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일본은 음력 메이지(明治)5년 12월3일에 해당되는 날을 양력 메이지6년 1월1일(1873년 1월 1일)로 개정하면서 양력을 채용했습니다. 이래 명절 등 연중행사는 기본적으로 양력에 따라 치르게 되었죠. 전통행사 중에는 음력을 기준으로 치러지는 것도 있지만 설날은 양력 기준으로 쇠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는 즈음이면 일본은 연말연시 준비로 분주해집니다.

독특한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일본의 설 풍경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1. 연말의 “카이다시(買い出し)”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뉴스에서 연말의 “카이다시” 풍경을 전해줍니다. “카이다시(買い出し)”라 함은 행사나 모임, 나들이 등을 앞두고 비교적 많은 양의 식재료나 술, 음료를 사기 위해 재래시장이나 도매시장에 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1년을 마무리하며 그 해 마지막 날에 별식을 하려고 평소 같으면 안(못?) 먹는 고급 식재료를 사려는 손님, 귀향해오는 자식이나 손자를 반기려 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나 과자를 사러 온 손님 등 평소와 다른 “연말연시를 위한 장보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작거리는 시장 풍경은, 새해가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죠. 활기찬 시장을 관광삼아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있고요.


카이다시 츠키지.jpg

도쿄 츠키지 시장의 '카이다시' 풍경

(출처: 아사히 신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좋은 식재료나 과자가 싼 거죠. 연말이고, 손님마다 사가는 양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참치나 청어알, 대게 등 평소에 사면 상당히 비싼 것도 이 시기에는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카이다시 객들로 혼잡한 시장은 일본 각지에 있는데,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에 오사카・쿠로몬시치바(黒門市場)나 도쿄・아메야 요코쵸(アメヤ横町 ; 통칭 “아메요코”) 등이 있습니다. 연말에 오사카나 도쿄에 있으면 한번 구경하는 것도 별미인 것 같습니다.


2.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
 

토시코시.jpg

 

많은 일본인들이 실천하고 있는 연말의 관습으로 “토시코시 소바”가 있습니다. 토시코시라 함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뜻하고 소바는 메밀국수를 말하죠. “토시코시 소바”를 한국어로 옮기면 “새해맞이 메밀국수” 정도가 될 겁니다. 토시코시 소바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 모양인데, 일단 에도(江戸)시대에 정착한 풍습이고, 소바의 면발이 다른 종류의 면류보다 쉽게 끊기는 것에 “그 해 1년의 재액(災厄)을 끊는” 의미를 담는다고 하네요. 소바집은 토시코시 소바를 시키는 손님들로 분주해지기도 하고 가게에 따라서는 집 앞에 스탠드를 설치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먹는 타이밍은 사람마다, 가정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는 많은 가정에서 연말의 별식(참고로 필자 집은 근처에 사는 친척도 모이면서 스키야키(すき焼き)라는 일본식 쇠고기전골 같은 것을 먹습니다)을 먹기 때문에 약간 이른 김이 있으나 점심으로 토시코시 소바를 먹는 경우도 있답니다. 필자는 저녁을 먹고 나서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 밤 11시 전후에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평소부터 메밀국수를 즐겨 먹는 편인데 연말에 먹는 토시코시 소바는 역시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3. 하츠모오데(初詣)

토시코시 소바를 먹고 좀 있으면 바로 새해를 맞이하는데, 거의 모든 일본인들이 맨 처음에 하는 일이 “하츠모오데(初詣)”입니다. “하츠(初)”는 “첫”, “모오데(詣)”는 “참배”를 뜻합니다. 한국어로 “첫참배” 정도 될까요. 보통 일본인들은 종교심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내가 특정한 종교를 믿고 있다고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명절이나 제사, 일부 전통행사 때만큼은 갑자기 종교적 행동을 보일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하츠모오데(첫참배)입니다.

하츠모오데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냥 새해를 맞이하며 절이나 신사에 가서 참배하는 것이죠. 절에 가도 되고 신사에 가도 되고, 특정한 절이나 신사에 가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작년에 절에 갔다 해서 새해에도 절에 가야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절에 하츠모오데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신사에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 특정한 절이나 신사에 참배 가는 사람은 그 절이나 신사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필자는 보통 집 근처에 있는 신사에 살짝 들립니다. 해에 따라 유명한 신사나 절에 가는 경우도 있고요.

 

부적.jpg

신사에서 한해 운을 점치는 '오미쿠지(길흉을 점치는 제비)'도 뽑을 수 있다.

