 뿐입니다.

    



 

 

 

 

질문 6.


대안이라든지 앞으로의 행보가 있으시다면?

 

사실은 제가 영화를 만들 때는 어떻게 하면 대안을 찾을까 하는 답을 구하기 위해 촬영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내성천을 보시면 너무나도 아름답고 깨끗했습니다.


특히 왕버들군락이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보면 새들이 천마리 이상 올 정도인데이렇게 된 이유가 내성천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떠나고 난 이후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이 우리가 떠나가고 나면 빠르게 돌아오는구나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여기에 영주댐을 건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조금 다시 검토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 35천평에 달하는 습지를 갖게 되는데환경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여의도의 4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이런 것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1월부터 습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조금 더 잘 홍보가 된다면사람들이 많이 공감해서 다른 방법을 함께 찾아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7. (딴지일보 골드문트질문)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자 치적이라고 생각한다는데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4대강 사업은 한 사람두 사람이 추진하고 계획했던 사업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사회 전체가 동의했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4대강 물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던 점은우리가 자연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점이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게 아닌가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원망이라는 것을 먼저 내려놓아야 했고그런 것에 대해 분노나 비감을 통해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치적이라고 말씀 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4대강 정비 사업은 2008년 하반기부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자칭 한국형 뉴딜녹색 뉴딜 사업이었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 2012년까지 총 14조 원을 투입해 노후 제방 보강과 하천 생태계 복원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친환경 보(설치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되었고시작 전부터 여러 문제가 제기 되었지만이명박 정부는 그런 문제점들을 가볍게 무시해 버린채 일자리 창출 등을 주장하며 강행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끝날 무렵부터 이 사업의 부실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고이제 누군가는 그 책임을 무겁게 져야할 때가 찾아 왔다.

 

하지만 이미 파괴되어 버린 자연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까.

 

지율스님의 말씀대로 자연을 그대로 놓아둔다면더 이상의 자연에 대한 사람의 손길을 멈춘다면다시 치유가 될까.

 

강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건우리 모두의 책임.

 

우리 모두 방관했고부분적으로 동의했고무관심했기 때문.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강이 다시 살아나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율스님의 4대강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은 3월 28일 개봉된다.




골드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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