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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릴 때도 되었지만 알아야 할 BL 상식

 

BL(Boys Love)
(잘생긴) 남자와 (잘생긴) 남자가 지지고 볶는 이야기. 인생이 재미없을 때 꼭 한 번 쯤은...

 

공(功)
'공격'의 줄임말. 모든 관계에 있어 '공격하라!'는 느낌.

 

수(受)
'수비'의 줄임말로 공의 반대말이자 반대 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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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면, 1편에선 'BL로 일본어를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2편에선 '(일본어가 늘었는지를 JPT 시험으로 판가름하기로 했으니) JPT 개론'을 했다. 처음부터 일본어 공부인 척 하는 BL 영업하기라는 걸 (나는) 알고는 있었으나 너무 심취해버린 나머지 무언갈 간과했다.

 

① 세상에는,

 

撫でてくれ (쓰다듬어줘)

いっちゃダメ (가면 안 돼)

ココかよ (여긴가)

召し上がってください (맛있게 드셔주세요)

 

일본어라곤 이런 거 밖에 모르는 사람이 있다.

 

② 설마하니 이 글을 진짜로 공부하려고 보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

 

나조차도 일본어 기초문법을 위해 학원을 다녔거늘(시작부터 JLPT N3를 따놓은 상태였고), 일본어의 'ㅇ'도 짚고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명색이 ‘일본어 공부’인데 일본어라고는 1도 없었으니, “일본어는 학원에서 배우거나 독학하세요.”라는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시늉이라도 내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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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굉장히 늦었지만 일본어 공부에 화력을 쏟기로 하였습니다.

 

 

 

붕어 없는 붕어빵 같은 일본어 상식

 

1) 세 가지 문자(히라가나, 가타카나, 한자)를 쓴다

 

‘일본어!’라고 하면 보통 지렁이 굴러가는 글자(히라가나)를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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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초서체를 기반으로 만든 히라가나

 

그것 말고도 한자와 비슷하게 생겨서 더럽게 안 외워지는(그냥 못 외우는 것임) 가타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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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간단하게 만든 문자인 가타카나

 

대망의 한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한자보다 획수가 조금 적은 신체자를 쓰지만 하나도 고맙지 않으니 제발 한자를 멈춰주세요.

 

이 세 가지 문자를 때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다보면 아래와 같은 혼돈의 카오스가 벌어지곤 한다. 남는 건 문자의 향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 뿐...

 


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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店を出たあと、伊崎はまた葵をタクシーで送ってくれた。もちろんコンビニ前でとめてもらい、アパートには近づかないように気を遣う。
「また誘ってもいいかな。こんどはイタリアンてどうだ?」
そう言ってくれるということは、伊崎も楽しかったのだろう。

 

(가게를 나온 뒤, 이자키는 또 아오이를 택시로 데려다주었다. 물론 편의점 앞에서 세워 달라고 해서, 아파트에는 다가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또 권유해도 괜찮을까. 다음엔 이탈리안(식당)으로 어때?"
그렇게 말해준 것은, 이자키도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히라가나는 주로 고유어를 표기할 때 사용하고, 가타카나는 외래어를 쓸 때 사용하고, 한자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한자말을 쓸 때 사용한다. 라고 책에서는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로’ 그렇다는 거지 법적으로 제재를 한다던가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굉장히 멋대로들 쓴다. ‘강조’를 이유로 한자 대신 가타카나를 쓴다던가, 화자가 꼬맹이라는 이유로 단어를 죄다 히라가나를 쓴다든가 하는 식이다(아이들이 하는 말은 히라가나로들 많이 적는다. 부정확한 발음까지 그대로 옮겨 쓰면 화가 많이 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 단어에 대해, 한자와 그 한자를 읽는 법까지 죄다 알고 있어야 한다. 원래 한자랑 읽는 법을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아마 일본 애들도 모든 한자를 알진 못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일본 애들도 편한대로 쓰고 모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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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尻はまだ使ってないんで安心してくださいね. ぶ、ちょ、お

(오시리와 마다 츠깟떼나인데 안신시떼 쿠다사이네. 부, 쵸, 오)

(엉덩이는 아직 쓰지 않았으니 안심하세요. 부. 장. 님)

 

여기서 ‘ぶちょお(부쵸오)’는 원래 '部長(부장)'이라는 직급이며, 강조하기 위해 보통 한자로 쓰는 단어를 히라가나로 쓴 케이스다. ‘부장’ 같은 쉬운 단어가 나왔으니 대충 알고 넘어가는 거지만 직급이 '부장'이 아닌 '오피스 허즈밴드'라던가 '기분 내킬 때 좋을 대로 하게 해주는 사원'이라던가 하면, 이게 죄다 히라가나 혹은 가타카나로 표기되었을 때 원래의 뜻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BL에 나온 거라면 마음으로 이해하겠지만...