(출처: Instagram @Taiki_JP)

 

하츠모오데로 찾아가는 사람이 많은 절/신사 탑10에

①메이지진구(明治神宮/도쿄)
②카와사키다이시(川崎大師/카나가와)
③나리타산 신쇼지(成田山新勝寺/치바)
④센소지(浅草寺/도쿄)
⑤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교토)
⑥수미요시타이샤(住吉大社/오사카)
⑦츠루오카 하치만구(鶴岡八幡宮/카나가와)
⑧아츠타진구(熱田神宮/아이치)
⑨히카와진쟈(氷川神社/사이타마)
⑩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満宮/후쿠오카)

등이 있죠. 이들 절/신사는 섣달그믐날 밤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해서 죠야노 카네(除夜の鐘. 제야의 종) 소리를 들으면서 참배를 합니다.



4. 넨가죠(年賀状)

넨가죠(年賀状. 연하장)는 새해인사를 전하는 엽서를 말합니다. 보통 10월말에서 11월초순에 우체국이 출시하는 전용 엽서를 가리키죠. 일본 우체국이 판매하는 일반엽서는 앞면(받는 사람의 주소・이름을 적는 면)에 인쇄된 증표(우편요금을 납부한 것을 제시하는, 우표 같은 그림)가 녹색으로 찍혀있는데 넨가죠는 주홍색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또 엽서마다 번호가 할당되며 추첨이 실시되는데, 당첨이 되면 1등(할당번호 마지막 6자리 맞음)에서 3등(마지막 2자리 맞음)까지 등급에 따라 경품을 줍니다(우체국이 파는 이런 연하장은 “오토시다마(お年玉)부 연하장”이라고 하는데 오토시다마는 “세뱃돈”이라는 뜻입니다).
 

연하장.jpg

우체국에 이런 연하장도 팝니다

 

이와 같은 우체국이 파는 연하장을 사와서 뒷면에 내가 좋아하는 내용의 그림을 인쇄하고, 편지를 받을 사람에게 맞춰서 간략한 메시지를 직접 적는 것이 일반적인 연하장 스타일이지만, 독특한 오리지널 연하장을 쓰는 분도 있습니다. 엽서 뒷면에 나올 그림을 기계로 인쇄하지 않고, 나무나 고구마로 판을 만들고 물감을 칠해서 엽서 뒷면에 그림을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우체국 엽서를 안 쓰고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카드를 사거나 만들어서 연하우표를 붙이는 사람도 있죠. 필자가 받은 연하장 중엔 예쁜 천을 붙여서 디자인적 악센트를 가미한 것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우체국이 파는 연하장 뒷면에 적당한 그림이 인쇄된 것을 편의점에서 사와서 붙여보냈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던 기억이 있네요(단 필자는 구정 때 한국에 있을 경우가 많아 그런 분한테는 한국에서 새해인사용 편지세트를 사서 새로 인사장을 보냅니다).

연하장은 꼭 설날 당일 낮시간에 배송됩니다. 우체국이 파는 연하장은 물론 “연하” 표시가 있는 엽서나 편지는 12월 하순까지 포스트에 넣거나 우체국에서 부치면 설날에 배송되도록 돼 있기 때문이죠.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쓰이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표현은 송구영신 전후 다 쓸 수 있죠. 풀이하면 “새해에 복을 많이 받으라”는 건데 새해가 되기 전에 해도 어색함은 전혀 없죠. 그런데 일본어의 연말연시 인사는 새해가 되기 전에는 “좋은 새해를 맞이하세요(良いお年をお迎えください)”라고 하고 새해가 되면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새해가 밝은 것을 축하하겠습니다)”라고 합니다. 때문에 연하장은 꼭 새해에 배송이 돼야 타이밍이 맞는 거죠.

그런데 우체국이 파는 연하장 엽서의 발행량이 2003년의 약 44억6,000만 장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고, 2017년용 연하장 엽서 발행량은 26억 장을 약간 하회할 정도까지 떨어졌답니다.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우체국이 파는 연하장 엽서를 이용하기 때문에 발행량 감소는 그만큼 연하장 자체가 감소 경향에 있다고 추측할 수 있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인터넷이 보급함에 따라 새해인사를 엽서 형식으로 보내는 경우가 줄어들고 전자메일 등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일본에선 라인(LINE)이라는 메신저를 안 쓰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죠(필자는 전자메일이나 카카오톡, 애플의 메시지 앱은 쓰고 있지만 라인은 아예 안 깔았습니다). 이른바 디지털네이티브(Dagital Native ;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환경에 친숙한 사람) 세대가 사회의 대세를 차지하게 되면 연하장 감소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겠죠.



