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피겨스 한 장면: ‘Colored Computers’는 유색인종(흑인)의 계산하는 사람을 뜻한다.
컴퓨터(Computer)의 어원은 지금의 시스템(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아닌 ‘사람’을 지칭한다.
특히 계산하는 사람(지금의 소프트웨어)은 가장 지위가 낮은 여성이 주로 담당했다.
1. 하드웨어 경쟁, 치열했었다
모든 전자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건 하드웨어다. TV가 됐든, 컴퓨터가 됐든 전자제품 구매 기준은 하드웨어 스펙이다. 물론 게이머들 입장에서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게임이 돌아가냐 안 돌아가냐의 기준 또한 하드웨어라 할 수 있다.
하드웨어라는 용어는 소프트웨어를 상대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소프트웨어라는 용어가 세상에 나온 건 1950년대 말(John W. Tukey가 ‘소프트웨어’를 1957년에 처음 언급)이지만 소프트웨어를 지금의 구체적인 돈벌이로 생각한 사람은 Bill Gates였다. 1976년 BASIC*을 복제해서 쓰는 것은 불법이라고 긴 선언문으로 징징거렸다.
1980년대 빌게이츠의 MS-DOS로 소프트웨어가 독자적인 성공을 할 수 있는 시장이 개척되자,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은 광범위하게 미치게 된다. 플랫폼을 장악한 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윈텔(WinTel)은 하드웨어 회사인 인텔과 소프트웨어(OS)회사인 MS의 윈도우즈를 조합한 단어로 2000대까지 이 아성은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 (1995년 이후 소프트웨어의 아성은 하드웨어를 능가하게 된다.)
하드웨어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필수 요건은 성능이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부딪힌 이후 클럭 스피드 경쟁은 잠잠해졌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클럭 스피드 성능 경쟁이 치열했었다. 1GHz CPU가 2000년 초반에 양산되기 시작했는데 'DEC ALPHA'에서 촉발된 1Ghz 경쟁은 AMD와 인텔로 번지게 되어 최고조에 다달았다. 하드웨어 성능 경쟁은 CPU만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픽카드(Nvidia, ATI(지금은 AMD)), 메모리(삼성, 하이닉스) 등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여러 회사에서 경쟁하게 된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 달리 플랫폼 독점력이 낮다. 오직 비 메모리 반도체인 CPU 만이 플랫폼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인텔 독주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를 과속화하는 사건이 이번 인텔의 CPU 게이트가 될 수도 있다.
2. 하드웨어는 하드하다(어렵다)
공포의 블루스크린: 윈도우즈 95에서는 치명적인 오류가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다.
인텔의 CPU 게이트의 문제는 하드웨어의 어쩔 수 없는 특성에 기인한다. 구글의 베타정신처럼 소프트웨어의 특성은 언제든지 패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 버그 패치는 마이너 업데이트라 말하기도 한다. 역사상 최고의, 아니 어떤 면에서는 최악의 OS였던 Windows 95는 사용자들이 방심한 틈을 타 공포의 블루스크린을 뿌려댔다. 수천만의 사람들의 몇 시간 작업이 물거품되었지만 ‘소송’으로 시끄러워진 적은 없었다. 열은 받지만 소프트웨어에 있어 버그는 있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빌게이츠는 이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MS는 항상 빠른 시일에 오류없는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지만 제때에 지켜진 적은 별로 없었다. OS와 OA 플랫폼이 MS 밖에 없었기에 어느 누구도 소프트웨어 성능을 가지고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외하고) ‘소송’까지 가지 못했다.
하드웨어는 출시한 이후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면 회수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소프트웨어는 패치파일을 배포하여 오류를 수정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는 오류를 수정하여 새 제품으로 교환해야만 하는데 이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현대차가 리콜을 웬만하면 안 받는 이유와 같다.)
2017년 애플의 배터리게이트와 인텔의 멜트다운, 스펙터 버그는 하드웨어 고유의 특성인 수정이 어렵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 두 회사는 CEO의 태도로 더 욕을 먹고 있는 중이다.
