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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개발자와 장기 졸

1.1. 입던은 점프

1.2. 개발자를 정의합니다

1.3. 주화입마

 

2. 작은 회사에서의 삶

2.1. 돌격 앞으로

2.2. 돌격 앞으로 실패! - 갑, 을, 병, 정 관계의 형성

2.3  머슴살이

 

 

 

2. 작은 회사에서의 삶

 

2.3 머슴살이

 

2.3.1 야근과 머슴의 왕국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라는 대사를 하며 발차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2000년대 중반은 '야근과 머슴의 왕국'이었다. 개발직군만이 아니었다. '디자이너', '은행', '출판', '건설', '의사'까지 거의 모든 직군이 야근에 푹 절어 있을 때였다(현재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곳이 많다).

 

많은 직장인들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모를 '열정'이라는 단어 아래 '젊음'을 군용 기관총의 탄환처럼 쏴대고 있었다. 어느 날 격발이 멈춘 기관총 탄창을 보았을 때 '젊음'이 텅텅 비어 있음을 깨닫고 허탈해 했지만, 세상은 직장인들의 마지막 남은 청춘을 쥐어짜서 재장전 시켰고 많은 직장인이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 개발직군이 유별난 것은 모두들 야근에 빠져 있는 세상에서 조금 더 야근을 했기 때문이었고, 대머슴 시대에 머슴으로서 표본이 훌륭하였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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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입 사원 교육이 마무리되고 팀에 배정받았을 때 한 선배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2년간은 불만이 있어도 절대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웬만하면 10시 이전에는 퇴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거짓말같이 10시 이전에 퇴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11시 퇴근은 보통이며 새벽 2~3시 넘기는 것도 예사였다. 심지어는 회사 체육 대회 전날에도 새벽 4시 30분까지 야근을 했고, 체육 대회 당일에는 신입 사원이라는 이유로 전 종목 참여를 하기도 했다. 농담으로, 면접 보러 갔을 때 간이 침대가 사무실에 있거나 수면실이 있다면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렇다면 머슴들의 야근 형태는 어떤지 한번 알아보자.

 

 

 

2.3.2 머슴들의 야근

 

개괄적으로 2가지 종류를 예로 들어 보겠다. 범위 설정이 워낙 광범위해서 개발직군 포지션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악명이 상당한 업계들이라 표본으로도 훌륭하다.

 

1) ICT업계의 야근

 

2) SI/SM업계의 야근

 

1)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라는 것은 쉽게 말해 '정보통신기술'이다. 최근에 광고가 되고 있는 'IOT'도 해당되고,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등의 제품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스마트폰'과 과거의 '피처폰(일반 핸드폰)'이다. 이 중에서 한국 ICT 트레이드 마크 격인 '스마트폰' 개발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기본적인 하드웨어 작업이 끝난 '스마트폰'은 다음의 절차로 개발이 진행된다.

 

개발 > Build > 검수 > 문제 도출 > 문제 수정

 

위의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2차 사이클이 동일하게 시작된다. 완성이 될 때까지 차수가 쌓여 N차수가 된다. 사이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Build단계다. 정말 환장하는 과정이다. 최대한 전문 용어는 배제하고 설명해 볼까 한다. Build는 한마디로 조립 과정이다. 잠깐 유치원생이 되어 보자. 자동차 공작 놀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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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반 어린이 여러분 ~ 우리는 자동차를 만들 거에요. 창수 친구는 앞바퀴를 만들어 오고~ 영민 친구는 뒷바퀴를 만들어 오고~ 희정 친구는 자동차 몸통을 만들어 오세요~ 혜정 친구가 핸들을 만들어 오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내일 Build날에 짠~ 하고 조립을 할 거에요. 조립이 다 되면 장난감 자동차가 잘 움직여야겠죠? 자 그러면 시작해 보아요!"

 

Build는 이와 같은 것이다. 각자가 만든 것을 모아서 조립하는 것! 하지만 Build날 장난감 자동차가 잘 움직일까? 뽀미누나 닮은 선생님은 끝까지 웃으면서 조립할 수 있을까?

 

SW개발은 조립 설명서가 있는 부품의 결합이 아니다. 기능에 대한 설명이 있고 해당 기능을 인간의 논리적 사고로 만들어 낸 것이다. 즉 논리적 사고 결과물의 조립이다. 아예 조립조차 안 되기도 하고 조립이 된다 하더라도 논리적인 오류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음악을 켜면 이어폰 기능이 먹통이 되어 버릴 수도 있고 문자 수신을 받으면 전화기가 꺼져 버릴 수도 있다.