5. 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와 오토소(お屠蘇)

설날 당일에는 오조니(お雑煮)라는 설요리를 먹고 오토소(お屠蘇)라는 약주를 마십니다(오조니나 오토소의 “오”는 낱말 위에 붙여 공손함을 나타내는 접두어(接頭語)이며, 각각 “조니(雑煮)”, “토소(屠蘇)”라고도 함). 조니는 일본식 국의 한 종류이고 거의 모든 경우 떡을 넣기 때문에 굳이 말하면 “일본식 떡국”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전통요리인 만큼 지방마다 맛이나 형태에 차이가 많습니다. 대충 말하면 일본 동쪽 지방에서는 투명한 맑은장국에다 네모난 떡을 구워서 넣고, 서쪽 지방에서는 된장국에다 둥근 떡을 삶아 넣습니다. 떡 외에 채소도 들어가는데 채소 역시 지방마다 특색이 있죠. 오토소는 새해 1년의 사기(邪氣 ; 나쁜 기운)을 불식하며 장수를 기원해서 설날에 마시는 술입니다. 재수 좋은 술이라 아이들도 한입씩 먹을 경우도 있죠(적어도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마셨던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보통 신년 1월3일까지가 설연휴인데 그간은 일단 쉬는 것이 원칙입니다. 끼니도 평소처럼 먹을 때마다 챙기지 않고 일종의 “보존식”을 마련해 두고 그것을 먹습니다. 바로 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입니다. 원래 설날뿐 아니라 명절마다 하느님께 공물(供物)로 바쳤다가 먹던 것을 “오세치쿠(御節供)”라고 불렀는데, 에도(江戸)시대에 설날의 관습인 “오세치”로 정착했답니다. 오세치 “요리”라고 하는데 이 자체는 설에 먹는 요리의 총칭입니다. 어떻게 보면 큰 도시락 박스에 재수 좋은 요리가 조금씩 담긴 것이 오세치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오세치2.jpg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세치는 네모난 상자를 4층 혹은 3층으로 포갠 쥬우바코(重箱)에 채워 넣습니다. 층마다 채워 넣는 요리가 대충 정해져 있죠. 1층은 “이치노 쥬우(一の重)”라고 해서 새해맞이라는 축사에 알맞게 “이와이 자카나(祝い肴)”랑 “쿠치토리(口取り)”가 들어갑니다. 이와이 자카나는 재수 좋은 생선류, 예를 들어 말린 청어알, 타즈쿠리(田作り ; 멸치의 치어를 엿으로 조린 것), 검은콩 조림이 대표적이고, 쿠치토리는 홍백 카마보코(어묵), 다테마키(だてまき ; 다진 생선하고 달걀을 섞어서 두껍게 말아부친 것), 코부마키(こぶまき ; 청어・문절망둑 등을 다시마로 말아서 찐 것), 쿠리킨통(栗きんとん ; 강낭콩하고 고구마를 삶아 으깨어 밤을 넣은 것) 등 달달한 맛이 나는 술안주입니다. 2층은 “니노 쥬우(二の重)”라 하며, 구이요리를 채워 넣습니다. 방어, 도미, 새우 등이 들어가죠. 3층은 “상노 쥬우(三の重)”이죠. 조림요리가 중심입니다. 연뿌리, 토란, 쇠귀나물, 우엉 등이 대표적이죠. 이렇게 1층부터 3층까지 쌓이면 정정당당한 오세치가 되지만 가정에 따라 4층까지 쌓는 집도 있습니다. 4층은 “여노 쥬우(与の重)”라고 한답니다. “시노 쥬우(四の重)”라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일본말로는 넷인 “四”를 “시(し ; 죽을 死하고 소리가 같음)”라고도 읽고 “여/연(よ/よん)”이라고도 읽는데 더불 “여(予)” 자(한국의 “與”하고 같음)를 씀으로써 “사”를 피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주로 무침요리가 들어갑니다. 5층까지 있을 경우에는 그냥 비워두거나(하느님이 주신 복을 채워넣는다는 뜻이 있는 듯)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아무거나 넣는다고 합니다만 5층 쥬우바코를 만드는 집이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드뭅니다. 일반가정은 거의 3층일 거에요.

반찬이 다양하고 나름 맛도 있는 오세치인데 사흘내내 먹다보면 물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시로 외식도 하고 즉석식품(카레나 라멘, 우동, 소바 등)을 먹는 경우도 당연히 있죠. 그런데 오세치는 “설 명절 때만큼은 가정주부의 노동량은 줄여주겠다”는 현재적 취지도 갖고 있다던데 오세치를 준비하느라 바빠죽겠는 것은 가정주부 아닌가, 하는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세치.jpg

(출처: Instagram @issyrider)

 

 

6. 정월놀이

“오쇼가츠(お正月)”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꼬마아이가 설 명절을 학수고대하는 내용인데 1절에는 설 명절 때 자주 볼 수 있는 정월놀이가 나옵니다.