3. 인텔의 CPU 버그
2018년 초 인텔의 CPU 버그는 전세계 인터넷과 언론을 달궜다. 많은 내용이 이미 기사로 나와 많이 접했을 것이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이 버그의 발견자는 인텔이 아닌 ‘구글’이다. 구글 프로젝트 제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과대학 그리고 업계 보안전문가들이 2017년 중반 즈음(6월 초) 처음 발견하게 되고 사안의 시급성으로 프로젝트 제로에서는 인텔을 포함한 하드웨어 제조업체 및 OS 개발업체(단체)와 엠바고를 걸고 빨리 공유하게 된다. 엠바고 상황이었지만 오픈소스인 리눅스 패치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인텔 CPU에 심각한 버그’가 있는 것이 아닌지 눈치채기 시작했고 패치가 채 끝나기 전에 구글은 1월 3일 관련 내용을 부랴부랴 공표하게 되었다.
좌: CPU 간략한 구조, 우: 컴퓨터 시스템 간략한 구조
버그의 기술적인 문제는 엠바고 문제로 정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구체적인 내용은 패치가 끝난 1월 말에 공개된다. 3일에 공표된 내용은 멜트다운과 스펙터,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논란이 된 멜트다운 버그를 간략하게 말하면(너무 기술적인 부분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CPU가 컴퓨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보다 빠르게 연산하기 위해 CPU에 달려 있는 L1, L2 등 캐시메모리를 사용한다. CPU는 사용자 응용프로그램 뿐 아니라 하드웨어 전반에 걸쳐 명령을 내린다.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 중 공개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를 OS 커널에서 수행하게 되는데, 이는 응용프로그램이 직접 접근해서는 안 되는 정보다. 전자를 커널 모드, 후자는 사용자 모드라 한다. CPU는 커널에서 수행하는 이러한 정보를 시스템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는데, 2018년 공표한 버그에서 커널 정보들이 캐시 메모리에서 노출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는 하드웨어의 근본적인 결함이라 볼 수밖에 없다.
멜트다운 데모 (나무위키에서 참조)
메모리에 입력되는 비밀번호가 CPU에서 바로 유출되고 있다.
위 그림을 보면 메모리에 입력되는 비밀번호를 CPU 캐시메모리가 해킹되어 바로 노출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요한 사용자 정보가 CPU를 통해 노출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컴퓨터는 해킹될 수 있다.
CPU에서 캐시에 담긴 커널 정보노출의 원인으로 지목된 OoOE(Out-of-Order Excution, 비순차적명령어처리로 단순하게 말해 CPU가 순서대로 차근차근 명령을 처리하게 되면 연산을 안 하고 쉬는 시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시간이 아까우니 늦게 오는 연산 명령어를 처리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능을 꺼야 하는데 이 기능을 끄게 되면 CPU의 전반적인 성능이 저하되게 된다. (하스웰 이후 PCID(Process-Context Identifiers)기능이 적용된 경우 성능저하가 낮다고 한다)
패치를 하게 되면 사용자 모드와 커널 모드를 한 메모리 공간에서 동시에 못 쓰고 따로 구분해서 처리해야 하고 커널 수행 능력이 떨어지니 파일시스템 성능이 동반해서 떨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SSD의 파일 입출력 속도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벤치마크 테스트 시 SSD 읽기 쓰기 속도가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기능은 1995년 이후 시중에 판매된 모든 CPU에 해당(성능이 떨어진 아톰프로세서는 제외)된다. 운이 좋은 것인지 기술이 마땅히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AMD의 경우 성능향상을 위한 비순차적 명령어 처리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운도 실력이야!)
인텔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하지만 리눅스 커널 패치를 적용해서 테스트 해보니 15% 정도 성능이 낮아졌다고 한다.
스펙터 버그는 멜트 다운 버그와 다른, 수 십 년간 사용했던 CPU 설계 상의 허점을 노린 버그로 CPU 명령어 버그라 할 수 있는데 활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으로 취약점을 공격하기란 맬트다운 버그에 비해 훨씬 어렵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데 스펙터 버그를 고치려면 새로 설계된 CPU로만 가능하고 소프트웨어 패치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4.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인텔이 사용자들에게 욕먹는 이유는 ‘오만한 태도’에 기인한 면도 크다. 2013년에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로 인텔 CEO가 취임하는데 그가 취임한 이후 R&D 투자는 급격히 줄이고 약 12,000명 직원을 비용절감의 명목으로 구조조정했다. 그 결과 인텔 CPU는 10nm 기술도 업계에서 뒤쳐지게 된다. 윈텔이 건재했던 1990년대야 조금 뒤쳐진다고 해도 별 문제가 안 되었지만 지금 상황은 매우 다르다. 이미 시장 매출 크기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졌고 인텔은 속수무책으로 이곳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ARM은 이미 완전한 대세가 되었고 인텔은 이제 ARM 대책을 전혀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i386 아키텍처도 밝지만은 않다.
