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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26. 화요일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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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분덜은 대략 이 연재시리즈가 어떤 패턴으로 얘기를 풀어가는지 익숙해졌을거다. 후반부에서 주력하고 있는건, 열분덜이 취업 후에 겪을 갈등상황을 제시하고, 그 갈등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한 후, 그 구조에 대해서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아마도 열분덜은 기존에 '꼰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왜 특정한 행동이나 성격을 보이는 지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할거다.

 

물론 회사생활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회에서도, 구조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앞선 내용들에서 나름대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정리했지만, 그것 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순 없다. 사람은 다 다르고, 열분덜이 같은 행동을 해도 그걸 보는 사람들은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일테니 말이다. , 각각의 사람들이 보이는 개인적 특성에 대해서 어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머릿 수 만큼의 해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구조'를 보자고 하는건, 구조적인 갈등에 대해서도 모두 '개인적인 갈등'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순간, 끝없는 평행선을 계속 그려야 하기 때문이고, 이건 졸라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운전을 처음 배우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쉽다. 태어나서 자동차라는걸 처음 다뤄보면 시바 신경쓸 게 졸라리 많다. 도로 상황 봐야돼, 핸들 돌려야 돼, 발로 뭐 밟아야 돼, 수동이면 기어도 넣어야 돼, 졸라 시바 머리 깨진다. ? 안해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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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운전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있어서, 운전하는 사람이 도로 상황 보는거야 당연하고, 핸들 돌려야 꺾이고, 발로 밟아야 나가거나 서고, 수동이면 당연히 기어 넣어야 되는거니까 그걸 못하는 게 졸라리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경우, 운전을 가르치는 사람은 화를 내고 운전을 배우는 사람은 실수를 한다.

 

게다가 자동차라는 건 자칫 잘못해서 좆되기 딱 좋은 기계다. 운전 배우는 사람이 브레이크와 악셀의 위치를 헷갈리는 것 만으로도 사람 여럿 죽을 수 있으니까.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면 '운전 가르치다 싸움나는 상황'이라는 것의 구조가 형성된다. 운전을 가르치는 모든 상황은 '하마터면 큰일날 뻔 하는 상황'이 반복 될 것이고, 가르치는 사람은 답답해 할거고, 배우는 사람은 삽질을 계속 할테니까. 이 때 이러한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상황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면, 가르치는 사람은 싸가지 졸라 없는 개새끼가 되고, 배우는 사람은 떡잎부터 글러먹은 병신이 된다. 그렇게 수 많은 가족들이나 친구들, 형제들, 강사와 학생들이 감정을 상하곤 한다.

 

이게 사는건가. 시바. 1년에 100만명이 면허를 따는데, 그렇다면 매년 100만명의 개새끼와 100만명의 병신이 생겨나야되는건가. 그들은 그냥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그렇게 서로를 욕하면서 살아야되나.

 

 

이 상황에서, 이 구조를 알고 있다면 최소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은 할 수 있다. 예측을 하면 상처를 덜 받고, 운좋으면 예측한 상황을 피할 수도 있다.

 

좀 그러고 살자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회사 내의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 회사와 회사간의 관계로 넘어간다.


이 쯤에서 본 연재의 내용은 사실상 마무리될 예정이다.

 

 

 

1. 관계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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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은 나머지들이 다 뒤지고 지들만 살아남는 걸 이상향으로 삼는다. 이는 그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어떤 시장이든 완전한 독점 시장이 그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독과점 방지법이라는 법안이 애초에 발의 될 이유 자체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기업은 다른 기업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예컨데 어떤 사회에 단 하나의 기업만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 기업은 휴대폰 제조기업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걔들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모든 반도체는 물론, 액정판넬, 유리, 케이스에 쓸 합성수지, 배터리, 설명서를 인쇄할 인쇄기 등등을 죄다 만들어야 한다. 딱 봐도 이런 가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른 회사가 정말 단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휴대폰 제조업체가 덩그러니 툭 튀어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 위에서 말한 '다른 회사'라는 말은 2개의 차원을 지니는 셈이다. 전자는 '경쟁사'를 의미하고 후자는 '협력사'를 의미한다. 종합하자면 모든 기업들은 경쟁사는 죄다 망하고 협력사들만 남아있는 시장을 원한다.

