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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03. 금요일

오덕요정 카인




 

 


 


 

 

 

이번에도 안녕하신가. 시간은 흘러흘러 새로운 금요일. 덕질 비기닝 시간이다.

 

 

지난 회의 댓글에 수많은 드라마 제목이 넘쳐났다. 몇 개는 나도 모르는 거였다. 어떤 건 찾아보니까 1999년 작품... 아아, 드디어 우리 덕후 족 동포들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것인가.

 

 

동포 여러분이 열거해준 드라마 제목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우리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다른 종족이 되었는가’를 되새기게 되었다. 덕질 컨텐츠를 권하는 입장에서 너무 많은 양과 너무 낯선 것들을 별 소개 없이 ‘이거 갠차늠’ 언급하는 모습들. 내가 덕질 비기닝 1회에서 저질렀던 실수다. 우린 너무 빨리 이해 받고 싶어한다. 오랫동안 몰이해의 영역에 있었던 탓에 우리에게 내재된 조급함은, 실마리만 잡히면 온 실타래를 술술 내뱉게 한다.

 

 

하여 덕후 동포들이여. 우리가 처음 인생 망할 때, 아니 입문할 때를 떠올리자. 모든 것은 소프트한 것에서 시작해야 오래 간다. 또한 만약 우리의 분야에 관심이 생겨 손을 대봤는데 자기 취향과 맞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누가 부추기지 않아도 알아서 우리의 동포가 된다.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난 편에서는 소프트한 4편, 특히 말랑말랑하기로 유명한 CW 채널 위주가 되었다.

 

 

천천히 적게 친절하게 권하기. 우리의 주말이 방 안에만 존재하지 않게 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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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라디오 [파워 투 더 피플] 3회의 1빠 댓글.

이분은 [파워 투 더 피플] <아까부터 팟캐스트 시대>에서 통산 2번째 사연 소개자로

우리의 동포이며 DC인사이드 부족에 속해 계시다.

우리네 덕후 족의 주말에 대한 일반적 서술 되겠다.

 

 

그리고 친구 없는 우리만 주말에 할 일 없는 건 아니다. 딱히 취미도 없고 봉급도 쥐꼬리라 친목이나 연애의 세부 사항 방법론을 커피와 음주로 때우거나, 아예 집 안에서 TV 리모콘만 누르는 비덕후 종족들도 많이 있다. 예능 프로가 엔터테인먼트의 전부인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삶이 팍팍하고 얇지만 그걸 채 깨닫지 못했던 사람들이여. 우리 덕후들이 전해줄 수 있는 드라마 컨텐츠 복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회에도 안 끝나고 다음 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회의 주제는 ‘외모’였으나 얼굴 뜯어먹고 살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가소로운 주제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약간 레벨을 올려본다.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종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것이 미드의 장점 중 하나다. 또한 드라마의 캐릭터는 외모만으로 매력을 뿜는 것이 아니다. 하여 이번 회의 주제는 ‘소재와 캐릭터’다.

 

 

 

 

-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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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BO 방영

한국에선 영화채널 스크린이 시즌 3까지 방영중

시즌 3 방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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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영상미. 실감나는 정치 묘사. 매력적인 캐릭터와 명품 연기. 표현 수위.

단점 : 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

 

 

지난 회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한 <트루 블러드>는 세미 판타지였다. 현실 세계에 판타지 요소를 접목시킨. 그리고 이제 소개할 <왕좌의 게임>은 순수 판타지다. 우리 사는 현실 세계를 1차 세계라 하고, 이와 별개의 2차 세계를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이 판타지라는 장르다. 우왕 나의 친절함.

 

 

좋은 판타지 영화나 드라마는 훌륭한 원작이 있는 경우가 많다. <트루 블러드> 역시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왕좌의 게임> 역시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소설의 1부 제목이 ‘왕좌의 게임’이다. 국내에도 번역이 됐는데, 그닥 권하고 싶지가 않다. 번역이 별로다. 왈도체만큼의 번역은 당연히 아니지만, 상당 부분에서 왈도체 번역자와 유사한 오역을 저질러 평판이 안 좋다.

 

 

장르가 판타지라 볼거리가 많긴 한데 원작과 드라마가 둘 다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정치’다. 거대한 왕국이 있고, 이 왕국의 왕좌를 놓고 유력 가문들과 관료들이 수 싸움을 벌이는 정치 드라마 되겠다.

 

 

대륙의 중남부를 정복한 왕국인 칠왕국. 칠왕국 영토의 최북단에는 방벽이 있고, 방벽의 북쪽 너머로는 가혹한 한대 기후가 펼쳐져 있다. 이 방벽을 수비하며 북부 영지를 다스리는 가문인 스타크 가문이 드라마의 주인공 격이다.(노파심에 말하는데 토니 스타크와 관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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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와 캐를린의 5남매 자녀. 사진에는 없는 사생아 존 스노우까지 더해 6명이 스타크 가문.