 

 

2) 어순이 우리나라 말과 똑같다

 

일본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말과 어순이 똑같다'는 점 아닐까 싶다. “나는 밥을 먹었다”와 “私は ご飯を 食べた(와따시와 고항오 타베따).”와 어느 쪽이든 “주어+목적어+동사”순이다. 영어처럼 '나, 먹었다, 밥'을 '나, 밥, 먹었다'로 (머릿속에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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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じやすいのが、恥ずかしくて...

(칸지야스이노가 하즈카시쿠테...)

(느끼기 쉬운 것이 부끄러워서...)

 

위의 문장을 순서대로 해석하면 “느끼기(感じ) 쉬운(やすい) 것(の)이(が), 부끄러(恥ずかし)워서(くて)” 정도로, 순서를 바꾼다던가 하지 않아도 알아듣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학원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일본어는 우리나라 말과 어순이 똑같기 때문에 배우기 쉽다'고 한다면, 겨우 어순 똑같다고 다른 나라 말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거였음 벌써 UN에 들어갔지 방구석에서 BL이나 보고 있겠냐고 답할 수 있겠다. 어순이고 뭐고 단어는 남이 외워주는 부분이냐구...

 

 

3) 말 만드는 게 한국어와 비슷할 때도 있다

 

일본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한국어와 참 다른 게 역시 남의 나라 말이구나, 난 정말 공부가 하기 싫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지만, 대충 훑어봤을 땐 언어의 품사랄지, 말 만드는 방식이 한국어와 꽤 비슷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고 그런다. 뭔가 말투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진짜 자신이 없는 것으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문법을 설명하려는 건지 태어나서 남을 가르쳐본 일이라곤 꼰대질 한 것 밖에 없는데 참 어이가 없고 어처구니도 없어서 그렇다.

 

여하튼 한국어에는 9품사가 있다. 모두 고등학생 때 생활국어 시간을 떠올립니다.

 

명사, 대명사, 수사, 조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그에 반해 일본어는 10품사다. 뭐하자는 거야

 

명사, 형용사, 형용동사(な형용사), 조사, 동사, 조동사, 부사, 연체사, 접속사, 감동사

 

이 중 어미변화가 있는/없는 품사,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는 품사 등으로 나뉘지만, 이런 건 가볍게 생략하고, 기본적인 수준에서 다루는 품사에 대해서만 얘기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밖에 모르기 때문입니다(엄숙).

 

 

① 명사

일반명사, 인칭대명사, 지시대명사를 포함한다. 성별/관계에 따라 ‘나’와 ‘너’의 인칭대명사를 구별하는 게 특징이다.

 

['나'를 뜻하는 인칭대명사]

私(わたし. 와따시): 주로 여성이 쓴다. ‘나 좀 배웠다’하는 중년남성도 쓰는 듯(BL에서 봄). 자매품으로 ‘저’를 뜻하는 ‘わたくし’가 있다.

 

僕(ぼく. 보쿠): 남성이 쓴다. BL에서는 공/수를 떠나서 점잖고 교양 있는 캐릭터가 주로 쓴다. 상대보다 직급/나이 등이 낮을 때도 쓰는 편.

 

俺(おれ. 오레): 역시 남성이 쓰며, ‘僕(보쿠)’보다 좀 더 ‘남자!’라는 느낌이다. 발음부터가 ‘おれ(오레)’쪽이 과격하기도 하고, 좀 더 양아치처럼 보인다(‘오우레’ ‘어레’에 가깝게 발음할수록 양아치력이 상승한다). 젊은 남자가 많이 나오는 BL에선 95%의 캐릭터가 ‘僕(보쿠)’보다 이 쪽을 쓴다. 수 앞에서 ‘僕(보쿠)’를 쓰던 연하공이 잠자리에서 ‘俺(오레)’를 쓰는 게 을매나 발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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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에 따라 쓰는(?) '나' 부르기

 

 

['너'를 뜻하는 인칭대명사]

お前(おまえ. 오마에): 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막된 말씨’. 친구나 아랫사람을 막 부를 때 쓴다. ‘오마에’보다 ‘오메-’라고 부를 때 역시 양아치력이 상승한다. 남자가 남자를 부를 일이 참으로 많은 BL에선 96%의 확률로 ‘お前(오마에)’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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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前を無茶苦茶にして泣かせたい

(오마에오 무챠쿠챠니씨데 나카세타이)

(너를 엉망진창으로 울리고 싶어)

이런 'お前(오마에)'라면 오조오억번을 불러도 괜찮을 것...

