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자기 소개
이름은 차야톤 포바이쿨(Chayathorn Poebaikul)이다. 태국에서는 성을 처음에 쓴다. (한국과 마찬가지) 차야톤이 성이고, 포바이클이 이름이다. 나이는 (만으로) 스물이다. 하지만 모두들 붐(Boom)이라고 부른다. 지금 APU에서 아시아태평양경영(Asia Pacific Management)을 전공하고 있다. 1학년이지만 작년에 가을에 입학해서 지금 2학기째다.
-태국인들을 만나보니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 모두 가지고 있나
그렇다. 태국에서는 이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붐(Boom), 보(Bo) 뭐 이런 식이다. 때문에 친구끼리도 본명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태국에서는 태국어 이외에 어떤 언어를 쓰나
태국어가 공용어지만 두 번째로 널리 퍼져있는 언어는 영어다. 대략 절반 정도의 태국인이 영어를 할 줄 안다. 초등학교 때부터 12년 간 영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국립학교보다 사립학교에서 영어를 더 많이 가르치는 편이다. 그렇다고 잘 하는 이들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인구는
약 6000만 정도다.
-불교를 믿는 이들의 비율은
태국은 불교 국가다. 95% 정도의 국민들이 불교를 믿는다.(정확하게는 92% 정도다)
-종교간의 갈등은 없나
남부를 제외하고는 없다. 남부에서는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이 있어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 특히 일부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얼마 전에 남부에서 무장 청년들의 습격이 일어나 100여명이 죽었다는 뉴스가 있었다.(지난 5월 28일 젊은 이슬람 무장세력이 태국 남부의 군과 경찰 병력을 공격하다가 몰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망한 이슬람 무장세력은 108 명에 달했다.)
역시 종교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습격 중에 사살당한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이다. 사실 태국 무슬림들은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오늘은 별로 표시할 것도 없다.
-네가 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은
사실 3, 4년 동안 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요즘 사정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절 정도?(웃음)
-언제부터 태국을 떠나 있었나
방콕에서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12년 동안 지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미국에 전학을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3년 정도 지내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태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녔다. 1년 동안 고등학교를 다닌 끝에 졸업을 하고 작년 가을에 일본에 왔다.
-미국에만 있었나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방학이나 휴일에는 싱가폴이나 홍콩에 놀러 가기도 했다.
-미국에 유학 가는 건 누가 정했나
부모님이다. 내게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굳이 미국을 택한 이유는 당시 친척들이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촌 형제들 말이다.
-미국 어디에 있었나
워싱턴 DC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미국 학교와 태국 학교의 차이점은?
미국 학교에는 교복이 없다. (태국에서는 교복을 입는 대학교도 많다) 그리고 태국에 비해 미국 학교는 덜 엄격한 편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태국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은 모두 머리를 1인치(2.5센치) 이하로 잘라야만 한다. 유치원부터 13년 동안 적용되는 규칙이다.
-체벌은 있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교육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태국에서는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네가 학교에 가서 앉아만 있으면 교사들이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넌 수업을 위해서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미국 시스템은 다르다. 수업 시간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태국 시스템이다. 공부를 많이 할 필요 없이, 그저 학교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온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웃음)
머리자르고 앉아만 있으면 된다구? 한국 학교랑 똑같네~
-태국 고등학교로 돌아와 적응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별로. 태국 학교에서는 시험 때 교사가 가르쳐 준 것을 전부 외우기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다르다. 너는 주제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하고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APU를 택한 이유는 뭔가
내가 정한 게 아니다. 부모님이 정했다. (웃음) 그건 내가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모든 태국의 부모들이 생각하는 건 비슷하다. 네가 태국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한다면 태국에서조차 좋은 직장을 얻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학교를 졸업한다면, 사람들은 네가 뭔가 다른 것들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
-그 생각이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웃음) 단지 태국인들이 그렇게 믿는 것 뿐이다. 고정관념이라는 얘기다. 내 생각에는 태국 대학에서 공부하나, 여기서 공부하나 그다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결국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는 태국에 돌아가 직장을 얻을 생각인가
그렇다. 요즘 나는 회계를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태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태국에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있다. 그들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을 찾고 있다.
