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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중에 괴한에게 폭행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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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꺼져가는 야당의 불씨를 살리고자, 밥 쫄쫄 굶은 것도 모자라 죽빵까지 맞았는데도 '단식 그만 하려고 쇼한다', '저 딴 걸로 구급차까지 부르냐', '병원에서 식사한 거 아니냐' 같은 근거 없는 비난을 듣고 있다. 김성태 원내 대표, 참 억울하겠다. 

 

물론, 그렇다고 김성태 의원을 질책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부정적 여론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맞는 액션을 좀 크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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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뒤로 털푸덕 자빠질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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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한 번 더 튀어오르는 36번 선수의 고난도 기술 덕분에

검은 옷 입은 26번 선수가 천하의 몹쓸 놈처럼 보인다.

 

요런 식으로,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 같은 동작으로 자빠졌다면 (그 기술적 완성도에 따라) 다가오는 지방 선거에서 스포츠 열성팬들의 표 중 3백 장 정도는 가져왔을 것이다.

 

위처럼 다소 육체적 단련을 요하는 동작을 시도하기 두렵다면 주변 장애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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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의 경우, 주변에 기둥이나 차들이 없었지만 대신 보좌관들에게 부딪치며 넘어지면 되었던 상황이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스플래시 데미지라 한다. 피해자의 쪽수를 늘려 괴한을 무자비한 학살자의 반열에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자빠졌다면 (역시 그 예술적 완성도에 따라) 발리우드 액션 영화 동호회원들의 표 이십 장 정도는 가져올 수 있었다.

 

여러가지로 아쉽지만 그렇다고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다. 아직 여론을 뒤집을 방법은 있으니까. 

 

바로 스포츠나 영화보다 국민들 생활에 더욱 밀접한, 패션으로 어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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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퇴원 패션이다. 누가 봐도 '나 엄청 세게 맞았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느껴진다. 기본에 충실한 패션이긴 하지만 너무 강한 의도에는 보는 이들이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이 때문에 부정적 여론이 크게 확산된 것이라 봐도 좋을 정도다. 

 

 

 

제안1. 귀요미 룩

 

첫번째 제안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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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용 목 보호대. 김 원내대표가 선택한 인간용 목 보호대처럼 '나 많이 아픔'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민망함을 감내하고 '뀨'라고 소리내주면 김 원내대표가 가진 귀여움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천만 애견인들의 동정표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안2. 금식의 고통 룩

 

두번째 제안은 다소 공포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캐릭터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라면 맞은 고통은 물론, 굶주림의 고통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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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 박사의 남다른 식탐을 모티브로 하여 '나에게 단식은 너희들이 굶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인내임'을 표현할 수 있다. 본래 저 입마개는 구속복과 함께 입어줘야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자칫 강제적인 금식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지금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필요한 이미지는 '강렬한 식욕에 대한 인내'일 뿐이다. 남다른 식탐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어 드루킹 사건이 '이상한 네티즌이 자리 달라 뗑깡 부린 것 이상의 중대한 사안'임을 어필하는 것이다. 더불어 전국의 대식가들이 '얼마나 먹고 싶을까', '참 힘들게 참는다' 같은 생각을 하며 자유한국당을 응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제안3. 카리스마 룩

 

마지막 제안은 다소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제대로만 해내면 부정적 여론의 반전과 더불어 십만, 아니, 백만 표도 바라볼 수 있는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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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내대표의 카리스마를 최고 수준으로 연출할 수 있다. 단식을 부정적으로 보던 이들도 눈길 한 번에 '김성태 님이 봐주셨어!'하며 까무러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유의 카리스마 외에도 입부분을 완전 가림으로써 '병원에서 몰래 음식물을 섭취한 건 아닌지' 이빨 사이를 살피는 불순한 시선들을 허용치 않는 효과가 있다.

 

특히 턱을 한 대 맞은 정도로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반인의 의료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처우를 받은 나머지 생길 수 있는 '약골'의 이미지 또한 한방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괴한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진 게 아니다. 더 강한 원내대표가 되기 위해 잠시 고난을 겪었을 뿐!

 

 

 

이상 자유한국당의 부진을 마냥 지켜만 볼 수 없어, 여론 반전을 위한 패션을 제안해봤다.

 

하지만 살짝 불안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김성태 원내 대표는 잠시 혼동하셨는지 '드루킹 특검 안 받으면 단식 중단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처음 하셨던 말씀인 '받아줄 때까지 단식하겠다'가 상식에 맞는 요구, 어린 아이도 혼동하지 않을 만큼 정석적인 요구였던 걸 생각하면, 괴한의 일격이 김 원내대표의 턱을 너머 다른 곳까지 충격을 준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부디 본지의 패션 제안을 적극 검토하시어 부정적 여론과 낮은 지지율 따위에 굴하지 않는, 강한 야당이 되시길 응원하여 본다. 

 

Profile
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