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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oice of Asia] 태국의 붐 편


2004.8.6.금요일
딴지 국제부


 


꾸벅~ 장군이다.


‘아시아의 목소리’ 연재를 시작하면서 필자 굳게 다짐한 게 있더랬다. 그건, 인터뷰 내용에 대해 ‘최소한의 가공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단순히 소설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왜곡의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인 채 인터뷰이의 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거다.


사실 언론의 왜곡은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한다.


가장 높은 층위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어떠한 사실을 특정한 관점 없이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가’ 혹은 ‘중립성을 지킨다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 해석을 해야 할 것인가, 사실을 전달할 것인가?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가, 관점을 드러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언론의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되풀이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ABC 뉴스의 사장인 데이빗 웨스틴(David Westin)이 911 당시 펜타곤 공격에 대해 “나는 아무런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저널리스트로서 나는 그것에 대해 입장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I actually do not have any opinion on that…  as a journalist I feel strongly that’s something that I should not be taking a position on)” 고 말했다가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두 번째 층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게 취재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실 일선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취재 전 기사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심층 르포가 아닌 다음에야 주제와 접근 시각 정도는 회의에서 정해진다. 그 다음 정해진 내용으로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게 된다. 기사의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으니 남은 일은 자료를 찾고, 전문가 인터뷰, 시민 인터뷰 한 두개 따서 버무리면 기사가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기사의 방향과 맞지 않는 인터뷰는 과감하게 삭제된다.


여러분들도 명심하시라. 마이크나 녹음기를 들이댈 때, 기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미 그들 머리 속에 있는 한 두 문장에 불과하다. 아무리 네 의견을 떠들어봐야, 기사의 논조와 맞지 않으면 절대 보도돼지 않는다. 그러면 이미 알고 있는 말을 왜 길거리에 지나가는 바쁜 사람 붙들고 들으려고 하냐구? 객관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인터뷰이의 이름이나 얼굴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이 과정에서 아무리 유도해도 원하는 멘트가 안 나오면 아예 준비된 멘트를 외워서 말하라고 시키는 경우도 많다) 요즘 제기되는 문제는 대부분 이 단계에서 발생한다.‘의도와 전혀 다른 맥락에서 발언이 이용됐다’,‘마지막에 농담으로 흘린 말 한 두 마디를 제목으로 달았다’등등등.


세 번째 층위는  그것마저 귀찮아 하는 스포츠신문에서 쓰는 진짜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 왜곡이다. 아예 보도자료를 베껴 쓰거나, A군, B군 운운하며 지 맘대로 인터뷰를 만들어내는 거 말이다. 이런 정도의 왜곡을 자행한다면, 신문이 아니라 찌라시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A군이 B양을 만나 서울의 모 호텔에서... 씨바, 이런 기사라면 하루 열 개라도 쓰겠다


이 세 가지 층위의 문제는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질문 자체에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 인터뷰 내용이 특정한 관점을 드러내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은 첫번째 층위의 문제 제기다. 답변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 인터뷰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이의 말이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는 게 아니냐 하는 말들은 두 번째 층위의 문제 제기다. 마지막으로 없는 말을 지어낸 게 아니냐 하는 문제가 세 번째 층위 되겠다.


필자가 연재 기사를 쓰면서 ‘최소한의 가공을 한다’고 말한 것은 ‘없는 말 지어내지 않고 한 말 못들은 척 하지 않고 전부 다 싣는 대신 구어체로 말한 걸 최소한 말이 되게만 해서 싣는다’는 말 되겠다. 즉, 첫번째 층위의 한계는 인정하되, 두 번째 층위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그대로 독자들 앞에 펼쳐놔서 평가를 받겠다는 말이다. 물론 세 번째 층위의 왜곡은 전혀 없다.


이처럼 다 아는 내용을 구구절절이 설명한 것은, 이번 인터뷰가 필자의 인내심과 원칙을 시험하는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 다음에도 실을까 말까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저번 호에 예고 기사가 안 나간 것도 그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구?


지금까지는 필자가 똘똘한 넘들을 골라서 인터뷰를 했었다. 인터뷰이의 선정 기준은 자국에서 오랫동안 살았을 것, 최소한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은 아닐 것, 똘똘할 것 등등이었다.(물론 기준을 다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분이 ‘왜 똘똘한 놈만 골라서 인터뷰를 하는가, 망나니 같은 놈도 인터뷰를 해달라’는 말을 했지만, 똘똘한 넘한테 들을 것도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이는 필자가 고른 게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 소개 받은 거다. 그리고 만나고 보니 예상을 깨는 넘이었다. 하나도 필자의 기준에 들어맞는 게 없었다.


일단 중고등학교 학창 생활을 미국에서 보냈고, 1학년이고,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대체로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사진을 싣지 말아달라고까지 했다. (모자이크를 하겠다고 해서 허락을 받았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30분이 지나기 전에 그만둘까 말까를 두 번 생각했었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실을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영양가 있는 내용도 별로 없는데, 편집은 하기 싫고, 음, 문제였다. 그럼에도 싣기로 결심한 것은 그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그것은 오늘의 한 마디 이기도 하다.


