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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비교] 셜록 홈즈 VS 아르센 뤼팽

2003.9.20.토요일
딴지 편집부


 







추리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1841년 4월에 발표한 <모르그 가의 살인(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으로부터 그 장대하고 화려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포는 추리소설의 하위장르인 탐정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완성하였는데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탐정이 등장하고, 그가 빼어난 추리력을 발휘하여 짭새가 풀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하며, 이를 옆구리 콕콕 찔러가며 지켜본 친구인 작중인물 나가 서술해 가는 방식은 후에 나오는 모든 탐정소설에 존나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이다.


특히 <모르그 가의 살인>의 최고 공적은 탐정소설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탐정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이 작품이 독자의 사랑을 받자 많은 작가들이 탐정을 쥔공으로 내세운 추리소설을 우후죽순 메뚜기 떼처럼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지금은 추리소설을 지칭하면 탐정소설, 스파이소설, 하드보일 등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명칭이지만 <모르그 가의 살인> 등장이후 거의 50여 년 간 추리소설의 역사는 탐정소설의 역사라고 치환해도 될 정도였다.      


그래서 초기 추리소설의 특징은 사건보다 쥔공 탐정의 추리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으며 때문에 추리소설, 특히 탐정소설은 뒤팽, 포와로, 마플, 브라운 신부, 필립 말로우 등 고전적 탐정에서부터 현재의 제시카, 콜롬보, 소년 탐정 김전일 그리고 기생충탐정 마테우스까정 타 소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스타 캐릭터를 배출한 장르이다.


때문에 그 어느 장르보다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동시에 그에 버금가는 매니아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추리소설인데 그 중에서도 최고의 캐릭터를 뽑으라면 두말 할 것 없이 코난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와 모르스 르블랑이 고안한 아르센 뤼팽을 뽑을 수 있을 꺼다(뤼팽이 무슨 탐정이냐 씨바야,라고 하는 거 눈에 선하다. 맞다, 뤼팽은 괴도다. 그러나 <기암성>, <813> 등에서 그가 보여준 뛰어난 추리력으로 인해 뤼팽 역시 탐정소설로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은 탐정과 괴도라는 직업적 위치와 영국과 프랑스라는 출생지로 인해 희대의 라이벌이 되었다.









<모르그 가의 살인> 이후 많은 탐정소설이 등장하였지만 이 작품만큼의 평가와 인기를 얻은 작품은 없었다. 왜냐면 이후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등장인물과 사건만이 다를 뿐 <모르그 가의 살인>이 보여준 전개과정과 서술방식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많은 소설가들은 <모르그 가의 살인>이 탐정소설의 토대가 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본 우원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니뽕이다라고. 이건 단순히 잼없는 작품을 만든 것에 대한 자기변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1887년 역사소설을 주로 써오던 아서 코난 도일(Sir Arthur Conan Doyle)은 사립탐정 셜록 홈즈(Sherlock Holmes)가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라는 작품을 발표한다. 독자들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할 만큼 반응 면에선 썰렁했지만서리 이 작품에서 탐정소설의 가능성을 본 한 출판사가 속편을 의뢰, 차기작 <네 사람의 서명(The Sign of Four)>이 속된 말로 터지며 셜록 홈즈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


후에 저자 코난 도일 역시도 애드거 앨런 포를 거론하며 탐정소설을 집필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였지만 홈즈는 <모르그 가의 살인>의 쥔공 뒤팽을 넘어설 만큼의 뛰어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방대한 지식에서 나오는 추리력이었다. 이전의 탐정들이 주로 직관에 의존한 추리력을 보여준 것에 반해 홈즈는 직관에 의한 추리력도 물론이지만 담뱃재만을 보고 담배의 종류가 무엇인지, 바짓단에 묻은 진흙을 보고도 어디에 거주하는지 추리해 내는 모습은 실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음이다.  


이렇게 하나의 단서를 토대로 walking 백과사전을 연상시키는 지식을 이용해 뛰어난 관찰력과 직관력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의 수사방법은 탐정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근데 재미난 건 홈즈의 이 같은 추리기법이 그의 창시자인 코난 도일의 출생배경과 성장과정 그리고 직업적 방랑과 매우 닮아있다는 점이다.  


1859년 에딘버러에서 태어난 도일은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의업에 종사하였지만 수입이 넉넉지 않았기 땜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소설집필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이 시기에 그는 추리소설이 아닌 주로 역사소설을 다루었는데 셜록 홈즈 이야기에 역사가 자주 등장하는 건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그러나 역사소설 역시 큰 반응을 얻지 못하였고 그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 그래서 도일은 고래잡이 선원에 지원하였는데 거기서 그는 뱃사람들에게 신기하고 진기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으며 후에 신문 특파원 일을 통해 갖가지 사건들과 많은 상식들을 접할 수가 있었다.


