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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28. 목요일
raks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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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분만 관련 글을 읽고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몇자 보탭니다.

 

효율만 중요시하다 보면 빡빡해지고 인간미가 없어지는데 분만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산부인과 역시 그렇습니다. 다만 산모나 태아의 안전보다 우선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것 또한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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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자체도 줄지만 출생을 담당하는 산과 의사는 더 줄었습니다밤낮 없이 불려 나가다 보니 그렇습니다술 한잔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와서 병원에 가느라 술값 못낸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산모 사망률이 OECD 평균 10만명 출생당 약 9.3명 정도입니다. 우리나라가 7/10만 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산과의사 수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모의 나이를 고려할 때  경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산부인과 의사 수가 급감하면서 사망률이 늘었습니다.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는 모성 사망률이 900명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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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모성 사망률>

 

 

매년 50만명의 산모가 분만하다가 사망을 하는데 그 중 95%의 산모가 개발 도상국이라고 합니다. 의학적 개입없이 자연스럽게 낳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효율을 강조한 진료를 받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협박(?)을 받아 기분이 상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제가 의사가 아니라 환자로 병원에 갔을 때도 많이 느끼는데 꼭 이런 것까지 필요할까? ‘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관련 기사(링크) 에서도 찬성하는 댓글이 한 부대를 이루어 산부인과를 포함한 의료계에 관한 불신과 불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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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자기에게만 해당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것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가 모셨던 그 분처럼 옛날에 내가 해 봐서 아는 데 … ‘, 이런 식은 곤란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상식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의료에 대한 선택을 할 때, 순작용 뿐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해 알고 나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잡설이 많이 길었는데요. 얘기를 시작해 보죠. (이제부터 논문 글쓰기 형식을 빌려와서 글이 좀 딱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궁금하셔서 질문하시면 친절히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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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분만은 말 그대로 물 속에서 진통을 겪으며 분만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근육을 풀어주고 잠기는 신체 부분의 부력에 의해 체중 중력을 감소시켜 자유로운 진통을 조장, 분만 자세에 유리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803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것이 첫 기록이지만 (의학 저널에 실린 것만 보아서는) 1970년대 초부터 기존의 획일화되고 효율만 추구되는 병원 분만에 대한 불만족을 느낀  미국의 조산사들이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유럽의 여러나라들이 하고 있으며 특히 영국에서 많이 시행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수중 분만의 장점으로는

 


1.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어 분만 과정이 효율적으로 되게 도와주고

 

2.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없는 물속에서 진통을 겪음으로

 

1) 빛과 소리의 자극도가 감소되고


2) shock sensory ovarload를 완화시켜




결국 산모가 긴장감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분만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수중 분만의 산모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12개의 보고 중 하나의 연구에서)

 

에피듀랄이라고 하는 무통 분만의 요구가 감소되거나 혹은 연기 (기존 분만보다 평균 30분 정도 늦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되어 조금 덜 아파 한다는 보고도 있으나 결국 진통제 사용량은 같았다고 하니 산모가 느끼는 아픔은 그리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분만되기 때문에 진통 중에 시행되는 제왕 수술의 빈도도 감소 될 것 같지만 기존 분만과 수술하는 비율도 비슷하고 그 외에도 진통 촉진제인 피토신 사용량도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태아는 산도여성의 질를 통해 태어나는데 이때 질내의 압력에 의해 태아의 흉곽이 눌리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태아의 폐안에 있는 양수들이 압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제거됩니다. 마치 탈수기로 젖은 옷을 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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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슴이 눌려져야 합니다>

 


 

그러나 진통을 겪지않고 제왕 절개 분만을 하는 경우, 그런 흉곽을 짜주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폐에 찬 물들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게 돼 결국 신생아들의 호흡이 빨라져 일과성 빈호흡(transient tachypnea of newborn)이 질식 분만을 한 경우보다 5배나 많아지게 됩니다.

 

만일 수중 분만을 하게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기가 나오는 과정에서도 물을 먹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질식 분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오히려 태어나면서 헐떡이며 물을 많이 마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호흡이 나빠질 수 있고 물이 피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피가 묽어지면서 저나트륨 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나트륨 혈증은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켜 애기에게 간질 같은 것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병입니다.

 

물론 수중 분만을 옹호하는 Gilbert 같은 학자들은 태아의 사망률이 기존 분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더 연구해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사람 데이터에서도 태아 사망률이 1.2/1000 명으로 기존의 0.8/1000명 보다 더 높게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태아 사망한 경우가 아닌 출생하면서 생기는 각종 질병은 Gilbert 연구에서도 더 높게 나왔습니다.

 

그 밖에 태아가 물을 많이 마셔서 위험해 질 것을 염려하여 빠르게 엄마 배 위로 태아를 옮기다 보면 탯줄이 끊어지거나 터지는 경우 역시 수중 분만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수중 분만을 하는 경우 물에 빠져서 아기가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Rosser 2차례 있었던 케이스 리포트에 따르면 숙련된 조산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명은 사망하였고 한 명은 심각한 뇌손상을 받았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Deans 112명의 비교적 적은 수중 분만을 시행한 산모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는데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반 정도가 진통만 수중에서 겪고 분만은 바깥에서 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따뜻한 물에 산모가 있다보니까 태아의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느려져서 혹은 심박수가 떨어져서 그렇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그중에 가장 많은 것은 태아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이며 이는 분명히 수중 분만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몸이 뜨거워지면 심장이 빨라지듯 태아의 심장도 빨라집니다. 산모가 물 속에서 나온 후 심박수가 떨어졌습니다.)

 

수중 분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물을 통해서 태아가 감염되는 것인데 이는 여러 논문을 통해 보고되고 있습니다. 출산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변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도 감염을 조장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슈도모나스 (pseudomonas) 에 걸린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이라고 경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아가 아닌 애기를 낳는 산모는 자궁의 감염과 무관하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중 분만은 영국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Alderice 같은 사람은 8255명의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 중 12명이나 사망을 하였고 또 51명은 태아에게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보고하면서 영국에서 수중 분만을 하지말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저나트륨 혈증, 간질 발작, 익사, 물을 통한 감염 그리고 태아 감시의 어려움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상황 등등 이외에도 견갑 난산 (머리는 나왔는데 어깨가 커서 분만이 어려운 경우) 등도 수중 분만의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 견갑 난산을 제외하고 이런 부작용은 수중 분만 시에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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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만 되면서 태아의 어깨가 걸리면 이렇게 배를 눌러줘야 하는데 수중 분만에서는 곤란>


 

한편 최근 보고서에는 출생 후 신생아 집중 치료실의 입원율이 수중 분만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소아과 협회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Committee on Fetus an Newborn)에서는 수중 분만의 안전성과 감염이나 태아 질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모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 신중하게 수중 분만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산모가 출혈이 심한 경우, 기존의 분만 방법보다 그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움으로 인해서 바로 치료가 어려운 점도 또 다른 단점입니다. 또 척추에 에피듀랄도 수중 분만시에는 감염으로 인해 시술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아무튼 수중 분만을 시도하려는 산모들은 이러한 단점에 대해서 명확히 숙지를 하고 분만 방법을 결정하여야 하며 의사들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수의 데이터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

 



P.S : 텍스트는 산부인과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Williams obstetrics 23rd edition Gabbe Normal and problem pregnancies 6th edition을 참조하였으며 여기에 인용된 American Journal of OBGY  The risk of underwater birth 를 참조하였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데이터는 지금도 계속 갱신 중이며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결론이 뒤바뀔 수도 있음 또한 말씀드립니다.





raks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