질문: 군대는 갔다 왔냐?


대답: ‘뇌물을 써서 빠질 거다’


인터뷰를 싣는 것은 이런 친구 이야기도 함 들어봐야 되지 않겠냐 싶어서다. 지구를 지키는 예비역들 열 받으라고 싣는 건 아니다. 사이버 테러는 자제해주시라(나도 예비역이다). 그리고 오늘은 내용이 별로 없으니 평소보다 더 널널하게 읽어주시길.


인터뷰 시작한다.



모자이크 해보긴 또 첨이다~








이번 인터뷰는 차야톤 포바이쿨(Chayathorn Poebaikul)이라는 스무 살 먹은 태국 청년과 함께, 6월 24일 학교 카페테리아 2층에서 한시간 사십 여분 동안 행해졌다.






-간단한 자기 소개


이름은 차야톤 포바이쿨(Chayathorn Poebaikul)이다. 태국에서는 성을 처음에 쓴다. (한국과 마찬가지) 차야톤이 성이고, 포바이클이 이름이다. 나이는 (만으로) 스물이다. 하지만 모두들 붐(Boom)이라고 부른다. 지금 APU에서 아시아태평양경영(Asia Pacific Management)을 전공하고 있다. 1학년이지만 작년에 가을에 입학해서 지금 2학기째다.


-태국인들을 만나보니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 모두 가지고 있나


그렇다. 태국에서는 이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붐(Boom), 보(Bo) 뭐 이런 식이다. 때문에 친구끼리도 본명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태국에서는 태국어 이외에 어떤 언어를 쓰나


태국어가 공용어지만 두 번째로 널리 퍼져있는 언어는 영어다. 대략 절반 정도의 태국인이 영어를 할 줄 안다. 초등학교 때부터 12년 간 영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국립학교보다 사립학교에서 영어를 더 많이 가르치는 편이다. 그렇다고 잘 하는 이들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인구는


약 6000만 정도다.


-불교를 믿는 이들의 비율은


태국은 불교 국가다. 95% 정도의 국민들이 불교를 믿는다.(정확하게는 92% 정도다)


-종교간의 갈등은 없나


남부를 제외하고는 없다. 남부에서는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이 있어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 특히 일부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얼마 전에 남부에서 무장 청년들의 습격이 일어나 100여명이 죽었다는 뉴스가 있었다.(지난 5월 28일 젊은 이슬람 무장세력이 태국 남부의 군과 경찰 병력을 공격하다가 몰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망한 이슬람 무장세력은 108 명에 달했다.)


역시 종교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습격 중에 사살당한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이다. 사실 태국 무슬림들은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오늘은 별로 표시할 것도 없다.


-네가 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은


사실 3, 4년 동안 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요즘 사정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절 정도?(웃음)


-언제부터 태국을 떠나 있었나


방콕에서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12년 동안 지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미국에 전학을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3년 정도 지내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태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녔다. 1년 동안 고등학교를 다닌 끝에 졸업을 하고 작년 가을에 일본에 왔다.


-미국에만 있었나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방학이나 휴일에는 싱가폴이나 홍콩에 놀러 가기도 했다.


-미국에 유학 가는 건 누가 정했나


부모님이다. 내게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굳이 미국을 택한 이유는 당시 친척들이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촌 형제들 말이다.


-미국 어디에 있었나


워싱턴 DC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미국 학교와 태국 학교의 차이점은?


미국 학교에는 교복이 없다. (태국에서는 교복을 입는 대학교도 많다) 그리고 태국에 비해 미국 학교는 덜 엄격한 편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태국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은 모두 머리를 1인치(2.5센치) 이하로 잘라야만 한다. 유치원부터 13년 동안 적용되는 규칙이다.


-체벌은 있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교육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태국에서는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네가 학교에 가서 앉아만 있으면 교사들이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넌 수업을 위해서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미국 시스템은 다르다. 수업 시간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태국 시스템이다. 공부를 많이 할 필요 없이, 그저 학교에 가서 앉아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온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웃음)



머리자르고 앉아만 있으면 된다구? 한국 학교랑 똑같네~


-태국 고등학교로 돌아와 적응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별로. 태국 학교에서는 시험 때 교사가 가르쳐 준 것을 전부 외우기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다르다. 너는 주제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하고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APU를 택한 이유는 뭔가


내가 정한 게 아니다. 부모님이 정했다. (웃음) 그건 내가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모든 태국의 부모들이 생각하는 건 비슷하다. 네가 태국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한다면 태국에서조차 좋은 직장을 얻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학교를 졸업한다면, 사람들은 네가 뭔가 다른 것들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


-그 생각이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웃음) 단지 태국인들이 그렇게 믿는 것 뿐이다. 고정관념이라는 얘기다. 내 생각에는 태국 대학에서 공부하나, 여기서 공부하나 그다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결국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는 태국에 돌아가 직장을 얻을 생각인가


그렇다. 요즘 나는 회계를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태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태국에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있다. 그들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을 찾고 있다.


