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터운 선수층이 필요하다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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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4. 3. 딴따라딴지 온라인 수습기자 풍각장이 MTV 언플러그드, Motown Live…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음악팬들 많을 거다. "나 죽기 전에 저거 한 번 코 앞에서 봤으면…" 허고 자기 죽을 날을 굉장히 앞으로 땡겨 보려는 넘들도 있을 거시고, 필자도 같은 하늘 아래 미국에 살믄서 한 번도 못 가 보고 테레비로 군침만 질질 흘리다 돌아왔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런 프로그램이란, 머라이어 캐리, 비비 킹, 실, 에릭 클립튼 등등 열거하자면 이름만으로 이 글을 다 채워버릴, 두말하면 숨가쁜 유명한 뮤지션들이 단골로 출연하여 그 현란한 음악으로 - 물론 라이브로 - 시청자들을 휘어잡는 것이다. 테레비로 봐도 가심팍이 파르르 떨리는 감동과 소름 돋는 팔뚝을 주체할 수 없는 정도인데, 직접 가서 보믄 잘못함 골로 가는 수준인 무대인 것이다. 열분들은 아마 위의 프로들을 시청하면서 머라이어 캐리 언니의 쭉쭉빵빵한 몸매와 또 그녀의 가공할만한 가창력과 테크닉에 모든 정신을 빼앗기고 감탄을 자아냈을 꺼다. 바뜨, 본 필자가 정작 감동을 넘어선 두려움을 느꼈던 것은 캐리 언니의 환상적 개인기가 아니었다. 아니, 캐리 언니의 무대에서 언니 말구 도대체 뭐가 그렇게 감동적이었냐구? 글쎄 그런게 있더란 말이다. 언니의 무대에는 대부분 옆에서 일렉트릭 베이스 하나 들고 선 빡빡머리 검은 피부의 아저씨가 등장한다. 이 양반은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후까와 언제나 싱긋 웃고 있는 부드러운 표정 속에 깊은 내공을 감추오고 때론 절로 몸이 움직이게 하는 그루브의 베이스 주자다. 그런데 이넘이 보면 보통이 아니다. 때론 베이스를 치면서 머라이어 캐리 언니와 함께 이중창을 무리없이 소화해 내는 서브 보컬도 한다. 또 어떤 때는 피아노꺼정 쳐 댄다. 종횡무진이다. 머라이어 캐리같은 특급 무대에 돈 아끼기 위해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노래와 피아노를 베이스 주자에게 시킬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그의 음악적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거다. 글타구 절대 오바해서 튀는 법 없이 자신의 자리만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 양반 뿐만이 아니다. 노래의 클라이맥스에서 어김없이 등장해 주시는 백 보컬들 말이다. 탬버린 치는 가라오케 언니들 모아 놓은 것 같이 노래 못하고 보기만 좋은 울나라의 모습을 연상하지 말라. 언뜻 보기에는 무신 팬 케잌 레스토랑 주인 아줌마 같이 생긴 뚱뚱한 아짐씨들 - 역시 대부분이 검으신 분이다 - 이 놀라 자빠질 수준의 파워풀하고 완벽한 하모니를 구사할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진짜다. 글타. 머라이어 캐리라는 대스타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또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좌우에서 충실히 보필하는 위와 같은 실력파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반주 테이프 틀어 놓고 거기 맞추어 노래하는 가수로 남지 않았겠는가 ? 그 여자 노래 참 잘하네 정도의 소리나 들으면서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축구 이야기 좀 하자. 난데없이 웬 축구냐구? 울 나라 축구 요새 어떠냐? 한 축구 합네 하는 넘들은 너두나두 외국물 못 먹어서 안달이다. 이 나라 저 나라 흩어져 있는 통에 다리 수술하신 우리 히감독님 불편한 다리 이끌고 이넘 저넘 축구하는 거 보러 다니느라고 고생깨나 하실꺼다. 머 과거 돌풍을 일으켰던 카메룬 국가대표팀 대부분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던 넘들이라는 등의 사실을 생각해보면 외국 선진 축구에서 주전으루 뛰던 어깨너머루 배우던 좋은 거 같기는 하다. 근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울나라에서는 최고 스타로 유명인으로 잘 나가던 넘들이 굳이 먼 타향까지 가서 벤치나 지키면서두 난 여기에 있을 거네 하묘 똥고집을 피우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물론 이유는 많다. 