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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싱] 추억의 명승부(9)
- 전설의 4인 세 번째 빠따 레너드 편

2003.9.16.화요일
딴지 복싱부

기사 업데이트가 늦어서 우선 독자 여러분덜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전한다. 변명이지만 필자가 추석 쇠고 나서 회사를 옮기게 되는 바람에 적응기를 거치느라 상당히 바빴다. 이해해주시라.  


오늘은 Fabulous 4의 세 번째 순서로 80년대 최고의 천재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를 디벼보도록 하겠다. 굳이 복싱팬이 아니더라도 레너드하면 80년대를 수놓은 최고의 스포츠스타임을 모르는 스포츠팬은 없을 것이다. 80년대 미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수퍼스타 슈거 레이 레너드. 그가 복싱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표현해냈던 달콤하고도 매혹적인 세계로 천천히 빠져 들어가 보자.




  레이 찰스 레너드


1956년 5월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건강한 사내아이가 첫울음을 터뜨렸다.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이 아이에게 엄마는 자신이 좋아하던 흑인 맹인 가수 레이 찰스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레이 찰스 레너드. 후에 전 세계 복싱팬들을 매혹으로 빠뜨릴 위대한 선수의 탄생이었다.


반사신경이 탁월해 어릴 때부터 만능스포츠맨으로 농구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레너드는 14살 때부터 복싱을 시작해 불과 2년 만에 AAU 골든글러브에서 우승하며 대기의 편린을 보인다. 75년 판아메리카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된 레너드는 76년 몬트리얼 올림픽 결승에서 강호 안드레스 알다마(멋진 이름이다. 당구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4구 경기를 알다마라고 한다. 필자 당구 300이다)를 판정으로 누르고 라이트 웰터급 금메달을 획득한다.


올림픽 우승 후 복싱을 그만두고 대학에 들어가려던 레너드는 부모님의 병원비와 대가족의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프로복싱계로 뛰어들게 된다. 그의 재능을 썩히지 않으려는 프로모터와 방송국의 힘도 크게 작용했다. 68연승을 포함한 145승(75KO) 5패. AAU 골든글러브 3회 우승. 판아메리카 대회 우승. 9번의 세계대회 우승. 올림픽 금메달. 이상이 레너드가 남긴 아마추어 레코드였다.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아마 생활이었다.



  파좃지세!


레너드는 아마추어시절부터 죽 운동해왔던 워싱턴 DC 외곽의 소도시 프린스 조지의 오크레스트짐에 둥지를 튼다. 매니저는 그 유명한 안젤로 던디, 트레이너는 데이브 야콥이었다(후에 트레이너 양크스 모튼과 재정자문 마이크가 가세한다). 레너드의 데뷔전은 올림픽 이듬해인 77년 2월 볼티모어 시민센터에서 벌어졌다.


상대는 사나운 소라는 별명이 붙어있던 중견 루이스 베가. 결과는 깔끔한 레너드의 6회 판정승이었다. 골든 보이 레너드의 데뷔전을 직접 보기 위해 1만이 넘는 복싱팬들이 볼티모어로 몰려왔으며 전 미국에 생중계 된 이 경기에서 레너드는 신인으로는 파격적인 4만 달러의 대전료를 받게 된다. 거기에 ABC-TV로부터 받은 1만 달러까지 합해 5만 달러를 데뷔전에서 챙기게 되는데 당시 레너드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77년 6번의 시합을 모조리 승리로 이끌었지만 상대는 대부분 2류였다. 이 시기 던디는 레너드의 파워를 증가시키기 위해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켰고 78년 들어 서서히 세계 랭커들과 주먹을 섞으며 11승을 추가, 정상을 향해 성큼 다가서게 된다.


