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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울나라는 어떤가?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울나라 대중음악계의 경우 "립싱크가 존재"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립싱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가요 시스템" 이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핵심적으로 인식해야만 한다.


울나라 립싱크 가수들의 경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의 언제나 립싱크를 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가요계의 최고 스타의 자리를 차지하며 실질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일본 등 외국에도 싸구려 립싱크 가수들이 있지만 그들은 단지 대중음악계의 한 방면에서 나름의 엔터테인먼트 파트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울나라 댄스 가수들 중 대부분은 립싱크에 의한 티비 무대, 즉 노래에 아무런 부담도 느낄 필요 없는 안전한 공간을 전제로 하여 탄생하고 스타로 성장하고 있다. 공연 무대는 일년에 한번도 잘 열지 않고, 드물게 하는 공연에서조차 립싱크를 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의 실제 노래를 들을 기회는 대중에게 거의 주어지지 않으므로 음악적 실력 여부를 알길 조차 없다.









이들이 과연 립싱크 없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외국 유명 댄스 가수들의 예를 보면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일이지만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끝없는 노력을 통해 폐활량을 키우고 노래 실력을 발전시킴으로써 왠만한 춤으로는 노래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 바탕 하에서 꼭 필요할 때만 립싱크를 첨가시키는 식이다.


그러나 울나라에서는 이런 노력이 없이 단지 춤 연습만을 시키고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첨단 장비의 힘을 빌리고 무대에서는 그냥 립싱크로 해 버리면 된다는, 지난 십여년간의 타성으로 만들어진 도덕적 불감증에 철저히 감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 연습해야 할 시간에 각종 티비 오락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출연등 음악 외적인 광고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립싱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전무한, 참으로 뻔뻔스러운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발라드 가수들이 좋은 노래를 들려준다 며 하는 립싱크 역시 자신의 무능과 노력 부족을 변명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티비 방송국의 무대가 반주 테잎에 맞춰 하는 노래조차도 불가능할 정도로 형편없는 곳이라면 지금보다 모든 것이 열악했던 80년대 발라드 가수들은 도대체 어떻게 노래를 했단 말인가. 


 









꼿꼿이 서서도 좋은 노래를 들려줄 수 없다면 가수가 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식의 이유는 음악적 실력을 검증받은 뮤지션들이나 불가피할 때 가끔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자격도 없는 자들이 마음대로 차용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 써먹고 있고, 사람들은 마치 보편적인 것인 양 그 문구에 속아넘어가고 있다.


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앞에서도 살펴봤듯 밴드들이 티비 무대에 서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상황을 악용하는 사이비 밴드들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국에서도 라이브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실제 연주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팀이라는 이름으로 모아 기타를 매고 무대에 서게 하는 것이다.  


아무런 연주의 부담도 없이 언제나 음반에 녹음된 최고의 사운드와 함께 무대에 서 여유로운 모습과 활기찬 동작을 보여주는 그들... 


음반에서라도 연주를 직접 하긴 한 것인지 조차 확인할 길이 없고, 라이브에서의 연주 실력은 더더욱 알 수 상황에서 이런 사이비 밴드들은 댄스/발라드 아이돌과 록 밴드의 중간 영역에서 양쪽의 이득을 한꺼번에 취하려 하고 있다. 여차하면 기타를 놓고 댄스 팀으로 돌변하는 것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의 모양새는 울나라의 굴곡된 가요판의 꼴을 그대로 보여주는 참으로 한심한 꼬락서니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댄스 음악에서 춤을 빌미로 확산된 립싱크는 이제 그 편리함으로 말미암아 모든 장르에 걸쳐 트레이닝도 되지 않은 가짜 가수를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의 지엽적인 예를 들먹이며 제 아무리 립싱크 불가피론을 설파한다 한들, 결국은 자기 합리화와 책임 회피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울나라에서의 립싱크는 적은 노력으로 많은 수익을 남기기 위한 돈벌이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작자들은 가수를 싸고 쉽게 키우고 관리하기 위해서, 방송국은 음향이나 출연 가수의 실력에 부담없이 볼만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짜고치는 고스톱이자 거대한 사기극이 지금의 가요판이다.


이제 정리가 되시나?


 


 근본적인 원인은 뭔가?