그뿐인가 그는 운동선수, 심령술사 등 여러 가지 일을 두루 섭렵하였고 결국 이와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해부학, 역사학, 범죄학 등등에 두루두루 능수능란한 홈즈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거다.



 







프랑스에서도 홈즈의 인기는 대단했다. 이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세력을 확장하며 맹활약을 벌이던 홈즈를, 늘상 영국과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자존심 센 프랑스가 묵과할 리 없었음이다.


프랑스의 대중잡지 주 세 투(ju sais tout)의 편집인 피에르 라피티는 셜록 홈즈가 영국의 스트랜드 매거진(Strand Magazine)이라는 잡지를 통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사실을 주지하고 있었다. 그들도 홈즈에 필적할만한 프랑스의 홈즈를 창조하여 재미를 보고 싶었던 거다.


이에 주 세 투는 그들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일 무명의 작가를 찾아 나섰다. 그리하야 선택된 인물이 바로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이에 르블랑은 <괴도 신사 뤼팽>이라는 단편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주 세 투의 제안과 달리 쥔공인 아르센 뤼팽(Arsene Lupin)은 홈즈와 같은 탐정이 아니라, 럴수럴수이럴수가... 도둑이었다.


뤼팽은 기존의 추리소설에서 보면 무척이나 독특한 인물이었음이다. 이전의 추리소설은 언제나 좋은넘이 나쁜넘을 이기는 해피엔딩이었으며 정의를 위협하는 자는 대부분 없는 자이거나 있더라도 몰락한, 철저히 부르주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근데 도둑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가지고 온 거다. 뤼팽은 항상 그를 따라댕기는 경찰과 형사를 보기 좋게 따시켰으며 범행대상은 대부분 부르주아로 삼았다. 기존의 정의의 경계가 모호해 진 거다. 그러니 주 세 투 입장으로서는 첨엔 벙찔 수밖에...  


피에르 라피티는 <괴도 신사 뤼팽>을 잡지에 싣지 않았다. 대신 르블랑에게 뤼팽을 쥔공으로 한 이야기 몇 편을 더 만들어 보라고 제안하였다. 가능성을 타진해 본 거다. 이에 르블랑은 열 편이 넘는 작품을 더 만들었고 그 후 어느 정도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한 주 세 투는 뤼팽 시리즈를 게재하기에 이른다.  


변장과 술수에 능하고 뭣보다 부르주아를 농락하는 괴도 뤼팽에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아마도 홈즈와는 철저히 다른 매력 때문이었을 꺼다. 르블랑은 이런 두 인물의 판이한 요소를 자신의 작품 속에 그대로 반영, <뤼팽 대 홈즈>라는 작품을 통해 독자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뤼팽과 홈즈의 가상대결을 자신의 소설 속에 실명 그대로 재현해 내었다.


이는 곧바로 열렬한 반응을 불러왔다. 하지만 다소 멍청하게 그려진 홈즈의 모습에 홈즈의 아빠, 코난 도일뿐 아니라 홈즈의 팬들은 짜증과 분노를 일으켰다(그래서 르블랑이 셜록 홈즈를 헐록 숌즈로 바꾸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일화다).


그러자 이들은 뤼팽이 철저히 홈즈와는 정반대되는 요소들로만 이루어졌다며 홈즈의 이름값을 이용해 먹으려는 르블랑의 꼼수에 비난을 퍼부었다. 모,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니었겠지만 사실 뤼팽의 모델이 된 건 프랑스의 전설적인 인물 비독(Eugene Francois Vicdocq)으로 보는 편이 옳다.  


2년 전 국내에 <비독>이라는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본 독자덜은 아마도 비독을 경찰로 알고 있겠지만서리 원래 이 넘은 프랑스의 굉장한 도둑넘이었다. 변장에 능했을 뿐 아니라 기지에 능해 탈옥을 밥먹듯이 하였고 그가 범죄의 대상으로 삼은 목표는 대부분 있는 넘들이었다. 후에는 경찰의 쁘락치(?)가 되어 파리 경시청에서 일했을 뿐 아니라 최초의 사설탐정소를 세우기도 했다.  