-너처럼 말인가 (웃음)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다면 대답은 ‘예스’다. (웃음) 내가 이번 학기에 ‘일본어 중급’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말하는 데는 자신이 없다.


-태국에 방문한다면 가보아야 할 곳을 두 곳만 추천해달라.


관광을 위해서라면 태국 북부를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치앙마이는 외국인들에게 아주 유명하다. 폭포도 있고 자연이 아주 아름답다. 많은 외국인들은 치앙마이가 태국의 자연과 전통을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수공예품이나 태국의 전통 약재들도 많이 있다. 사실, 방콕보다 낫다. 방콕은 단지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태국의 수도일 뿐이다. ‘태국적인 것’은 치앙마이에 더 많이 있다.


종교적인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왓프라캐우(Wat Phra Kaew, 에메랄드 불상으로 유명한 속칭 에메랄드 사원)라는 사원을 추천하고 싶다. 태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사원이다. 장식도 아름답다. 많은 외국인들은 그곳이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라고 말한다. 태국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다.




여기가 왓프라캐우(Wat Phra Kaew)


-태국인들은 아주 종교적이라고 들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통 태국인들은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그리고 사원 근처에 사는 이들은 사원에 가서 음식을 기부하기 위해 줄을 선다. 태국의 승려들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없다. 그들은 매일 아침 음식을 사람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요구를 거절하는 이는 태국에 아무도 없다.


-어떤 음식을 기부하나


어떤 음식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호랑이 고기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외에도 몇 가지 금기가 있다.


-호랑이 고기를 먹는 이들이 있나


그렇다. 소수지만 있다.


-다른 고기는 상관없나


상관없다.


-다른 금기가 있나


승려들은 술을 마실 수 없다. 담배는 허용된다.


-일반인들은 술과 담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나


그렇다. 특히 술은 많이 마시는 이들이 많다. RCA 로드와 카오산 로드에 바가 몰려 있다. 담배도 사원과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자유롭게 필 수 있다.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카오산 로드


-사원에서 하면 안 되는 게 뭐뭐 있나


술과 담배를 할 수 없다. 음식은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사원 내에서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없다. 반드시 긴 옷을 입어야 한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반바지, 슬리퍼, 나시 역시 금지다)


-태국에 갔을 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나


아까 말했다시피 절반 정도의 태국인이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절반 정도가 영어를 괜찮게 한다.


-근데 내가 태국에 갔을 때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던데


그건 장소에 따라 틀리다. 예를 들어 치앙마이나 방콕 같은 대도시에서는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관광객들 중에 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대부분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난다면 쉬운 단어로 밖에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태국에서는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자유인가


그렇다. 사실 연애를 하는 데 유일한 장벽은 여자의 부모다. 그들 중 몇몇은 아주 엄격하다. 특히 딸이 십대라면 더욱 엄격한 경우가 많다.


-처녀성은 중요하게 생각되나


그렇다. 태국 여성들은 대부분 혼전순결을 지킨다. 아마 70% 정도 될 거다. 물론 남자들 중에서도 여성의 처녀성을 존중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여자 친구에게 같이 잘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커플도 많다.


-미안한 말이지만 태국은 섹스산업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태국 여성들도 성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태국에 가면 가이드 아저씨들이 태국 여성들이 성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하며 섹스 관광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애쓴다. 물론 업소녀와 어디든 그렇겠지만, 보통 여성들은 성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점 알아두길)


 


성적으로는 오히려 보수적인 편이란다


-에이즈는 어떤가(태국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최소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에이즈 환자의 수는 2500여명, 실제로는 4배 정도 되리라고 추산된다.)


보통 사람들 중에서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직업 여성들이나 그 주변인들에 한해 에이즈 보균자들이 많을 뿐이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에이즈에 걸린 이들이 없다.


-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오해나 고정관념이 있나


잘 모르겠다. 없는 것 같다. 내 외국인 친구들은 태국에 대해 그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태국의 역사에 대해 잠깐 물었지만, 자신은 역사를 배운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태국의 정식 명칭은 ‘태국왕국(The Kingdom of Thailand)’이다. 지금 태국의 국왕은 푸미폰 아둔라야뎃(Bhumibol Adulyadej)으로 차크리(Chakri) 왕조의 9대 왕이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지만 아직까지 왕은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를 존경한다)


많은 이들이 왕을 대단히 존경한다. 그는 돈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그는 국민들을 헌신적으로 도우며 그들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정부를 위해 일을 하고 정부가 그에게 돈을 주지만, 그는 그 돈을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쓰고 있다. 모든 태국인들이 왕을 존경한다.



