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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고백] 나도 한땐 다모폐인이었다!!

2003.9.21.일요일
딴지 방송부

 

 
  •  

     

    조선팔도를 팔딱 뒤집어놓은 <다모> 열기에
    딴지 우언들이라고 예외였을 리 없다.
    유독 다모폐인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있던 본 노바리 우언,
    다른 우원들마저 다모폐인이라는
    타락의 길로 이끌고자 온갖 용을 쓰는 한편
    데스크에다가는 다모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
    큰소리를 뻥뻥 치며 뻐꾸기를 날려댔겠다.
    그러나, 대망의 14회가 끝난 후
    본 우언, 우언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다모 기사 파기의 변을
    올려버리고 잠적...하려다 말았다.

 
 
  •  

    다모는...
    유래 없이 깔끔하고 스피디하며
    군더더기 없고 긴박한 스토리 전개,
    잘 짜인 플롯,
    조연에게도 애정이 듬뿍 담긴 아주 괜찮은 캐릭터라이징으로
    시작하는 드라마인 듯 했다.
    물론 첫 오프닝부터 무협씬에 문제가 없진 않았다.
    나뭇잎 하나 디딤돌로 삼지 않아도
    수평으로 붕 날아다니는 중력 예외의 법칙은 뭐며,
    공중 부딪힘 씬에서 각도가 전혀 안 나옴에도
    쿵 떨어지자 어깨에 칼 맞고 피 흘리는 건 또 뭐며,
    <와호장룡>에서도 장즈이와 양자경의 무술 스타일은
    명확히 대조된 바
    황보윤과 장성백과 장채옥 사이에
    전혀 차이 없는 무협 안무는 또 무엇이었는가 말이다.
    역시 칼의 고수로 일컬어지는 이원해의 무술도
    다른 이들과 차이는 무엇이었냔 말이다.
    죄다 공중 날아다니고 심지어 물 위를 뛰기까지 하며
    수면을 칼로 원그리는 게 온리
    물방울 튀겨 고작 "시야가리기"를 위한 것이라니
    무협지와 무협영화에 이제 막 입문한 초짜인
    본 우언 보기에도 코웃음이 났거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8회까지는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를 자랑하고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잔인한 역적놈이 아닌
    제대로 된 멋진 혁명가도 등장하여 길타령 읊어주시고
    조선이라는 그 구리구리한 시대에
    저토록 똘똘하고 능력있는 아름다운 여성도 등장해 주시고
    황보윤과 장채옥의 애절한 감정도
    저토록 꽈악 압축하여 멋지구리하게 표현해 주시고
    이제껏 가렴주구의 대표선수라고만 여겨졌던
    조선 포도청이 저토록
    합리적이고도 위엄있게 등장하여
    배경도 화면도 의상도 저리 세련됨을 자랑하면서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하는 곳으로 묘사되니
    본 우언, 쇼부라더스 무협영화 다섯 편을 보고
    적룡과 왕우 같은 고수들의 무협에서 필 받은 거 애써 무시하며
    이만하면 한국 드라마 역사에 새 장을 열었도다,
    마구 업되어 미친 듯 TV와 컴퓨터에 코를 박고
    다모폐인 노릇을 해왔던 것이었다.
    본 우언뿐 아니라 수많은 다모폐인이 모두
    이유 있는 폐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용두라 생각했던 이 괴물체는
    7,8회에서 아아주 약간 덜컥거리다
    9회부터 엿가락처럼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대략
    스토리의 난
    플롯의 난
    캐릭터의 난
    을 겪으며
    삼천포로 빠져나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늘어짐과 엇박자를 자랑하다가
    사미, 즉 뱀꼬리는커녕
    토룡미, 즉 지렁이꼬리가 되고 만
    기막힌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사전제작제의 의미가 뭐였냔 말이다!

     

    작가의 잔머리에 따라
    채옥은 줏대없이 미친 년 널뛰듯 왔다갔다 하시고
    멋지구리 혁명가인 줄 알았던 장성백은
    심지어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그리도 수다스럽게
    말로만 혁명 나불나불대다가
    무수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당대 최고의 악당에게 이용당하고 있단 사실을 그리도 모른 채
    번번히, 그것도 지독히 바보같이 속다가
    (눈치가 그리도 둔치요?)
    중간에 내내 나온 왜나라 검객은 눈이 삐어 못 보셨는지
    막판에 가서야 왜구 2만 소리에
    고마 엎어뿔자며 필부타령이나 하는
    조선 최하의 아이큐를 자랑하시고
    (본 우언은 성백에게 도대체 두뇌란 게 있는지조차 의심했다)

     

    고뇌하는 정인 황보윤은
    갈지자로 마구 헤매는 채옥에게 휘둘려
    배알도 없이 간도 쓸개도 다 내주다가
    사금 때문에 어이없이 개죽음을 당하시고

     

    중반부터는 매회
    도저히 개연성 없는 사건전개의 남발 끝에
    어이없이 사람이 몰살당하고
    어이없이 사람이 그저 도구로 전락하고
    작가가 수습 안 되면 다 죽고
    이유없이 죽고
    이유가 있어도 참으로 끔찍한 이유로 죽고...