 


 

가문마다 가언(家言)이라 하여 신조 혹은 격언과 유사한 문장을 갖고 있는데, 스타크 가문의 가언은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Is Coming)’이다. 대륙에는 계절이 여름/겨울 둘뿐이며 한 계절이 몇 년 지속되다가 예고 없이 계절이 바뀐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방벽 너머에서 야만인들이 남하하는데 이들은 겨울에 깨어나는 신화적 침략 종족에게 밀려나 내려오는 거다. 즉 칠왕국에게 겨울이란 야만인과 신화적 침략자에게 대항하는 생존 전쟁의 계절이고, 스타크 가문과 그 영지의 주민들은 겨울이 오는 것을 감시하며 전투력을 보존하는 사람들이다.

 

 

칠왕국의 아홉 가문은 각자의 가치관에 의해, 각자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이 스케일 넓은 이야기와 이 이야기를 위해 창작된 세계가 <왕좌의 게임>의 첫째 덕목이다. 그리고 스타크 가문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모두 완성도 높게 창조되었다. 이 캐릭터성이 둘째 덕목이다. 그리고 <트루 블러드>와 마찬가지로, 표현 수위가 높다. 만세! HBO의 장점은 표현 수위에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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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 가문의 라이벌이자 적인 라니스터 가문의 이단아인 난쟁이 티리온. 

[왕좌의 게임] 드라마에서 가장 완성도 높게 형상화된 인물로, 

배우 피터 딘클리지는 스타덤에 올랐다.

 

 


 

- 멘탈리스트(the Ment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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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 방영

한국에서는 tvN에서 시즌5 방영중

시즌5 방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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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심리학과 최면술이 녹아든 연기. 여유로운 호흡. 매력적인 캐릭터.

단점 : 지나치게 여유롭게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

 

 

<왕좌의 게임>도 그렇고, <멘탈리스트> 역시 상당히 유명한 편이다. 물론 ‘국민 미드’(?)라 할 수 있는 <CSI> 시리즈만큼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래서 미드 문외한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멘탈리스트> 정도는 기초 교양에 속한다. <CSI> 시리즈의 시청률을 눌렀을 정도니까. 일단 강렬한 영상미와 수위를 자랑하는 HBO의 드라마와는 달리 편한 미장센을 자랑한다. 그리고, 소재인 ‘최면 심리학’의 세계가 매우 흥미롭다.

 

 

주인공 패트릭 제인은 심리학과 최면술을 독학하여 영매 사기꾼으로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TV 쇼에서 연쇄살인자 레드 존을 도발한 죄로, 아내와 딸을 레드 존에게 잃는다. 그 후 그는 영매를 그만 두고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CBI)의 자문위원이 되어 레드 존을 쫓는다... 이게 메인 스토리다. 그리고 간간이 진행되는 메인 에피소드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보조 에피소드가 뷔페처럼 진열되어 있다.

 

 

일단 메인 캐릭터인 패트릭 제인이 여유롭고 왠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이라 극의 분위기가 매우 여유롭게 흘러간다. 때문에 시청자 역시 편하게 볼 수 있다. 잔인함도 별로 없다. 그리고 제인이 구사하는 심리학과 최면술은 완성도가 높다. 얼마나 높냐면, 국내 최면술 전문가가 “시나리오 작가팀에 분명 최면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 정도로.

 

 

이 전문가는 최덕성이라는 사람으로, 알케믹 링귀스트라는 닉네임을 쓰며 현재 SLC(스피리추얼 라이프 코칭 센터)의 대표로 있는 사람이다. 최 대표는 심리학자/최면치료사/마술사들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기법들이 드라마 내에 완성도 높게 구현되어 있다고 분석하면서 ‘우리 밑천이 드러난다’고 표현했다. 그가 <멘탈리스트> 1시즌 1화의 도입부를 분석한 글을 읽어보고 싶으면 클릭(링크)해보라. 최 대표는 <멘탈리스트>의 분석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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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최면술사 패트릭 제인 역의 사이먼 베이커. 

그의 연기가 아니면 제인을 상상하기 힘들다.

반장인 테레사 리스본 역의 로빈 투니.

나이든 여자가 언제 귀엽게 보이는 지를 잘 알고 있는 배우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이 얼굴을 봤을 거다.

 

 

 

- 뉴스룸(the New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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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BO 방영

한국에서는 영화채널 스크린에서 시즌 1 방영

시즌2 제작중, 7월 13일 방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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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뉴스 현장의 재현. 매력적인 캐릭터와 러브라인. 대사의 완성도. 밀도 높은 구성.

단점 : 미국식 농담과 미국 정치 이야기가 이해하기 힘들 수도. 대사의 양이 어마무지.

