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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결산 1편: IT 기반기술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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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년 4차 산업혁명이 최대 화두였다.

 

 

0. 이슈 전쟁

 

정말 세상이 바뀌었다. 연말분위기가 작년과 다르다. 이번 겨울, 주말은 온전히 개인의 것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달리 연말 모임이 잦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올 한해 이슈는 작년과 다르지 않게 국정에 있었다. 다르다면 긍정적인 것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팟캐스트 순위만 보더라도 상위권은 시사, 정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 SNS 열기는 식지 않았고 청와대 마저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작했다. 종편 JTBC가 국정농단의 포문을 열었지만 공중파, 종편 뉴스의 영향력은 다시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비현실적으로 가까워진 것 같아 좋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의 짓거리는 변한 게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도 비슷하게 떠들었던 스마트공장을, 말을 약간 바꾸어 4차산업혁명으로 떠들어 대는 것이 필자에게 짜증의 빈도수만 올릴 뿐이다. 그런 탑다운(top-down) 헛소리는 물론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0수년 전에 국가에서 밀고 있던 정책 산업은 ‘로봇’이었다. 온갖 수식어로 ‘미래산업은 로봇이 될 것이다’라고 언론에서 떠들어 댔다.

 

과학문화가 척박한  땅에서 로봇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즘처럼 뜨거운 적은 없었다각종 언론매체에선 연일 로봇을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엔진이라 치켜세우고, 당장 상업적으로 도움이   듯한 로봇 기초 프로젝트에도 수 천 억 원의 정부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이처럼 로봇이 갑자기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21세기 세상을 바꾼다는 로봇기술에 대한 과학적 관심한국에서 나랏돈을 수 천 억 씩이나 쏟아 붓는 프로젝트가 순수 과학탐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요즘 로봇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진짜 배경은 어려워진 경제상황 때문이라 봐야 한다.

 

고도성장을 구가해 온 한국경제는 최근    급부상한 중국경제의 추격 앞에 서서히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자동차와 조선반도체가전 한국경제를 이끄는 간판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시급히 찾지 못할 경우 우리는 10  먹고  길이 막막하다한국의 로봇열풍을 들여다보면 작금의 경제난국을 돌파하는데 첨단 로봇산업이    것이라는 대중들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없다.  (중략)

 

<전자신문 2004. 11. 5.> (원문 링크)

 

 

위 기사는 무려 13년전 기사인데 언론은 지금도 위와 별 다르지 않는 논리로 4차산업혁명, IOT 기술 등 현 트렌드 용어로 바꿔 확대 재생산 하고 있다. 언론, 고위 공무원들의 마인드는 10년 전 아니, 30년 전하고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의 영화, 음반 산업 그리고 컴퓨터 산업의 원동력은 미래 먹거리 창출로 빚어진 게 아니다. 노예 후예들, 부랑자들, 소수인종 그리고 순수하게 탐구에만 골몰했던 긱들(Geeks)이 지금의 미 서부 르네상스를 만들어냈다.

 

IT를 결산하랬더니 시작부터 부정적인 말을 해서 죄송하다. 변명하자면 올 한해에 눈에 보이는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반 농담이다.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올해의 기술들로 선정한 것들은 이상하게도 그 기술을 향유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요하고 있다. (이는 올해 나온 iPhone X가 올해의 제품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필자는 올해의 기술로 블록체인 기술, 스트리밍 음악, 영상 전쟁을 언급하려고 한다. 스트리밍 음악은 1억 명 유료가입자가 돌파하였고 UHD는 본격적으로 방송되려면 인프라가 더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전자화폐 또한 마찬가지. 이 기술들은 기반기술로 내년에 바로 우리 곁에 오지 못한다고 해서 절대 놀라울 일은 아니다.

 

모든 기반기술의 결정적인 역할은 ‘대중’에 있다. 결국 기반기술은 기술(질)이 향상하기 위해 사용자(양) 수가 결정하는 기술들이다. 이런 기반기술의 확산을 위한 고도화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대통령만 바뀌었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바뀐 게 전혀 없어 보인다. 10년 전과 달라진 대중과 IT 기술과 달리 여전히 고루하다. 사회 변혁은 기득권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술혁신의 대부분이 질보다 양에서 결정된다고 했는데 2017년 그 시작을 알린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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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

 

 

 

1. 급부상한 전자화폐 기술, 블록체인

 

