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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02. 목요일

Athom





 

 



때론 음식이 소리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중식은 강한 불로 만들어 내는 음식들이 많아 우선 불소리가 요란합니다. 도구들도 다양해서 도구들이 내는 소리도 요란하지요. 기름을 사용하는 요리가 많아 지글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기름에 볶는 음식은 향이 강해져서 주변이 음식냄새로 요란합니다. 이렇게 만들어 상에 올린 음식 또한 요란합니다. 화려하고 먹음직스럽죠. 진취적이고 의연한 멋이 느껴집니다.

 


한식은 어떤가요. 요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입으로 음식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며 떠들고 웃고 노래도 한 소절씩 주고받습니다. 막걸리도 한 사발씩 주고받고요. 마을 잔치에서나 그럴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요란스럽지 않은 한식당은 맛이 없습니다. 한식은 요란스럽게 만들어지지만 상에 올려진 음식은 매우 정갈하고 수더분합니다. 궁중식이 아니고서는 먹는 사람을 긴장시키지 않습니다.


 

일식은 긴장과 응축, 집약입니다. 집중해서 한 접시에, 한 그릇에 모든 에너지를 담아야 하므로 한눈 팔 정신이 없습니다. 주방에선 긴장된 고요가 흐릅니다. 말도 안하고 시끄럽게 뚝딱거리는 법도 없지요. 어떤 정수만을 뽑아내기 위한 수련의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절도가 있고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주어진 레시피의 통제에 따라야 하지요. 내 놓은 음식에도 여전히 긴장된 고요가 흐릅니다. 매우 인상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쉽게 먹는 된장국에도 맛의 집약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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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미소와 간장은 이러한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통제와 집약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문화를 대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통제하고 규격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재창조 해 내는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본의 장은 양조기술과 맥을 함께 합니다. 그래서 왜간장이 양조간장으로 불립니다. 일본의 양조기술은 공팡이균을 통제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공팡이균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배양합니다. 우리는 누룩이나 메주를 발효시킬 때 자연건조시켜 황국균과 흑국균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곰팡이 균을 배양하게 되면 여타 다른 곰팡이균도 함께 자라게 되겠죠. 일본에서는 이런 여타 다른 곰팡이는 자라지 못하게 무균실에서 원하는 곰팡이만을 배양해 냅니다.



이런 기술은 일본의 기후가 습해 자연발효 시키는 과정에서 부패하는 경우가 많아 곰팡이 균 통제하에 생산해 내게 되었다지만 제가 볼 땐 이들의 습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곰팡이균은 백국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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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국 (쌉니다,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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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

 


쌀에서 배양해 낸 백국균은 사케와 미소, 간장을 만들 때 두루 사용됩니다. 한국의 청주가 누르스름한 이유는 누룩곰팡이인 황국을 사용해서이고 사케가 맑고 단 맛이 강한 이유는 백국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곰팡이를 미리 배양해서 사용하게 되면 곰팡이의 양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통제가 되면 품질이 균일한 제품을 다종다양하게 생산해 낼 수 있겠죠. 역설적이게도 통제는 다양한 술과 된장, 간장을 만들어 내는 근간이 되었습니다.


 

일본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사케와 미소, 간장이 있습니다. 다 알지도 못하고 먹어보지도 못했습니다. 허니, 이글에서는 대표적인 몇 가지 된장과 간장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된장, 간장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미소의 종류는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나뉘거나 숙성기간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기도 하고 재료의 비율을 따져 나눠지기도 합니다.(이게 사실 졸라 짜증나는 일이긴 한데 생활화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해 봅니다) 막걸리로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운데 지역 이름으로 만들어진 막걸리는 뒤로 하더라도 조껍데기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 인삼막걸리, 보리막걸리, 밀막걸리, 쌀막걸리, 느린막걸리, 빠른막걸리, 겨가다 자빠지는 막걸리... 뭐, 별의별 막걸리가 다 있잖아요. 야들도 이런식의 된장, 간장, 사케라고 생각하시면 무난하다 봅니다.


 

대표적으로


시로미소(백미소)아카미소(적미소)우키미소(모로미미소-보리미소)하쵸미소를 들 수 있습니다. 

 

시로미소1.jpg 

시로미소(백미소)

 


아카미소1.jpg 

아카미소(적미소)

 

모로미미소1.jpg 

우키미소(모로미미소-보리미소) 

 

하쵸미소.jpg 

하쵸미소

 

 

재료

숙성기간

시로미소

백국균

소금(소)

1~3개월

아카미소

보리누룩

소금(대)

12~18개월

우키미소

보리

보리누룩

소금(소)

18~36개월

하쵸미소

대두코지균

아세트산균

소금(중)

12~18개월

 

 

표를 보면 하쵸미소를 뺀 나머지는 곡물과 배양된 곰팡이균을 넣고 만들어 냅니다. 곡물과 함께 발효되기 때문에 단 맛이 느껴지는 것이고 시로미소가 유난히 단 이유는 쌀의 비율이 콩의 비율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하쵸미소는 우리 된장과 매우 비슷합니다. 대두코지균이란 게 결국은 메주로 만든 황국균이고 이 곰팡이를 배양해 삶은 콩과 배합해 만들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 된장과 맛도 비슷합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소량의 아세트산균을 넣는데 약간의 신맛이 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장독에서 숙성시키지 않고 삼나무통에 숙성시킨다는데 뭐, 장독이나 삼나무통이나 메치나 엎어치나 된장의 기본원리는 곰팡이와 숙성이겠죠. 일본 사람들은 하쵸미소를 가장 많이 먹는다는군요.

