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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고증] 쌈치기의 역사를 갈켜줄께!

2002.5.9.목요일
딴지 역사고증팀


어찌, 니, 쌈... 손 딱 띠. 쌈깠다. 아, 쌈치기!!


학창시절 학생주임의 눈을 피해 교실 구석, 운동장 끄트머리, 소각장 뒷편에 짱박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흔들던 그 쌈치기. 몇 시간만 하면 손에 동전 냄새가 진득하게 배이고, 오늘도 보충수업비 다 날려먹은 친구넘은 몇 푼 뽀찌에 없는 양심까지 팔아가며 살랑방구끼던 추억의 놀이 그 쌈치기!!


그러나 고도리와 포카, 훌라 등에 밀려 이제 과연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기만 하다. 학생 사채시장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원활한 보충수업 땡땡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헌을 쌓은 그 세시풍속이 사라져 간다는 건 심히 가슴아픈 일이 아니겠냐.


이에 본지는 민족정기 보전의 일환으로 쌈치기의 모든 것을 집대성하고자 <Man to Man 기본 쌈치기> 교본을 집필해 버린다는 백년대계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관련 자료를 디비기 시작했다. 그러는 찰나!!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또 딴지 사옥 앞을 지나는 엿장수 아저씨로부터 가히 충격적인 고문서 한 권을 천우신조 받아들게 되었으니, 그 이름하야..


삼칙행실도(三則行實圖)




목판본, 3권으로 구성된 본 고서는 일제시대 쌈치기 명인 삼칙동자에 의해 저술되었으며 쌈치기의 유래와 기원, 전승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었으니 충격에 허거덕 빠진 턱을 추스려 낑구며 그 놀라운 내용을 이에 소개한다.


잘들 따라오시라. 그나저나... 딴지 사옥 앞 엿장수 아저씨는 희한한 책 참말로 많이도 갖구 댕긴다.
 






이 문서의 첫 구절은 아래와 같이 시작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본디 홀수를 좋아하여 홀수가 겹치는 날은 빠지지 않고 모두 절기라. 설날(1.1)이 그러하며, 삼짇날(3.3)이 그러하며, 단오(5.5)가 그러하며, 칠석(7.7)이 또 그러하니라. 그 홀수 중 특히 삼을 가장 좋아하여 삼을 숭앙하고 조아려 받드니...(중략)...그리하여 삼을 다스려 현세의 복을 꾀하는 풍속이 있어, 그걸 일러 석 삼을 다스리는 기운, 삼치기(三治氣)라 하였다."


그렇다. 쌈치기, 혹은 짤짤이의 어원은 삼을 다스리는 기운이라 하여 삼치기였었던 것이다. 그런데, 삼을 다스린다니?


"말린 호박씨를 한 가득 양손에 쥐고 흔들어 한 손에 세 개의 호박씨를 쥐게 되면 상대의 호박씨를 얻는 풍속..."


...이라고 본 문헌은 전한다. 그러니 다시 말해 "삼을 다스린다"는 말의 의미는 "세 개의 호박씨를 쥔다"는 의미며 "호박씨 깐다"는 속담 역시 여기서 유래했던 것이다. 특히 흉년이 들어 수확이 좋지 않을 때는 이 삼치기 놀이를 통해 호박씨를 나눠 먹었다 하니 우리 조상들의 훈훈한 상부상조의 전통이 그대로 녹아있는 풍습이라 하겠다.









삼치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 풍속화.
호박씨까지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이 문헌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삼을 치는 데 있어 필히 지켜야 할 엄격한 삼치기 규칙을 만들었으니 그게 바로 삼칙오륜(三則五倫)이다. 그 삼칙오륜의 내용을 볼작시면 아래와 같다.


부자유친(富者有親) : 가진 자는 절친함을 지녀야 한다.
(돈 많이 가진 자는 삼치기를 하는 데 있어 가난한 자와 절친하게 하여 반드시 호박씨를 나눠줘야 한다.)


군신유의(軍臣有衣) : 군인과 관리는 의복을 갖추어야 한다.
(군인과 관리는 삼치기를 하는 데 있어 의복을 갖추고 하여 나랏녹을 먹는 자임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 : 부부는 나눠가짐이 있어야 한다.
(부부는 삼치기를 하는 데 있어 얻은 호박씨를 반드시 나눠가져야 한다.)


붕우유신(朋友有愼) : 친구 간에는 삼가함이 있어야 한다.
(친구 간에는 삼치기를 하는 데 있어 가리(놀음빚)을 삼가여 반드시 현찰박치기를 해줘야 한다. )


장유유서(長幼有恕) : 어른은 아이에게 용서함이 있어야 한다.
(어른은 아이와 쌈치기를 하는 데 있어 설령 가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용서해주고 부채탕감해줘야 한다.)