-너처럼 말인가 (웃음)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다면 대답은 ‘예스’다. (웃음) 내가 이번 학기에 ‘일본어 중급’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말하는 데는 자신이 없다.
-태국에 방문한다면 가보아야 할 곳을 두 곳만 추천해달라.
관광을 위해서라면 태국 북부를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치앙마이는 외국인들에게 아주 유명하다. 폭포도 있고 자연이 아주 아름답다. 많은 외국인들은 치앙마이가 태국의 자연과 전통을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수공예품이나 태국의 전통 약재들도 많이 있다. 사실, 방콕보다 낫다. 방콕은 단지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태국의 수도일 뿐이다. ‘태국적인 것’은 치앙마이에 더 많이 있다.
종교적인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왓프라캐우(Wat Phra Kaew, 에메랄드 불상으로 유명한 속칭 에메랄드 사원)라는 사원을 추천하고 싶다. 태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사원이다. 장식도 아름답다. 많은 외국인들은 그곳이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라고 말한다. 태국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다.
여기가 왓프라캐우(Wat Phra Kaew)
-태국인들은 아주 종교적이라고 들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통 태국인들은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그리고 사원 근처에 사는 이들은 사원에 가서 음식을 기부하기 위해 줄을 선다. 태국의 승려들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없다. 그들은 매일 아침 음식을 사람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요구를 거절하는 이는 태국에 아무도 없다.
-어떤 음식을 기부하나
어떤 음식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호랑이 고기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외에도 몇 가지 금기가 있다.
-호랑이 고기를 먹는 이들이 있나
그렇다. 소수지만 있다.
-다른 고기는 상관없나
상관없다.
-다른 금기가 있나
승려들은 술을 마실 수 없다. 담배는 허용된다.
-일반인들은 술과 담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나
그렇다. 특히 술은 많이 마시는 이들이 많다. RCA 로드와 카오산 로드에 바가 몰려 있다. 담배도 사원과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자유롭게 필 수 있다.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카오산 로드
-사원에서 하면 안 되는 게 뭐뭐 있나
술과 담배를 할 수 없다. 음식은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사원 내에서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없다. 반드시 긴 옷을 입어야 한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반바지, 슬리퍼, 나시 역시 금지다)
-태국에 갔을 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나
아까 말했다시피 절반 정도의 태국인이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절반 정도가 영어를 괜찮게 한다.
-근데 내가 태국에 갔을 때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던데
그건 장소에 따라 틀리다. 예를 들어 치앙마이나 방콕 같은 대도시에서는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관광객들 중에 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대부분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난다면 쉬운 단어로 밖에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태국에서는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자유인가
그렇다. 사실 연애를 하는 데 유일한 장벽은 여자의 부모다. 그들 중 몇몇은 아주 엄격하다. 특히 딸이 십대라면 더욱 엄격한 경우가 많다.
-처녀성은 중요하게 생각되나
그렇다. 태국 여성들은 대부분 혼전순결을 지킨다. 아마 70% 정도 될 거다. 물론 남자들 중에서도 여성의 처녀성을 존중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여자 친구에게 같이 잘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커플도 많다.
-미안한 말이지만 태국은 섹스산업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태국 여성들도 성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태국에 가면 가이드 아저씨들이 태국 여성들이 성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하며 섹스 관광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애쓴다. 물론 업소녀와 어디든 그렇겠지만, 보통 여성들은 성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점 알아두길)
성적으로는 오히려 보수적인 편이란다
-에이즈는 어떤가(태국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최소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에이즈 환자의 수는 2500여명, 실제로는 4배 정도 되리라고 추산된다.)
보통 사람들 중에서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직업 여성들이나 그 주변인들에 한해 에이즈 보균자들이 많을 뿐이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에이즈에 걸린 이들이 없다.