 


외전에서 잠간 언급했지만 시로미소는 덕용으로 사용하거나 생선이나 고기를 재워뒀다 구이를 하면 좋습니다. 국물용 장국으로도 많이 쓰이죠.

 


아카미소는 콩과 소금이 많이 들어가 찌개 비슷한 국을 끓일 때 적당합니다.

 


우키미소는 날보리를 넣어 숙성시킨 된장이어서 국을 끓이면 매우 까칠합니다. 꽁보리밥을 드셔보시면 알겠지만 이게 쌀이나 콩처럼 부드럽게 뭉개지지 않아요. 오래오래 숙성을 시켜도 좀처럼 흐물해지지 않습니다. 해서 우키미소는 국물요리에는 사용하지 않고 쌈장으로 쓰거나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 표면에 덧발라 구우면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다음으로 간장을 알아보지요. 간장은 우스구치와 고이구치를 기본으로 합니다.



우스구찌 고이구찌.jpg

 


우스구치는 국간장과 같고 고이구치는 진간장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많은 사람들이 진간장과 양조간장을 같은 간장으로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시판되는 진간장은 양조간장의 제조방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상표에 진간장으로 써있건 양조간장으로 써있건 그맛이 그맛이니 진간장=양조간장 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전통진간장은 국간장(조선간장)을 오래 묵혀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매우 짠 국간장을 1년 정도 잘 숙성시키면 항아리 주변에 소금이 붙게 됩니다. 그럼 그 간장을 다른 항아리로 옮겨 담습니다. 간장을 부어내고 항아리를 들여다 보면 항아리 주변에 소금이 따개비처럼 붙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또 1년이 지나면 새 항아리에 소금이 붙습니다. 그럼 또 다른 항아리에 간장을 옮겨 담습니다. 이 과정을 4~5년 반복하면 염분과 수분은 줄고 당분이 늘어난 진한 진간장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콩에서만 당분을 뽑아내자니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랜 정성으로 만들어낸 간장은 비견할 수 없는 맛을 냅니다. 단번에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고양이똥 커피의 맛이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 하는 것처럼 말이죠.

 


양조간장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판매될 수 있는 이유는 생산이 쉽기 때문입니다. 메주에서 곰팡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생략되고 밀을 넣어 당분이 형성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매우 쉽고 빠르게 간장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우스구치와 고이구치도 위 과정을 통해 생산됩니다. 콩, 밀, 백국균, 소금, 정제수를 넣고 3~6개월 동안 숙성시켜 만들어 냅니다. 우스구치는 소금의 양과 물의 양을 많이 해서 맑은 간장을 만들어 내고 고이구치는 반대로 소금과 물을 적게 넣어 농도가 짙은 간장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왜간장이라 부르는 것은 고이구치입니다.

 


마트 간장코너.jpg

 


3~6개월도 너무 길다. 더 빨리는 안 되겠니? 됩니다. 콩에 밀이건 쌀이건 옥수수건 조건 수수건 간에 탄수화물을 다량 함유하고있는 곡물을 넣고 염산이건 질산이건 아미노산이건 간에 콩과 곡물을 산화 시킬 수 있는 산을 넣어 이것들을 곤죽으로 만듭니다. 이걸 소금물에 타세요. 그리고 여기에 고과당 옥수수시럽도 넣고 감미제(미원)도 넣고 색소도 넣으면, 짜잔~ 산분해간장이 만들어집니다.

 


여러분이 드시고 계신 대부분의 간장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시중에 나가보면 값이 좀 싸고 비싸고는 이렇게 만든 간장을 조금 더 정제하거나 덜 정제하거나, 조금 더 숙성시키거나, 덜 숙성시키거나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숯에 걸렀다느니, 햇살을 담았다느니, 자연숙성 했다느니 하는 개소리에 눈을 두지 말고 뒷면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 있는 부분을 꼼꼼히 살피길 바랍니다.



성분표시.JPG

 


최악은 덕용 간장이라고 말통에 들어있는 간장이 있습니다. 매우 쌉니다. 14리터 말통 하나에 3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도매금으로 15,000원이면 삽니다. 뚜껑을 열면 시큼하죠? 시큼 합니다. 정제를 덜 했죠. 말하자면 정제를 덜 했으니 장아찌를 담는 과정에서 정제가 될 것이다는 뜻입니다.



이런 쉬팔새끼들. 많은 식당들이 덕용간장을 사용합니다. 덕용간장에 술, 고추, 마늘, 생강, 월계수를 넣고 끓여 사용하는 착한 사람들도 간간히 있긴 합니다만 그러려니 하고 알고나 드시길 바랍니다.



덕용간장.jpg


 

지금까지 된장, 간장, 고추장등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으로 맛의 근원. 



소금에 대해 알아보고, 소금과 생선의 절묘한 조화. 



젓갈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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