이로써 우리 선조들은 삼치기를 함에도 법도와 규율에 따라 가진 자는 안 가진 자를 보살피고, 관리는 백성을 헤아리며, 남편은 아내를 섬기고, 친구는 벗을 받들고, 어른은 아이를 챙기니 동방예의지국으로써의 면모에 모자람이 없었다 한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꼴통들은 있는 법이어서 이러한 규범을 지키지 않고 지나치게 삼치기를 취하는 이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는 줄곧 급살맞아 횡사를 하였으니 우리 민족은 이런 팔자를 일러 삼을 겹쳐 취하다 죽는 삼겹살()이라 불렀으며 이를 도화살, 역마살과 함께 가장 더러운 팔자로 삼아 무섭게 여겼다 한다. 이를 통해 삼치기를 과하게 취하는 걸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민족전승의 세시풍속은 13세기 말엽 동아시아 일대로 번져나가 멀리 중국에도 전해졌다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삼치기가 잘못 전래되어 그 규칙이 경박하여 가진 자가 없는 자의 호박씨를 빼앗고, 관리가 폭리를 취하는 등 그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였다. 그리하여 중국 대승불교의 거승인 쌈장법사께서 중국의 그릇된 삼치기를 고치러 이 땅을 세 번 방문하였으니 이 고행을 뭇사람들이 이르길 삼치기를 고치러 오셨다 하여 "삼 고치러"라 하였고, 이것이 중국에서 "삼고초려"라는 고사가 되었다 한다.








 


삼우낭인과 삼신할멈이 희대의 삼치기 승부를 벌이는 모습이 그려진 풍속화. 중앙 왼쪽에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아연실색하는 삼우낭인이 보인다.


본 문헌의 저자인 삼칙동자는 또, 역사상 있었던 가장 뛰어난 명승부 삼치기를 일러 묘사하고 있는데 삼치기를 연마하며 우애를 다진다는 일본의 삼우낭인(三友浪人)과, 전라땅 일대에서 삼치기에 가장 능하여 "삼치기 신"의 경지까지 오른 삼신할멈이 한양 인근에서 벌인 승부가 그것이라 한다.


이때 삼신할멈은 연거푸 삼백오십여회 삼을 쥐어 호박씨 구십일곱근을 삼우낭인에게서 얻어냈고, 또한 호박씨를 다 털린 삼우낭인은 다시 일백열다섯근을 가리하였다 한다.


후세 사람들은 그 승부에서 일어난 기록적인 가리의 양을 기리기 위해 그 승부가 있었던 봉오리를 가리봉이라 불렀고, 현재 가리봉동이 그 즈음일 것이라 추측된다.


이때 패배한 삼우낭인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분을 이기지 못하여 삼치기를 버리고 패악질을 일삼으니 이것이 사무라이의 원조였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그때 원한을 대대손손 간직한 채 후에 다시 조선으로 건너와 명성왕후 시해 등 일본의 한반도 책략에 선봉이 되었다.


또한 이들은 한민족 고유의 삼치기 풍습을 없애기 위해 "어찌 들에게을 잡게 하리요!!"하며 삼치기 규칙을 어찌, 니, 쌈의 돈놀이로 강제로 고쳐버렸고 이것이 현재까지 전래되어 지금의 쌈치기가 되었다 하니 심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은 그러한 삼치기마저 말살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삼치기 금지령까지 내렸다. 그리하여 삼치기를 하다 적발되는 이는 엄벌에 처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따라서 민족의 놀이인 삼치기를 하다 일본 순사에게 적발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변명하길...


"장난으로 하는 삼치긴데요."


...라고 하였고 여기서 지금의 "장난 쌈치기하고 자빠졌다"는 말이 유래되었던 것이다. "장난 쌈치기". 실은 우리 민족의 애환과 설움이 담긴 말이었던 거다.
 






이외에도 본 문헌은 길에서 삼치기를 하는 길쌈 놀이의 다양한 방법과 규칙, 삼치기에 가장 적합한 모양으로 호박씨 까는 법, 일제시대 삼치기 계승운동을 벌였던 "강병칠과 삼치기" 문파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쌈치기는 우리 민족의 상부상조 정신이 깃든 따뜻한 세시풍속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비록 일제에 의해 왜곡되긴 하였으나, 우리 민족문화의 생명력은 아직껏 면면히 이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것도 모르고 쌈치기를 괄시하고 한갓 푼돈 놀이로만 치부하던 우리덜 모습이 마구 부끄러워진다. 본지 역사고증팀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진짜 큰 일 날 뻔 했다.


이제라도 우리는 삼치기 문화를 계승하고 민족고유의 삼칙오륜 정신을 되살려 "가리없는 민주 쌈치기" 사회를 이룩하여야 한다. 그러기만 한다면 일제에 의해 왜곡된 "장난 쌈치기 문화"는 자동으로 타파될 것인즉. 여의도에서 툭하면 벌어지는 "장난 쌈치기" 같은 짓꺼리덜은 이제 더 이상 안 봐도 될 게 아닌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는 본지를 따라 "장난 쌈치기"를 멀리 하고 민족고유의 쌈치기를 연마수련하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자. 명랑사회... 이러면 구보로 후딱 온다. 졸라~



 
딴지 역사고증팀 철구
(chulgoo@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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