자원은 유한하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무한한 것으로 본다. 돈으로 구입하는 상품은 유한한 자원에서 얻어진다. 어디에든 있는 것, 정확히 말해 구입 가치가 없는 것은 상품이 될 수 없다. 유한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돈은 그 자체로도 가치 보존을 위해 ‘유한’해야 한다. 올해 팟캐스트와 공중파 통틀어 가장 핫 한 인물 중 한 사람이 ‘김생민’이었다. 김생민의 생각은 소비 욕망을 절제하는 것에 있다.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돈(수입)이 유한하기에 소비하는 돈은 더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자본주의가, 아니 상품 판매자가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기 때문에 욕망의 절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더리움, 비트코인 같은 전자화폐의 등장은 블록체인 IT 기술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헛점을 간파한 것이 전자화폐 급부상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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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거래 방식과 블록체인 방식의 거래내역의 차이 (이미지출처 : SW중심사회)

 

 

블록체인(Blockchain): ‘블록’(Block)들을 ‘사슬’(Chain) 엮은 이때 ‘블록 개인과 개인의 거래(P2P) 데이터가 기록되는 장부(Database) 되는 것이며이런 블록들은 형성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연결된 ‘사슬’ 구조를 가지게 된다거래명세를 담은 블록들이 사슬로 이어져 하나의 장부를 이루게 된다.

 

모든 거래는 중앙에서 컨트롤 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상에서 운영된다.

 

<참조: MSIT 웹진(과기부)>

 

돈은 유통되면서 ‘수수료’를 발생시킨다. 이는 돈의 유통과정이 매우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개인, 회사와 회사, 국가와 국가간 돈 거래를 거치는 것은 기술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돈은 그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하면서 엄청난 수수료를 중앙은행 같은 유통자가 약자인 거래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미 권력을 쥔 유통자는 유통하는 그 자체로 엄청난 수익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구조가 기존 중앙은행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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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도박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자본주의를 수호하면서 동시에 파괴하려고 한다. 자원으로써 ‘돈’이 유한하다는 자본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자본주의의 상징인 ‘은행’의 유통거래 수수료 수익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근본 취지가 어찌 되었든 간에 올해 특히 국내에서 ‘비트코인’ 상품은 빅 히트를 치게 된다. 비트코인에 인생을 몰빵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씁쓸한 입맛이 다셔지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겠다.

 

지금의 중앙은행 시스템은 블록체인 기술 등장으로 기존의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할 수 없을 것이다. 정반합으로 은행 스스로 개혁이 일어나든지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전자화폐로 전복이 일어나든지 하겠지.

 

 

2. 시간이 돈이다. 스트리밍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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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음악 산업이 2017년 현재 1억명을 돌파했다

 

 

자본주의 발달로 ‘시간’ 그 자체마저 ‘상품’이 되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소중한 시간을 운운하는 수준이 아니다. 임대산업은 그 역사가 오래되어 시간이라는 상품이 예전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컨텐츠 구입을 위한 소비는 개인의 소유를 기반으로 해왔다. 책장이 없는 가정집이 없듯이 말이다. 기존 컨텐츠 소비에 있어 향유에 최적화 된 컨텐츠인 영화는, 극장에 가서 시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이긴 했지만, 집안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보기 위해서는 개인이 소유해야 했다. 아무리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다 해도 좋아하는 컨텐츠를 자기 방에 두고 소유해야 하는 것이 사람의 욕망이다. 인간에게 만족감을 주는 컨텐츠는 항상 소유의 대상이 되기에 적합한 상품이었다. VCR, 레코드, 소니의 워크맨 등이 가정과 개인의 필수품이 된 배경에는 인간의 소유욕망에 기인한 면이 크다.

 

하지만 모든 컨텐츠를 손 안으로 머물게 한 2010년대 스마트폰 등장 이후 컨텐츠 경험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소유에서 향유로 말이다.

 

필자는 소비자의 컨텐츠 비용 부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1) 구독형: TV 수신료, 잡지, 셋탑박스, 유선 방송, 신문, (스트리밍 컨텐츠)

 

2) 광고형: 라디오, TV 광고, DMB, DAB(Digital Audio Broadcast), 배포형 신문, (스트리밍 컨텐츠)

 

3) 개별 콘텐츠형: DVD, LP, CD, 책, 극장, (다운로드 컨텐츠)

 

컨텐츠 소비자가 컨텐츠를 구입할 때 위 3가지 방식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컨텐츠 등 정보 이용에 있어서 의식없이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하는 행위는 매우 의식된 행위이지만 지하철 안 디스플레이에 보여지는 광고를 동반한 영상 뉴스를 보는 것은 적극적인 컨텐츠 구매행위는 아닐 것이다. 이렇듯 컨텐츠 구입과 소비는 기존의 유형의 상품과 다르다. 컨텐츠의 형태는 인터넷의 대중화로 보다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음반 산업이다.