-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오해나 고정관념이 있나
잘 모르겠다. 없는 것 같다. 내 외국인 친구들은 태국에 대해 그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태국의 역사에 대해 잠깐 물었지만, 자신은 역사를 배운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태국의 정식 명칭은 ‘태국왕국(The Kingdom of Thailand)’이다. 지금 태국의 국왕은 푸미폰 아둔라야뎃(Bhumibol Adulyadej)으로 차크리(Chakri) 왕조의 9대 왕이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지만 아직까지 왕은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를 존경한다)
많은 이들이 왕을 대단히 존경한다. 그는 돈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그는 국민들을 헌신적으로 도우며 그들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정부를 위해 일을 하고 정부가 그에게 돈을 주지만, 그는 그 돈을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쓰고 있다. 모든 태국인들이 왕을 존경한다.
태국의 왕이다. 가난한 이들을 돕느라 바빠서 외국 방문을 아예 안한다고 한다
-넌 어떻게 생각하나
나 역시 왕을 존경한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정부는 부패했고,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어떤가, 탁신(Thaksin Shinawatra) 총리는?(탁신 총리는 태국 최대의 정보통신 재벌로 타이락타이(타이를 사랑하는 타이 Thai Rak Thai, 줄여서 TRT)당을 창당해 20001년 총리에 당선됐다. 당선 직후 재산신고누락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2001년 8월 무혐의 판결을 받고 지금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부패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정치, 금권 정치의 대명사 탁신 총리, 하지만 지지율은 아직도 높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지 않았나
그가 재판부를 매수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그가 부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적자금으로 축구구단 리버풀을 인수했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는 뭔가 (조류독감 파동, 남부 지방의 유혈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탁신정부는 아직 70% 정도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정치인 중에나 가장 낫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을 유용하기는 했지만, 그는 동시에 최소한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옛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돈을 챙기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롱(Chamlong Srimuang)시장 같은 경우에는 청렴하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알지? 잠롱은 ‘깨끗한 남자(나이시안)’라는 별명을 가진 전직 방콕 시장이다)
(웃으며) 그렇게 알려져 있는지 모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국의 정치인들은 누구나 돈을 받는다. 예외는 없다.
-이유가 뭔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웃음)
-탁신은 이미 충분할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사실 그는 태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인물이고 아시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이들 중 하나다. 그는 태국에서 가장 큰 통신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탁신을 뽑을 때, 사람들은 그는 돈이 많으니 부패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저질렀다.
-조류독감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태국에 조류독감을 은폐하려고 시도하다가 들통났다)
(웃으며) 만약 네가 태국인이었다면 처음부터 그 말이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탁신이 ‘태국은 조류독감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을 때, 처음부터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태국인들은 탁신 총리를 믿지 않는다. 물론 탁신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들만을 공표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있나
없다. 친구들도 대부분 정치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낸 돈으로 정부가 좋은 일을 하는 걸 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지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투표율은 어느 정도인가
90% 이상이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어도 대부분 투표소에 가서 그 중에서 가장 나은 인물을 찍는다.
-‘최악의 차선’(이 말 참 많이 나온다) 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그 선택이 탁신이다.
-너는 어떤가
난 투표를 하지 않는다. 사실, 누가 정권을 잡던 상관없다. 누구든 부패하게 마련이다.
-탁신 총리가 실시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작년 1월부터 탁신 총리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3개월 간의 대대적인 단속 기간 동안 2275여명이 사망하고 4만 9594명이 체포 당했다. 정부에서는 사망자 대부분이 마약 세력간의 다툼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언제나 벌어지는 일이다. 탁신은 ‘올해 마약 딜러들을 퇴치하자’고 말했고 3개월 동안 그들을 모두 사살해버렸다. 하지만 마약 자체는 남아있다. 그는 그가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무장 경찰을 투입해 화끈하게 밀어버렸다
-정부는 마약 딜러 45명만을 사살했고, 나머지는 마약 세력간의 다툼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죽었다고 발표했는데, 많은 외국인들은 그 발표를 믿지 않는다.