 

그런데 그것도 실현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이 기업들은 한가지 사업만 딱 떨어지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휴대폰 사업을 놓고 보자. 애플의 제품 중에도 꽤나 많은 제품들이 삼성, LG가 만드는 부품을 쓴다. 그 삼성, LG는 애플 입장에서 경쟁사이자 동시에 협력사인 셈이다. 그러므로 애플이 엄청 잘팔린다고 하면, 그건 삼성, LG에게 악재임과 동시에 호재가 된다.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 애플은 삼성 부품의 비중을 줄이거나 구글 지도를 빼버리는 등의 조절을 하는거고 말이다.

 

물론, 전혀 겹치지 않아 보이는 산업들도 있다. 예컨데 김앤장 로펌이 아무리 잘 나간다한들 그게 현대기아 자동차 입장에서 뭔 상관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또 그게 그렇지도 않은 것이, 현기차가 어떤 회사에 소송이 걸렸는데, 그 소송을 김앤장이 졸라 잘 변호해줘서 현기차가 패소한다면? 이런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할 수는 있어도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나비효과처럼,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영향을 주고, 그 다른 기업이 또 다른 기업에게 영향을 주는 연쇄반응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한 회사가 다른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 완전한 협력사도, 완전한 경쟁사도 없다. 그러므로 모든 기업들은 다른 모든 기업들이 죄다 망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죄다 망하지는 않길 바래야 하는 역설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열분덜이 들어가게 될, 혹은 들어가 있는 그 회사도 이렇게 역설적인 관계에서 밀땅을 하고 있는 중이다.

 

 

 

2. 더럽고도 고귀한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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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 건너 아는 분의 일화를 하나 들려 줘 보겠다. 평소 남다르게 독특한 인생관을 지닌 그 분에게 어느날 회사에서 반 강제로 무슨 특강을 듣게 했다고 한다. 그 특강은 '나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법' 따위의 자기계발을 주제로 했다고 한다. 강사는 시종일관 하품 나오게 뻔한 얘기를 했고 말이다.

 

그 강사가 '자신의 삶에 분명한 목표와 확고한 가치관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한창 침튀기며 강조하다가, '우리 모두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가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무작위로 한명씩 골라 일어나서 대답하라고 했고 말이다. 그러다가 건너 건너 아는 그 분이 지목됐다.

 

그 분은 귀찮다는 듯이, 하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갑의 위치"

 


특강을 듣던 모든 이들은 대폭소했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으며, 강사도 딱히 부정을 못하더라뭐 그런 얘기.

 


여기서, 아마도 취준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 ''에 대한 정의를 보자.


•  (명사, 중요도 : 최상)


◦ 개요 : 기업간, 혹은 사람간의 관계에서 한 쪽이 어떤 일을 해주는 댓가로 다른 한쪽에서 , 혹은 돈을 버는데 도움을 주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경우에, 후자를 일컫는 .


◦ 상세설명 : 특별한 의미 없이, 순서를 나타내는 대명사로 쓰이는 한자 //병/정//////계에서 유래된 말로, 계약서를 작성할 계약주체 한쪽을 , 나머지를 을로 표현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계약에서 돈을 주는 쪽을 ''으로, 일을 하는 쪽을 '' 표현한다. 이러한 경우 일반적으로 갑은 을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량 이상의 업무는 물론이고 접대, 개인적 부탁 다양한 요구를 하게 되며, 을은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실제 계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당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 당신을 한방에 보낼 비밀을 알고 있는 동료, 언제든 외주를 맡길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의 담당자, 나이트에서 꼬시려고 하는 상대방 다양한 형태의 ''들이 존재할 있다


• 주의 사항


◦  같은 : 분명 우리회사가 돈을 주고 일을 시키긴 했지만, 상대 회사가 일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회사가 조뙤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당신은 ' 같은 ' 있다. ' 같은 ' 분명 '' 하는 역할을 수행하긴 하지만 표정관리나 감정표현에 있어서 일반 '' 비해 훨씬 자유롭다또한 ''에게 은근한 방식으로 겁을 주기도 한다. 대기업과 아주 오랫동안 일을 했거나, 대기업 임원진과의 커넥션이 있는 업체, 혹은 업무능력이 매우 뛰어나 대체할 만한 업체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 등에서 볼 수 있다.