 

디지털 이전의 음악 소비의 대표격은 LP, CD 등, 음반 상품이었다. 라디오, TV에 노출된 음악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유형의 컨텐츠인 LP, CD 등을 구매해야 했다. 1990년대 말 냅스터는 기존의 기득 세력을 철저히 파괴했다. 음반사가 냅스터를 상대로 고소에서 이긴 건 별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CD 시장은 붕괴되었고 음반사는 우왕좌왕 했다. 그 사이 얍삽한 잡스는 iTunes Music Store라는 일종의 정반합으로써 기득 세력이 반발할 수 없는 ‘다운로드 컨텐츠’ 시장을 개척하게 된다.

 

디지털 컨텐츠 등장 후, 특히 음악은 개별 컨텐츠 다운로드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컴퓨터에서 다운 받아, 인터넷이 연결 안 되는 iPod와 같은 MP3 플레이어를 주로 이용했던 시기에는 음악은 파일로 존재해야 했다. 2007년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근래에 와서 네트워크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결국 인터넷 속도는 고음질의 음원을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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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등장한 바로 다음 해인 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iTunes의 한 곡당 $0.99의 개념을 10년에 걸쳐 무너트리고 있다. 무료인 듯 무료가 아닌 상품을 만든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또 다른 광고+구독형 서비스다. 지불하지 않아도 모든 곡을 들을 수 있지만 유료인 프리미엄(premium) 사용자가 되어야 광고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에 매월 돈을 지불하는 가입자가 2017년 6천만 명을 넘게 되었다. 그 뒤로 애플뮤직이 3천만 명, 기타를 포함하면 유료 가입자가 1억 명이 된다.

 

컨텐츠 사용료가 통신료처럼 된 건 엄청난 변화이다. 사람들이 음악 컨텐츠를 소유가 아닌 향유를 위한 서비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예로 사용자들은 스트리밍 음원 코덱이 기술적으로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MP3 플레이어가 유행했었던 90년대 중/후반에는 음원 플레이어 소유자가 다운로드 받은 음원이 재생되는 것이 중요했다. 소니의 디지털 음원 플레이어인 네트워크 워크맨의 경우 자사의 ATRAC 코덱을 밀다가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서 폭망하게 되었다. 애플의 아이팟이 성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MP3를 기본 코덱 중 하나로 밀었기 때문이다.

 

반면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음원은 MP3가 아닌 Ogg Vorbis q5 코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Ogg 코덱은 MP3 뿐 아니라 애플에서 밀고 있는 M4A(AAC)보다 인지도가 낮은 코덱이다. 스포티파이가 OGG를 쓰는 이유는 MP3와 AAC와 달리 오픈소스로써 라이센스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점도 있지만 음원을 듣는 방식이 바뀌면 코덱은 굳이 중요하지 않다는 명민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소유의 개념이 들어간다면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었던 파일 점유율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월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바뀌게 되면 더 이상 가지고 있는 파일들은 의미가 없다. 그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느냐만 중요한 것이다. 마치 통신처럼 말이다.

 

스트리밍 전쟁에서 애플은 1위인 스포티파이의 절반의 고객만 가지고 있다. 물론 다운로드 컨텐츠를 그냥 버릴 수 없어 2015년 중반 이후에 시장에 접근한 것 치고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IT 시장만큼 승자독식이 철저히 지켜진 경우는 드물다. 애플은 올해 스트리밍 음악에서 스포티파이를 넘어서기 위해 고유 컨텐츠 제작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였고 음악 인식 프로그램을 만든 Shazam을 12월 초에 인수하게 된다. 샤잠의 인수가 추후 애플 뮤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으나 애플 뮤직 자체도 헤드폰회사 Beat사를 인수 1년만에 정비한 후 나온 서비스이니 그 행보가 어찌 될지 궁금하다.

 

스트리밍 음악 산업은 매인스트림에 이제 막 진입하기 시작했다. 다만 한국 음반산업이 지저분한 대기업들의 양아치 짓으로 더럽혀져 한 걸음도 못 나가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양아치 짓거리는 여기에 낭비하며 쓰기도 싫다. 한번 찾아 보시길. 애플을 싫어하더라도 애플뮤직이 한국에 들어올 때 음반 유통사들이 했던 짓거리는 그야말로 국치다. 그리고 그 짓거리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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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Cut Pro X 10.4에서는 HEVC를 정식 지원한다

 

 

3. 영상 코덱 전쟁, HEVC(H.265)

 

2017년 9월 UHD TV(4K 해상도)를 지원하는 Apple TV 4K가 (드디어) 선보였다. 애플은 4K 지원에 매우 미온적이서 iTunes Store에서 판매하는 동영상이 근 10년 가까이 최대 해상도가 FHD(1080p)였다. 애플은 Final Cut Pro라는 대표적인 영상제작 툴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는데 2011년 Final Cut Pro X의 등장이 4K 영상제작을 가속화 한 주역임을 생각해보면 모순적이다. Apple TV 4K가 2017년 하반기에 등장한 건 아마존, 구글 등 다른 경쟁사보다 몇 년은 뒤쳐진 것이다.

