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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생물학 무기를 디벼주마!!
- 생물학 무기의 역사(2)

2003.9.6.토요일
딴지 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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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80년대


생물학 무기 협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이 생물학 무기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실제로 생물학 무기의 사용이 의심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1970년대 말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여러 지역에서 비행기와 헬리콥터에 의해 살포된 여러 색깔의 에어로졸 형태의 비구름 공격을 받았다는 증언들이 있다. 이 비구름에 노출된 후 사람들과 동물들이 몸의 균형감각을 잃고 아프기 시작했으며, 노출된 사람과 동물들 중 일부는 사망하였다.


이들 비구름 중 일부는 여러 종류의 곰팡이들이 생산하는 독소인 트리코테신 독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련에서 생물학무기를 이용한 것이라고 당시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는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비구름들이 벌떼들이 만들어낸 배설물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쨌든 이와 같은 공격들을 하나로 묶어 황우라는 이름으로 불렀으며 이 구름이 실제로 생물학 무기였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가열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소련도 생물학무기 협약에 서명하였지만 1973년 스테프노고르스크라와 벡토르를 포함하여 여러 도시에 생물학 무기 개발을 위한 설비를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80년대 말이 되어서는 100여 개의 시설에서 3천 명의 이상의 인원을 투입하였고 연간 예산도 10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소련의 이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은 냉전을 반영이라도 하듯 미국의 뉴욕, 워싱턴, LA, 시카고, 시애틀과 같은 주요 도시들을 표적으로 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폭격기에 이용할 생물학무기를 비축하였다고 한다.


한편 1979년 4월말, 소련의 스베르들로프스크에서 의문의 질병으로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이 지역에는 생물학 무기 시설인 제19군 기지가 있었으며 군 기지로부터 바람이 부는 방향 쪽에 살던 주민들이 고열과 호흡장애를 일으키며 7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탄저균 에어로졸이 누출된 사고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소련의 보건 당국은 사망자들이 오염된 육류를 먹었기 때문에 사망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로 인해 이러한 급작스럽고 많은 죽음들의 진짜 원인에 대한 논쟁은 수년 동안 언론을 통하여 들끓게 되었다. 결국 합동 조사팀이 결성되어 이 지역을 조사하였으며 이들이 결과를 보고한 <사이언스>의 논문에서는 아주 소량인 수㎎~1g 정도의 탄저균 에어로졸이 누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이후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스베르들로프스크 사건이 탄저균의 포자 에어로졸이 유출되었던 대규모 사고였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탄저균 에어노줄 유출이 발생한 지역의 항공사진. 흰선으로 둘러쌓인 지역이 생물학 무기 시설이고 검은선은 탄저균이 바람을 타고 전파된 지역이다.


1984년 미국에서는 서북부 오리건 주 달라스 시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다. 조사 초기에는 위생 관리 문제로 인해 발생한 단순 전염병으로 생각하였지만 1년이 지난 후 오쇼 라즈니쉬를 추종하는 한 신흥 종교 집단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Salmonella typhimurium)을 인근 지역의 식당에 살포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조사에서 이 집단이 테러에 이용할 생물학무기를 연구하기 위하여 장티푸스균, 야토병균, 이질균과 같은 많은 병원균을 입수하였으며, 국가기관 수준의 뛰어난 과학 장비를 보유하지 않고도 많은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이와 비슷하게 1986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산계 테러 집단인 적군파가 테러에 이용할 목적으로 보툴리눔 독소를 배양한 사례도 있다.  



  걸프전 이후


1991년 8월, 걸프전 결과로 이라크의 생물학전 능력에 대한 유엔의 첫 사찰이 이루어졌으며, 유엔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라크가 탄저균, 보툴리눔 독소 등을 생물학 무기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보툴리눔 독소 13,600L, 탄저균 8,350L를 생산한 것으로 확인하였다.