돈두 좀 더 많이 받을 거구, 어디 1부 리그니 머니 이야기 나오면 뽀다구두 좀 서구, 또 조국이 부를 때에 달려가 이 한 몸바쳐 선진 축구를 구사하리라는 애국심두 있을 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나라들에서는 축구하는 맛이 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다. 열광하는 관중, 서로의 플레이를 충분히 보좌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게 해 주는 실력있고 성숙한 팀 동료들, 혹사를 방지하고 훈련에 몰두할 수 있는 두터운 선수층등 모든 여건이 말이다. 다시 말헤 말 그대로 선진적인 것이다. 이런 절라 바람직한 모습은, 선수의 육성은 물론 아마추어/프로 팀들과 리그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속에서 선수들은 주전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또한 동료의식과 안정감을 느끼면서 서로간에 역할을 분담하고 북돋아주면서 즐겁고 보람되게 선수 생활을 한다. 축구에 목숨 건 인생이라면 이런 조건 하에서 축구 하고 싶은 심정이 안들 수가 없다.
반면 팀에 마라도나같이 무지 잘 하는 넘이 하나 있다 한들, 다른 열 놈이 중학생 수준으로 아무것도 모른채 아무대로나 뻥뻥 내질러 댄다면 그 축구팀은 결국 개판이 될 것이고, 또 그 팀을 보기 위한 관객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급기야는 마라도나 자신도 겜 할 흥미를 잃어버리고 씨에프나 찍다가 축구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은 안봐도 뻔한 일이다. 이런 열라 빙충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선수층이다. 울 나라 축구가 아무리 좋은 감독 데려와서 대표팀 맡기구 지옥 훈련을 시켜도 그 성과에 늘 한계가 있는 이유가 이거다. 프로 축구의 활성화와 관객 증대, 청소년 축구의 적극적 육성 등 그 기반 작업이 없는 상태의 대표팀 중심의 엘리트 축구는 작금의 현실에서도 보이듯이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글타. 음악도 마찬가지인 거시다... 공연의 정착과 관객 증대, 인디/언더 음악시장의 육성이 없는 상태의 스타 시스템만으로는 결코 울나라 대중 음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오히려 그 자리에 머물러서 썩게 만들 뿐이다. 머 울나라의 스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가수들은 절라 잘하는 선수도 아니긴 하지만, 어쨋든 말이다. 두터운 선수층, 바꿔 말하면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지닌 수많은 연주자, 글고 라이브 문화의 활성화에 수반된 팬들의 음악취향의 다양화와 선진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머라이어 캐리 네 베이스 아저씨나 백보컬 아줌씨 같은 사람들이 음악계의 바탕에 숱하게 버티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 실력있는 사람들이 음악 씬 전체에 고루 퍼져 있을 때,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캐리 언니 같은 스타도 만들어지고 하는 것이다. 스타성은 물론 실력 그 자체로 인정받으면서 말이다. 수많은 위대한 뮤지션들이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하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치열한 선의의 주전경쟁을 펼칠 때야말로 울나라의 음악이 가수의 얼굴이 아닌 음악으로 인정받으며 세계를 향해 쭉쭉 뻗을 수 있는 길이란 소리다. 물론 거기에도 나름대로 많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문제가 머냐구? 건 담에 알려준다. 기대하시라. * 편집자 주: 풍각장이님은 미국에서 다년간 음악 공부 후 귀국하여 멋도 모르고 국내 모 유명 기획사에 취직했다가 그 작태에 몸서리를 치며 도망나온 분임. 현행 주류 음악계의 현실을 직접 안에서 체험한 바, 그 경험속에서 깨달은 바를 본지에 기고하고 있음.
딴따라딴지 온라인 수습기자 풍각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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