태국의 왕이다. 가난한 이들을 돕느라 바빠서 외국 방문을 아예 안한다고 한다


-넌 어떻게 생각하나


나 역시 왕을 존경한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정부는 부패했고,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어떤가, 탁신(Thaksin Shinawatra) 총리는?(탁신 총리는 태국 최대의 정보통신 재벌로 타이락타이(타이를 사랑하는 타이 Thai Rak Thai, 줄여서 TRT)당을 창당해 20001년 총리에 당선됐다. 당선 직후 재산신고누락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2001년 8월 무혐의 판결을 받고 지금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부패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정치, 금권 정치의 대명사 탁신 총리, 하지만 지지율은 아직도 높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지 않았나


그가 재판부를 매수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그가 부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적자금으로 축구구단 리버풀을 인수했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는 뭔가 (조류독감 파동, 남부 지방의 유혈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탁신정부는 아직 70% 정도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정치인 중에나 가장 낫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을 유용하기는 했지만, 그는 동시에 최소한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옛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돈을 챙기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롱(Chamlong Srimuang)시장 같은 경우에는 청렴하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알지? 잠롱은 ‘깨끗한 남자(나이시안)’라는 별명을 가진 전직 방콕 시장이다)


(웃으며) 그렇게 알려져 있는지 모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국의 정치인들은 누구나 돈을 받는다. 예외는 없다.


-이유가 뭔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웃음)


-탁신은 이미 충분할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사실 그는 태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인물이고 아시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이들 중 하나다. 그는 태국에서 가장 큰 통신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탁신을 뽑을 때, 사람들은 그는 돈이 많으니 부패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저질렀다.


-조류독감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태국에 조류독감을 은폐하려고 시도하다가 들통났다)


(웃으며) 만약 네가 태국인이었다면 처음부터 그 말이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탁신이 ‘태국은 조류독감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을 때, 처음부터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태국인들은 탁신 총리를 믿지 않는다. 물론 탁신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들만을 공표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있나


없다. 친구들도 대부분 정치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낸 돈으로 정부가 좋은 일을 하는 걸 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지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투표율은 어느 정도인가


90% 이상이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어도 대부분 투표소에 가서 그 중에서 가장 나은 인물을 찍는다.


-‘최악의 차선’(이 말 참 많이 나온다) 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그 선택이 탁신이다.


-너는 어떤가


난 투표를 하지 않는다. 사실, 누가 정권을 잡던 상관없다. 누구든 부패하게 마련이다.


-탁신 총리가 실시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작년 1월부터 탁신 총리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3개월 간의 대대적인 단속 기간 동안 2275여명이 사망하고 4만 9594명이 체포 당했다. 정부에서는 사망자 대부분이 마약 세력간의 다툼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언제나 벌어지는 일이다. 탁신은 ‘올해 마약 딜러들을 퇴치하자’고 말했고 3개월 동안 그들을 모두 사살해버렸다. 하지만 마약 자체는 남아있다. 그는 그가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무장 경찰을 투입해 화끈하게 밀어버렸다


-정부는 마약 딜러 45명만을 사살했고, 나머지는 마약 세력간의 다툼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죽었다고 발표했는데, 많은 외국인들은 그 발표를 믿지 않는다.


나 역시 믿지 않는다.


-그러면 정부가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나


그건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신문에서는 2000여명이 모두 마약 딜러라고 말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신문에서 본 건가


나는 매일 인터넷으로 태국 신문을 읽는다. 수업 시간에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면을 주의 깊게 읽긴 하지만.


-탁신이 언론을 조종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 탁신은 태국에서 그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나 진실을 요구하는 이들은 없나


많지 않다. 그가 일을 하기만 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도 하다. 우리는 단지 최악에서 최선을 선택한 것 뿐이다. 탁신은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자신이 맡겨진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순수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시위도 없나


별로 없다.


-태국인들은 탁신을 좋아하지 않나?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탁신이 스스로를 치장하는 방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이든 완벽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부패다. 언젠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 중 한 명이 탁신을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그는 사라져 버렸다. 나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경찰조차도 실종된 변호사를 찾아내지 못했다. 탁신에 의해 저질렀다는 심증만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사태에 대해 침묵하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경찰조차도 탁신의 편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태국을 가리켜 ‘탁신주식회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그렇다. 태국의 모든 것은 탁신에 의해 움직인다.


-탁신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리라고 보나


그렇지 않다. 다음 선거가 치러진다면, 탁신은 아마 패배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그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아직도 높지 않은가, 대안은 있나


태국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무도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대안이 없다. (웃음) 그게 문제다. 모든 이들이 부패했다.


-네가 보기에 탁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이들도 없나


다 똑같다. 조금의 차이도 없다.


-그럼 탁신 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국 정치 자체의 문제라는 얘긴데 그런 부패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지금으로서는 부패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것은 공직에 앉게 되고, 돈을 접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부패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돈 앞에선 누구나 마찬가지란다..


(이후 이라크 전쟁과 테러리즘에 대해 물어봤지만 자신은 경제뉴스만 주의 깊게 보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경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넌 태국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지 않나


경제 지표들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태국인들의 삶은 그다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 없다. 평생 동안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태국은 2000년 기준으로 국민소득 2000불이지만, 벤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미국처럼 말인가


미국보다 더 심하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은퇴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태국에는 연금제도조차 없다.


-그러면 은퇴 후에 어떻게 생활하나


다른 이들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양로원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자녀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생활한다. 부모를 부양하기를 거부하는 태국인들은 별로 없다.


-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네가 말한 것처럼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내가 말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 언젠가는 좋아지지 않으리라 싶다.