◦ 내가 갑인건 아니다 :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으로, 자신의 회사가 갑이라고 해서 본인이 갑이라고 헷갈리게 되면 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된다. 대기업의 대리가 외주업체 대표를 함부로 대하다가, 그 대기업을 퇴사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그 대표를 다시 만났을 , 대리는 주의사항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된다


▪ 파생어

 

◦ 갑질 : 갑과 '나쁘게 반복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접미사 ''의 합성어. 갑의 특징적인 행동양태를 의미한다. 식사 계산에는 신경을 끈 채 밖에서 담배를 피는 . 회의할 엉덩이가 앞으로 나오고 어깨가 뒤로 가는 . 금요일 5시 반에 새로운 일거리를 주면서 월요일 오전까지 끝내달라는 등 수없이 다양한 형태가 있다


◦  :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로, ///정의 그 ''이다. 갑에게 일을 받은 을에게서 갑질을 당하는 처지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불쌍한 사람들로는 '' 있다.


▪ 참고 : 일부 거대 기업들은 계약서 작성 자사가 갑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서 상에는 자사를  '' 기재한다. 훼이크에 넘어가는 병신짓을 했다가는 당신은 그 업계 전체에서 유명해질 수 있다.

 



실제로 '' 개념의 중요성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모든 관련 내용을 정의하고 열거하기엔 끝이 없다. 그만큼 갑이라는건 모든 직장인들의 노이로제이기도 하고, 첫 직장을 너무 큰 대기업으로 하게 되는 케이스에 대해 선배들이 하는 우려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쌩뚱맞은 소리 하나 잠깐 하자. 한국어로 ~주의, 영어로 ~ism이 붙는 단어가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그 '주의' 앞에 붙는 말이나 'ism' 앞에 붙는 말 자체가 졸라게 중요하다. 함부로 아무 단어에나 주의, ism을 붙이지 않는다. 그 사상이나 체제에서 정말 가장 중요한 것, 그 사상이나 체제를 가장 잘 대변함과 동시에 그것의 핵심으로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단 하나의 단어에 주의, ism이 붙는다. 다다이즘이 괜히 다다이즘이 아닌거다. ism 앞에 붙는 단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 상관 없는 다다가 붙을 수 있는거다.

 

자본주의, capitalism. 여기서는 자본, capital이 가장 중요한거다. 그냥 그게 전부인 사회체제. 그러므로 그 사회체제 안에서 돈을 주는 쪽, 혹은 돈을 벌어다 주는 쪽이 상대방에게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권리, 혹은 권력을 지니게 됨은 당연하다. 의사가 사람 목숨을 살리지만, 환자 가족들이 의사 멱살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체제의 질서라는 걸 졸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시바 돈을 쳐 먹었으면 고쳐냈어야될거 아니야 이새끼야. 뭐 이런거.

 

하물며 사람 목숨 살리는 것도 돈의 방향에 따라 저런 처지를 만들어내는데, 다른 모든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겠다. 돈을 주는, 혹은 돈을 벌게 해주는 주체는 그 관계에서 그 돈의 가치 범위 이내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는 사람 목숨도, 청부살인의 비용 만큼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다. 몸서리 쳐지도록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갑의 존재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주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갑을 모셔야하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갑이 돈을 주고, 자본주의에선 돈이 제일 중요하니까.

 

 

이런 갑 개념은 사실 회사와 회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지만, 앞서 살펴봤던 부서내 관계나 회사 내 부서관계는 인간적이거나 감정적인 요소가 영향을 끼치는 반면, 회사와 회사 간의 관계는 비교적 거시적이어서 그런 감정적 요소가 적으므로 사실상 이 갑 개념이 그 모든 관계의 알파요 오메가다.

 

이쯤되면 짜증날 정도로는 강조를 한 거 같으니, 구체적인 단계로 넘어가보자.

 

 

 

3. 필연적 협력, 필연적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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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했듯, 한 사업을 할 때 거의 모든 경우 다른 회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거의 완전히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가치를 맞교환하는 일도 가능은 하지만 대부분은 돈을 주고 받는 관계로 시작된다. 흔히 말하는 하청이라던가, 자재의 구입, 용역의 구매 등등.