 

あなた(아나타): ‘아나타’라고 원음을 살리면, ‘당신’ 정도로 높여 부르는 말이지만 ‘あんた(안따)’ 정도로 부르기도 한다. 손윗사람이긴 한데 때리고 싶은 행동을 했을 때 ‘あんた(안따)’를 쓰는 걸 꽤 봤다.

 

君(きみ. 키미): 동년배나 손아랫사람을 부를 때 주로 쓴다. 화자가 조금 교양 있는 캐릭터일 때 쓰는 걸 많이 본 듯...?

 

手前(てめえ. 테메): ‘お前(오마에)’보다 막 부르는 말. 이런 말을 친구가 나한테 쓴다면 싸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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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やろう(야로우/놈, 녀석)’라고 부르면 때리고 보자

 

 

② 형용사(い형용사) / 형용동사(な형용사)

‘い형용사’는 말 그대로 ‘い(이)’로 끝나는 모습의 형용사고, ‘な형용사’는 평상시엔 명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형용사인 애들로, (형용사로 쓸 때) 뒤에 ‘な(나)’가 붙기 때문에 ‘な형용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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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くて大きい指が

(나가쿠떼 오오키이 유비가)

(길고 커다란 손가락이)

 

'長い(ながい. 긴)'과 '大きい(おおきい. 커다란)'이 모두 'い형용사'로, '長い(나가이)'에 붙은 'くて(쿠떼/~하고, ~해서)'는 'い형용사'의 연결형이다. 하여 다름 아닌 '길고 커다란' 손가락이 되는 것이다. 아무렴 손가락은 길고 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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体が勝手に...

(카라다가 캇테니...)

(몸이 멋대로...)

 

'な형용사'에 'に'를 붙이면 부사를 만들 수 있는데, 여기서도 '勝手(かって. 제멋대로함)'에 'に'를 붙여 '제멋대로'라는 부사로 썼다. BL에서만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勝手(캇테)'는 형용사보다는 부사로 더 많이 쓰는 것 같긴 하다. 어쩜 그렇게 멋대로 하는 일들이 많은지... 라고 하지만 이런 멋대로라면 오백 번이고 환영하겠읍니다.

 

 

③ 조사

띄어쓰기가 없는 일본어에서 (그나마) 문장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친구들이다. 우리나라 말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해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친근감을 갖게 한다. 는 건 역시 초반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배우다 보면 왜 동사에 따라 써야 하는 조사가 바뀌는지 왜 변칙이라는 걸 만들어서 외우게 만드는지 원래대로 쓰면 어디가 덧나는지 언어고 나발이고 몸으로 대화하면 안 되는 건지, 화만 난다.

 

は(와): 은(는)

が(가): 이(가)

の(노): ~의, ~의 것

へ(에): ~에, ~로(방향을 나타냄)

と(토): ~와

も(모): ~도

に(니): ~에, ~에게, ~로(시간, 위치, 방향 등)

 

‘に’는 ‘合う(만나다)’와 같은 특정한 동사 앞에선 ‘을/를’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彼氏に会う(카레시니 아우)”를 직역하면 “그에게 만나다”지만, 동사 때문에 여기서의 'に'는 '를'이 된다. 결론적으로 “그를 만나다”로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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拘束もスパンキングも喜んでやらせる

(코소쿠모 스팡킹구모 요로콘데 야라세루)

(구속도 스팽킹도 기쁘게 하게 해줘)

*구속: 속박하는 것. 자유를 억제하는 것

*스팽킹: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

 

 

④ 동사

우선 1류동사라는 게 있고... 2류동사라는 게 있고... 3류 동사라는 게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생긴 게 다르다(무책임). 그래도 원형이 모두 'ウ(우)'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1류동사(5단동사): ‘る(루)’로 끝나지 않는 동사 / ‘る(루)’로 끝나도 바로 앞 글자가 ‘え(에)’단이 아닌 동사 / 예외 1류동사(생긴 건 2류동사인데 사실은 아닌 애들)

ex) 噛む(かむ. 카무): 물다 / 遣る(やる. 야루): 하다 / 入る(はいる. 하이루): 들어가다

 

2류동사(1단동사): ‘る’로 끝나고 ‘る’ 바로 앞 글자가 ‘え’단인 동사

ex) 挿れる(いれる. 이레루): 넣다

 

3류동사(변격동사): 来る(쿠루): 오다 / する(스루): 하다

 

이들의 차이는 생긴 것이 다르다는 것 뿐 아니라 동사활용형태에 있어서도 달라진다.

