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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마지막 달도 어느덧 기울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 경제 문제들을 관통했던 키워드를 통해서 한해를 되짚어보도록 하고, 다음 글에서는 이를 통해서 내년을 예측해보도록 하겠다.



1.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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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 이슈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면, “정치가 경제를 철저히 지배한 해”였다. 영국 브렉시트 주민 투표, 미국 대선, 이탈리아 주민 투표 등 굵직한 투표들이 즐비했었고, 소위 전문가들의 예측이 대부분 엇나갔다. 특히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에서는, 주류 언론에서 잘 다뤄주지 않던 소수라 할 수 있는 트럼프와 영국 EU 탈퇴파 등이 승리하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글에서도 한번 다룬 바 있지만, 나는 이러한 선거의 이변을 잘 보호 받지 못한 이들의 저항이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주류 정치권과 언론에서 묘사하는 대로 고분고분 “옳아 보이는” 선택지를 골랐던 모범생 같았던 유권자들은, 올해에는 반발심에 의해 반대의 선택지를 골랐다.

 

그간 대중에게 올바르고 진리처럼 비쳐왔던 가치들, 이를테면 세계화와 자유무역 등은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던 괜찮은 직장들의 수를 줄여나갔고, 무한한 경쟁을 강요했다. 미국 경제가 굳건했고,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모두들 이런 문제들에 둔감했다. 소위 기술의 혁신이 새로운 IT 제품을 쏟아냈고, 중국에서 값싼 공산품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넉넉하게 해줬으니까.

 

문제는 2008년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는 고점을 찍었고, 더 이상의 팽창이 일어나지 않자 사람들은 지금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왜 2008년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돈놀이를 했던 은행들의 주가가 회복되는 동안, 사라진 정규직 일자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가? 왜 미국 주식시장은 역대 최고점을 향해가는데, 국민들의 소득은 늘지 않는가? 이런 물음을 미국과 영국의 유권자들은 주류 경제학의 이론이 아닌 본능으로 떠올렸고, 좀 더 이들의 목소리의 귀 기울여준 반대파에 한 표를 행사했다.



2.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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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노가 결집하여, 전문가들의 예상이 깨질 때마다, 세계 시장은 전율했고, 주식과 금 등의 가격은 크게 요동쳤다.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만약에 내가 산 주식이 내일 세일을 한다면? 기존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그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당장 세일 폭 만큼 손실을 볼 뿐만 아니라,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빨리 손절하기위한 투자자들까지 몰려서 판매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금융자산이라는 건, 시장이 가치를 인정할 때 그 만큼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런 패닉이 벌어지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이러한 정치적 이벤트들이 2008년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준하는 대규모 경제위기로까진 연결되지는않았다. 그 이유는 후술하겠으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변동 폭이다. 브렉시트가 탈퇴로 결정되자, 다우지수는 이틀 동안 900포인트가량 빠졌다.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극적인 승리를 달성하여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자, 장중한 때 S&P지수는 3%가량이 폭락했다.

 

이런 거대하고 일시적인 폭락을 제외하고도, 시장은 올 한 해 크고 작은 위기설을 숱하게 겪었다. 연초부터 중국 경제의 추락설이 대두되더니, 브렉시트 사태를 지나, 일본 중앙은행과 헤지펀드 간의 한판 싸움이 벌어지고, 그 뒤에 세계의 관심은 트럼프 당선으로 말미암은 무역 마찰과 도이치방크 사태 및 이탈리아 은행 연쇄 부실사태로 대변되는 유럽발 경제 위기설로 옮겨갔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올해 유난히도 많은 경제위기 떡밥이 돌아다녔다는 점, 이러한 떡밥에 관심이 쏠릴 때마다 각국 증시가 조정 즉 하락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떡밥이 대규모 경제위기와 같은 극적인 이벤트로 전개되거나 회수되지도 않고 그냥 흘러갔단 점이다.

 

물론 경제가 아주 좋을 때도 위기설이 전혀 없는 태평성대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도 초반 증시가 좋을 때도 더블딥에 대한 떡밥이 꾸준히 돌았고, 매년 위기가 아닌 때가 없을 정도로 늘 시장은 파도와 같은 위기를 넘는다.

