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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섹칼럼] 콘돔에서 낙태까지

2004.7.15.목요일
딴섹칼럼






콘돔이 뭐 하는 물건인지는 다들 알리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굳이 입 아프게 다시 설명을 하자면 섹스를 할 때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피임기구의 일종으로 우산이나 고무장갑 등의 애칭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알다시피 남자가 사정을 하면 정액이란 것이 나오고 정액에는 정자들이 들어있다. 이 정자들은 여자의 난자와 만나면 자궁에 착상하고 세포분열의 과정을 거쳐서 아기가 되는 것이다. 시험관 아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통해서 태어났을 것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정만 하면 정자가 난자와 만나 바로 임신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여자는 한 달에 한번 난소에서 난자를 내보낸다. 이 난자가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난자의 착상을 돕기 위해 부풀었던 자궁 내벽이 허물어지고 그게 바로 마법이라 불리우는 생리다) 임신 주기법은 여자의 몸 상태에 따라 상당히 불안하므로 어찌되었건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임신을 막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의외로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남자들이 콘돔을 착용하면 감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여자들이 속으로는 콘돔을 사용할 것을 말하고 싶지만 혹시나 나를 경험 많은 되바라진 여자로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설마 임신이 되겠어, 하며 넘어가기 때문에 콘돔 착용은 더더욱 이뤄지지 않는다.


내 경우로 말 할 것 같으면 나는 항상 집에 콘돔을 놔둔다. 그런데 사실 나도 콘돔을 착용하라는 말을 했을 때, 몇 번 정도는 감을 운운하면서 혹은 밖에다 싸겠다는 체외사정법을 들먹이면서 콘돔 착용을 거부하는 남자들을 봤다. 그러면 나는 미련 없이 섹스를 하겠다는 당초의 생각을 거둔다. 착용하라고 신경질을 부리고 싶지도 않고, 왜 착용을 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차근차근 앉아서 설명을 덧붙이면 그들이 못 알아듣는다는 생각을 하진 않지만 그러고 나면 섹스무드는 깨지게 마련이다.


사실 감이 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성기에 직접 콘돔을 착용해 볼 수 있는 남자가 아닌 이상 감 떨어진단 거 다 헛소리다라고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분명 착용하나 안 하나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듯 민감한 남자들은 아주 분명하게 느낄 정도로 감이 떨어질런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감을 위해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을 생각하면 다소 감(feel)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싶다.








 자갸~
요기 콘돔~


물론 콘돔 이외에도 피임방법은 많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할 수도 있고 페미돔을 쓸 수도 있고 사후 피임약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약국이 아닌 곳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다(참고로 콘돔은 대형 마트에도 팔며 편의점에도 판다. 그리고 여관이나 모텔에는 자판기도 있다). 더구나 피임약의 경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복용을 해야 하며 호르몬제 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살이 찌거나 여드름이 나거나 생리통이 있는 등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손쉽게 구하고 부작용도 없으며 간편하게 이용 가능한 것은 역시 콘돔이 제일이다. 더구나 콘돔은 성병 예방까지 함께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이다(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에는 길거리에서 봉사자들이 콘돔을 나눠주기도 한다).


사실 매일 섹스를 하지 않는다면 여자에게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루프 등의 피임기구를 시술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이 땅의 모든 미혼 남성들 혹은 아이를 원치 않는 남성들에게 정관수술을 하라는 것도 역시 무리이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다른 뾰족한 대안이 생기지 않는 한 현재로써는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콘돔을 착용하긴 해도 이런 경우가 있다.