나 역시 믿지 않는다.
-그러면 정부가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나
그건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신문에서는 2000여명이 모두 마약 딜러라고 말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신문에서 본 건가
나는 매일 인터넷으로 태국 신문을 읽는다. 수업 시간에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면을 주의 깊게 읽긴 하지만.
-탁신이 언론을 조종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 탁신은 태국에서 그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나 진실을 요구하는 이들은 없나
많지 않다. 그가 일을 하기만 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도 하다. 우리는 단지 최악에서 최선을 선택한 것 뿐이다. 탁신은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자신이 맡겨진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순수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시위도 없나
별로 없다.
-태국인들은 탁신을 좋아하지 않나?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탁신이 스스로를 치장하는 방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이든 완벽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부패다. 언젠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 중 한 명이 탁신을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그는 사라져 버렸다. 나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경찰조차도 실종된 변호사를 찾아내지 못했다. 탁신에 의해 저질렀다는 심증만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사태에 대해 침묵하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경찰조차도 탁신의 편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태국을 가리켜 ‘탁신주식회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그렇다. 태국의 모든 것은 탁신에 의해 움직인다.
-탁신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리라고 보나
그렇지 않다. 다음 선거가 치러진다면, 탁신은 아마 패배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그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아직도 높지 않은가, 대안은 있나
태국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무도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대안이 없다. (웃음) 그게 문제다. 모든 이들이 부패했다.
-네가 보기에 탁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이들도 없나
다 똑같다. 조금의 차이도 없다.
-그럼 탁신 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국 정치 자체의 문제라는 얘긴데 그런 부패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지금으로서는 부패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것은 공직에 앉게 되고, 돈을 접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부패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돈 앞에선 누구나 마찬가지란다..
(이후 이라크 전쟁과 테러리즘에 대해 물어봤지만 자신은 경제뉴스만 주의 깊게 보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경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넌 태국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지 않나
경제 지표들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태국인들의 삶은 그다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 없다. 평생 동안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태국은 2000년 기준으로 국민소득 2000불이지만, 벤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미국처럼 말인가
미국보다 더 심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은퇴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태국에는 연금제도조차 없다.
-그러면 은퇴 후에 어떻게 생활하나
다른 이들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양로원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자녀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부모를 부양하기를 거부하는 태국인들은 별로 없다.
-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네가 말한 것처럼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내가 말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 언젠가는 좋아지지 않으리라 싶다.
-그 말은 태국에 투자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뜻인가 (웃음)
(웃으며) 그렇다, 네가 돈만 있다면 말이다.
-만약 투자한다면 어느 산업이 비전이 있는가
서비스업이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 같은. 사실, 태국인들은 자신들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 레스토랑이 인기가 있다. 지금 가장 인기가 있는 음식은 일본 음식이다. 그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다. (웃음)
-그럼 졸업하고 레스토랑을 차릴 생각인가
사실 레스토랑을 차리는 것보다, 레스토랑에 투자를 할 생각이다. 친구 중에서 일식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다.
-태국 경제의 강점과 단점은 뭔가
장점은 교육 받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일을 하면 좋고, 어떻게 하면 회사가 발전하는지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많다. 단점은 태국이 아직까지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면 태국의 경제는 더 좋아질 것이다.
-섹스산업은 어떤가, 지금 태국에서는 ‘Unseen Thailand’ 캠페인을 통해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직 그대로다.
-태국인들은 섹스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도 섹스 산업이 태국에서 번성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섹스 산업을 가지지 않는다면, 직업여성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할 수 없이 그 길을 택한 것이다. 만약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그들이 그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섹스 산업이 태국의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그렇다. 많은 외국인들이 그것 때문에 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네 나라가 이런 걸로 유명하면 기분 좋겠냐!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문제는 직업여성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역시 교육이다. 만약 정규 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들은 아마 제대로 된 회사에서 직장을 다닐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그런 이유 때문에 태국을 찾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외국 관광객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지 여자를 사기 위해 태국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인들이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한국 여성이 외국인과 데이트 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국은 정 반대다. 요즘에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로 외국인을 사귀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특히 십대들 사이에서 그렇다.