이 시절 레너드가 꺾은 선수들 중에는 2회차 기사에서 다루었던 미키 워드의 형인 딕 에클런드와 현 WBC 라이트급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아버지이자 오스카 델 라 호야의 트레이너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시니어(이 시합은 그 때까지 2류들만 상대하던 레너드가 실력을 제대로 검증 받을 수 있었던 시합으로 당시 15승 1패를 기록 중인 강호 메이웨더는 경기 초반 쨍쨍한 라이트스트레이트를 앞세워 팽팽하게 맞섰으나 8회 들어 레너드의 강력한 좌우훅을 맞고 생애 첫 다운, 이어 두 번째 다운과 동시에 공이 울려 위기를 모면했으나 10라운드를 버티지 못하고 TKO로 물러나 기량차이를 확인한다)도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도 카를로스 팔로미노와 명승부를 펼쳤던 노웅 알만도 무니즈(팔로미노의 15회 역전 TKO승으로 끝난 팔로미노와 무니즈의 1차전은 77년 링지 올해의 경기 후보에 오를 정도의 명승부다. 기회가 되면 꼭 구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73년 AAU대회에서 자신을 판정으로 꺾고 먼저 프로에 입문해 있던 만년 세계 랭커 랜디 실즈 등이 포함되어 있다(이 경기 후 이듬해 랜디 실즈는 쿠에바스에게 도전해 최초로 판정으로 연명한 도전자로 기록되게 된다).


레너드의 인기는 시합을 거듭할수록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갔다. 경기 장소에 상관없이 경기장은 항상 초만원을 이루어 레너드의 시합이 열리는 곳은 시합 때마다 입장객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였으며 대부분의 경기들이 미국 전역에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경쾌한 풋웍, 폭발적인 연타, 특유의 쇼맨쉽 등 레너드는 복싱팬들의 구미에 꼭 맞는 스타였던 것이다.


79년 역시 세계 랭커들을 상대로 연승가도를 달리던 레너드는 8월 12일 피트 랜저니를 그림 같은 6연속 콤비블로우를 선보이며 4회 KO로 분쇄하고 북미 웰터급 타이틀을 획득하며 20만 달러의 파이트머니를 챙겼다. 그리고 9월에 열린 1차 방어전에서 일찍이 쿠에바스를 꺾기도 했던 캘리포니아산 호크 앤디 프라이스를 1라운드 KO로 일축하고 윌프레도 베니테스가 가지고 있던 WBC 웰터급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게 된다.






레너드 vs 피트 랜저니 주요장면 동영상


 
  세계 정상에 서다!









극적인 TKO의 현장


79년 11월 30일 라스베가스 시저스팰리스 호텔 특설링. 완숙기에 이른 무패의 두 복싱천재가 충돌했다. 복싱신동으로 불리우며 17세의 나이로 당대 주니어웰터급의 최강 안토니오 세르반테스를 꺾고 세계 최연소 세계챔피언에 등극한(아직도 이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다. 까라스끼야가 홍수환을 이겼다면 깨졌을 수도 있었는데...) 이후 웰터급으로 월장해 터프가이 카를로스 팔로미노를 15회 판정으로 제압하고 2체급 제패에 성공한 윌프레도 베니테스는 레너드와 마찬가지로 동물적인 복싱감각을 타고난 희대의 천재였다.


해글러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날 같은 링에서 해글러는 비토 안투오페르모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분루를 삼켰지만 레너드는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시합을 벌인 끝에 후반 연습부족으로 체력이 떨어진 베니테스에 15라운드 종료 10여 초를 남기고 극적인 TKO승을 거두고 감격적인 대관식을 치르게 된다(카를로스 파디야 주심의 레퍼리 스톱이 조금 이른 감이 없진 않았지만 어차피 판정으로 갔더라도 3라운드 다운을 뺏기도 했고 링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레너드의 손이 올라갔을 것이다).


절정의 테크닉과 테크닉이 맞선 이 시합은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밀도 높은 레너드의 초기 골드 트랙이라 할 수 있다. 경기 전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두 선수의 눈싸움은 지금 봐도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고(베니테스가 이 짓거리를 잘한다. 헌스와의 대결에서도 이런 눈싸움을 벌이는데 헌스 편에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두 천재가 보여준 동물적인 복싱센스와 화려한 테크닉은 기술복싱의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무방할 만큼 초절정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시합을 통해 현대 복싱기술이 완성단계를 넘어 거의 정점에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최근 선수들 중 로이 존스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기량의 완성도 면에서 이 시합에서의 보여준 두 선수의 레벨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필자는 감히 단언한다.