 

그런데, 약간 깊이 들어가면 단순히 화폐가 왔다갔다하는 과정 자체보다는 그 사업이 이윤을 낼 수 있는 구조에 따라 갑과 을의 관계가 결정된다. 이런 예를 들어보자. 국내에는 수 많은 편의점들이 있다. 종종 같은 자리에서 전에 있던 편의점이 다른 브랜드로 바뀌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거다. 물론 장사가 망해서 사장이 바뀌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사장이 그대로인데 브랜드가 바뀐다.

 

이 경우는 대부분, 기존의 브랜드가 로열티를 너무 많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기본적인 유통, 도매, 운송, 자재, 홍보 등을 본사가 대행해 주는 댓가로 일정 수익을 떼어간다. 그리고 그 대행해 주는 일의 범위나 퀄리티, 그리고 브랜드 자체의 가치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진다. , 로열티가 브랜드마다 다르다는 얘기고, 로열티가 비교적 싼 브랜드라는 게 발생한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편의점의 매출이 높지 않아서 로열티 내고 났더니 이윤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하는 수 없이 로열티가 더 싼 브랜드로 바꾸려 하는 거다. 식당, 커피숍 등도 마찬가지다.

 

이 때, 분명히 돈의 방향은 분명히 개별 업주에서 나와서 본사에게로 들어간다. , 편의점 사장이 본사에 돈을 준다. 하지만 편의점 사장이 본사에게 갑질을 하기 보다는, 본사가 업주에게 갑질을 한다. 단순히 돈의 흐름이 갑과 을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애초에 편의점 사장이 돈을 벌 수 있는 이유가 본사가 대행해주는 서비스에 있기 때문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1명의 업주가 계약을 끊어도 전체 사업에는 영향이 적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본사가 안 도와주면 장사 자체가 안되니까. 그러므로 실질적인 갑/을 관계를 판단하려면 돈을 주고 받는 방향 뿐만 아니라 그 사업 자체에 대한 상호간의 영향력을 봐야한다.

 

 

다시.

 

거의 대부분의 사업은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협력관계는 기본적으로 돈과 가치의 교환 행위를 기반으로 한다. 이 때 그 돈 자체의 규모와 그 행위가 양측에 가져다주는 상대적 영향력의 비교를 통해 어느 쪽이 갑이고 어느 쪽이 을인지가 결정된다. , 미시적인 돈의 흐름이 아니라, 거시적인 돈의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같이 '' 문화가 발달된 사회에서는 밥집 서빙하는 사람들이 손님들에게 존나게 친절하다. 눈만 마주치면 뭐 필요한거 더 없냐고 물어보고, 나이가 어리든 말든 sir 같은 존칭을 붙인다. 왜냐하면, 그 손님들이 주는 팁이 없으면 그들 개개인이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라게 큰 대기업 중 어떤 기업은 국내 소비자를 호구로 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업을 유지하는 건 국내 소비자의 구매력이 아니라 해외 소비자의 구매력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 미국 서빙 알바에게 손님 개개인은 갑이지만, 어떤 국내 대기업에게 있어 국내 소비자는 갑이 아니다.

 

이번에는 회사와 회사를 보자. 다시 휴대폰을 예로 들겠다. 휴대폰 하나에는 수 없이 많은 부품과 기술이 필요하다. 열분덜이 손으로 누르게 될 버튼부터, 기본적으로 설치돼있는 소프트웨어까지. 하다못해 그 소프트웨어에 쓸 폰트까지도 말이다. 그 모든 걸 한 기업이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가능하다 해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회사들이 휴대폰 하나를 만드는 데에 협력한다.

 

이 때, 휴대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그 휴대폰에 사용할 폰트 정도는 그 사업 자체에 그닥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 휴대폰의 설명서를 인쇄할 업체도, 그닥 중요치 않다. 하지만 그 휴대폰이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다면, OS 자체는 졸라게 중요하다. 현재로서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OS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휴대폰 판매 자체에 졸라게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조업체 입장에서 폰트 제작업체나 설명서 인쇄업체는 갑이 아니지만, 구글은 갑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뒤집어 생각해보자. 그 휴대폰 제조업체가 전세계 안드로이드 폰 판매 시장의 99%를 차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구글 입장에서도 그 업체가 '씨바 나 안드로이드 안써!' 이러면 로열티 매출 및 안드로이드 서비스 내에서의 매출 중 99%가량이 날아간다. 이렇게 되면 최소한 구글 내, '안드로이드 사업부' 입장에서는 그 휴대폰 제조업체가 갑이 된다.