 

애플이 4K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보수적이었던 이유는 H.265로 알려진 HEVC 동영상 코덱이 애플 전 제품에, 특히 iPhone에 적용되길 바래서이다. HEVC 코덱이 산업표준이기도 하지만 애플이 미는 근본적인 이유는 애플에서 생산하는 모든 하드웨어에 HEVC를 최적화 시키기 위해서다. 동영상 코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기술이 포진되어 있다. 이는 동영상을 저장하는 데 있어서 압축하지 않으면 정보량이 어마어마하여 스마트폰은 커녕 데스크탑의 하드디스크로도 저장공간이 모자르다. (지금 보는 영상들은 모두 압축된 파일이라고 보면 된다.)

 

4K는 FHD(1080p)에 비해 4배의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FHD(1920X1080) 2시간 영화 한 편이 H.264의 경우 약 5기가 정도 되는데 4K(3840X2160)로 영화를 보려면 20기가 정도가 필요하다. H.264도 압축률이 좋은 코덱이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 및 4K 영상 대중화를 위해서 H.264보다 고효율의 코덱이 필요하다. 압축률이 좋아지면 저장공간은 적게 차지하지만 압축을 풀어 영상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훨씬 많은 CPU 자원이 필요하다. H.265의 경우 H264에 비해 절반의 크기를 차지하지만 압축을 푸는데 5배의 시간(연산)이 걸린다. 애플은 CPU(AP)에 H265를 처리하는 데 있어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기 버거우니 이를 위한 별도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AP에 넣었다. 애플은 어찌 되었든 동영상 코덱에서 HEVC에 완전히 올인했다고 보면 된다.

 

하드웨어 가속, 소프트웨어 지원 등 모든 여건이 갖추어지자 애플은 Apple TV 4K를 이제 내놓으면서 iTunes Store에 HEVC 코덱으로 제작된 4K 영화를 Apple TV 전용으로 선보이게 된다. HEVC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뿐 아니라 애플에게서도 지원을 받게 되어 동영상 코덱에 있어서 어느정도 우위를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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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오픈소스 동영상 코덱인 webm을 확산하고자 분주하다

 

 

위에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회사 스포티파이는 음원 코덱을 라이센스 비용이 없는 ogg로 선택했다고 언급했다. 동영상에 있어서도 HEVC의 경우, MP3와 AAC 처럼 라이센스 비용이 발생한다. 스트리밍 보다는 퀄리티를 우선시하는 방송국과 달리 IT 기업, 특히 웹이 전부인 구글에서 HEVC는 라이센스 비용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다. 구글은 Youtube라는 거대 동영상 플랫폼을 손에 쥐고 있어서 라이센스 비용이 여간 아까운 것이 아니다.

 

구글은 라이센스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ebm을 제작한 On2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Webm은 오픈소스 동영상 코덱으로 현재 HEVC를 대적하고자 VP9을 선보였다.(다음 버전인 VP10은 Alliance for Open Media 규격인 AV1 코덱에 통합이 예상된다) Youtube는 HTML5 플레이어를 도입하면서 Webm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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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1 진영: 구글,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라이센스 비용으로 동영상을 다루는 회사(기관)들이 양축으로 갈리게 되는데 애플과 방송사는 Mpeg LA(HEVC 라이센스)와 IT 기업에서는 Alliance for Open Media(AV1, Webm은 라이센스 무료)로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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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VC 진영: 애플과 한국 산학연이 주도하고 있다

 

 

HEVC의 이점은 어쨌든 세계 최대 동영상 편집 툴 개발사인 애플이 버티고 있고 BBC, KBS 등의 방송사와 삼성, SK, KT, ETRI, KAIST 등 대학들, HUMAX 등 한국 산학연이 HEVC 진영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AV1 진영은 전세계 최대 웹서비스사인 구글이 버티고 있으며 그 뒤로 인텔, MS 등 IT 기업과 뜨고 있는 아마존*, 넷플릭스가 포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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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위: 아마존 파이어TV, 우위 애플TV, 좌아래 로쿠, 우아래 크롬캐스트