 

원형(한다) / ます형(합니다) / て형(~하고, ~해서, ~하렴) /

부정형(안 한다) / 과거형(했다) / 의지형(하자능) /가정형(한다면) / 명령형(해) /

가능형(할 수 있다) /수동형(-타인에게- 당하다, -타인에 의해- 하게 되다) /

사역형(-타인에게- 하게 하다, 시키다) /

사역수동형(-타인이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다)

 

동사활용형태가 이렇게나 많은데, 얘네들은 1, 2, 3류 중 어느 그룹에 따라 속하느냐에 따라 바꾸는 법이 다르다. 동사형태만 제대로 집고 넘어가도 초급은 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온나 복잡하니 과감하게 스루한다.

 

기억할 건 동사활용법 배우다보면 나는 왜 일본어를 시작했나에 대한 깊고 긴 고찰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설령 고찰을 끝내고 다 외운다고 해도 현실적용까진 오조오억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많이 보다보면 때려맞추는 스킬은 엄청나게 느니까 너무 겁내지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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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워보이는(하지만 보고 있으면 화는 나는) 2류동사의 동사활용. 얘네는 그냥 'る(루)'만 떼면 된다.

*'挿れる(이레루)'는 '삽입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로, (건전한 의미의) '넣다'는 뜻을 지닌 '入れる(이레루)'와 똑같이 '이레루'라고 읽는다.

 

잘 보면 미래표현이 없지만(과거형과 현재형만 있음), 미래표현을 못하는 건 아니고, 동사 뒤에 "そうだ(소우다/~할 것 같다)"를 붙이거나 '나중에' '~한 후에' 등과 같은 부사를 붙이면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하기로 하다(ことにする. 코토니 스루)’와 같은 표현법으로도 미래 얘기를 할 수 있으니 따로 미래형이 없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고 뭘 하기로 결정했으면 실행에 옮기기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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も、もうイきそう

(모, 모우 이키소우)

(이, 이제 갈 것 같아)

 

위에서도 '行く(이쿠. 위에선 강조를 위해 한자 行이 가타카나로 쓰임)'에 '할 것 같다'는 의미의 ‘そう(だ)’를 붙여, "이, 이제 갈 것 같아"라는 미래형을 만들어냈다. 참고로 이 말에 대한 대답은 'まだダメだよ(마다 다메다요/아직 안 돼)'였다. 그러니까 아직 가면 안 된다.

 

 

아직도 일본어 공부를 시작도 안 한 것이 실화입니다

 

일본어 상식은 익혔다고 보고(아니 누구 맘대로), 다시 한 번 'BL로 일본어 공부하기'를 줄여보겠다.

 

1편

- 일본BL로 일본어를 공부한다.

- 실력이 늘었는지는 JPT 시험으로 평가한다. 공부 전 JPT 점수는 595점(중급 수준).

 

2편

- JPT 문제 분석(토익과 매우 유사함)

- JPT에는 회사를 배경으로 한 문제가 많이 나오니 리맨물(샐러리맨이 나오는 BL)을 보자.

└가끔 일상을 주제로 한 문제도 있지만 리맨물이 다 소화하기 때문에 리맨물만 조온나 본다

 

뭔가 논리를 훅훅 뛰어넘는 것 같지만, 암튼 리맨물을 보기로 했읍니다(침착)

 

아래는 저번에 했던, 헛짓거리라고 쓰고 정량분석이라고 읽는 'JPT 문제의 배경분석'을 정리한 것이다. JPT 모의고사 1회분(총 200문제) 중 복수 등장한 키워드들이다.

 

장소: 사무실, 회사(공간), 도쿄, 역(station), 방, 길거리, 잡화점(가게)

직책: 회사 - 사장, 부장 / 가정 - 딸, 아버지 / 그 외 - 아저씨, 대학생

사건: 일(행동), 위로, 계약, 한잔, 쫑파티, 뒷담, 여행, 아픔, 운동, 민감(...)