-그 말은 태국에 투자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뜻인가 (웃음)


(웃으며) 그렇다, 네가 돈만 있다면 말이다.


-만약 투자한다면 어느 산업이 비전이 있는가


서비스업이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 같은. 사실, 태국인들은 자신들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 레스토랑이 인기가 있다. 지금 가장 인기가 있는 음식은 일본 음식이다. 그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다. (웃음)


-그럼 졸업하고 레스토랑을 차릴 생각인가


사실 레스토랑을 차리는 것보다, 레스토랑에 투자를 할 생각이다. 친구 중에서 일식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다.


-태국 경제의 강점과 단점은 뭔가


장점은 교육 받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일을 하면 좋고, 어떻게 하면 회사가 발전하는지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많다. 단점은 태국이 아직까지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면 태국의 경제는 더 좋아질 것이다.


-섹스산업은 어떤가, 지금 태국에서는 ‘Unseen Thailand’ 캠페인을 통해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직 그대로다.


-태국인들은 섹스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도 섹스 산업이 태국에서 번성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섹스 산업을 가지지 않는다면, 직업여성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할 수 없이 그 길을 택한 것이다. 만약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그들이 그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섹스 산업이 태국의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그렇다. 많은 외국인들이 그것 때문에 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네 나라가 이런 걸로 유명하면 기분 좋겠냐!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문제는 직업여성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역시 교육이다. 만약 정규 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들은 아마 제대로 된 회사에서 직장을 다닐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그런 이유 때문에 태국을 찾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외국 관광객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지 여자를 사기 위해 태국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인들이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한국 여성이 외국인과 데이트 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국은 정 반대다. 요즘에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로 외국인을 사귀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특히 십대들 사이에서 그렇다.


-너도 노력중인가? (웃음)


그렇지 않다. 나는 이미 타이 여자친구가 있다. (웃음)


-어느 나라의 외국인이 인기가 있나


물론 미국인이다.


-동성애에 대한 정책은 어떤가, 태국은 성전환수술로도 유명한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커밍아웃을 하는 이들도 많다. 수술을 통해 큰 가슴을 단 남자도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개의치 않는다. 수술을 받고 말고, 게이가 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차별도 전혀 없다.


-커밍아웃을 한 다음에도 사회적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나


그렇다. 커밍아웃을 한 다음에도 친구, 가족, 친지들과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도 게이가 몇 명 있었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태국 여행의 필수 코스가 돼버린 알카자쇼, 게이들의 공연이다


-성전환 수술도 일반적인가


병원에 가면 대부분의 큰 병원에 특수한 수술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그리고 그런 수술로 유명한 곳에는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게이나 성전환자들이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나


전혀 없다. 일반인들도 그들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일이다. 같은 불교 국가지만 캄보디아 같은 경우에는 동성애가 불교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한 달 동안 승려 생활을 했다. 하지만 동성애가 불가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에 와서도 절에 가거나 매일 기도를 하나


절에는 가지 않지만 매일 아침 기도를 한다. 하지만 모든 태국 유학생들이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 따라 하는 이들도 있고,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럼 넌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종교적인 편인가


그렇지 않다. 아침에 기도를 하기는 하지만 음식을 기부하지도, (기부를 위해) 음식을 남겨놓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음식을 얻으러 다니는 이들이 없잖은가


그건 그렇다. (웃음) 하지만 태국에서는 종교적인 이들이라면 다들 그렇게 한다.


-원한다면 내가 매일 아침 음식을 얻으러 가도록 하겠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웃음)


(이후 붐이 지금 사는 곳과, 이 곳 학교에 대한 불만이 조금 오갔다)


-경제와 관련된 분야 중에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나


(웃으며) 사실 경제와 관련된 어떤 분야에도 관심이 별로 없다. 내가 APM(아시아태평양경영, Asia Pacific Management)을 택한 것은 이 학교에는 전공이 두개 밖에 없기 때문이다. APS(아시아태평양학, Asia Pacific Studies)를 전공하면 졸업 후에 취직하기가 힘들지 않나. 사실 APS를 전공하는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매일 ‘졸업하면 뭘 하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되풀이 한다고. (웃음)


-일본으로 유학을 온 이유는


사람들이 아직은 일본어가 가장 중요한 언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0년이나 20년 후에는 중국어도 마찬가지로 중요해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태국에서도 중국보다 일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태국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은 아주 많다. 중국계 태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음에도,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한 일본 기업의 월급이 태국 기업들 보다 훨씬 많다. 대졸자 초봉이 태국 기업은 2만(1바트=약 28원, 약 56만원)바트 정도지만, 일본 기업은 3만바트(약 84만원) 이상이다.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더 인기가 있다.


-그들 기업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나


가장 먼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부터 본다. 그리고 나서 얼마나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본다. 전공이나 이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언어 능력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기가 힘드나


그렇다. 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힘들다.


-2만 바트 정도면 태국에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나


태국 물가는 일본보다 무척 싸기 때문에 적당히 생활할 정도는 된다.