 

조립 및 조립 후 동작에 문제라도 발생하면 '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전향된다. Build가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고 논리적 오류가 없을 때까지 우리는 모두 뽀미누나 닮은 선생님에게 잡혀 귀가를 못하게 된다. 창수 어린이가 바지에 오줌을 싸고 사정없이 울어대도 어쩔 수 없다. 현실은 매정하다.

 

Build 실패가 발생하면 새벽 2시든 3시든 기약이 없다. Build 실패 없는 날은 찾기 힘들다. 밤을 꼴딱 새우고 아침에 끝난 적도 종종 있다(밤을 새워도 다음날 11시까지 출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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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가 끝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다음날부터 검수를 진행하는데 프로젝트 후반부로 갈수록 '당일 제기된 문제는 당일 해결' 원칙을 고수하게끔 한다. 아침부터 문제가 제기되면 상관없으나,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문제 리스트가 보고되는 경우가 잦다. 그렇게 되면 개발자들은 퇴근 시간 이후부터 업무 시작인 것이다. 이 문제들이 다 수정되어야 다음 Build가 시작된다.

 

프로젝트 후반부로 오면 정말 사람을 애태우기 시작한다. 개발은 한창인데 TV에 광고를 이미 시작해서 제품 양산 일정을 무조건 맞춰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Build를 하루에 한 번씩 하기도 한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Build를 하고 예정에 없는 긴급 Build도 생긴다. 그럼 뽀미누나 선생님한테 잡혀서 전부 출근해야 한다. 주말에도 매일 새벽 2~3시 퇴근은 예사다. 이렇게 해서는 나는 4개월 동안 주말을 포함하여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적이 있고 한 해의 연차 15개가 고스란히 남겨진 경우도 있었다.

 

기괴한 일화가 있다. 일요일에 Build가 있어 아침 9시에 출근을 했으나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 30분이었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지쳐가는데 과장들끼리 숙덕숙덕하더니 나를 호출했다.

 

과장 : 자 밤이 늦었으니 넌 먼저 들어가.

 

나 : (무슨 일이지!?) Build가 마무리되었나요? 아직 진행 중이면 저도...

 

과장 : 아니 넌 내일 새벽 5시까지 나와야 해. 우린 5시까지 대기하다가 들어간다. 5시 넘어서 끝이 날 것 같다. 교대 근무를 하자. 그럼 수고하고 내일 새벽 5시까지 와서 확인해줘.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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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가 정상적으로 끝이 나면 Build Label이 갱신되거나 흔히들 보았던 Version 3.2.5와 같은 버전 코드 하나가 올라간다. 여러분들도 당장 확인 가능하다. Android 스마트폰 사용 중이라면 '설정 > 휴대전화 정보 > 소프트웨어 정보' 순으로 진입해 보자. 중간에 '빌드 번호' 항목이 있을 것이다. 뽀미누나 선생님의 납치 및 감금의 흔적이다.

 

2) SI/SM 업계의 야근

 

SI/SM 업계의 근무 형태가 워낙 광범위해서 웬만큼의 타 SW개발 업계도 통상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래는 ICT업계와 같이 적합한 개발 방법론에 의해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자사 서비스를 하는 SW업계는 이러한 방법론을 잘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SI는 '비용 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일정이 난도질을 당하여 방법론 따위는 낄 자리도 없다. 요구 사항이 나오면 바로 개발에 돌입하고 개발 중간에 기획이 변경되어 요구 사항은 멋대로 변한다. 프로세스는 망가져 없고 유치원생들 찰흙 놀이와 같이 닥치는 대로 주물러 댄다.

 

자동차 공작 놀이로 다시 한번 묘사해보자.