 

그러나 이런 일상적인 노이즈를 감안한다 해도, 올해는 그 빈도가 유난히 많았다. 또, 이런 경제 위기설에 매번 힘이 실렸다는 점에서,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비록 올해 경제위기가 닥치진 않았으나, 경제위기로 향하는 해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수십 년간 반복되온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시장은 알고 있다. 10년 이상 위기 없이 세계 경제가 순탄히 넘겼던 적도 없거니와, 2008년도 그이전부터 쌓인 크레딧(여기서부터 레이 달리오가 말한 how economic machine work와의 접점이 생긴다. 혹시 아직 못 본 독자가 있다면, 지난 기사 및 동영상을 참고하시라), 그리고 이후 회복기에 쌓인 막대한 빚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후에 더욱 심각해졌다.

 

위에 언급한 떡밥들은 비록 잠시 잠시 잊혀졌지만, 근본적인 부채 과다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한 나중에 다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저 불발탄일 따름이지만, 어떤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연쇄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전조 혹은 복선들이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시장이 하나하나 반응했던 것이고, 이는 시장의 공포의 표현일 따름이라고 볼 수 있다.



3.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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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키워드에서 나는 각국에서 일어난 정치적 이벤트를 그간 소외받은 이들의 분노로 정의했다. 그리고 두 번째 키워드에서 나는 이 사태들과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공포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현상을 좀 더 물러서서 바라보면, 이상한 점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바뀐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는 당시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투자자들을 몰아넣었다. 그래서 그 만큼 패닉을 일으켰던 것인데, 이후 세계증시는 곧 회복했다. 심지어 당사자인 영국의 FTSE인덱스도 연초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올랐다.

 

미국 대선에서 시장이 지지하던 힐러리가 낙마하고, 예측불허의 트럼프가 당선된 날, 증시는 초반 하락을 모두 극복하고 오히려 올랐다. 트럼프가 당선인으로써도 꽤 과격한 발언과 돌발행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증시는 오히려 최고치를 향해 가고 있다.

 

안전 자산으로써 시장의 공포와 비례하는 금의 가격은?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때 고점을 찍고 바로 떨어졌다. 역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며 각종 채권의 가격 역시 떨어지고, 위험자산인 주식은 올랐다.

 

왜?

 

지금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답은, “지금 당장은 괜찮기 때문”이다. 영국의 차기 수상에 오른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주민투표를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못밖으면서도, 유럽연합과의 협상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었다. 몇 년은 걸릴 과정이니, 시장에 안심하라는 제스쳐였고, 이내 시장은 침착해졌다. 미국의 트럼프 역시 당선 직후 시장 친화적인 비전을 보여주며, 대규모 공공사업과 조세감면을 약속했다. 이는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는 주식투자자 입장에선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들이다.

 

물론 몇 년 뒤에 영국이 정말로 유럽연합에서 나간다면? 미국의 공공채무가 엄청나게 커진다면?

 

지금 금융시장이 누리는 안정은 매우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지금으로썬, 나쁠 게 없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이다.

 

여기서 겻들이자면,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뒤로 미루고 현재에 집중하는 유예전략은 각국의 경제정책을 보면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 올 초 연 2회 금리 인상을 약속했던 미국 연준은 올해 12월에 가서야 한번 올림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그래 놓고선 머쓱한지 내년에 연 3회 금리를 올리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이는 내년 가봐야 알 문제다.

 

  • 중국 정부는 떨어지는 위안화가치의 하락 속도를 막기 위해 올 한 해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쉐도우렌딩이나 공기업 규모 축소, 부동산 거품제거와 같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매우 더딘 편이다.

 

  •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일본, 여기에 부실 자산문제가 추가된 유로존 역시 현상유지의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양쪽 다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라는 두 뽕의 의지한 체 현상유지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세계 경제가 전부 이 모양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전략은 대충 비슷하다. 일단은 1) 시장이 불안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준하는 어떤 엄청난 불쏘시게(Catalyst)를 찾을 수는 없고, 트럼프가 돈을 푼다니 찾아온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당장은 주식을 사서 돈을 버는 것. 그리고 그나마 2) 상대적으로 멀쩡하고, 실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도 상대적으로 잘 버틴 달러를 소유하는 것.

 

이 두 가지 행위로 귀결되어왔다. 그래서 주식가격만 놓고 보면 계속 오르고 별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최근 주요 환율을 보면 달러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그 외 나머지 통화들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올해 경제이슈들의 대한 결산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를 토대로 내년 경제에 대한 예측을 해볼까 한다. 궁금한 문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댓글 달아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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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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