: 저쪽 서랍에 콘돔 있어, 꺼내
: 이따가. 지금은 그냥 하고 좀 있다 사정하기 전에 낄게.
: 아냐 지금 껴
: 사정할 때 끼면 되지 감 떨어지게 벌써부터 그럴 꺼 있냐
: 개뿔같은 소리 집어치워라. 지금 낄꺼면 하고 아님 하지 말던가


사태가 이쯤 되고 나면 하고싶은 마음이 나나 상대방이나 싹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콘돔을 끼고 다시 어떻게건 분위기를 잡아서 시도를 하지만 좀처럼 몰입이 되질 않고 오르가즘은 없는 그냥 단순히 삽입하고 으쌰으쌰 펌프질 하다가 사정하는 섹스만 있을 뿐이다.


사정하기 전에 콘돔을 착용하는 건 물론 아예 콘돔을 안 쓰는 것보다는 낫지만 일단 삽입이 되고 남자의 성기가 내 질에서 분비되는 분비물로 미끈거리면 콘돔을 끼우기도 힘들뿐더러 섹스를 하던 도중에 휴지로 닦고 어쩌고 하면서 중단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즐거움이 훨씬 반감되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삽입을 하는 즉시 조금씩 정액이 분비되기 때문에 사정하기 직전에 콘돔을 착용하면 그만큼 피임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  


다시 감으로 돌아가서. 정말로 감이 좀 떨어진다고 치자(감이 떨어지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지를 못하니 그렇다고 치는 것이다). 그래도 여자가 임신을 하는 것에 비하겠는가. 체외사정을 한다고? 정자가 사정할 때만 나오는 줄 알 때에나 할 수 있는 소리다. 그리고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단 한 방울(임에도 불구하고 정자 수는 대체 몇 백 마리일지 모르는)도 여자의 몸 속에 흘리지 않고 바로 쏙 뺀다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에게 하드를 빨지 말고 입안에 잠깐 넣었다가 빼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걸
끼워, 말어..



아무리 끝내주는 자제심과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내는 정확성을 가진 남자라 하더라도 그건 평상시가 아니라 사정직전 즉 오르가즘의 길목에 있을 때의 상황에서는 발휘가 어렵지 않을까.


따라서 남자에게 자제심을 발휘하라는 것 역시 잔인한 일이며 불행하게도 그 잔인한 일을 한다고 해서 임신이 안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체외사정법은 피임 중 가장 허술하고 실패확률이 높은 피임법이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출산할 목적으로만 섹스를 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불행하게도 나를 비롯한 일부 인간들은 섹스를 하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기도 하며 또 아이를 낳을 형편이 되지 않기도 한다. 이미 원치않은 아이가 덜컥 생기고 난 다음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으려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흔히 여자가 미혼인 상황에서 임신을 하면 몸가짐이 어쩌고 하면서 섹스한 것을 나무란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피임을 하지 않은 것을 나무라면 나무랐지 섹스 자체를 가지고 뭐라고 한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아직까지 낙태 경험은 없다. 그래서 낙태가 어떤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주는지 내 소상한 경험을 들려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여태 낙태를 한 여성을 선배, 후배, 친구까지 다 포함해서 5명 정도의 경우를 보았다. 그걸 지켜본 결과는 딱 하나였다. 절대로 낙태할 일은 만들지 말자. 임신을 한 여자나 임신을 할 수 있도록 관계를 가진 남자나 다 괴롭겠지만 여자들의 경우만 보자면 그녀들의 고통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생명을 죽일 권리를 누구로부터 위임받았으며 그걸 행사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고차원적인 문제부터 낳으면 당장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하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문제까지. 낙태를 경험한 그녀들은 모두 몇 년은 더 늙어버린 얼굴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났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주 오래오래 죄책감에 시달렸다. 만약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나는 그녀들이 꼭 콘돔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콘돔 없는 섹스는 원하지 않는 아기를 낳아야 하거나 아니면 자라서 뭐가 될지도 모르는 한 생명을 죽이는 일로 직결된다. 즐거워야 할. 또 즐겁자고 하는 섹스인 만큼 끝까지 즐거우려면 귀찮거나 감이 떨어지거나 기타등등의 이유가 많겠지만 그래도 콘돔을 착용해야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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