 

 

아마존은 자사 스토어에 2015 10월에 갑자기 구글의 크롬캐스트와 애플TV 판매를 중단했다그러다 2017 12 중순에  제품을 다시판매하기로 결정했다재미있는  아마존과 구글은 둘 다 동영상 코덱에 있어서 같은 컨소시엄에 속해 있으나 내부적으로 매우 복잡하다아마존 또한 파이어TV 셋톱박스를 판매 중인데 아마존이 구글의 크롬캐스트 판매를 중단하자 구글은 파이어TV(에코 )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 공포했었다결국 아마존이 구글에 꼬리를 내린 셈이지만 둘 간 겹치는 사업이 갈수록 많아 것이다구글과 아마존은 애플과 함께 홈오토메이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아마존이 견제 차원에서 구글에 대들다가 쪽만 팔린 사건이다.

 

 

우리나라 UHD 방송 준비는 4년 전인 2013년에 시작했을만큼 오래 되었다. HEVC 지원에 있어서 한국은 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는 UHD TV 주 제조사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내 방송표준은 난항도 이런 난항이 없다. 방송 3사와 유료채널사는 재송신수수료 협의로 서로 지저분한 싸움을 현재도 하고 있으며, 통신 3사는 유효 주파수 대역인 700MHz를 LTE에 사용해야 하기에 UHD에 양보할 수 없다고 하다가 2015년 7월에 이르러서야 합의를 했고, 2014년엔 유럽방식인 DVB-T2 방식을 송출했다가 2015년에 미국식인 ATSC 3.0이 정부, 업계, 학계에 표준방식으로 채택되자 방송사는 ATSC 3.0으로 송출하게 된다. 어느정도 교통정리 후 2016년 7월 26일 미래부는 미국 표준인 ATSC 3.0을 국내 표준안으로 하였다. 유럽식 표준 DVB-T2 지원했던 2016년까지 생산했던 UHD TV는 이제 무용지물이 된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지상파 3사의 전세계적으로 유일한 UHD 표준 암호화 발표다. 안테나 수신으로 UHD 방송을 볼 수 없고 암호해제가 가능한 셋톱박스를 구매해야하고 국내용 UHD TV를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녹화같은 건 이제 물건너 갔다. 아직 더 구체적인 소식이 없으니 만약 재수 없이 채택된다면 전세계적인 비아냥을 들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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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R&D에서 기반기술역할(국가 기반기술 확보 전략 및 추진방안_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발췌)

위 그림에서 보면 기반기술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시장 실패의 위험을 감소하기 위함이 돼야 한다

 

 

4. 기반기술의 미래

 

이번 IT 결산은 2017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한 꺼풀 걷고 보면 이는 미래를 위한 기술전쟁이라 볼 수 있다. 전자화폐는 기득권 중앙은행에 도전하고 있으며 스트리밍 음악은 인간의 컨텐츠 소유를 향유함으로 탈바꿈 하고 있으며, 동영상 표준 및 방송 표준은 국가간 기업간 자기 기술을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각 문단 마지막마다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 했다. 한국은 그야말로 다이나믹 코리아이긴 하다. 전자화폐, 특히 비트코인에 이례없는 비정상적 투자를 하고, 음악 산업은 음원배급사가 나몰라라 행패를 부리고, HEVC 특허들에 빛나는 우리 기술 저력과 그 반면의 방송송출에 대한 방송 3사의 아귀다툼을 본다.

 

위 3가지 기술들에는 숨겨진 키워드들이 있다. 전자화폐의 블록체인 기술, 스트리밍 서비스, 고해상도 동영상 기술은 사용자 기반 빅데이터 기술을 발달시키고 영상 처리 기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로 자리 잡아 인터넷 기술을 급격하게 발달 시킬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기반기술에 대한 이해에 정부가 얼마나 엉뚱한지 알 수 있다. 4차산업혁명 같은 뜬 구름식 키워드는 중간에 강의로 먹고 사는 사람들만 육성할 뿐이다. 창조경제로 박근혜 정부 내내 헛소리 했던 언론, 공무원 그리고 어용학자들이 얼마나 이 땅의 기반기술 풍토를 망쳐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반성도 없이 새로운 키워드가 나오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주워들은 소설로 게거품 물며 떠들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사기꾼의 전유물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다음 편은 2017년 최대 떡밥인 4차산업혁명에 대해 알아보겠다.

 


 

 

한번에 보는 딴지 2017 결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