 

"달님반 어린이 여러분~ 우리는 자동차를 만들 거에요. 누가 만드는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만들고요~ 앞바퀴, 뒷바퀴, 몸통, 핸들이 있으면 되는 거에요~ 조립은 여러분들이 하면 됩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고객한테 장난감 자동차를 전달할 거에요~ 물론 장난감 자동차는 이상 없이 잘 움직여야겠죠? 아 참! 제한 시간은 2시간이에요. 제출 20분 전에 잘 움직이는지 데모할 계획이니까 잊지들 말아요~ 데모에는 원장 선생님이 구경 오신대요~"

 

여기서 끝이면 참 좋겠지만 개발 도중에 기획이나 요구 사항이 고객들의 니즈로 중간중간 너무 쉽게 변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만큼 빈번하게 말이다. 프로젝트 종료 1개월 전에 바뀌는 일도 빈번하다.

 

3개월 동안 장난감을 만들어야 하는 기술자라고 가정해보자. 요구 사항은 '주먹이 발사되는 인간 형태의 철인 로봇'이다. 2개월쯤 기본적으로 만들고 1개월 남은 시점에서 로봇 채색 작업 중인데 고객이 등장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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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주먹 발사는 좀 심심하군요. 주먹 발사라... 영 쓸모없어 보이지 않습니까? 머리통! 머리통이 발사되도록 해 주십시오. 적진을 향해 날아가는 머리통이라니요. 상상만 해도 근사합니다. 주먹 발사가 이미 개발되었다고요? 그럼 뭐, 그건 놔두고 머리통 발사를 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달리기는 넌센스입니다. 마라톤 로봇 같지 않습니까? 바퀴! 바퀴를 달아 주십시오. 고속 주행으로 머리통을 날려 버리는 겁니다! 어쨌든 로봇이라는 것은 변함없으니 무리한 부탁은 아니겠죠?"

 

기가 찬 상황은 더 많다. 새로운 서버 장비에서 개발해야 하는데 원청사에서 서버 구매 발주를 제때 하지 않아 프로젝트의 기간의 1/3동안 개발 장비가 없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 책임자의 귀책사유는 마법같이 사라지고 없다. 환장할 노릇이다.

 

개발자의 잘못이 아니라 원청사의 잘못도 보통 SI개발사들이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다. 사정을 감안한 일정 연기 따위는 없다. 이 업계에 있으면 "고객은 왕이다"라는 카피를 만든 녀석을 조선 시대로 보내 버리고 싶다. 반역죄로 잡혀가더라도 말이다. 견디다 못한 직원들이 퇴직해서 인원 구멍이라도 나는 날에는 남은 자들에게 지옥이 펼쳐지게 된다.

 

대망의 데모 일정이나 오픈 일정에 맞추기 위해 밤을 무수히 지샌다. 오픈 일정이 다가오면 그 피로는 극에 달한다. 데모나 오픈 일정 또한 절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게임이나 서비스 오픈을 종종 볼 것이다. 서비스 오픈 날 잦은 서버 점검을 경험했을 것이다. 잦은 서버 점검에 개발을 개떡같이 했다고 불평불만도 많이 해봤을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기에 불평은 당연하다.

 

그 서비스 오픈 며칠 전부터 개발자는 거의 잠을 잘 수 없다. 오픈 시나리오 연습을 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지만 일정이 빠듯하여 힘에 부친다.

 

대규모 서버 패치 작업들은 보통 새벽 2시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패치 작업을 시작하여 7시나 8시쯤에 오픈하고 개발자들이 집에 들어가서 피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이상이 있는지 모니터링 작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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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목격한 긴급 점검은 서버를 내리고 문제점을 개발자들이 수정하고 패치하는 중에 있는 것이다. 긴급 점검이 오후나 저녁까지 이어진다면 개발자들은 24시간을 지나 심할 경우 36시간까지도 깨어 있으면서 일을 해야 한다.

 

문제의 규모에 따라 운이 없다면 새벽 2시나 4시에 진행하는 패치를 며칠 동안 연속으로 강행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기에 실력이 좋아도 개떡같은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2.3.3 우리를 무너지게 하는 것들

 

이런 업무 환경도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고강도 업무 이후에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들이다. 세속적이게 말하자면 보상과 대우의 문제가 우릴 정말로 힘들게 했다.

 

2006년도 나의 신입 사원 연봉은 2000만 원이었다. 지급도 1/12로 나누어 지급되는 것이 아니었다. 명절 보너스 명목으로 1/14로 분할하여 명절 추가 보너스 대신 우리의 월급에 분할된 미지급금을 추가하여 지급받았다. 상여금은 당연히 없었다(남부 지방 중소기업의 개발자는 1600~1800만 원이 신입 사원의 초봉이었다).

