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언리뷰] 문제적 금언 2004.7.1.목요일
초장부터 딴지를 건 이유는 한번 볼 거 두 번, 세번 봄으로써, 전에 봤을 때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게 해주는 리뷰의 유용성을 부정해서가 아니다. 리뷰어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텍스트들이 있건만, 여전히 계속되는 리뷰대상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안타까울뿐. 이제 영화, 음반뿐 아니라 리뷰의 대상도 확장되어야 한다. 리뷰대상의 탈권위주의를 향한 장도에 본지가 앞장 선다. 평소 우리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금언에 대한 리뷰가 그 시작이다. 이 금언은 일반적으로 선행을 할 때 남 모르게 하란 의미로 사용된다. 동네방네 소문 내지 않아도 이미 하느님께 접수 들어갔으니 괜히 떠벌리지 말란 소리다. 그러나 이 금언을 이같은 의미에만 한정짓는 것이야말로 이 금언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제한하는 것이다. 금언 역시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재해석되는 게 마땅하다. 생전에 텍스트의 오르가즘을 만끽하신 꼴랑 바르트 형님께서 작가의 사망을 주창하신지 꽤 되셨거니와, 실제 이 금언의 작가도 돌아가신지 벌써 2000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고전이 현대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는동안, 이 역사적 금언이 2000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음은 후학들의 게으름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음이다. 본 리뷰어, 이제라도 이 리뷰로 그동안의 죄를 조금이나마 씻고자 한다. 현대의 신경생리학은 이 금언을 어떻게 바라볼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니, 결국 뇌를 속이란 얘긴데 가능할까. 다음을 보라.
전문적인 내용이니 초학자들을 위해 리뷰어가 정리해 주자면, 신체의 좌우를 지배하는 뇌가 따로 있다 하더라도, 결국 그 정보를 통합하고 운동지령을 내릴 때는 종합적인 프로세스를 거친다는 얘기다. 그래도 어렵나? 다시. 오른손이 하는 짓을 좌뇌 혼자 몰래 시켜서 우뇌의 지배를 받는 왼손을 속이려고 해도, 이 정보가 보고 되는 순간 뽀록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우리의 뇌다 이 말씀이다. 결국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금언은 현대의 신경생리학 관점에서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평소 풍부한 비유와 알레고리를 즐겼던 본 금언의 저작권자의 성향을 고려하면, 본 금언은 일종의 시적 허용으로 간주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철학적, 신학적 관점
이번엔 철학적, 신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이원론이란 무엇이냐. 존재하는 세계를 두개의 범주로 나누어서 사고하는 철학적 시도로 멀리 플라톤부터 칸트와 키에르케고르까지 이르는 경향을 일컫는다. 큰 범주로는 정신적 세계와 물질적(세속적) 세계로 나뉘어지며, 불 대 물, 남성 대 여성, 이성 대 감성, 때린 넘 대 맞은 넘, 정치인 대 국민, 타워팰리스와 달동네, 좃선과 딴지 등의 이항대립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철학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같은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본 금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본 금언의 작가가 예수님이란 사실에 주목해 보자. 본 리뷰어, 방대한 문헌조사를 통해 예수님께서 당시의 교회에 대해 서슴없는 비판을 가하곤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늘날 예수님과 교회가 동일시되는 풍토에 비추어 보았을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과 교회 사이의 불화라니 ! 이 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다시 원문을 보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여기서 오른손과 왼손이 뜻하는 바가 문제해결의 열쇠다. 본 금언에서 드러난 이원론적 세계관과 교회와의 관련성을 생각해 볼 때, 세속과 교회(신앙)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함 대입해 보자. (교회)가 하는 일을 (세속)이 모르게 하라 혹은 (세속)이 하는 일을 (교회)가 모르게 하라. 명색이 종교지도자이기도 한 예수님께서 교회와 세속의 분리를 주장했다니... . 그러나 여기서 텍스트의 역사적 맥락이 결부된다. 객관적인 역사는 세속과 교회가 점점 분리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 과정에서 타락한 세속의 논리가 순수해야 할 교회에 침투하고, 신에 대한 믿음은 세속화되면서 무대포적 독선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본 리뷰어, 본 금언이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예수님의 깊은 우려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본 금언은 진실한 신앙과 세속적인 권세를 동일시하는 일부 교회의 폐단을 문책하신 것으로 사료된다. 곧 신앙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란 의미. 만인에게 복음의 은혜를 베풀어 이 땅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일부 교회의 신심을 모르는 바 아니나, 오른손이 하는 일은 그냥 오른손이 하도록 내버려 두시라. 이 땅의 사탄퇴치를 위하여 축구장에 하얀 천사 보내시랴, 음악과 영화 검열하시랴, 순결운동 하시랴, 주한미군 철수 반대와 이라크 파병 실행을 촉구하는 성명 내시랴. 하시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 지극한 신심을 이해는 하되 이래서는 자칫 교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본 금언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본 금언은 그것의 통상적인 의미 외에 그다지 주목할 만한 비평의 세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본 금언이 정치적, 윤리적으로 부정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본 금언이 오른손에 대한 특권화, 페티쉬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오른손이 무언가 일을 함으로써 능동적으로 그려지는 데 반해, 왼손은 오른손의 의지에 따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 피동적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른손은 예로부터 기득권, 다수자의 의미를 부여 받아왔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그 숫자에 있어서 압도적이며, 사회의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급진적인 평자들은 액션의 주체가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이란 점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본 금언을 정치적 좌파와 우파에 대한 비유로 해석하는 심층적 연구가 진행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성(sexuality)의 정치학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본 금언은 보수주의 성정치학의 알레고리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자위행위시에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점이 굳이 왼손을 소외시켜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이는 왼손 자위행위와 양손 자위행위, 각종 도구를 이용한 자위행위 등 자유로운 성행위 일체를 음란한 것으로 취급하는 보수주의적 성문화에 정확히 조응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다소 조악한 비판이긴 하나, 본 금언이 현대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권리인 알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본 금언의 문자적, 문법적 의미에 주목한 비판이라 하겠다.
이상의 비판들에 대해 본 리뷰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텍스트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과 재해석은 그 자체로 고무 받아 마땅하다. 다만 지금까지의 정치적 비판과 관련, 본 금언에 대한 보다 급진적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금의 현실과 관련 본 금언은 정치판에 대한 무한한 냉소와 조롱의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정치판이 하는 짓거리들(오른손이 하는 일)에 대해 국민들이 차라리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해석 되겠다. 이 점에 대해선 출처불명의 또 다른 금언, 모르는 게 약이다를 참고하라. 차떼기의 당사자들은 강도질 그 자체보다도 검찰에 뽀록남으로써 없이 사는 국민들의 상박감과 배신감을 고조시켰다는 데 더 책임을 져야한다. 탄핵의 당사자들은 미리 언론을 통제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의 혈압을 평균 50이상 올렸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라크파병. 이라크파병을 주도하고 있는 자들은 9.11테러와 후세인과의 연계도, 이라크 내에 어떤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석유와 패권을 위해 미국이 벌이고 있는 추악한 침략전쟁에,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어떤 근거와 실체도 밝혀지지 않은 국익이란 허상과 조깟제류의 냉전논리의 반복에 지나지 않은 한미동맹을 이유로 파병을 강행한다는 사실 보다도, 이 같은 파병강행논리의 허접함을 국민들에게 숨기지 못했기 때문에 최악이다. 이미 2000년 전의 선인이 갈파하신 삶의 지혜는 오늘날 이렇게 부활한다. 그것이 금언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을 요구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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