-용돈은 어디서 받나


부모님께 받는다. 한 달에 용돈으로 6만엔(약 65만원) 정도 쓴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


사실 태국 유학생들은 돈이 많은 집에서 온 이들이 많다. 그게 그들이 일본에 온 이유다. 일본의 생활비는 아주 비싸지만, 돈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넌 어떤가


우리 집은 그렇게 부자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를 할 수가 있었나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는 환율이 아주 낮았다. 1달러에 25바트 정도였다. (지금은 43바트 정도다. 1달러가 800원 하다가 1200원이 된 우리 나라보다 더 심한 셈이다) 1997년에 외환 위기가 오기 전에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태국과 한국은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왜 외환위기가 왔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태국의 경제 구조 때문이다. 태국 경제는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다른 국가에 의지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 말이다. 동시에 주식의 대부분이 외국인들의 소유였다. 그들은 바트의 가치가 떨어지자 미련 없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해 버렸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그럼 외환위기의 모든 책임이 외국인들에게 있다는 말인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도 크다.


-태국 경제는 3-4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으로 봐도 되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태국인들이 자국 경제에 계속 투자를 하면서 경기가 되살아 난 것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에 정부는 태국인들이 태국의 경제에 투자하는 것을 장려했다. 다만 아직까지 문제는 남아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부패 말이다.


-직접적으로 부패를 경험한 적이 있나


그런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이나 다른 미디어에서 접한 뉴스로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태어난 곳은 어디인가


방콕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태어난 이후 12년 동안 방콕에 살았다.


-형제는


남동생이 한 명 있다. 그는 지금 방콕에 있는 공립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자동차 수리소를 운영한다.


-결혼 후 여성이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차별은 없다.


-취미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피아노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 하지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건 아니다. 그냥 듣는 걸 좋아한다.


-태국에 웨스턴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이 있나


아니다. 팝 뮤직이 더 인기가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태국인들은 본격적으로 피아노나 다른 악기를 배우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단지 재미를 위해서 배울 뿐이다. 물론 피아노 학원이 있지만, 2~3년 동안 기본을 가르치고는 끝이다.


-다른 취미가 있나


농구, 그리고 무언가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태국에 대한 뉴스 같은 것을 인터넷에서 즐겨 읽곤 한다.


-지금 일본어를 배우는 중인가


그렇다. 그런데 문법이 가장 어렵다. 태국의 문법은 일본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영어와 비슷한 편이다. 그래서 문장을 만들 때 혼란을 겪게 된다.


-어쨌든 2년간의 교육(APU에서는 기본적으로 2년간의 어학과정을 거친다)을 받고 나면 일본어를 잘하게 될 거 아닌가


그렇지도 않다. 친구 중 한 명은 APU에서 2년 동안 일본어를 배웠지만,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나 역시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지만, 막상 말하라고 하면 잘 하지 못한다. 여기서 시험은 암기력 테스트다. 시험에 나온다고 하는 것을 전부 외우면 시험을 패스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 전부 잊어버린다.


-일본어를 하면 취직이 쉽다면서 일본어를 못하면 어떻게 하나


태국에서 일본어를 하는 것은 하나의 이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태국인들에게 일본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대부분이 힘들어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은 있나


미국에 있을 때 웨이터로 일해본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는 태국에서 일반적인가


그렇다. 학기 중이건 방학이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면 졸업 후 이력서에 쓸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에서 일한다고 해도 경력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것은 일을 하면서 뭔가를 배웠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경력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탁신 총리의 딸도 맥도널드에서 일한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던 날 탁신 총리는 메스컴을 대동하고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했다


-태국에 있는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시간당 얼마를 주나


200~300엔(2000~3000원) 정도다. 확실하지는 않다. 친구에게 나중에 물어보겠다. (사실 그보다 훨씬 적다. 탁신의 딸은 시간당 23. 75바트, 약 700원을 받았다)


-친구들 중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이 있나


많지는 않지만 있다. 맥도널드나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 역시 나중에는 경력이 된다. 그런 경험들을 쌓으면 이력서가 보기 좋아진다.


-태국 영화는 많이 보나


그렇지 않다. 내 친구들 중에서 태국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얼마 전에 ‘옹박’을 봤다. (학교에서 열리는 ‘타이 위크(Thai Week)’ 때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보러 갔다. 두 번이나 바뀐 장소로 물어물어 찾아가보니 두 명이 식당 한 구석에서 영화를 틀고 있었다. 결국 그 두 명과 나, 이렇게 세 명이서 ‘옹박’을 봤다.)


태국 영화 중에서 그나마 최고의 영화다. 다른 태국 영화는 별로 볼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웬지 모르지만 태국인들은 유령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태국 내에서도 공포영화를 많이 만들지만 ‘주온’이나 ‘링’처럼 유령이 나오는 외국 영화들도 아주 인기가 있었다.



태국에서는 요런 영화가 인기가 있단다


-좋아하는 책은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태국에서 발행되는 ‘데일리 뉴스’를 즐겨 읽는다.