     

    노바리 우언은 다모폐인으로 시작해
    그리도 장두령을 사모하여 장폐인을 하다가
    머리도 나쁜 주제에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임산부를 죽여버리면서
    지 행동과 전혀 안 어울리는 기름바른 말은
    참 잘도 내뱉어 주시며 후까시나 잡는 13회의 장두령을 보고
    그를 마음에서 베어버리고 말았다.
    나도 두 번 베었다, 한번은 정을, 한번은 리모콘을...

     

    참담하고 처참한 이 심정을 공유하는 이들은
    화병을 얻어 자리에 누워 끙끙대거나
    울다가 웃다가 화내다가 멍해지는
    정신분열증 직전에서
    생사를 헤매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실 본 우언, 순정만화의 에로틱 코드란 코드는
    다 모여 있으면서 전체적 흐름에선 심히 튀고 늘어지는
    정서적 포르노 12회를 보고 처참함을 느끼고
    장성백의 닭대가리 아이큐 폭로 13회를 보고 분노게이지 만땅이 되어
    끝나면 정말 아주 처절하게 씹어주는 기사를
    반드시 쓰리라 다짐, 또 다짐을 하다가
    벌린 거 억지수습, 허겁지겁 14회를 보고는
    허무함에 말문을 잃은 채 모든 의욕을 상실해버렸다.
    이 같잖은 드라마에
    그리도 철저히 속아넘어가
    온갖 정성 바치고 또 바친 것이
    원통하고 원통하고 또 원통하다.

     

    그나마 본 우언,
    그 기막힌 14회를 보고 콧구멍 팍 열고
    핑~ 핑~ 헛웃음을 날리면서도
    TV를 차마 끄지 못했던 것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기 때문이니.

     

    다모의 진정한 주인공은
    미친년 갈지자 걷듯 휘청거린 다모 채옥이년도 아니요
    어리버리 눈물뚝뚝 모드에서 걍 뒈져버린 황보윤 종사관도 아니요
    돌땡이 대가리를 달고 미모로만 승부한 장성백도 아닌
    마축지 어르신이라는
    바로 그 엄청난 사실을...

     

    관에 이용당하고,
    가짜 혁명가에게 이용당하다가
    양민 되고 좀 사는가 싶더니
    마누리 어이없이 보내고
    세상구경도 못한 자식새끼 어이없이 보내고
    온 삶이 절딴나버린 채 반 정신이 나가버린
    조선의 대표 민초 마축지 어르신이야말로
    그나마 다모를 암흑의 수렁에서 (아주 조금) 건져낸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고 누구랴.

     

    이에 처음엔 다모의 휘황찬란함에
    나중엔 지독한 어이없음에
    폐인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본 우언,
    긴급히 다모 특별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마축지 역할을 맡았던
    이문식 선생을 인터뷰하겠노라는
    새로운 미션에 도전하게 되었으니
    두둥둥... 기대하시라~!

     

    ps. 꽃미남에 무지 약한 본 우언,
    조선 최고의 미모 장성백 역할을 맡아
    신인치곤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김민준 도령이
    딴지 애독자이기도 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인터뷰 대상을 정하는 도중
    심히 마음이 흔들린 것도 사실이나
    진정 미모의 난이라 바꿔 불러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작금의 다모의 난에 휩쓸리는 건
    딴지 우언으로서 정녕 못할 짓이라는 사명감에
    허벅지를 무수히 찔러가며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는
    안타까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지는 바이다.
    뭐, 장성백이 닭대가리 아이큐인 게
    어찌 민준도령 잘못이겠는가.
    생각 같은 건 눈꼽만치도 할 줄 모르고
    걍 몸만 움직이는 넘으로 만든
    작가와 PD가 쥐길 넘덜이지...
    (이 두 사람, 이서진 도령과 김민준 도령을
    평생 양어깨에 업고 다니며 극진히 봉양해야 할 것이다.)
    김민준 도령, 언제 함 봅시데이~ 꼬옥~ (흑흑)

 

 

 
폐인생활 후유증으로 고생중인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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