1995년에는 이라크의 공격용 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가 유엔 조사단에 의해 밝혀졌으며, 이라크는 탄저균, 보툴리눔 독소, 클로스트리디움균, 아플라톡신, 밀흑수병균과 리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수행하였고, 보툴리눔 독소와 아플라톡신에 대한 실전 훈련을 실시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더해 이라크는 생물학 무기를 실전에 적용하기 위하여 개량된 스커드 미사일, 항공폭탄, 분사탱크, 살포용 헬리콥터 등 다양한 공격 수단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였으며,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다 군수품을 수송하는 낙하산으로 보툴리눔 독소와 탄저균을 채운 폭탄을 낙하시키는 방법도 고안하였다고 한다.









걸프전 당시 미국의 폭격으로 파괴된 이라크의 생물학 무기 생산시설


1991년 미국의 우익 반정부 단체가 연방 정부 요인을 대상으로 리신 테러를 계획하였다가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있었다. 1992년에는 극단적인 환경보호운동을 추진하던 대학생들이 미국 시카고 주변 지역에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이질, 수막염균을 포함한 미생물 병원체들을 공기를 통하여 살포하고 상수원까정 오염시키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하였다. 또한 1995년에는 그 유명한 일본의 사이비 종교단체인 오움 진리교 신자들이 도쿄의 지하철역에 살상용 사린 가스를 뿌려 12명이 사망하고, 5천여 명이 부상한 사건도 있었다.


살포된 사린 가스의 독성이 비교적 약하고 살포방법이 치밀하지 못해 당초 예상보다 사상자는 적었으나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 이들이 10억 달러 상당의 전쟁자금을 확보하고, 대량 살인까지 용인하는 종말론적인 신학이론으로 무장한 종교 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움 진리교에 속하는 과학자들은 몇 차례나 보툴리눔 독소, Q열, 탄저균 등 생물학 무기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는 증거가 수년에 걸쳐서 속속들이 드러났고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말았지만 오움 진리교는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에서 수십 차례의 생물 테러를 꾀하였다고 밝혔다.



  9.11 테러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동시 다발적인 테러가 발생하였다. 테러의 표적이 된 것은 번영의 상징이며 각각 미국의 정치와 경제의 중추인 워싱턴 D.C.와 뉴욕이었다. 이 동시 다발적이 테러로부터 1개월 후인 10월 초부터 탄저균이 담겨진 편지들이 방송국 직원과 연방의회 관계자 등에게 배달되었으며, 우체국 직원들도 편지를 전달하다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탄저균의 피해가 최초로 보고된 날로부터 1달간 총 17명이 감염되고 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그 외에 37명이 호흡기관인 코 등에서 탄저균이 검출되어 보균자로 판명되었으며, 보균자 중 연방의회 관계자는 28명이나 되었다.









탄저균이 담긴 편지


이후, FBI는 탄저균이 든 우편물 3통을 공개하였는데, 이들 우편물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우편물의 소인이 9.11 테러가 발생한 날과 같이 9월 11일로 되어 있었고, 모두 뉴저지 주 소인이었다. 더하여 봉투 안에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알라의 신은 위대하다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의심이 더욱 가중되었다.


이후 상수원에 병원균이나 독을 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저수지나 호수에서 낚시, 보트놀이 하는 등의 생활과 밀접한 놀이가 금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편 FBI는 탄저균 테러를 자행한 범인을 잡기 위하여 대규모 수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42만 건의 정보를 입수하고, 2,000명 이상에 대한 정보 청취도 하였지만 범인을 파악하는 데는 실패하고 이 사건은 미해결로 남게 되었다.


미국의 탄저균 테러가 발생한 지 1개월 후인 11월 2일에 아프카니스탄의 인접국인 파키스탄에도 탄저균 우편물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 파키스탄과 오랜 기간 적대 관계에 있던 인도에서도 탄저균 우편물이 배달되었다. 이 와중에 리투아니아의 미국 대사관에서도, 독일 동부의 튜링겐 주의 직업 안정소에서도 탄저균 우편물이 배달되는 등 탄저균 테러는 세계 각지로 확산되었다.



(다음에 계속...)



 
딴지 의학부
물개가 되고 싶은 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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