 

이 미묘한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4. Who's the ? - 기본 4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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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분이 운수택시를 탔다고 치자. 그 기사는 오늘 하루 종일 공친 바람에 이대로 근무시간이 끝나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할당량을 메꿔야 한다. 그 상태에서 열분이 한 2만원 거리를 가 달라고 하고, 마침 그 방향은 그 운수회사의 위치와 가깝다. 이렇게 되면 열분이 갑이다. 만약 열분덜이 애기를 안고 탔는데, 애가 똥을 싸서 기저귀를 좀 갈아야겠다고 하면 기꺼이 갈라고 할거다.

 

반대로, 그 택시는 이미 할당량을 2배 넘게 채워놓았고, 그 기사는 점심시간에 다른 기사들이랑 잠깐 고스톱을 쳤는데 한 10만원 땄다. 그 기사는 지금 졸라게 평온한 멘탈을 지닌 상태다. 근데 열분은 15분 내에 회의장에 가지 않으면 20억짜리 계약을 놓친다. 회의장까지는 신호 무시하고 졸라게 달려야 10분정도 걸리고, 그냥 정상적으로 가면 20분은 걸린다. 이렇게 되면 택시기사가 갑이다. 만약 열분덜이 애 기저귀를 갈겠다고 하면 시바 다른 택시 타라고 할거다.

 

택시들의 승차거부라던가, 합승, 따블, 따따블 같은 행태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갑질이다. , 승객에게 있어서 이 택시 승차가 갖는 의미가, 택시기사에게 있어서의 가치보다 큰가 작은가가 승객과 기사 사이의 갑/을 관계를 규정한다.

 

다시 말해, 이 관계의 비교는 완전히 상대적이다. 포커스에 따라서 갑/을이 뒤집어질 수 있는 이유이고, '갑 같은 을'이라는 게 발생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열분덜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다른 거래처, 혹은 고객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 이 갑/을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한다. 특히 열분덜은 초짜이고 상대방은 베테랑인 경우, 사실은 열분이 갑인데 상대방의 노련한 위장에 속아넘어가서 쓰잘데기 없이 피곤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갑인데 열분 자신이 갑인 줄 알고 갑질을 하다가 좆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 가장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이 거래를 통해 오고가는 돈의 규모와, 그 규모가 각 기업에게 갖는 상대적 의미이다. A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에게 2억을 주고 부품을 산다고 치자. A 입장에서 돈 2억은 별거 아니고, B에게 있어 돈 2억이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면, A가 갑이다. 하지만 반대로 A에게 2억이 졸라 큰 돈이고 B에게는 별거 아닐수록 A B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든다.

 

그 다음 생각할 부분은 그 거래 자체가 A의 사업에 대해 지니는 중요성이다. A 입장에서 2억을 쓰긴 하지만, B의 부품이 A의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 A가 갑질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 분리해서 정리하자면 이렇다. 갑이 되게 만드는 성질을 '갑성'이라고 부르겠다.



- 기본적으로는 돈을 주는 A쪽이 갑이다.

 

- 그 돈의 액수가 A에게 지니는 중요도가 낮을 수록 A의 갑성은 높아진다.

 

- 그 돈의 액수가 B에게 지니는 중요도가 높을 수록 A의 갑성은 높아진다.

 

- B의 상품이 A에게 지니는 중요도가 낮을 수록 A의 갑성은 높아진다.

 



 

기본적으로 이 4대원칙에 입각하면, 올바른 갑/을 관계 판단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한가지 추가되는 심화과정이 남았다.





5. 추가 2대원칙 - 회사간 정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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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말하듯,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기본적인 갑/을 관계 파악은 거시적이며 기업단위로 벌어지지만, 실제로 그 거래를 맺고 진행하는 건 부서와 부서,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일이다. 그러므로 미시적 차원에서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거시적인 시각과 미시적인 시각을 종합하면, 열분덜은 이 '갑' 담론에 대한 마스터가 된다.

 

 

기본적인 구도로, 위에서 말한 4대원칙은 같다. 그 원칙을 어떤 단위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갑성'은 또 뒤집힌다.

 

 

즉, 4대원칙을 그 거래의 담당자 차원에서 한번 더 살펴보면 된다.

