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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현 추천0 비추천0




[정치] 애들은 저리 가라??

2002.5.11.토요일
딴지 2002 대선비급 취재반


Votez Non(영어로 vote no)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반 르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프랑스의 초등학교 소녀들



 프랑스


2002년 프랑스 대선. 극우파이며 인종주의자인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하면서 프랑스는 난리가 났다. 그것은 프랑스 좌파의 수치였을 뿐 아니라, 프랑스 혁명이라는 위대한 전통을 가진 나라의 수치였던 것이다.


곧 프랑스는 반 르펜 시위의 열풍에 휩싸였다. 시위대가 연일 거리를 휩쓸었고, 특히 5월 1일 메이데이날은 매년 열리는 노동절 퍼레이드에 반 르펜 시위까지 가세함으로써 절정을 이루었다. 이날 파리에서만 130만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130만명... 말이 쉽지 엄청난 숫자다. 그 뜨거웠던 한국의 87년에도 130만명이 모였던 적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청소년들이 대거 시위에 가담한 것이다. 대학교는 물론이고 중고등학교까지도 시위에 참여하라고, 민주주의를 체험해 보라며 일부러 학교를 휴교했던 것이다. 정치 데모하라고 고등학교가 놀다니, 우리로선 꿈같은 일이다.


전 프랑스가 반 르펜, 반 극우세력의 기치아래 총단결했던 이번 대선은 두 가지 양면성을 지닌다. 극우파의 영향력 확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었다는 점에서 프랑스 민주주의의 중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이들, 특히 청소년들의 정치 무관심을 걱정하던 프랑스의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그래서 일부러 거리로 내보냈다. 그리고 프랑스 및 각국 언론들은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비록 투표권은 없지만 정치적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는 건강한 청소년들이 있는 한 프랑스의 미래는 밝다며...



  
시위 현장의 어린이와 청소년들


 


 노사모


얼마전에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께서 구설수에 올랐다.


발단은 5월 5일 방송된 <MBC 스페셜 - 국민참여경선 편>이 노사모를 지나치게 미화, 편파방송을 했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MBC를 항의 방문했고, 이회창이 <MBC 스페셜>팀의 취재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5월 7일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박원홍 홍보위원장은 MBC와 함께 노사모를 맹렬히 공격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그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관련기사보기)


1. 초등학교 입학도 안한 아이들을 청소년 회관에 모아놓고 사이비종교 비슷한 의식을 지내는 것이 노사모인데 이런 것을 (문화방송이) 일일히 보도하고 있다.

2. 노사모가 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 룸펜이라는 지적도 있다.


3. 문화혁명 때 홍위병 같은 방식은 안된다. 오래 가지 못한다. 사이비 시민단체, 사이비 종교 비슷한 것이다. 뚜렷이 바라는, 민족을 위하거나 남들이 납득할 만한 노선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노무현만 띄우고, 이회창 후보는 떨어뜨리려는 불순한 동기는 안된다. 미성년자까지 그렇게 동원해서 어떻게 하나.


노사모.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으로 처음 등장한 단체. 이것을 기존의 사조직과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있고, 광신도라고 몰며 DJ와 노무현을 어떻게든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나치게 열성적인 노사모 회원들이 다른 이들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한 면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노사모를 보는 시각의 차이는 단순히 노사모라는 특정 조직이 아니라 더 넓게 보아 정치 자체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노사모가 룸펜이라거나 사이비종교집단 비슷하다는 박원홍 의원의 말 때문에 노사모 회원들이 발끈했지만, 노사모 회원이 아닌 본 우원이 제3자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미성년자 부분인 것 같다.


민주당의 경선장에 가 보면 꼬맹이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선거운동을 하는 노사모 회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돈받고 동원되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의 운동원들에 반해, 유독 이들만이 애들을 데리고 나온다.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다보니, 30대 부부가 어린 아이들을 어디 맡겨 놓을 데도 없고 해서 데리고 나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런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 경기 경선장 앞에서


이 사람들은 내 아이들 앞에서 정치운동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정치운동, 선거운동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남의 꼬봉노릇이나 하는 것, 일당 받고 동원되는 것이었던 데 반해 이들에게는 뭔가 사회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식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노사모 옷도 입히고 뺏지도 달아주고 두건도 두르게 하는 것이다.







후보 연설 경청중


노사모가 좋다 나쁘다 하는 평가를 다 떠나서, 노무현이 어떻고 하는 걸 다 떠나서, 이들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는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도 이제 청소년들에게 알게 해 주고 싶은, 느끼게 해 주고 싶은 정치의 현장이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들을 정치에 동원하는 것이 왜 나쁜가? 나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스스로 뭔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혹은 정치라는 것에 스스로 어두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애들은 가라? 정치는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어른들끼리 희희덕거리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섹스가 아니다.



대선후보 경선장에 입장하는 가족.
아빠가 노사모 옷을 입고 있다...


 


 창사랑







한편 노사모만큼 자발적인 모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회창측의 창사랑이라는 조직도 있다. MBC 측은 문제가 된 방송 직후 노사모는 적극적으로 취재에 협조하는데 창사랑 측은 다들 카메라를 피하고 인터뷰도 싫어해서 취재 자체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래서 기사를 끝내기 전에 본 우원이 만나본 창사랑 회원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한나라당 인천 경선일, 대회장 앞에 일찌감치 나와 서 있던 이 아자씨... 창사랑 모자를 쓰고 깃발을 들고 있던 이 아자씨, 본우원에게 자랑스레 포즈도 취해 주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이회창 후보가 도착하자 동원된 것임이 분명한 젊은 대학생들이 그를 우르르 둘러싸고 이회창을 연호하기 시작하는데... 동원된 학생들과 경호원들과 기자와 기타 정치인들로 발디딜틈 없이 복잡하고 정신없는 와중에 누군가 필자의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바로 이 아자씨였다. 그 속에 어떻게 낑겨들어갔는지 모르지만, 이회창 후보 뒤에 자랑스럽게 서서 이회창을 연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MBC 스페셜 취재팀은 창사랑 모범회원으로 뽑혀 마땅한 이 아자씨를 찾아서 인터뷰해야 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를 밝게 만들 때 정치는 발전한다. 어린이 청소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치,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정치, 그것이 민주주의의 정치다.


자발적 참여를 이해 못하고 광신적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사람, 혹은 미성년자는 저리 가라고 쫓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정치를 위해 떠나주기 바란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끼리끼리 해먹는, 혹은 그런 이미지를 풍기는 3김식 정치는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한다. 아무리 노무현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발적 팬클럽의 등장이 의미있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본 우원, 박원홍 의원이 그 정도로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노사모가 하필 상대당 쪽이다보니, 그리고 MBC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다 보니 그렇게 됐을텐데.... 박의원은 노사모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리이다. 네티즌 의견을 전했을 뿐이라는 해괴한 해명은 그만 하시고.



 
중고등학교들이 임시휴일을 가졌다는 뉴스를 듣고
프랑스라는 나라가 졸라 부러워졌던
딴지 편집장 최내현 (aseve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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