-너도 노력중인가? (웃음)
그렇지 않다. 나는 이미 타이 여자친구가 있다. (웃음)
-어느 나라의 외국인이 인기가 있나
물론 미국인이다.
-동성애에 대한 정책은 어떤가, 태국은 성전환수술로도 유명한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커밍아웃을 하는 이들도 많다. 수술을 통해 큰 가슴을 단 남자도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개의치 않는다. 수술을 받고 말고, 게이가 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차별도 전혀 없다.
-커밍아웃을 한 다음에도 사회적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나
그렇다. 커밍아웃을 한 다음에도 친구, 가족, 친지들과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도 게이가 몇 명 있었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태국 여행의 필수 코스가 돼버린 알카자쇼, 게이들의 공연이다
-성전환 수술도 일반적인가
병원에 가면 대부분의 큰 병원에 특수한 수술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그리고 그런 수술로 유명한 곳에는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게이나 성전환자들이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나
전혀 없다. 일반인들도 그들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일이다. 같은 불교 국가지만 캄보디아 같은 경우에는 동성애가 불교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한 달 동안 승려 생활을 했다. 하지만 동성애가 불가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에 와서도 절에 가거나 매일 기도를 하나
절에는 가지 않지만 매일 아침 기도를 한다. 하지만 모든 태국 유학생들이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 따라 하는 이들도 있고,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럼 넌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종교적인 편인가
그렇지 않다. 아침에 기도를 하기는 하지만 음식을 기부하지도, (기부를 위해) 음식을 남겨놓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음식을 얻으러 다니는 이들이 없잖은가
그건 그렇다. (웃음) 하지만 태국에서는 종교적인 이들이라면 다들 그렇게 한다.
-원한다면 내가 매일 아침 음식을 얻으러 가도록 하겠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웃음)
(이후 붐이 지금 사는 곳과, 이 곳 학교에 대한 불만이 조금 오갔다)
-경제와 관련된 분야 중에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나
(웃으며) 사실 경제와 관련된 어떤 분야에도 관심이 별로 없다. 내가 APM(아시아태평양경영, Asia Pacific Management)을 택한 것은 이 학교에는 전공이 두개 밖에 없기 때문이다. APS(아시아태평양학, Asia Pacific Studies)를 전공하면 졸업 후에 취직하기가 힘들지 않나. 사실 APS를 전공하는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매일 ‘졸업하면 뭘 하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되풀이 한다고. (웃음)
-일본으로 유학을 온 이유는
사람들이 아직은 일본어가 가장 중요한 언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0년이나 20년 후에는 중국어도 마찬가지로 중요해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태국에서도 중국보다 일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태국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은 아주 많다. 중국계 태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음에도,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한 일본 기업의 월급이 태국 기업들 보다 훨씬 많다. 대졸자 초봉이 태국 기업은 2만(1바트=약 28원, 약 56만원)바트 정도지만, 일본 기업은 3만바트(약 84만원) 이상이다.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더 인기가 있다.
-그들 기업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나
가장 먼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부터 본다. 그리고 나서 얼마나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본다. 전공이나 이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언어 능력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기가 힘드나
그렇다. 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힘들다.
-2만 바트 정도면 태국에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나
태국 물가는 일본보다 무척 싸기 때문에 적당히 생활할 정도는 된다.
-용돈은 어디서 받나
부모님께 받는다. 한 달에 용돈으로 6만엔(약 65만원) 정도 쓴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
사실 태국 유학생들은 돈이 많은 집에서 온 이들이 많다. 그게 그들이 일본에 온 이유다. 일본의 생활비는 아주 비싸지만, 돈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넌 어떤가
우리 집은 그렇게 부자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를 할 수가 있었나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는 환율이 아주 낮았다. 1달러에 25바트 정도였다. (지금은 43바트 정도다. 1달러가 800원 하다가 1200원이 된 우리 나라보다 더 심한 셈이다) 1997년에 외환 위기가 오기 전에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태국과 한국은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왜 외환위기가 왔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태국의 경제 구조 때문이다. 태국 경제는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다른 국가에 의지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 말이다. 동시에 주식의 대부분이 외국인들의 소유였다. 그들은 바트의 가치가 떨어지자 미련 없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해 버렸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그럼 외환위기의 모든 책임이 외국인들에게 있다는 말인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도 크다.