뤼팽 역시도 후에는 경찰업무에 가담하게 되는데 비독은 바로 현실의 뤼팽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탐정 홈즈와 세기의 도둑 뤼팽은 많은 면에서 정반대였다. 홈즈의 수사방식이 과학에 기초한 정공법이었다면 뤼팽은 변장과 필체 위조 등 술수에 능학 변칙파였다. 게다가 홈즈는 여가시간도 앞으로 다가올 사건에 대비했던 외골수인 반면 뤼팽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낭만파였다.


또한 홈즈가 사건의 막간 그 한가로운 정적을 견디다 못해 마약에 손을 대거나 황량한 바이올린을 켜는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였다면 뤼팽은 사랑하는 여자땜에 자살까정 기도한 매우 감상적인 인물이었다.


이 둘을 비교한 다음 표를 보면 그 차이가 좀더 명확해 질 것이다.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직업


탐정


괴도


활동무대


영국


프랑스


특징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타고난 직관력과 관찰력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합리적인 추리력을 보여줌.


변장에 능하며 순간적인 기지에 출중하나 과도한 변장에 대해 정체성을 고민하는 등 실존적 사고를 보여줌.


성격


냉정하고 차분하며 이성적임.


따뜻하고 활발하며 감성적임.


특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뽕(코카인)을 맞고, 바이올린을 켜며 화학실험을 함.


작업에 능하며 여자의 시선에 민감하고 여자를 위해서라면 범행도 포기함. 살인혐오주의자.


여자


1명( 아이린 애들러)


1명 이상



한마디로 실증(합리)주의와 실존주의의 차이를 연상시키는 위의 표는 바로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음이다. 그만큼 홈즈와 뤼팽에게 해당 국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투영되었음을 의미한다.


영국은 춥고 비가 1년에 200일 이상 내릴 정도로 음산한 기후에 그것도 외따로 고립되어 있는 지형이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대체로 성격이 차갑고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면이 강하다. 게다가 섬인 관계로 대륙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전쟁을 일으켰는데 전쟁을 벌이기 위해 많은 무기가 필수였고 이기기 위해선 우수한 무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히 과학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과학은 확실한 증거를 필요로 하는 법. 합리주의의 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홈즈가 연상된다.


그에 반해 프랑스는 기후가 온화하고 사계절 내내 먹을 것이 풍부하기 땜시롱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철학적인 사고가 발달하게 되었으며 문화에 탐닉하게 되니 감상에 젖는 시간도 많아진다. 낭만적이다. 근데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라가 평안해야 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 민중들은 부패한 정권이 나타날 때면 항상 봉기를 일으켜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노력했다. 부르주아를 농락하는 낭만파 괴도 뤼팽에 프랑스인을 대입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렇다고 뤼팽과 홈즈가 모든 면에서 평행선을 걸었던 건 아니다.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었다. 홈즈와 뤼팽 소설 속 짭새덜은 몹시도 무능하게 그려진다. 왜일까?


이들이 출현했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그 당시는 18세기 후반부터 갈등을 보여왔던, 자본주의의 출현에 따른 구개념과 신개념의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 충돌의 모습은 있는넘(부르주아)과 없는넘(프롤레타리아)간의 갈등양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래서 부르주아에겐 그들의 재산을 노리는 프롤레타리아를 막아줄 힘이 필요했고,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자신들의 노동력과 얼마 되지 않는 재산까지 가로채는 부르주아를 무찔러줄 정의가 필요했다. 그로 인해 치안이 필요하게 되었고 경찰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만 갔다. 그러나 경찰은 무능했다.


그러자 부르주아에게는 경찰의 능력을 훨 뛰어넘는 상상이상의 인물인 탐정이, 가난한 민중에겐 자신의 한(?)을 풀어줄 괴도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그니까 홈즈와 뤼팽의 출현은 경찰을 못 미더워하는 당시 시대의 요청이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 둘은 배 다른 형제인지도 모른다. 아니나 달라 이들은 상이하게 다른 면모 속에 상대방의 장점을 겸비하고 있었는데 홈즈는 변장에 능했고 뤼팽은 매우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르센 뤼팽과 셜록 홈즈가 붙으면 어떻게 될까? 뤼팽은 홈즈를 따돌릴까? 아니면 홈즈는 뤼팽을 체포할까?


알 수 없다. 비교의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실재하더라도 스포츠 경기처럼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 또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 게임은 서로 다른 취향의 충돌이기땜에 둘 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가 있다.    


셜록 홈즈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영국의 실증주의적인 인물의 한 초상이라면 이와 반대로 아르센 뤼팽은 철학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의 실존주의적인 인물의 반영인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이를 통해 서로의 사회를 비교하고 당시의 시대상을 바라 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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