CPU 게이트가 터지기 전 점유율에서도 AMD가 무섭게 따로 올라가고 있다.
2017년 1분기만 하더라도 인텔은 81.9%를 AMD는 18.1%를 차지했었다. 그러다 3분기에 이르러 AMD는 점유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CPU 버그가 공표되기 전이다. 인텔의 독주가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만 2017년 초에 야심차게 발표한 라이젠은 AMD를 ‘이번 만큼은’ 살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다.
5. 인텔, 태도 또한 문제다
진짜 문과였다. 넷상에서 인텔 CEO를 비야냥 댄다.
인텔 CEO와 임원들이 이번 사고가 터지기 전에 대량으로 주식을 팔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번 사고와 주식 매각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생각해야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쓰면 사용자들은 열받게 마련이다. 그 뿐만 아니다. 인텔은 작년에 인텔 관리 엔진(Intel Management Engine)에서도 취약점이 발견되었었다. 이 버그는 황당하게도 USB를 통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단, 이 경우 펌웨어 업데이트로 패치를 할 수 있어 멜트다운 버그처럼 하드웨어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인텔은 버그 패치에 있어서 상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사용자들의 원성을 샀었다.
이번 사건에서 인텔이 취한 태도는 사건이 터지자 언론에 ‘나만 문제인 거 아니야’로 물타기 했다는 것이다. AMD의 경우 멜트다운 버그는 없고 스펙터 버그만 있었는데 CPU 버그는 모든 제조업체에 해당 된다고 말하며 본 사안을 덮으려 했다.
시간이 지나 여러 증언을 들어 보면 구글은 작년 중반부터 계속해서 인텔에 버그를 알려왔지만 인텔 측에서 무시했다고 한다. 크라자니치 인텔 CEO 또한 본 사항을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다. 1월 7일 인텔 CEO는 패치가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성능상 크게 후퇴한 것은 없으므로 리콜은 없다고 못박아 버렸다.
사용자들이 열받는 건 성능 손해를 보느냐가 아니다. 어쩌면 애플 배터리 게이트에서 보였던 오만한 애플의 태도를 인텔에게도 똑같이 느껴서 그랬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플과 달리 인텔의 버그는 더 치명적이다. 배터리 게이트에서 문제의 핵심은 성능을 조작한 것에 있다면 CPU 버그는 어쩌면 훨씬 중요한 ‘보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인 리눅스는 말할 것도 없고 MS와 애플 또한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인텔보다 덜 심각한 CPU 제조사인 AMD, ARM의 경우, 해당 취약점 해결 방법을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오직 인텔만 묵묵 부답하고 있다.
인텔 스스로 아직 건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엄청나며 구글을 포함 기업시장에서 AMD가 인텔을 이기기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텔의 더 큰 문제는 내부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인텔의 원동력은 R&D에 있었다. 윈텔시대에 MS는 "돈 버는 능력이 출중하다"고 비야냥을 들었지만 i386이 거지같아서 인텔을 싫어하더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거지같은 아키텍처로 성능을 뽑아내는 인텔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텔은 어려울 때 다시 치고 올라가는 역량을 가진 회사였다. 클럭 스피트 경쟁이 저무면서 AMD가 인텔을 위협했던 (위 도표 확인) 2006년 7월 인텔이 꺼내 들은 카드는 Core 2 시리즈였다. 그때 인텔은 정말 사활을 걸었었고 Core 2 성공을 발판으로 i 시리즈는 완전히 궤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2018년 인텔에게서 2006년 인텔의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CEO가 문과라서 그래"라는 말을 하겠는가.
어쩌면 하드웨어의 정점이었던 인텔의 시대는 이제 다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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