승리가 선언되자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만끽하는 레너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천재 중의 천재라는 레너드 역시 베니테스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니테스는 타고난 재능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하기로 유명했다. 어떤 선수와 경기를 하더라도 2주 이상 연습한 적이 없었던 베니테스는 레너드를 맞이해서도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면서 겨우 1주일 남짓 운동하고 체중만 맞춰서 올라왔다고 한다(이런 류의 외신을 모두 믿을 필요는 없다).  


그러고서도 레너드와 대등한 시합을 펼쳤으니 그의 천재성이 어떠한 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4라운드가 끝나고 코너로 돌아온 베니테스에게 세컨을 보고 있던 아버지가 뺨을 때린 일화는 유명하다. 역사에 가정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만약 충분한 연습량이 수반되었더라면 아마도 80년대 4인방의 역사는 베니테스를 중심으로 다시 씌어졌을지도 모른다.






레너드 vs 베니테스 15R 동영상


(초반부 눈싸움하는 부분은 현지 중계본인데 화질이 너무 안 좋아 경기 장면은 몇 달 전 모 스포츠채널에서 방송한 부분에서 따왔다.)


첫 방어전은 80년 3월 31일 메릴랜드에서 벌어졌으며 도전자는 영국의 러싱파이터 데이브 그린이었다. 이 경기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테네시 녹스빌에선 마이크 위버와 존테이트의 WBA 헤비급 타이틀전이 벌어졌는데 14라운드까지 원사이드하게 밀리고 있던 위버가 15라운드 들어 그림 같은 원펀치 역전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시합 필름을 보면 캐스터가 이 경기에 대해 언급하는 걸 들을 수 있다.


그린과의 대결은 애와 어른의 싸움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기량차이를 보여준다. 시종 압도적인 스피드의 우위를 살려 주도권을 장악하던 레너드는 4라운드 들어 우좌-우좌로 이어지는 예술적인 더블 투원 콤비블로우를 그린의 턱에 작렬시키고 깔끔한 KO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1차 방어를 치르게 된다.






레너드 vs 데이브 그린 주요장면 동영상



  첫 패배를 맛보다!


2차 방어전의 도전자는 그 유명한 파나마의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이었다. 레너드는 라이트급에서 올라온 두란의 치고 붙는 족쇄전법에 휘말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Clear한 판정패로 타이틀을 날리게 된다. 생애 최초의 패배였다.


1차전 직전 같이 맞받아쳐도 이긴다고 호언했던 레너드는 작전 미스를 인정하며 절치부심 4개월 25일만에 뉴올리안즈에서 숙명의 재대결을 펼치게 된다. 철저히 두란을 연구하고 시합에 임한 레너드는 화려한 좌우 스텝과 현란한 스피드로 완벽히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며 이윽고 8회 들어 두란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뒷맛이 개운치는 못했지만 화려한 부활이었다.






레너드 vs 두란 2차전 8R 동영상



  2체급을 제패하다!


다시 찾은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래리 본즈를 맞아 가지고 놀다 10라운드 TKO로 가볍게 마친 레너드는 81년 6월 25일 휴스턴에서 한 체급 위의 챔피언 아유브 칼루에와 맞서게 된다. 같은 날 먼저 링에 오른 라이벌 토머스 헌스는 파블로 바예스를 맞아 4회 KO로 누른 후 가진 이너뷰에서 레너드와의 통합전을 원한다고 발표해 더욱 부담이 가는 시합이었다.









슈거레이 레너드 vs 아유브 칼루에


우간다 출신의 챔피언 칼루에는 그리 잘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지만 36승(17KO) 무패의 전적을 보유한 일급 테크니션으로 절묘한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자칫 레너드의 연승행진에 상처를 줄 수 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대였다.


역시 칼루에는 만만치 않았다. 시종일관 창과 창이 맞부딪치는 금속음이 공진(共振)을 일으키는 가운데 팽팽히 전개된 이 시합은 흡사 2년 전 베니테스전을 연상케 할 만큼 수준 높은 경기였다. 그러나 역시 레너드는 레너드였다. 7, 8회 칼루에의 맹렬한 반격에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9회 접어들어 폭죽 같은 연타세례를 퍼부으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한 번 찬스를 포착하면 한치 오차도 없이 냉혹하게 상대의 숨통을 따버리는 레너드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녹화중계로 국내에 중계되기도 했던 이 시합을 통해 필자는 최초로 풀라운드 레너드의 시합을 감상할 수 있었다.