 

 

A와 B간의 거래에, 그 거래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1명씩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거시적 차원에서 두 회사간의 관계는 4대원칙 모두 A에게 유리해서, A가 졸라게 갑인 상태를 가정하겠다.

 

 

이 상태에서 A의 담당자는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회사에서 잘린다. 그리고 B의 담당자는 부모님으로부터 한 4조쯤의 유산을 물려받은 내츄럴 본 갑부이다. 그 상태에서는 이 거래가 A의 담당자에게 갖는 중요성이 존나게 높아지고, 거래액이 B의 담당자에게 갖는 중요성은 존나게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회사 차원에서의 관계에 추가하여, A의 갑성을 낮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즉, B 입장에서 금요일날 농땡이치고 친구들이랑 어디서 크루즈 파티를 벌일 계획이라면 A가 전화를 하든 말든 전화기 꺼놓고 졸라 술 퍼마시고 놀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위의 4대 원칙에는 아래와 같은 두가지 원칙이 추가된다.

 

 

- 거래자체가 A측 담당자에게 갖는 개인적 중요도가 낮을 수록 A의 갑성은 높아진다.

 

- 거래자체가 B측 담당자에게 갖는 개인적 중요도가 높을 수록 A의 갑성은 높아진다.

 

 

이 두 가지 원칙으로 인해, 한 거래는 개인적 관계라는 것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B측의 담당자가 A측 담당자의 가족들을 납치한 상태라면 기본 4대원칙이 어떻게 됐든 무조건 B측 담당자가 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회사간의 갑/을 관계가 꼬인다. A 회사 차원에서는 지들이 분명히 갑인데, 거래 과정은 B가 갑인 상태로 진행되는거다. 즉, 기본 4대원칙보다 심화 2대원칙이 실질적인 업무에서는 더 우선시 된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바로 이 포인트가 회사간의 정치, 그리고 비리가 발생하는 핵심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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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른 회사와의 관계에서 개인적인 정치가 활용되는 형태를 보자. 간단히 말하면 어떻게든 이 거래가 갑쪽 회사 담당자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형태다. 이런 형태의 정치 수작을 부리기 위해서는, 이 거래가 실패한 경우 갑쪽 담당자에게 끼치게 될 악영향을 파악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전형적인 상황으로는, 상대쪽 담당자의 인사고과를 활용하는 것이 있겠다. 상대방이 대리쯤 되는데 과장 진급 타이밍을 놓치고 있거나, 혹은 이렇다 할 업무 성과가 없다고 치자. 이 때 이 거래가 그의 진급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이 거래를 졸라리 매끄럽게 처리해 줌으로써 상대방의 진급에 좋은 영향을 끼쳐주겠다는 것으로 거래자체를 성사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정치 수작은, 상대방이 우리 회사 말고는 딱히 아는 업체가 없을 때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상대쪽 담당자의 디테일을 파헤쳐 볼 수록, 이 거래가 그에게 개인적으로 갖는 영향력을 높게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단서를 찾아 볼 수 있다. 만일 상대쪽 담당 부서 자체가 존폐위기에 놓여있는 상태여서 이 거래를 통한 성과가 그 부서를 폐지되지 않게 하는 중요한 판단요인이라면, 단지 단가를 깎아주는 방향이 아니라 정말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그 거래를 따내는 데 훨씬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반대로 그 회사의 예산이 빠듯해서 이 거래에 소요되는 비용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라면, 성과보다는 액수를 깎아주는 접근이 거래를 따내는 데에 효율적이 된다. 만일 상대쪽 담당자가 이 거래 뿐만 아니라 몇개의 거래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지 이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아는 회사들을 저렴한 가격에 소개 해 준다는 조건이 거래를 따내는 데에 도움을 줄거다.

 

 

이렇게, 미시적 차원에서의 갑/을 관계 영향요소는 디테일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거래처의 디테일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디테일을 알아내려면 단지 이 거래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상대쪽 담당자들과의 '관계'라는 걸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당장 특별한 거래가 없더라도 상대쪽 담당자들과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개인적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울 아버지들이 별다른 일도 없는데도 '거래처와의 약속'이 즐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는 순간, '비리'의 영역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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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브레이크 관련 부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브레이크 하청업체의 제품들에 심각한 하자가 발견됐다. 이 경우 브레이크 납품 거래 자체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갑이다. 브레이크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이 거래가 끊기면 당장 굶어죽게 생겨서 개인적 차원에서 자동차 제조업체 쪽 담당자에게 뇌물을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잘 넘어가달라는 조건으로 한 2,000만원 쯤 챙겨줬다고 치자.

