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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교생의 추억

200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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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교생의 추억

2004.7.22. 목요일
딴지 생활부



어느 해 5월에 교생실습을 간 적이 있었더랬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댕겼다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교생을 향한 설레임과 희망, 고것을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심어 주겠다는 모진 각오로 정성스레 치장하고 한달 여 뺑이를 돌던 경험이 본기자 가슴팍 어딘가에 고이 새겨져 있다.


보통, 모교에 안좋은 추억이 있다거나, 연고학교가 너무 원격지라던가 할 때, 교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 사대에 딸린 중고등학교들이다. 해서 사대부속학교에는 한해 수 십명의 교생들이 몰려들게 되고, 이들 학교 재학생들은 3학년 정도 되면 되려 교생을 심드렁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역시 교생의 가치는 희소성과 기회비용에 있다 하겠다.


아무튼지, 본기자는 볕 좋은 봄날에 술쳐묵고 돌아다니다 그만 실습학교 등록을 놓치는 바람에 사대부속 중학교로 향해야 했다. 그리고 운명적인 첫 실습일부터 묘하고 불온한 감정에 휘말려버리고 만다. 그랬다. 그 경험은 이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내 도덕률에 부조화를 일으켰고 실습 4주 내내 끊임없는 자기검열을 하게끔 했었었던 거였다....



남(男)중딩이라는 족속들을 먼저 야그해 보구 싶다. 사춘기의 절정에 있는 아그들로서, 소란스럽기가 소낙비 받아내는 양철지붕보다 더하니, 본기자 얘들하고 한달 수업하고서 완벽한 복식호흡을 마스터하여 득음하게 되더라. 고딩의 노련함은 없으나 초딩의 소심함 또한 극복했기에, 인생의 대형사고가 요때 집중되기도 한다. 앙칼진 야림의 눈빛을 시전하기도 하는데 가출비율이 젤루 높다. 한마디로, 고딩들이 유치해 더 이상 안하는 온갖 반항질에 열라 끌리는 시기 되겠다. 가장 핵심적으루다가 발육상태에 있어서, 초딩 5학년 같은 애덜도 있는가 하면, 이미 키 180을 넘겨버린 녀석들도 있다.


다시 본기자의 불온하고 부조화스런 경험으로 돌아가자.


설레는 맘으로 담임반에 들어가 청초하게 인사한 뒤, 녀석들의 학급회의를 참관하는 중이었다. 오호, 흥미로운 학생 하나를 발견했다. 키는 훌쭉하니 큰데 어깨가 아직 발달되지 않아서 소년과 청년의 구분이 모호한 체격, 옅은 주근깨가 언뜻 보이지만 또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급우들을 압도하는 은근한 저음의 카리스마..... 어라 어라, 이게 뭐씨여? 맘이 땡긴다아!


씨바, 드뎌 알콜성 치매가 오나.. 저 꼬마녀석이 시방 남자로 보이는겨??


사회에 부응하는 도덕률을 가진 본기자, 그저 전날 과음의 여파로 잠시 판단착오를 일으킨 거라 가볍게 생각했음이다. 또 첫날부터 바짝 든 긴장감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교생담당샘의 군기에 쫄아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면서 이 기묘한 감정은 잊혀져 가는 듯 했었다--교생때는 첫주가 젤루 바쁘다. 그런데....


시간이 좀더 흐른 어느 날, 반 녀석들은 고새 친해진 내게 뻐디뻐디 메신저 가입을 강요했고, 그 담날 아뒤 공개를 요구하는 거다. 아뒤를 갈챠 준 그 날 저녁, 뻐디뻐디 로그인을 하는 맘이 무자게 설레이고야 말았다. 여기저기서 친구등록 확인이 날아오는 가운데, 그 주근깨 카리스마 녀석이 두 번째로 칭구등록을 했으며 등록시간이 방과후 30분도 채 안되는 때였다는 것에 환희감이 밀려오는 거시었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책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컴터를 켜고 노트를 뒤적거려 내 아뒤를 등록했을 녀석의 모습이 눈 앞에 슬라이드쇼처럼 펼쳐지는데.... 그 아스라한 느낌 있자나, 연애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맘을 확인하는 단계같은 거. "아아 그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시네" 머 이런.... 쩝~


"......."


안다, 알아. 너무 모라 하지 말아달라. 본 기자 역시 출렁이는 혼란감에 멀미를 했더랬다. 이게 말로만 듣던 롤리타 증후군인지 정말로 고심했음이다. 하지만 에이, 설마......