레너드 vs 칼루에 1R~4R 주요장면 동영상








레너드 vs 칼루에 5R~9R 주요장면 동영상



  All about Boxing - 토머스 헌스 1차전







칼루에전을 통해 성능점검을 마친 레너드는 오래 전부터 대전설이 오가던 라이벌 토머스 헌스와 세기의 대결에 합의하게 된다. 대전 일자는 81년 9월 16일. 장소는 라스베가스 시저스팰리스 호텔. 흥행수익을 제외한 순수대전료만도 레너드 800만 달러, 헌스 500만 달러였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워즈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경기 전 도박사들의 예상은 7 : 5 레너드의 우세. 경기 일자가 촉박해지면서 6 : 5 까지 내려오긴 했지만 전문가들도 두란과의 2차전을 승리로 이끈 레너드가 심리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 하에 근소한 레너드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해외에서의 레너드 우세론과는 달리 국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헌스의 우세를 예상했다. 당시 필자 역시 헌스가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경기 전 레너드는 "헌스는 초인인 체 하지만 그는 초인이 아니다. 그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영원히 KO승만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깨우쳐주겠다"라고 강력한 자신감을 피력했고 헌스 역시 레너드 역시 자신의 KO승의 제물이 될 것이라는 요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승리를 예견했다.


전 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 세기의 대결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대낮에 MBC 생중계로 방송되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필자는 수업 사이 쉬는 시간 도중 몰래 빠져나와 동네 다방에 가서 결과를 물어보았다. 경기를 보러 모여있던 아저씨들이 이구동성으로 일러주었다. 지고 있던 레너드의 14회 역전 TKO승. 그 순간의 허탈감이란...


하교 후 그 날 밤에 MBC에서 녹화중계를 해주었는데 세상에 그렇게 재미있는 시합은 난생 처음이었다. 가히 초범입성의 경지에 이른 두 선수의 절정 초식과 변화무쌍한 신공은 어린 필자에게 실로 눈이 돌아갈 정도의 환상적인 것이었다. 같이 중계를 보시던 필자의 아버지께서도 정말 대단한 시합이라며 찬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경기 초반은 헌스의 페이스였다. 레너드는 예상대로 헌스의 좌우로 돌며 경쾌한 아웃복싱을 펼쳤고 헌스는 예의 왼팔을 길게 늘어뜨리고 플리커 잽을 뻗으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라운드 종반 헌스는 로프에 기댄 레너드에게 콤비블로우를 터뜨리며 기선을 잡았고 2라운드 역시 비슷한 양상. 세 명의 부심 모두 1, 2라운드를 10 : 9 헌스 우세로 채점.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레너드 vs 헌스 1차전 동영상 버전이 두가지인데(현지 중계본, SBS 스포츠채널 녹화분) 첫 1~2라운드를 현지 중계본으로 편집했더니 화면이 너무 어두워 3~4라운드부터 SBS 스포츠채널 녹화분으로 올리겠다. 초반부를 못보시는 게 다소 아쉽겠지만 이해해주시라.


그럼 넘어가서 3라운드. 2분 경 레너드의 라이트가 작렬하며 헌스를 로프로 몰아 게임흐름을 유리하게 바꾼다. 그러나 4라운드 들어 레너드의 미스블로우를 놓치지 않고 헌스의 안면 더블펀치가 성공하며 다시 전세를 자기 쪽으로 바꾼다.






레너드 vs 헌스 1차전 3R~4R 주요장면 동영상


레너드가 부지런히 외곽을 돌며 찬스를 노리고 헌스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서는 모습은 5라운드까지 이어진다. 헌스의 레프트잽에 밀려 레너드는 쉽사리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 5라운드 역시 헌스의 근소차 우세. 그러나 6라운드 접어들면서 팽팽하던 경기 양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왼손카운터를 성공시킨 레너드는 연타세례를 퍼붓고 헌스는 그로기까지 몰리는 위험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 때부터 자세는 역전되어 헌스가 아웃복싱을 펼치고 레너드가 쫓아가는 형국으로 전개되기 시작.



7라운드 역시 레너드의 페이스. 복부공격으로 시작한 레너드의 연타에 헌스의 턱이 돌아간다. 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자 비틀거리며 자기 코너로 돌아가는 헌스.