 

 

기본 4대원칙에 의거, 일단 돈을 준 쪽이 갑이 된다. 그러므로 브레이크 제조 업체 사장이 자동차 제조업체 담당자에 대한 갑성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한 개인에게 있어서 2천만원은 졸라 큰 돈이므로 다시한번 브레이크 업체쪽의 갑성이 커진다. 이렇게, 개인적 뇌물을 통해 자신의 낮아진 갑성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2천만원 정도의 뇌물을 받고, 심각한 하자를 눈감아주는 건 자동차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졸라게 심각한 업무상 배임이다. 그러므로 이 사실을 사측에서 알게 되면 담당자는 징계를 받거나, 잘리거나, 경우에 따라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개인적 뇌물수수 행위가 자동차 제조업체 담당자에게 갖는 중요도가 졸라리 올라간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는 브레이크 업체 사장이 갑이된다.

 

 

이런 식으로, 회사와 회사 차원에서의 갑/을 관계를 뒤집기 위한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시도들이 발생하는거다. 다른 말로 하면, 갑질이 지나치면 갑/을 관계가 뒤집히게 된다. 갑질을 한답시고 룸싸롱에서 술 쳐 먹고 계산할 때는 '을'쪽 업체 사장 불러서 계산시키고, 결혼기념일이네, 아들이 학교에 갔네 해서 뇌물 쳐 먹으면 개인 차원에서의 갑/을이 역전될 수 있다.

 

 

회사와 회사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기반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갑/을 관계는 얽히고 섥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갑/을 관계를 완전히 역전하는 일도 벌어지는거다.

 

 

 

 

6. 현실적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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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좀 복잡해서 피로하실 걸로 안다. 그만큼 중요한 거니까 찬찬히 뜯어보시길 바란다.

 

 

어쨌든 열분덜 개개인이 처해질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이 글의 최종 목적이니, 이제 이 복잡다단한 구조가 열분덜의 삶에서 드러나게 될 모습을 생각해보자.

 

 

기본적으로 '갑질'의 강도는 상대방과 열분덜 사이의 '갑성'의 크기에 비례한다. 상대방이 졸라게 갑이면 그만큼 더 지랄맞을 거라는 얘기다. 상대방이 슈퍼 갑인 경우 열분덜은 황금같은 휴일에 슈퍼 갑이 골프 치는 데 따라가서 캐디 역할을 해야할 수도 있고, 집에서 자다가 전화받고 튀어 나가서 술값 계산을 한다던가, 트로트를 구성지게 뽑아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일단, 그냥 다 맞춰주는 거다. 그 관계의 성공적인 유지를 위해서.

 

 

또 한가지는, 그냥 쌩까는 거다. 이 경우는, 그 관계의 유지가 열분덜 개인에게 지니는 의미라는 것이 그의 갑질을 받아주는 데 들어가는 개인적 노력보다 적다고 느껴지는 경우이다. 쉽게 말해서 이 회사에서 짤리더라도 그 더러운 꼴 보는 거 보단 나은 상황 말이다.

 

 

다음으로는, 맞춰주긴 맞춰주되, 앞서 말한 갑/을 관계의 역전을 꾀하는 방법이 있다. 골프장 나가고 술값내고 하면서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열분덜에게 엮이게 만든 후, 그것을 폭로하는 것이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거다. 이건 초심자에겐 권장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열분덜이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 자체가 열분에게 역으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따로 부연 설명을 하겠다.

 

 

마지막으로, 윗 내용의 응용 형태로써, '너 이러다가 나한테 엮이면 좆될 수도 있지롱'이라고 겁을 주는 방법이 있다. 아주 직접적으로 '자꾸 이러면 니 상사한테 꼬발른다 씹쌔야'라는 식으로 나오는 방법도 있고, 그냥 넌지시 암시하는 방법도 있겠다.