도구: 책, 책상, 핸드폰, TV, 문, 신발, 옷

 

여기서 회사 관련 단어가 가장 많아서 리맨물을 보기로 했던 건데, 세상에는 '리맨물'의 개념(줄거리)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하여 위의 키워드들을 조합하여 리맨물을 급하게 짜보도록 합니다. 마 이게 리맨물이라는 것이다, 라는 느낌으로...

 

 

1) 수줍은 부장님은 사원씨의 남자친구 ~사랑에 나이 차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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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어떤 사무실. 동료들과 한 잔 한 뒤, 놓고 온 게 있어서 사무실에 돌아온 사원A. 꽤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일 있을 계약 건 때문에 부장님(젊고 잘생김. 워크홀릭이라 승진 빠른 거임)이 홀로 야근 중이었다. 평상시 부장에게 마음이 있던 A는 이걸 기회라고 보고 '도와드릴 일 없냐'며 책상에 다가가는데, 알고 보니 부장은 바지를 입고 있지 않...!

 

 

2) 옆집 대학생의 은밀한 취미 ~TV는 사랑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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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맨션에 살고 있는 회사원B. 워낙에 월세가 저렴해 벽이 얇아 주변의 생활소음이 들리는 것도 참고 살았는데, 그 날따라 옆집의 TV소리가 너무 큰 것이었다. 참을 수 없어진 B는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회사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던 옆 부서 대학생 알바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못한 등장에 반가워함도 잠시, 알고 보니 단순한 TV소리가 아니었...!

 

 

3) 나의 마주치는 남자 ~메뉴판에서 너를 주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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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딸과의 결혼을 앞둔 전도유망한 회사원C. 결혼해 아버지까지 되면 회사마저 자신의 것이 될 지도 모르는 때, 아침이고 밤이고, 역, 동네 가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그 남자가 자꾸 아른거린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혼자 들어간 선술집에서 C는 남자와 마주치고, 용기를 내 합석을 제안한다. 한 잔하던 중 돌연 남자가 자신을 위로해달라며 눈시울을 붉히는데, 알고 보니 그 위로는...!

 

 

4) 안까지 쓰다듬어줄 사장이라면 괜찮습니까 ~그는 나의 체중감량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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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여행을 떠난 일개 사원D. 현재 사장과 사내비밀연애 중이지만 사장은 업무로 오지 못하고 본인만 왔다. 쓸쓸한 마음으 달래며 다른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한 직원이 '사장은 하반신이 참 문란한 사람'이라며 뒷담을 하는 게 아닌가. 충격을 받은 D는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 숙소 주변을 배회한다. 마침 후발대로 도착한 사장이 D를 발견하고 놀래키지만, D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빨리 달래줘야 한다는 걸 느낀 사장은 D를 방으로 데리고 가고 그곳에서 운동을 하며 모든 열정력을 발산하는데... 아, 아니 그러니까 팔굽혀펴기 같은... 그...

 

대충 이 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생각해낸 나는 아무래도 직업을 바꾸는 게 좋겠으니 우리 모두 웹소설 사이트에서 보는 걸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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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본어 공부는 시작도 안 한 게 실화입니다만 진짜 다음부터는 진짜 공부를 할 것이다. JPT 청해(듣기)의 각 파트에 맞춰서 공부란 걸 해볼랑가 하니 이 사람 좀 믿어주시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Tip. BL을 포함한 서브컬처 세계관 맛보기

*세계관: 창작물에서만 쓰이는 세계로,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남자가 임신을 한다든가...

 

저번에 이어 '내가 BL 좀 알지'라고 야부리 좀 털 수 있는 잡지식을 일러드린다. 흔히 '세계관'이라 불리는 것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볼 것인데 비단 BL뿐 아니라 서브컬처 계에서 골고루 쓰이니 NL(Normal Love.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이야기), GL(Girls Love, 여성끼리의 사랑 이야기. 흔히 '백합물'로 불림), RPS(실존인물을 두고 하는 창작. ex. 팬픽) 등 무언갈 좋아하는 이에게 아는 척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는 게 좋겠다. 다만 기본적인 설정일 뿐 작가마다, 작품마다 디테일은 다르다는 것에 유념하자. 분홍색 립스틱이라고 해서 다 같은 분홍색이 아니듯...

 

 

1) 오메가버스(Omega verse)

오메가(Omega)와 세계관을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오메가, 알파, 베타(일반인)라는 세 부류의 인간이 존재하는 세계관(버스)이다. 주 설정은 '성별에 관계없이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인종(?)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다르다는 것 또한 일반적인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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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사회적 지위가 높으며, 오메가를 임신시킬 수 있다. '러트 사이클'이라는 발정기가 오는데 이 시기에 오메가의 페로몬을 접하면 갑자기 청소년관람불가가 되고 그러는 거지...