물론, 섭시간에 녀석이 있어서 훨 의욕적으루다가 강의했던 건 맞다. 녀석에게 질문도 한 번 더 하고, 눈길도 한 번 더 주고 한 것도 맞다. 출근하기 정말 싫은 날, 녀석을 볼 수 있다는 거에 동기부여되어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집을 나선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딴 녀석들보다 더 정성스레 녀석에게 뻐디질도 하고 답멜을 해준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죄과일 테다. 환경미화 준비에 젤 먼저 남아 준 녀석이 구엽고 대견스러워서, 없는 돈에 도와준 녀석들 모두한테 쟁반짜장이랑 탕슉 쏜 것 역시 오바라면 오바일 거다. 하지만 에이, 설마....... 설마?


아아, 시방 내가 소년끼를 가지구 있는 남자한테 반한 것이냐, 아님 남자를 향해 가는 소년한테 반한 것이냐.... 긍까 15살한테 반한 건 맞는 거시냐??


아주 다행스럽게도 4주의 실습이 끝나고, 불온한 혼란스러움도 잦아들었다. 뭐래드라? 아웃 오브 싸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라 하자나. 본기자, 원래 생활로 돌아와 다시 열쉬미 술쳐묵고 다녔다. 자신이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섹슈알러티를 가졌을지 모른다는 슬픈 비밀을 맘에 안고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술자리에서......


"어쩌구 저쩌구 씨바리 개바리.... 이 치마가 머가 짧아, 씨. 그 꼰대 땜에 교무실에서 개쪽 당하고 재미없는 수트 한 벌 샀지 머. 아 재수~ 그래두 3학년 6반 진호 땜에 한 달 버텼잖어. 아, 녀석 쌈박하던걸? 튼실하게 무럭무럭 자라만 다오. 호호호호호호.


머? 참나... 아이씨, 16살이면 다 큰거다, 머. 몽정기도 안봤냐? 글구 말야, 언닌 그 나이 때 어땠어? 난 중학교 때 내가 알아야 할 삶의 쫀쫀함이랄지, 섹스의 메커니즘이랄지 마스터했거덩?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단지 경험치의 문제 아니겠어? 애가 아니라는 거야, 이미. 성추행하겠다는 것두 아니구 보면서 므흣하겠다는데, 게 머 말라비틀어진 롤리타야!


글구 충고하는데 언니, 언니가 그래서 고루하단 말을 듣는 거다..."


저런 경을 칠 뇬..... 헌데 듣고 보니 딴은 글타. 생각해 보믄 어쩜 본 기자의 혼란이 자신한테 사기당한 감정일 수도 있겠다. 그니까, 자신의 학생들 모두에게 동량의 애정과 관심을 쏟으려 했으나, 부득이 더 이쁜 애가 나왔을 때가 있겠고, 그럼 자신의 의지가 실패한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죄책감에서 되려 이성애 감정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말이 많아지는 거 보니, 변명인가?


아니면, 저도 모르게 각인된 교생에 대한 편견들, 이를테면 남학생들은 무조건 여교생을 좋아할 거란 밑도 끝도 없는 믿음 속에서 혼자서 북치고 박쳤던 생쇼는 아닐런지....


이도 아니라면, 겉보기등급은 그럴싸한 남자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에게 진짜 연정이라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실로 오싹한 가정이 아닐 수 엄따.









   좋아한 거 맞지, 김선생?


뭐가 됐든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교사질하면서 동기야 우찌됐든 업무능률성을 올려주는 대상이 있다는 게 나쁜 건 아닌 거 같네. 또한 선생도 인간인데 더 이뻐하는 애가 있는 거 어찌 보믄 당연하다. 편애가 문제가 아니라 편애로 인한 차별취급이 문제 아니겠능가?


결론적으루다가 본 기자 혼자만 겪은 게 아니라는 게 무쟈게 다행이었음이다. 그리고 당시, 보다 성숙한 미소년들이 많았던 옆 고등학교에 안떨어진 걸 신께 감사했음이었다. 혹시 또 모르잖은가! 감당 못할 기쁨에 돌아버렸을 지도...


전국의 중고딩들아, 담탱이 뿐 아니라 교생조차 편애한다. 이건 정말 확실하다. 애지녘에 알고 있었남? 해마다 4,5월이면 보다 분발해서 꽃단장하고 교생들을 맞이해 주어라. 고른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사실, 교생 진짜 불쌍하다. 한달여 동안 뺑이치면서, 월급은 커녕 실습비 내고 댕긴다. 시엄마같은 교감샘이나 연구주임샘한테 복장검사도 당한다. 없는 돈에 양장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 되겠다. 정말이지 교생들한테는 니들 학생들 바라보는 거 밖에는 다른 낙이 엄는 거시다.


 


몇 년 전 마음의 짐을 벗어버려 홀가분한
   시포(shepoo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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