 

 

 

반대 상황에서, 열분덜이 나름 갑의 달콤함을 맛보고 갑질을 좀 해보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앞서 말했듯, 갑질의 수준이 어느 선을 넘어가면 열분덜이 을로 전락한다. 가장 명백한 경계선은, 법의 테두리를 넘는 갑질이다. 단적으로 성상납을 요구하는 거 처럼 말이다. 또한 '뇌물 수수 혐의로 입건됐다'는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뇌물 수수도 어느 수준에선 불법이라는 거다. 그 이외에도 열분덜이 한 갑질을 만천하가 알게 됐을 때 열분덜이 쪽팔리거나 좆될 수 있다면 그건 선을 넘는거다.

 

 

 

이 모든걸 가장 확실하게 대처하는 건, 당연히 일단 갑질 자체를 안하는거고, 그래도 하고 싶다면 여러분이 지닌 '갑성'을 정확히 판단하는 거다. 그 갑성의 범위 이내에서만 갑질을 해야한다. 오바하면 좆된다.

 

 

 

 

7. 업계와 업계로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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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구조를 조망한다면, 어떤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품업체는 일반적으로 그 부품을 사들이는 제조업체를 갑으로 모신다.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뒷구멍으로 뇌물이나 향응이 오가는 과정에서 개인적 차원의 갑/을 역전이 벌어지곤 한다.

 

 

이렇게, 어떤 업계는 그 업계 자체의 특성상 다른 업계의 갑이 되거나 혹은 을이 되는 패턴이 있다. 광고업계는 광고 수주를 많이 하는 대기업들을 갑으로 모신다. 또한 그 광고를 실어서 광고수익을 내는 매체 업계, 즉 언론, 포털, 잡지 등의 업계도 그 광고비를 지출하는 기업들을 갑으로 모신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 듯, 이러한 업계 차원의 관계에도 미시적 차원의 역전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언론에게 갑질을 하다가도, 그 대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그 문제를 만 천하에 공개할 수 있는 언론사가 갑이 된다. 부품업체가 아주 독보적인 기술을 지니고 있으면, 오히려 그 부품을 사들이는 업체가 을이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열분덜은 이 사회 전체의 자본이 어떤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큰 그림을 조망함으로써, 업계와 업계, 그리고 그 업계 내의 업체와 업체간의 역학관계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 항간에 돌아다니는 씁슬한 농담 중 "대기업 임원, 기자, 검사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 그 저녁식사 비용의 계산은 누가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식당 주인"이라는 답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학관계 파악을 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역학관계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면, 일을 하면서 열분덜이 차츰 다른 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 때, 상사 입장에서 졸라게 곤란한 사고를 칠 수도 있다. 누가봐도 쟤들이 갑인데 열분덜이 갑질을 하다가 심하게 쪽을 먹고 에스컬레이션이 된다던가, 열분이 갑질을 해야되는데 괜한 접대를 해서 상사가 결제하기에 곤란해진다던가 말이다.

 

 

추가적으로, 이 역학관계를 파악하면 열분덜이 회사를 고르거나, 회사를 옮길 때에 허황된 망상에 빠져있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길래 들어갔더니, 슈퍼 갑이 사사건건 못살게 구는 상황, 아주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상황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돈의 흐름만 보면 된다. 큰 흐름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고, 그 안에서의 작은 지류들은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양적인 규모는 어느쪽이 더 큰지, 그리고 상대적인 중요도는 어디가 더 큰지.

 

 

 

 

8. 마무리

 

 

 

지금까지 회사와 회사간, 나아가 업계간에는 기본적으로 어떠한 배경의 관계구조가 존재하는 지를 알아봤다.

 

 

취업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서부터, 업계간 관계까지, 먼길 함께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거나, 혹은 아직 시작도 안한거다. 여러분의 인생은 그만큼 스펙타클하고 흥미진진할거다.

 

 

아마도 열분덜은 더러운 꼴을 더럽게 많이 보게 될거고, 예상치 못한 좆같은 일과 예상했던 좆같은 일이 끝없이 꼬리를 이어 닥쳐올거다. 하지만 아주 많은 경우는, 미리 예상함으로써 비교적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이제 전체적으로 마무리하는 최종정리편을 끝으로,

 

 

욕도 지질라게 먹었고 응원도 많이 받았던,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를 마감하겠다.

 

 

 

아 시바 니덜은 졸라 좋겠다. 누가 이런 얘기도 해주고.

 

 

 

졸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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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들은 이제 시작이얌.

 

 





 

춘심애비

트위터 : @miir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