앞서 살펴본 대로 현재의 립싱크 사태가 방송사와 기획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런 싸구려 짝짜쿵을 통해 수천억의 음반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단 말인가?  이런 편법이 가능해진데는 분명 구조적인 배경이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 이번에도 역시 그 답은 공중파 티비의 독점에 있다. 만약 티비가 아닌 라이브나 라디오, 특화된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등을 바탕으로 대중음악씬이 형성되어 있었다면 댄스 뮤직이든 무슨 장르든 간에 지금과 같은 립싱크의 남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라이브 무대가 메이저로 정착된 상태에서라면 - 지금과 같은 팬 서비스 차원이 아닌 - 립싱크에 의존해 가수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라디오의 경우라면 소리만 나오는 만큼 립싱크의 의미 자체가 없으며, 케이블 무대는 장르와 연령대에 맞는 특화된 프로그램의 제작이 가능하므로 역시 립싱크의 소지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립싱크는 존재했겠지만, 대세가 될 수는 없었을 거라는 말이다. 삼척동자도 오분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이넘이 문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유일한 메이저로 행세하는 티비 매체의 독점과 그 특성에 편승한 싸구려 상술이 음악에서 연주와 노래를 빼앗아가 버렸고, 그 결과 울나라 가요판에는 오직 눈요기 거리만 남고 말았다.(티비와 울나라 대중음악계의 관계는 딴따라딴지 1호의 관련 글에 쉽게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밴드의 티비 출연과 관련된 핑거싱크, 사운드, 생방송 등등의 복잡한 문제들 역시 본디 음악을 위한 매체가 아닌 티비가 대중음악에 지나치게 개입한 결과 발생한 것이다. 티비의 요구에 편승하여 선도 안꽂힌 기타를 들고 연주하는 척하는 순간, 밴드 연주자로서의 자존심은 꺾이고 싸구려 쇼 비지니스의 일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음악활동을 지속하는 것 조차 어려운 엄혹한 현실이 그들앞에 기다리고 있다. 라이브 클럽이나 장르에 맞게 준비된 케이블 무대였다면 애시당초 불필요한 갈등이다.


이처럼 티비가 만들어낸 화려해 보이는 가요판의 구석 모퉁이에는 종사자 모두가 힘을 합하여 폐기처분해버린 음악적 양심과, 정당한 실력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뮤지션들의 노력의 세월과, 구호처럼 여기저기서 떠벌이지만 결국 언제나 뒤켠으로 밀려나 버리는 창의력의 앙상한 잔해만이 무관심속에 뒹굴고 있다. 이것이 울나라 가요판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싸구려 협잡을 가능케 한 무기중 하나로 립싱크는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정리를 해 보자.


립싱크는 원칙적으로 자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복잡한 음악 현실을 감안해 볼때 단지 립싱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뮤지션을 똑같은 선상에서 비판할 수는 없다. 립싱크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립싱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필히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독자 열분들도 립싱크 관련된 모든 혼란한 생각들을 이 기준을 통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안은 뭐냐고? 지금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그저 이 말 밖에 없다. 전자에 해당하는 뮤지션들은 가급적 립싱크를 줄이도록 노력하고, 후자의 경우는 음악계에 존재할 자격이 없으므로 미련없이 떠나라고 말이다. 그리고 방송도 이에 발맞춰서 관행을 개선하고, 음악 대중들도 본지가 제시한 시각을 갖고 합리적으로가수들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라는 식으로.


하지만 본지가 하라고 한다고 따라 할 것이 만무하므로, 보다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사람이 합심해서 립싱크 현실을 개선하면서동시에 협잡이 끼어들 수 없는 건실하고 단단한 음악판의 구조를 만듦으로서 문제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 된 판이 다시 짜여진 후에는 일본과 같이 립싱크 음악이 엔터테인먼트 파트의 하나로 - 이숭만 선생 말대로라면 쟝르로 - 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지가 참여하고 있는 초 하이퍼 거대 조직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연대 모임 (대/개/연) 은 첫 사업인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 서명운동를 통해 티비의 대중음악 지배를 약화시키기 위한 운동을 절찬리에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운동이 많은 분들의 호응속에서 더욱 활성화 된다면 머지 않아 공중파 티비의 음악 권력을 라이브 클럽과 케이블 등으로 특성에 맞게 이관하는 작업이 본격화 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모두가 바라던 개혁은 드디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힘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고 가속화되고 있다. 


다같이 행복해질 공명정대한 음악판을 바라는 처음의 순수한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절라 멋진 것이 될 것이다. 개혁의 과정과 시스템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가요판 시스템을 구축한들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합해지지 않으면 결국 사기와 협잡은 끝없이 파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말 나온 김에 지금의 가요판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넘들한테 묻고 싶은게 떠올랐다. 니들 혹시 언젠가부터 까맣게 잊고 사는 것 아니냐?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원칙과 양심 말이다.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 
(pato@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