-자시 자신을 한 문장으로 묘사한다면


(잠깐 생각하다가) 저기 전구 보이지? 나는 전구와 같은 사람이다. 전구는 누군가 켜면 오랫동안 켜져 있다. 나는 일단 시작하면 오랫동안 지속한다. (웃으며) 반대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꺼져있는 경우도 있다.


-태국에서 결혼 풍습은 어떤가


요즘에는 서양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등등. 하지만 교회에는 가지 않는다. 그냥 호텔에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연령은


25살 전후다. 다만 남자는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넌 어떤가


(웃으며) 내 여자친구는 나보다 어리다. (만으로) 열 아홉이다. 내가 결혼한다면 나는 최소한 25살은 넘어서 결혼하고 싶다.


-태국에서는 누구나 일생 중에 한번 승려가 된다고 들었다.


그것은 불교 관습 가운데 하나로 태국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다. 모든 남자들이 일생에 한 번은 승려가 되어야만 한다. (이것을 ‘부엇낙’이라고 부른다) 기간은 자기가 정할 수 있다. 나는 2년 정 방학 때 한 달 동안 승려로서 지낸 적이 있다.


-평균 기간이 어느 정도인가


한 2주 정도다.


-승려가 되면 무엇을 하나


일단 머리를 깎아야 한다. 머리 뿐 아니라 귀에 나 있는 털이나 눈썹도 밀어야 한다. 절에서의 생활은 4시에 시작된다. 4시에 일어나서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아침 기도를 한다. 그리고 공양을 받으러 나간다. 공양 받은 음식으로 식사를 한 후에는 절에 돌아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기도를 하면서 보낸다. 그리고 저녁에는 6시부터 8까지, 그리고 밥을 먹고 9시부터 10시까지 기도를 한 후 잔다.








아침마다 밥을 얻으러 다닌다


-모든 이들이 자발적으로 승려가 되기를 원하나


그렇다. 나 역시 자원했다. 그것은 종교적인 믿음 가운데 하나다. 태국인들은 자녀가 출가를 해서 승려가 되면 부모님이 복을 받게 된다고 믿는다.


-군대는 어떤가


징병제다.


-그럼 너도 군대에 갔다 왔나


뇌물을 써서 빠질 거다. 나는 군대에 가서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가 군대에 간다면 2-3년을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 돈을 쓴다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이건 태국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다.



잘 좀 가려주라~


-그러면 군대에 간 이들이 불평을 하지 않나


아니다. 오히려 1997년에 외환 위기가 닥친 이후 많은 이들이 군대에 자원하고 있다. 자원하지 않은 이들은 21살이 되면 제비뽑기를 해서 군대에 갈지 가지 않을지 정한다. 큰 박스가 있고 한명씩 손을 넣어서 제비를 뽑는다. 그 제비가 붉은 색이면 군대에 가야 한다. 검은 색을 뽑으면 자유다.


-붉은 제비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은 거의 없다. 백 명에 한 두개 정도다. 그것은 지금 자원자도 많고 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지불할 월급도 부족한 상황이다.


-상황에 따라 비율을 조절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하지만 뇌물을 쓰면 아예 제비를 뽑을 필요가 없다.


-닮고싶은 사람이 있나


없다. 내 자신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국에 대한 질문이다.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좋은 사람들’ 정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한국어 표현 중에 아는 것이 있나


없다.


-한국 문화 상품 중에 아는 것이 있나


없다. 최근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에 국한된 얘기다. 한국 음식 역시 조금씩 인기를 끌고 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한국인들의 장단점은


나도 한국 친구가 여러 명 있다. 그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단점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서 인터뷰가 끝났다.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덜이라면 필자가 왜 고민했는지 이해가 가셨으리라 본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태국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건 둘 째 치고라도, 대답도 별로 성의가 없었고, 말하는 내용에도 신빙성이 없어서 필자 일일이 확인하고 기사 올리느라고 고생 좀 했다. (물론 그래도 아직 틀린 부분이 많을 거라고 본다)


물론 태국인들이 다 이 넘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고 붐이 말한 태국이 실제의 태국과 거리가 있을 거라는 점은 말 안해도 아실 것이다. 다만 ‘태국에 저런 넘도 있네’ 하고 지나가면 되실 듯 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두 가지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하나는 탁신 총리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서다. 앞의 내용을 읽으신 분들이라면‘뭐 이런 놈이 총리가 되나’싶을 것이다. 하지만 탁신 총리는 2001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다시피 탁신 총리의 정치 스타일은 태국의 기존 방식과 확연히 다르다. 사실 얼마 전까지 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해온 집단은 군부였다. 피분, 싸릿, 타넘 등 태국 정치사를 주름잡았던 이들은 대부분 군인 출신이었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또 다른 쿠데타에 의해 무너지고 뭐 이런 식이었다. 1932년부터 지금까지 스무번에 가까운 쿠데타가 발생했을 만큼, 쿠데타는 일상적인 것이었고 정권은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이 극단적인 혼란없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통합의 구심점인 왕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탁신은 군인출신이 아니라 기업가 출신이다. 그는 태국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사와 방송국을 소유한 태국 최대의 재벌이다. 그리고 총리에 출마할 때부터 ‘국가를 경영하는 것과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기업이 고객을 대하듯 국민을 대하겠다’,‘CEO 정치’를 내세우며 경제위기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약 역시 한 마을당 100만바트(약 3천만원) 지원, 농가부채 상환 3년간 유예 등 파격적인 것이었다.


