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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인 추천0 비추천0

 

 

 

 

[주장] 서울에 돼지 국밥을 허하라!  

2001.3.28.수요일

딴지 식생활 복원부

 

서울에 상경한지도 어연 1년이 지났다. 부산에서 학교를 막 졸업하고 서울에서 함 잘살아 볼끼라고 웬만하면 걸어 댕기고, 어지간히 배고파도 회사에서 주는 밥 말고는 다이어트도 할 겸해서 제대로 푸짐하게 묵지도 않고 댕겼다.

 

혼자 살면서 세끼 밥 잘 챙겨 먹는 게 어디냐며 나의 기호와 식성에 상관없이 맛도 잊은 채 음식을 먹었단 말이다.

 

이제는 1년 쯤 지나고 나니까 강남이건 강북이건 지리도 좀 알겠고, 어디에 무슨 음식이 유명하고 소문난 집이란 것도 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 뻔한 게 부대찌게나 순대국밥 뭐 이런 것들이 전부였다.

 

몇 달 전의 일이다. 퇴근하여 부산출신의 직원 한 넘과 압구정동 어느 골목에서 간단히 대포 한 잔 하면서, 안주로는 순대 술국에 흔히 먹을 수 있는 깍두기와 단무지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했다.

 

길거리에 파는 시커먼 순대 대신 속이 그나마 맛있고 쫄깃쫄깃한 것들로 채워진 제법 괜찮은 순대였다.






 
 

 

삼겹살 아이다..

 

시간은 흘렀고, 맨날 보는 그 사원이랑 무슨 별 다른 할 이야기가 있으랴? 그냥 요즘 정치판 이야기나 학창시절 이야기나 또는 부산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과 여기 음식과의 차이점, 뭐 대강 그런 것들을 이야기 하면서 소주 한 병을 거의 다 비워 갈 때쯤, 서로 별 이야기도 없고 해서 한 손으론 담배를 물고, 한 손으론 숟가락으로 순대국만 휘휘 젓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여멀그레한 순대국이 눈 가득히 클로즈 업 되면서 순대 위에 돼지고기 수육이 오버랩 되는 게 아닌가..

 

순간 "아니다 난 순대국을 시켰다. 이 속에 수육이 있을 리가 없지."  수육은 돼지국밥에 있는.. 그래 돼지국밥에만 있는.. 돼지국밥, 수육.. 그래 돼지국밥이다.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 아니 안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차라리 보고 싶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아~~ 돼지국밥!!! 이제야 내가 서울에서 뭘 가장 먹고 싶은지 알겠다..  된장뚝배기와 돌솥비빔밥 뚝배기의 중간 정도 크기에 맨아래 한 공기 분량의 밥과 갖은 양념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하얀 육수 그리고 그 육수와 잘 어우러져 보기에도 쫄깃쫄깃하고 야들야들한 바로 그 고깃살 수육..






 
 

 

문디 자슥들아.. 침 넘어가재...?

 

그렇다 서울에는 이것이 없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이 맛있고 푸짐하고 고향의 정이 느껴지는 우리들의 음식 이 돼지국밥이 없단 말이다. 어이하여 내가 이 맛있는 음식의 존재를 잊고 있었을까? 어이하여 내가 이제서야 이것을 못먹고 있다는 걸 알았을까?

 

나의 이런 생각을 동료 사원에게 감격의 어조로 이야기를 하니까, 그제서야 그 넘도 그걸 느낀 모양이다. 우린 바로 그 집을 나와서 돼지국밥집을 찾았다. 내일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가면, 또 아무 음식이나 먹으며 이 놈의 존재를 망각할 것 같아서였다. 동대문 시장 근처에도 없고 서울 역 근처에도 없고 시청, 사당, 신도림.. 심지어 정릉 근처까지 가봤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그렇다 서울에는 이 음식이 없다.

 

다음날이 되어서 회사 직원에게 돼지국밥을 아느냐고 물으니 아뿔싸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째 이런 일이... 경상도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많이 나와도 이 좁은 국토에 아니 서울에 음식 중의 음식 돼지국밥을 전하지 않으셨더란 말인가? 이런 영삼한 거뜰...

 

나는 실의에 빠진 채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 사장님에게 물어봤다.. 우리회사 사장님은 다름아닌 부산분이시다.. 사장님이 나의 말을 들으시더니 갑자기 소리지르며

 

 

돼지국밥 한상, 커헉! 눈물 난대이..

 

"우리회사 사업전략의 최종목표는 돼지 국밥집 개업이다. 이 시간 이후로 우리회사 명함의 색깔을 희뿌연 돼지국밥색으로 전면 수정하라." 라고 하시면서 나를 붙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는 게 아닌가.. 아~~ 사장님도 몇 년 동안 이 음식의 존재를 모르고 계셨구나..

 

그 이후로 사장님과 식당에만 가면 그 동안 돼지국밥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직원들은 돼지국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철저하게 세뇌를 당하고 말았다.

 

서울 지역, 특히 강남부근에는 경상도 사람이 많다고들 한다. 그 사람들은 아마 다들 이 돼지국밥을 알 것이다. 정말 맛있는 음식이며, 그 맛은 잊을 수 없다. 서울에 사는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 느끼하겠는데? 그걸 어떻게 먹어?" 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한번 먹어보면 안다. 직접 그 맛을 봐야 안다. 돼지국밥은 지방의 명물도 아니고 고급스런 음식도 아니다. 그냥 한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술안주로도 할 수 있는 그런 음식일 뿐이다. 하지만 없는 게 없는 대한민국 최대 도시 서울에서 이 돼지국밥이 없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왜그럴까? 고기가 없어서? 기술이 없어서?

 

 

돼지국밥 먹게 해죠!!!   왜 울한테 쥐랄이야!!!

 

독자들이여, 돼지국밥을 아는 사람은 빨리 회사밀집지역 자리좋은 데 가서 돼지국밥집 개업해라. 이거 분명 떼돈 번다. 바빠서 정신없이 뭐 먹는지도 모르고 댕기는 요즘 사람들을 위해 이 푸짐한 돼지국밥을 먹여보잔 말이다. 시바..

 

 

 

남덜 다 갈켜줘서 돈 벌기는 글른
딴지 식생활 복원부 박정인
(cyron@nfl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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