 

 

표현 수위가 무제한이라는 HBO지만 맨날 벗고 찌르는 드라마만 만들고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명프로듀서 아론 소킨의 <뉴스룸>은 그렇게만 해석할 수 없다. 사회에서의 언론 기능과 그 언론을 만들어내는 언론 엘리트들의 자세에 관해 다루는 이 드라마는... 이렇게만 설명하면 지루해 보이지만 매우 밀도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일단 한국 관객에게는 인물 간에 얽히는 러브라인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려는 주인공들의 노력은 자꾸 한국의 언론 현실을 떠오르게 한다. 인종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 몰입이 쉬우며, 군데군데 삽입된 개그 요소도 좋다. 영미문학에 조예가 있다면 고전 문학을 자주 인용하는 대사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에밀리 모티머가 연기하는 프로듀서 맥켄지 맥헤일 캐릭터는 <멘탈리스트>의 테레사 리스본과 더불어 ‘나이든 귀여운 여인’의 쌍두마차다.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고 등 미국의 실제 사건을 사용한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다.

 

 

<뉴스룸>의 재미는 일단 잘 짜인 구성과 정치적인 주제인데, 전자는 직접 봐야 알게 되는 것이지만 후자는 아래의 영상으로 소개 가능하다. 1시즌 3화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인 캐스터 윌 매커보이가 뉴스를 시작하며 말하는 ‘대국민 사과문’이다. 방송 성립의 역사적 맥락과 자신이 처한 현재 방송 환경에 대한 통찰이 묻어나는 명문이다.

 

 

 

자막의 오탈자를 고쳐주고 싶은 내 강박관념!

 

 

 

- 빅뱅 이론(the BigBang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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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 방영

한국에서는 OCN에서 시즌 5까지 방영 (시즌 전편 방영 방식)

시즌 6 방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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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개그 충만. 캐릭터 웃김. 아기자기한 이야기.

단점 : 농담의 소재 중 과학 관련은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nerd란 단어가 있다. geek이란 단어가 있다. 우리가 덕후라거나 매니아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영어권 사람들이 나름 구분지어 사용하는 단어다. 저 단어들의 의미 차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geek이 좀 더 긍정적이고, nerd에는 바보라는 뉘앙스가 섞여 있다. 그리고 <빅뱅 이론>은 네 명의 너드(nerd)들의 이야기다. 자기의 선호 분야에는 천재적이고 전문가이지만 그 외의 다른, 특히 사회성 면에서는 약간 모자라는 사람들의 시트콤이다.

 

 

이론물리학자, 실험물리학자, 천체물리학자, 공학기술자의 네 친구는 모두 과학 너드로, 당연히 이지메 경험이 있고 당연히 여성과는 인연이 없고 당연히 게임과 만화와 SF영화의 광적인 팬이다. 그리고 두 물리학자가 사는 방 바로 앞에 배우를 꿈꾸는 금발 미녀가 이사 온다. 그들이 인사를 하고 농담을 나누고 친구가 되고 러브라인이 만들어졌다 깨지고 하는 일상의 모습. 행복한 너드들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 구도는 시트콤의 전형을 그대로 따른다.

 

 

차이점은 이론물리학자 셸든 쿠퍼로 대표되는 캐릭터다. 극에 등장하는 과학계 종사자들은 심오한 과학 이론을 대중문화 코드와 버무려 농담과 개그의 소재로 사용한다. 이들 사이에 등장한 배우지망생 페니의 캐릭터가 합쳐져 과학과 너드에 대한 다종다양한 개그가 생산 된다.(물론 성적인 개그도) 이 퀄리티가 매우 높아 <빅뱅 이론>은 이미 전설이다. 현재진행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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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파슨스가 연기하는 셸든 리 쿠퍼의 캐릭터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사실상 극의 중심으로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간다.

유행어 중 하나 “Bazinga!”는 사람 놀리는 의미의 감탄사다.

 

 

물론 <빅뱅 이론>을 코미디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잔혹한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가끔 있다. 아마도 나?

 

 

 

 

<빅뱅 이론>은 녹화를 스튜디오 라이브로 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방청객을 받아들여 그들 앞에 마련된 스튜디오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그걸 편집한다는 것. 즉 이 극에 삽입된 웃음소리는 실제 방청객들의 반응이라는 의미다. 때문에 작가과 배우가 준비한 개그 요소가 잘 먹히지 않으면 즉석에서 고치기도 한다. 물론 이 방청 티켓은 매번 매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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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동포여 오오... 갖고 싶소, 저 점퍼!

 

 

 

 

외모로 승부하는 소프트한 미드에서, 차별화된 캐릭터와 소재로 승부하는 미드로, 좀 더 심화된 과정을 밟았다.

 

 

미드 테마의 마지막 편인 다음 주 미드-3에서는 제대로 하드코어한 이야기를 다루는 미드로 넘어가 입문의 마침표를 찍어보도록 하자.










카인

트위터 :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