레너드 vs 헌스 1차전 5R~7R 주요장면 동영상


8라운드 역시 레너드의 공세가 눈에 띄는 라운드였으나 채점에 큰 영향을 줄만한 히트는 없었다. 9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 헌스는 철저히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을 구사하며 6, 7라운드에 입었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착실히 포인트를 쌓아간다.


헌스는 라이트 가드를 굳히고 레프트 잽만 찌르며 레너드에게 거리를 주지 않는 철저한 아웃복싱을 구사한다. 그러나 이것은 본연의 헌스의 복싱이 아니었다. 헌스는 라이트를 넣은 후 몸이 벌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6라운드에 된통 당했기 때문이다. 라이트가 나간 후 거리가 좁혀지고 레너드의 라이트훅이 날아드는 것이 두려워 좌우스텝과 레프트만 이용해 경기를 풀어갔다. 아마 세컨에서 판정까지 가자는 주문이 나온 것 같은데 이는 결국 레너드에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레너드 역시 초조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9라운드 이후 레너드는 헌스의 잽을 헤드슬립으로 피하고 인사이드로 파고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발을 사용해 도망가는 헌스를 계속 일직선으로 쫓아다녔기 때문이다. 몸을 흔들면서 들어가거나 지그재그로 쫓아갔다면 좀 더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헌스가 워낙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근 탓도 있겠지만 경기 후 레너드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눈이 부은 것이 마음에 걸려 과감히 러쉬하지 못했다는 심적 요인도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12라운드까지 세 부심의 채점은 116 : 112, 117 : 111, 117 : 112 헌스의 우세였다. 요즘처럼 12라운드 경기였다면 심판 전원 일치 헌스의 판정승이 선언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부심들보다 헌스에게 조금 박하게 매겼는데 12라운드까지 무승부. 부심들이 헌스 우세로 채점한 라운드 중 1, 3, 9, 10라운드는 1점차로 매기기에 다소 애매했다고 본다. 4, 11라운드 헌스 우세로 6, 7라운드 레너드 우세로 동점.


대부분 복싱팬들이 헌스가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다 역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물론 부심들의 스코어카드 역시 그렇고) 필자 생각은 조금 다르다. 12라운드까지 백중세. 13라운드부터 균열이 일어나 14라운드에 최종 마무리. 조금 의아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단지 필자 생각일 뿐이므로 너무 개의치 말기 바란다.


운명의 13라운드. 라운드 초반 헌스가 미끄러지며 슬립다운을 당한다. 불길한 징조였을까. 라운드 중반 레너드의 원투에 이은 불꽃연타가 불을 뿜는다. 실로 전율이 일만큼 가공할 핸드스피드. 헌스는 로프 뒤로 밀렸으나 슬립으로 간주. 라운드 종료 직전  폭죽 같은 레너드의 연타세례에 로프 밖으로 밀려나가는 헌스. 첫 다운이었다. 세 부심의 채점은 124 : 122, 125 : 121, 125 : 122.









헌즈, 다운임돠! 다운!!


14라운드. 시작되자마자 레너드의 맹렬한 대쉬가 이어진다. 13라운드의 충격으로 인해 바디밸런스가 무너진 헌스는 클린치에 급급. 이윽고 라운드 중반 레너드의 라이트 롱훅이 헌스의 턱에 작렬한다. 기우뚱거리며 로프로 밀리는 헌스.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앞으로 달려드는 레너드. 오른손을 흔들며 주심을 부른다. "어이 심판 이리와 봐. 지금부터 내가 이 녀석을 끝장낼테니 잘 보라고"라는 무언의 시위처럼 보인다. 곧이어 복싱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예술연타세례가 이어진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킨다. 환호하는 2만 5천 관중들. 14라운드 1분 45초였다.






레너드 vs 헌스 1차전 8R~14R 주요장면 동영상


아쉬운 역전 KO패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필자는 엄연한 기량 차에 의한 패배라고 생각한다. 당시 헌스의 기량과 체력은 레너드를 상대하기에는 2%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2%에 대해 잠시 살펴보고 넘어가자.