-태국 경제는 3-4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으로 봐도 되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태국인들이 자국 경제에 계속 투자를 하면서 경기가 되살아 난 것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에 정부는 태국인들이 태국의 경제에 투자하는 것을 장려했다. 다만 아직까지 문제는 남아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부패 말이다.
-직접적으로 부패를 경험한 적이 있나
그런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이나 다른 미디어에서 접한 뉴스로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태어난 곳은 어디인가
방콕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태어난 이후 12년 동안 방콕에 살았다.
-형제는
남동생이 한 명 있다. 그는 지금 방콕에 있는 공립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자동차 수리소를 운영한다.
-결혼 후 여성이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차별은 없다.
-취미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피아노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 하지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건 아니다. 그냥 듣는 걸 좋아한다.
-태국에 웨스턴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이 있나
아니다. 팝 뮤직이 더 인기가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태국인들은 본격적으로 피아노나 다른 악기를 배우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단지 재미를 위해서 배울 뿐이다. 물론 피아노 학원이 있지만, 2~3년 동안 기본을 가르치고는 끝이다.
-다른 취미가 있나
농구, 그리고 무언가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태국에 대한 뉴스 같은 것을 인터넷에서 즐겨 읽곤 한다.
-지금 일본어를 배우는 중인가
그렇다. 그런데 문법이 가장 어렵다. 태국의 문법은 일본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영어와 비슷한 편이다. 그래서 문장을 만들 때 혼란을 겪게 된다.
-어쨌든 2년간의 교육(APU에서는 기본적으로 2년간의 어학과정을 거친다)을 받고 나면 일본어를 잘하게 될 거 아닌가
그렇지도 않다. 친구 중 한 명은 APU에서 2년 동안 일본어를 배웠지만,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나 역시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지만, 막상 말하라고 하면 잘 하지 못한다. 여기서 시험은 암기력 테스트다. 시험에 나온다고 하는 것을 전부 외우면 시험을 패스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 전부 잊어버린다.
-일본어를 하면 취직이 쉽다면서 일본어를 못하면 어떻게 하나
태국에서 일본어를 하는 것은 하나의 이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태국인들에게 일본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대부분이 힘들어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은 있나
미국에 있을 때 웨이터로 일해본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는 태국에서 일반적인가
그렇다. 학기 중이건 방학이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면 졸업 후 이력서에 쓸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에서 일한다고 해도 경력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것은 일을 하면서 뭔가를 배웠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경력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탁신 총리의 딸도 맥도널드에서 일한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던 날 탁신 총리는 메스컴을 대동하고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했다
-태국에 있는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시간당 얼마를 주나
200~300엔(2000~3000원) 정도다. 확실하지는 않다. 친구에게 나중에 물어보겠다. (사실 그보다 훨씬 적다. 탁신의 딸은 시간당 23. 75바트, 약 700원을 받았다)
-친구들 중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이 있나
많지는 않지만 있다. 맥도널드나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 역시 나중에는 경력이 된다. 그런 경험들을 쌓으면 이력서가 보기 좋아진다.
-태국 영화는 많이 보나
그렇지 않다. 내 친구들 중에서 태국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얼마 전에 ‘옹박’을 봤다. (학교에서 열리는 ‘타이 위크(Thai Week)’ 때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보러 갔다. 두 번이나 바뀐 장소로 물어물어 찾아가보니 두 명이 식당 한 구석에서 영화를 틀고 있었다. 결국 그 두 명과 나, 이렇게 세 명이서 ‘옹박’을 봤다.)