もういくつねると お正月
(설날까지 며칠 남았을까)
お正月には 凧あげて
(설날이면 연날리기하고)
こまをまわして 遊びましょう
(팽이를 돌리며 같이 놀자)
はやく来い来い お正月
(빨리 와라 와라 설날)

위 가사에 나온 연날리기, 팽이치기는 일본 설 명절 때에 자주 볼 수 있던 정월놀이들입니다. 요즘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전통적 정월놀이가 쇠퇴하고 있는 추세인데 막상 해보면 매우 재미있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날리기나 팽이치기 외에도 카루타(일본 전통 카드게임)나 햐쿠닝이쓔(百人一首), 하네츠키(羽根突き), 후쿠와라이(福笑い), 수고로쿠(双六) 등은 설 명절 때에 즐길 경우가 많은(많았던) 것 같네요.

카루타(かるた) 놀이의 기본 스타일은 이렇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카드 군하고 그 그림카드에 대응하는 카드 군이 있는데 그림카드를 그림이 보이는 상태로 판에 뿌리고 그림을 묘사하는 표어 등이 적어진 카드를 요미테(読み手 ; 읽는 이)가 읽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요미테의 말을 듣다 판에 있는 카드를 잡는 거죠. 판에 카드가 없어진 시점에 누가 가장 많은 카드를 땄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립니다. 예를 들어 카드를 읽는 이가 “犬(いぬ)も歩けば棒に当たる(개도 쏘다니면 몽둥이에 맞는다)”라고 읽으면 프레이어는 “い” 글자하고 강아지 그림이 있는 카드를 잡습니다(카드를 때리거나 때려날리면 잡는 것으로 여길 경우도 있음).

 

카루타2.jpg

이렇게 던져버리긔

(출처: <명탐정코난> 극장판 '진홍빛 연가' 중)

 

한국어의 “가나다”에 상응하는 것으로 일본어에는 50음(音)이 있는데 현재는 “あいうえお(아이우에오)”이죠. 그런데 카루타는 “いろはにほへと”라는 전통 50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いろは(이로하)”라고 통칭됩니다. 일본말로 “초보자가 먼저 배울 기본” 정조의 뜻으로 “이로하”라고 하는데 이 이로하입니다. 참고로 이로하 노래는 이렇습니다. 현대 아이우에오처럼 음성학적 체계성은 없는데 50음이 하나의 이야기/노래가 되어 있습니다. “いろはにほへと ちりぬるを わかよたれそ つねならむ うゐのおくやま けふこえて あさきゆめみし ゑひもせず いろ(色)はにほへど ち(散)りぬるを わ(我)がよ(世)たれぞ つね(常)ならむ うい(有為)のおくやま(奥山) けふ(今日)こ(超)えて あさ(浅)きゆめ(夢)み(見)じ よ(酔)ひもせず”). 이로하 카루타는 일단 히라가나를 알면 즐길 수 있는데 햐쿠닝이쓔는 좀 어렵습니다. 햐쿠닝이쓔는 와카(和歌 ; 일본 전통 형식의 시)의 명수로 알려진 100명의 가인(歌人)이 만든 시를 하나씩 뽑아 모은 것인데 요미테가 시 전반 부분을 읽고 플레이어가 대응하는 후반 부분이 나온 카드를 잡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노노 코마치(小野小町)가 만든,

花のいろは うつ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꽃빛은 사라져 버렸네 괜히 헛되게)
わが身世にふる ながめせしまに
(내 몸이 이 세상을 거치며 멍하듯 장맛비가 내리는 사이에)

라는 노래의 전반(花のいろは…)을 요미테가 읽으면 플레이어는 후반 부분이 나온 카드(わが身…)를 잡는 것이죠. 시 전체를 외워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놀이로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고 지금은 경기로서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하네츠키(羽根突き)는 일본 전통 배드민턴 같은 놀이입니다. 하네(셔틀콕)가 땅에 떨어지면 지게 되는게 얼굴에 먹물로 “×”자 등으로 낙서당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후쿠와라이는 얼굴 윤곽만 그린 종이 위에 눈을 가린 플레이어가 눈썹, 눈, 코, 귀, 입을 오린 종이 쪽지를 얹어 놓고 완성된 얼굴의 익살스러움을 즐기는 놀이입니다. 수고로쿠는 쌍륙(雙六)이죠. 이 밖에도 (어렸을 때 필자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어른들만 즐기는 정월놀이에 하나후다(화투)가 있죠. 일본 하나후다에 대해서는 전에 소개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넘어가겠습니다.


일본의 설 풍경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것을 소개해 봤습니다. 사람에 따라 귀찮거나 외로운 것이 명절인데 어떤 명절을 맞이하든 시간을 단락지을 계기가 있는 것은 좋지 않은가 싶습니다. 특히 설은 한 해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새로 뭔가를 해내자는 결의나 각오를 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이렇게 생각하면 구정을 크게 쇠면서 신정도 나름 있는 한국은 마음의 스위치를 바꾸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다고 볼 수도 있네요. 일본은 신정밖에 없어서 기회가 딱 한번 뿐이라 좀 그렇네요).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도 건강하고 원하는 일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