 

오메가: 보통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으로 묘사된다. 작품에 따라 아예 사회적 차별이 없거나 '옛날엔 차별했지만 요즘은 아님'정도로 묘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메가를 불가촉천민 취급하는 작품도 있다. '히트 사이클'이라는 발정기가 있으며, 알파를 미치게 하는(...) 페로몬을 뿜뿜한다. 이 때 알파와 섹스를 하면 99.9% 임신하나, '억제제'를 먹으면 또 괜찮다. 또 억제제 먹는 걸 까먹고 끙끙대고 있을 때 알파가 "이거 찾아?"라며 억제제를 흔들면서 오메가를 놀리는 것은 유명한 클리셰. 하지만 클리셰가 너무 좋은 걸요?

 

*페로몬: 알파/오메가의 발정기 때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향으로, 서로의 이성을 잃게 만든다. 알파/오메가에 관계 없이 사람마다 페로몬 냄새가 달라서, "아니 이 라임 향은 ㅇㅇ이 아니야?!"라는 대사도 왕왕 나오는 편. 알파는 향부터 간지가 나조야지 되는데 갠적으로 오메가한테 나는 복숭아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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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 알파-오메가가 영혼의 짝(?)을 맺는 일. 알파가 오메가의 목 뒤를 깨무는 것으로 "얘는 내 오메가"라고 새길 수 있다. 각인하고 나면 서로하고 밖에 섹스를 할 수 없으나, 종종 알파는 각인을 해도 다른 오메가랑 ㅇㅇ을 할 수 있는 설정일 때도 있다. 이럴 땐 오메가만 불쌍...

 

초창기에는 알파X오메가가 제일 많았지만, 요즘은 알파X알파, 알파X베타, 베타X오메가 등 다양한 조합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오메가X알파가 보고 싶은데 너무 큰 기대인가 싶구... 알면 추천 좀 해주시구...

 

 

2) 센티넬버스(Sentinel verse)

우리나라에서 특히 흥하는 세계관으로, 오메가버스처럼 세 부류의 인간(일반인, 센티넬, 가이드)이 존재한다. 오감/신체능력이 뛰어난 '센티넬'과 센티넬을 안정시켜주는 '가이드'의 조합으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보통 능력 많은 센티넬이 나라를 위해 일한다거나(전쟁 등에 투입된다던가) 한 뒤, 나중에 가이드에게 안정을 받는 식이다. 그 안정이 뭐냐고 하면 또 갑자기 청소년불가 작품이 되고 그러는 거구...

 

센티넬: 인간 이상의 능력(초능력, 이능력 등)을 갖고 있지만 가이드가 없으면 그걸 감당 못해서 미쳐가거나 죽어감

 

가이드: 능력을 제어하지 못해 폭주한 센티넬을 안정시켜주는 사람. 센티넬은 가이드가 없으면 죽지만 가이드는 센티넬이 없어도 상관 없다.

 

가이딩(센티넬을 안정시키는 일)은 가벼운 신체접촉부터 진득한 신체접촉까지 센티넬 상태가 얼마나 심각하냐에 따라 다르다.

 

 

3) 수인(獸人)

말 그대로 수인, 즉, 짐승인간과 사랑하는 얘기다. 여기서 '수인'은 얼마나 짐승이냐에 따라 정도를 나눌 수 있다.

 

① 생긴 건 사람인데 귀나 꼬리가 있다

 

② 평상시엔 동물이지만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때의 '사람'은 귀도 꼬리도 없는 완벽한 인간의 형태.

ㄴ수인이 공으로 나올 때, 큰 짐승일 때, 동물일 때도 사람과 ㅇㅇ를 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말)

 

③ 얼굴은 짐승인데 몸은 사람. 털이 온 몸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상체가 물고기고 하체가 사람인 인어 같은 모양새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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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①, ②, ③

 

말고도 '네임버스(Name verse. 몸 어딘가에 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둘이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건 작가의 마음)'라던가 '타임버스(Time verse. 한 명에겐 100이, 다른 한 명에겐 1이 새겨져 있는데, 서로가 서로를 스칠 때 마다 숫자가 하나씩 줄어든다. 양극의 숫자로 가기 전에 영혼의 짝을 찾아야 함)' 등도 있지만 나중에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암튼 오메가버스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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