태국 영화 중에서 그나마 최고의 영화다. 다른 태국 영화는 별로 볼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웬지 모르지만 태국인들은 유령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태국 내에서도 공포영화를 많이 만들지만 ‘주온’이나 ‘링’처럼 유령이 나오는 외국 영화들도 아주 인기가 있었다.
태국에서는 요런 영화가 인기가 있단다
-좋아하는 책은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태국에서 발행되는 ‘데일리 뉴스’를 즐겨 읽는다.
-자시 자신을 한 문장으로 묘사한다면
(잠깐 생각하다가) 저기 전구 보이지? 나는 전구와 같은 사람이다. 전구는 누군가 켜면 오랫동안 켜져 있다. 나는 일단 시작하면 오랫동안 지속한다. (웃으며) 반대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꺼져있는 경우도 있다.
-태국에서 결혼 풍습은 어떤가
요즘에는 서양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등등. 하지만 교회에는 가지 않는다. 그냥 호텔에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연령은
25살 전후다. 다만 남자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넌 어떤가
(웃으며) 내 여자친구는 나보다 어리다. (만으로) 열 아홉이다. 내가 결혼한다면 나는 최소한 25살은 넘어서 결혼하고 싶다.
-태국에서는 누구나 일생 중에 한번 승려가 된다고 들었다.
그것은 불교 관습 가운데 하나로 태국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다. 모든 남자들이 일생에 한 번은 승려가 되어야만 한다. (이것을 ‘부엇낙’이라고 부른다) 기간은 자기가 정할 수 있다. 나는 2년 정 방학 때 한 달 동안 승려로서 지낸 적이 있다.
-평균 기간이 어느 정도인가
한 2주 정도다.
-승려가 되면 무엇을 하나
일단 머리를 깎아야 한다. 머리 뿐 아니라 귀에 나 있는 털이나 눈썹도 밀어야 한다. 절에서의 생활은 4시에 시작된다. 4시에 일어나서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아침 기도를 한다. 그리고 공양을 받으러 나간다. 공양 받은 음식으로 식사를 한 후에는 절에 돌아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기도를 하면서 보낸다. 그리고 저녁에는 6시부터 8까지, 그리고 밥을 먹고 9시부터 10시까지 기도를 한 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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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밥을 얻으러 다닌다 |
-모든 이들이 자발적으로 승려가 되기를 원하나
그렇다. 나 역시 자원했다. 그것은 종교적인 믿음 가운데 하나다. 태국인들은 자녀가 출가를 해서 승려가 되면 부모님이 복을 받게 된다고 믿는다.
-군대는 어떤가
징병제다.
-그럼 너도 군대에 갔다 왔나
뇌물을 써서 빠질 거다. 나는 군대에 가서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가 군대에 간다면 2-3년을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 돈을 쓴다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이건 태국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다.
잘 좀 가려주라~
-그러면 군대에 간 이들이 불평을 하지 않나
아니다. 오히려 1997년에 외환 위기가 닥친 이후 많은 이들이 군대에 자원하고 있다. 자원하지 않은 이들은 21살이 되면 제비뽑기를 해서 군대에 갈지 가지 않을지 정한다. 큰 박스가 있고 한명씩 손을 넣어서 제비를 뽑는다. 그 제비가 붉은 색이면 군대에 가야 한다. 검은 색을 뽑으면 자유다.
-붉은 제비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은 거의 없다. 백 명에 한 두개 정도다. 그것은 지금 자원자도 많고 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지불할 월급도 부족한 상황이다.
-상황에 따라 비율을 조절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하지만 뇌물을 쓰면 아예 제비를 뽑을 필요가 없다.
-닮고싶은 사람이 있나
없다. 내 자신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국에 대한 질문이다.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좋은 사람들’ 정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한국어 표현 중에 아는 것이 있나
없다.
-한국 문화 상품 중에 아는 것이 있나
없다. 최근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에 국한된 얘기다. 한국 음식 역시 조금씩 인기를 끌고 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한국인들의 장단점은
나도 한국 친구가 여러 명 있다. 그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단점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