첫째, 크롱크짐 선수들이 으레 그러하듯 헌스는 왼손을 내리는 스타일인데(당시 챔피언이던 헌스, 켄티 등) 그에 비해 상대의 라이트훅을 피하는 요령이 미숙했다. 왼쪽 어깨와 상체의 쓰임이 부드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슈거 레이 로빈슨 역시 왼손이 많이 처지는 편이었지만 숄더 블록이나 스웨이백이 매우 부드러워 상대의 라이트훅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둘째, 헌스는 장신인데 비해서는 클린치 기술이 서툴렀다. 클린치를 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면 레너드의 접근전에서의 공격을 좀 더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아웃복싱을 구사할 때 무릎과 허리가 뜬다. 9-12라운드까지 포인트를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체중을 실어 때리지 못했고 상대 펀치에 대한 흡수력도 낮아 결국 화를 초래하고 말았다.


넷째, 왼손을 내린 스타일로 라이트를 뻗은 후 연결타로 레프트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의 라이트(특히 스트레이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13라운드에 레너드의 원투를 맞고 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다섯째, 밸런스의 차이다. 스모킹 조는 이 경기가 열리기 전 레너드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펀치를 맞을 때, 피할 때에 레너드는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 곧 반격타를 낼 수 있는 자세와 거리를 만들면서 방어한다. 공격력만 따지자면 헌스가 우위에 있겠지만 상대의 공격을 죽이는 능력은 레너드가 한 수 높다. 그것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스웨이백으로 상대의 첫 번째 펀치를 미스시킨 뒤의 밸런스이다. 레너드는 헌스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몸을 젖혀 피한 뒤 두 번째 펀치인 레프트훅까지도 스웨이백으로 몸을 비틀어 피했다. 상체가 부드럽기 때문에 가능한 동작이고 곧바로 반격할 수 있는 자세로 돌아온다. 그러나 헌스는 그렇지 못했다. 두 번째 펀치를 피하는 동작이 커서 곧바로 반격할 수 있는 밸런스를 만들지 못했다. 경기 후반 레너드의 집중타를 얻어맞은 것도 이 밸런스의 차이 때문이었다.


공수연결의 밸런스 이외에도 펀치를 내고 나서의 밸런스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레너드는 펀치를 내고 나서 다시 가드로 돌아오는 당김이 좋았다. 그러나 헌스는 후반으로 갈수록 주먹의 당김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무릎의 탄력과 쓰임이 레너드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너드에게도 헌스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9-12라운드에선 다소간의 소심함과 헌스의 아웃복싱에 말려 제대로 카운터를 날리지 못하고 포인트를 잃었다. 초조했을 것이다. 이는 헌스의 프리커잽에 대한 공략이 미숙했기 때문이었다. 레너드는 이따금 헌스의 레프트잽을 머리 위로 흘리고 몸을 숙이면서 레프트를 날려 재미를 보곤 했다. 이런 전술이외에도 헌스의 레프트잽을 쇼빙으로 누르고 곧바로 레프트훅 반격타를 날렸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레너드 vs 헌스 2차전


경기가 끝난 후 헌스는 "나는 오늘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레너드가 한 수 위였다. 그는 훌륭한 선수다"라며 패배를 시인했고 레너드 역시 "헌스는 최고의 게임을 보여주었다. 기술과 공격자세를 가다듬으면 내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레너드다. 큰 알리든 작은 알리든 알리가 아니다"고 포효했다. 그리고 두 선수의 매니저인 안젤로 던디와 엠마누엘 스튜어트 역시 상대 선수를 칭찬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입장권 수입만도 650만 달러로 알리 VS 홈즈 전의 600만 달러의 기록을 경신한 이 시합은 81년 <링>지 Fight of the year로 선정되었으며 80년대를 대표하는 수퍼파이트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합이기도 하다.


누군가 필자에게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복싱시합 중 가장 멋진 시합 단 1경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시합을 꼽을 것이다. 특히 13, 14라운드에 터진 레너드의 환상 연타는 왜 레너드의 복싱이 예술복싱의 클라이막스라고 불리우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일본의 복싱평론가 조 고이즈미는 너무 좋은 경기라 보고 나서 한숨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는 특이한 감상평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14라운드에 레너드가 라이트훅을 적중시킨 후 두 팔을 치켜들며 달려드는 장면은 오랫동안 KBS 스포츠9의 오프닝 시그널로 사용되었던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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