 

그렇게 새벽까지 야근을 했지만 야근 비용으로 받는 돈은 식대 5천 원이 전부였다. 대기업 주변은 그 당시에도 밥 한 끼에 5천 원 넘는 곳이 많았다. 5천 원을 넘긴 저녁을 먹게 되면 적자를 보고 야근을 하는 꼴이었다.

 

또한 아무도 고마워하거나 인정해 주지 않았다. 무보수로 야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고가의 불이익이 있거나 심지어는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높은 강도의 야근은 개발자를 평가하는 아주 기본적인 측정 도구였을 뿐이었다.

 

청춘을 가져다 바친다 하여도 직업 수명이 길지 않고, 한 직장에서 종신 고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IT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많은 직장인들이 정상적인 근로의 보수, 정상적인 근무 시간, 안정된 고용에서 배제 당하고 오로지 회사를 위해 희생을 강요받았다.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2.3.4 머슴들에게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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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링크

 

며칠 전 매우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히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지금도 해당 기사 제목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SI업계, 52시간 근무 특례업종 지정 요청'

 

기사의 내용은 IT서비스산업협회(ITSA)가 지난 12일에 SI업계는 주 52시간 근무는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하여 열외 시켜달라는 것이 골자다. 실제 지정 요청은 며칠 지나지 않아 철회되었다. 여론을 의식한 모양이다. 기사 내용에 특례업종 지정 요청 사유가 기술되어 있는데 그냥 대놓고 다음과 같이 썼다.

 

'... 시스템구축(SI)으로 나뉘는데, 모두 고정된 근로 시간 안에 끝내기 어려운 업무가 많다는 게 이유...'

 

저런 것도 이유라고 제시하는 자신감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협회의 저런 행보 자체가 암묵적으로 근무 환경과 조건이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다.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협회를 딱 한 대만 때리고 싶었다. 미국제 토마호크 미사일로 말이다.

 

협회라고 하는 것이 잘못된 근무 환경과 구조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대기업들 눈치는 끝내주게 보는 것 같다. 역시 한국에서 정상적인 협회 찾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고, 많은 협회가 농촌의 찢어진 경운기 타이어만큼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훌륭하다 못해 아름다운 비너스의 허리 곡선과 같은 이 우아한 '근무 특례업종 지정 요청' 따위를 의결하는 시간에, 품격 넘치는 아파트에서 배송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것이 국민의 인권과 산업의 미래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10년이 넘는 개발자 생활 중 'ITSA'라는 협회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평소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고 무엇을 대변하는 협회였을까?

 

이상한 협회가 나대는 바람에 2018년도 초반부에 얼룩이 생긴 느낌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주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 소셜 커머스, 숙박, 메신저와 같은 업계에서 젊은 IT기업들이 생겨나고 개발자들의 편의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부일 뿐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머슴이 되어 낙하산을 메고 불구덩이 속으로 낙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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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서 공짜로 밥을 먹고 있는 훌륭하신 두 분이 정치, 경제를 너무 훌륭하게 이끌어 주신 덕분에 ICT업계들은 많은 수가 도산했다. 개선은 고사하고 회사들이 사라져 버렸고 임베디드 및 프로토콜 개발자들은 직장마저 잃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자율 주행과 같은 AI에 투자하고 있을 때 운하나 파고 21세기에 불량 식품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뭐 당연한 결과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 속만 터질 뿐이다.

 

SI 및 작은 회사들은 흡사 그린벨트 지역 같다. 생태계 변화가 없다. 하도급 법이 변경되어 명령 전달 체계만 바뀌었을 뿐이지 머슴살이의 생태계는 훌륭히 살아남아 숨쉬고 있다.

 

2년 전 밤샘 작업을 마치고 일요일 아침 7시에 택시를 타고 귀가한 적이 있다. 택시 기사님이 조용히 달리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기사 : 퇴근하시는 길인가 보네요. IT직종에서 일하시나 봐요?

 

나 :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기사 : 요즘은 새벽에 손님 태워서 술 안 취하고 멀쩡하면, IT직종이나 방송국 사람입니다.

 

씁쓸해서 웃고 있다가 기사님께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나 :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는데 도대체 돈은 누가 다 벌어가는 걸까요?

 

정말 돈은 누가 다 벌어가는 걸까? 주 52시간 근무제가 머슴들을 귀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