총리에 취임한 이후에도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계속됐다. 전세계 백만장자들에게 3억짜리 관광 카드를 파는가 하면, 사스 사태 때는 ‘태국에서 사스에 걸리면 10만달러를 주겠다’며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그리고 공약 중에 불가능해 보인던 ‘30바트(약 900원) 의료보험’을 실현에 옮겼고 개혁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덕분에 태국은 예정보다 일찍 IMF에서 빌린 돈을 상환했고, 태국 경제는 몇년 째 계속해서 순항 중이다. 작년에는‘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마약을 뿌리뽑다시피 했고(당시 마약상들은 탁신 총리의 목에 60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총리가 된 지 채 4년이 지나지 않아 리콴유와 마하티르를 이을 차세대 아세안의 리더로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탁신 정부의 4년은 그 이상 좋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 역시 탁신을 본받자는 기사를 여러 차례 연재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것처럼 국가를 경영하는 탁신식 정치에는 수많은 그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취임 초기부터 재산누락혐의를 받아 법정에 서더니, 비판적인 언론인들의 계좌 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들통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태국에는 조류독감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의사의 고백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2275여명이 죽고 4만 9594명이 체포 당하는가 하면, 지난 5월 칼을 들고 파출소를 습격한 이슬람 과격단체 젊은이 100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축구 구단 리버풀의 지분 30%를 인수하면서 공적 자금을 사용해 비난을 받았다. 막내딸을 대학에 부정입학 시키려다 들통나는가 하면, 현재 태국의 주식 보유 순위에서는 탁신의 딸이 2위, 처남이 3위, 아들이 4위를 달리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탁신을 칭송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금권정치’, ‘CEO 정치’, ‘자본독재’, ‘포퓰리즘’.‘미디어 정치’ 등의 별명을 얻고 있는 탁신식 정치의 명암은 서로 두텁게 연관돼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이윤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업식 정치’다. 한국에서 ‘삼성’으로 대표되는 ‘기업가 정신’과 ‘이명박 시장’으로 대표되는 ‘CEO형 정치인’의 결합체가 바로 탁신인 셈이다.



CEO형 정치하면 왠지 버스가 생각나는 분들 있으실 게다..


기업의 입장에서 법의 그물망을 위해 탈세를 마다않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탁신도 재산 신고를 누락하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의 이재용 상무가 재산을 부정상속받은 것처럼, 탁신은 공직자법에 걸리지 않도록 재산을 자녀의 명의로 옮겨놨다. 덕분에 직업도 없는 딸이 10대 갑부 안에 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기업이 노조를 탄압하고 불법해고를 자행하면서도 ‘돈만 벌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배짱을 튕기듯이 탁신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와의 교전에서 인권을 무시하면서도 경제를 발전시켰으면 된거 아니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태국의 언론은 탁신의 통제 하에서 기업의 사보로 변모했고, 군부 역시 들러리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탁신의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것은 기업이 광고를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을 주장하며 이미지를 재고하듯이, 미디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쨌든 경제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지금 경제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한국 보수 언론들의 목소리 역시 탁신식의 정치 노선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다. 파업에는 무조건 강경하게 대처해야 하고, 표현의 자유보다 경제발전이 중요하고, 기업의 부정 상속을 조사하는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이라는 식의 보도 말이다.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려우니 그런 발언들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겠지만, ‘경제발전이 무엇보다 우선’ 이라는 식의 논리가 정치에까지 적용된다면 그 결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국민소득 2만불의 나라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나라가 아무리 범죄자라고는 하나 2000명이 죽어도 제대로 비판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나라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 사양하고 싶은 마음이다.


두번 째, 인터뷰 도중 ‘뇌물을 써서 군대를 면제받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붐을 보는 순간 필자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서 부정하게 군대를 면제 받은 이들도 외국에 나가서는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짐작하고 있었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알지 못하는 기득권층이 권력과 돈에 의해 국민의 당연한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인은 그다지 기분좋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더 화가 난 것은 붐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물론 그 만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갓 스무살이 된 청년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패와 뇌물이 일상화된 사회가 만들어낸 우울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식의 발언에 대해 그럼 ‘남의 인생은 낭비시켜도 되냐’고 받아치지 못한 것은 필자의 책임이지만, 지가 그렇게 살겠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다음 주 인터뷰이는 베트남 청년 ‘비엣(Viet)’다. (이름이 나라 이름 앞부분과 같단다) 다만, 필자가 3주간 일본 여행을 떠나는 관계로 기사를 제때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기사 늦어도 이해해 주시라. 꾸벅~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peacechaos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메일 주소는 peacechaos@hanmail.net 다. 묻고 싶은 질문 많이 보내주시고, 많은 성원 해주시길..)



 


딴지 특파원
장군(peacecha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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