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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블루의 통기타 고르기 -2-

2001. 4. 4.
딴따라딴지 통기타 고르기 도우미 푸른 빛 블 루








통기타 각부으 명칭 복습용 도안


 이제 사러갈 준비를!


지금부터가 아마 가장 실제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기타를 살 마음이 들었고 돈도 생겼다면 (돈은 될 수 있 으면 부모를 조르거나 아내를 협박해서 타내지 말고 어렵게 어렵게 스스로 조금씩 모으도록, 그래야 진짜 귀한 마음으로 기타를 대하게 된다.) 이제 기타를 사러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악기 가게로 직접 가기 전에 가능하면 기타를 쳤 던 친구들의 조언을 많이 듣도록 하고, 친구 기타도 몇번 잡고 소리를 들어보도록. 기타를 좀 아는 친구와 함께 가 면 더 좋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먼저 집을 나서기 전에 결정해야 할 것은 얼마 정도의 예산을 잡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개 통 기타는 7,8 만원대에서 시작해서 습도측정기까지 달린 200만원짜리까지 열라 다양하다. 초보라고 해서 최대한 싼거 사서 대충 쳐야지 하는 마음은 가질 필요 없다. 대개 기타라는 물건은 자동차처럼 여기저기 들이박는 게 아니라서 한번 사면 6,7년은 꾸준히 데리고 살아야 할 뿐 아니라 한번 안좋은 소리, 부정확한 음정으로 음감을 망쳐놓으면 아무리 연주를 해도 좋다는 느낌이 안들고 실력도 늘지 않으니 말이다.


가격대를 결정할때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업체의 것을 살 것인가 아니면 수제품을 살 것인가 하는 점이다. 표현은 이렇게 했지만 양쪽 다 공장에서 만들기는 마찬가지이니 정확히 말하면 세고비아, 삼익 같은 메이커 기타를 살 것인가 속칭 낙원제 기타를 살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업체 기타는 튼튼하고 최소한의 소리 질을 보장해 준다. 즉, 같은 모델, 비슷한 가격대의 기타라면 소리의 편차가 없이 고르게 소리를 내준다는 것이다. 다만 그래서인지 소리의 깊이나 개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기타를 치다보면 기타가 길든다고 표현하는 소리의 발전감 이 있는데 그런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이에 반해 낙원이나 기타 중소 제조업체들의 수제 기타는 품질의 편차가 있는 편이라서 잘만 고르면 10만원짜리도 20만원짜리 못지 않고 특히 기타마다 소리가 개성이 있어서 고르는 재미도 있다. 반대로 잘못 고르면 제값도 못하는 바보기타를 고를 수도 있는건 물론이다.


메이저 회사에서 생산하는 cort, vantage 같은 레이블이 붙어있는 제품들은 전반적으로 기본은 한다고 볼 수 있고 Yamaha, Martin 정도가 되면 입이 딱 벌어질 수준이지만 일단은 딱지에 구애받지 말고 기타 자체를 테스트 해서 골라보도록 하자. 예산은 초보자용이라면 15만원선 내외라면 괜찮을 거다.


 


낙원상가에서 기타 사기









세계 최초로 본지가 수중촬영에 성공한 종로3가 낙원악기상가 전경!!!


 기타 고르기


서울이나 수도권에 산다면 종로 3가 탑골공원 옆에 위치한 낙원 악기상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곳은 대부분의 소매상들이 물건을 받아가는 곳으로, 일반 레코드상이나 작은 악기상보다 훨씬 싸고 다양한 물건들을 한꺼번에 보고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낙원상가는 일요일날은 문을 안여는 곳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주중에 가야한다. 제일 좋은 시간은 아침 11시쯤, 이때는 상가가 막 문을 열고 마수걸이를 할 시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손님을 안놓치려고 해서 흥정에 유리하고 사람이 적어서 여유있게 물건을 고를수 있다.









상가 저 안쪽에 위치한 통기타 전문매장


낙원상가에 들어서면 오만가지 신기한 악기가 가득찬 상가 여기저기서 점원들이 들어와 보라고 은근히 호객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가게만의 전문품목이 정해져 있어서 신디사이저를 주로 팔면서 기타 서너대 갖다놓은 곳이나 전자기타를 주로 취급 하는 곳이 많다. 따라서 무시하고 통기타가 전문인 곳을 찾아가는 것이 요령 되겠다.


첨부터 초보라고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좀 우습게 보고 웬 싸구려 기타들을 잔뜩 내주므로 애초부터 밴티지나 콜트, 야마하 기타를 좀 볼 수 없냐고 얘기하자. 사실 이것들은 니들이 가진 십오만원으로는 좀 어려운 물건들이다. 야마하라면 최저 40만원선, 콜트나 밴티지는 20-30만원 이상이니 말이다. 


그럼 왜 이 물건들을 보자고 하냐구? 그건 일단 좋은 기타 소리가 어떤 건지 들어보기 위해서다. 무작정 싼 기타 소리부터 먼저 들으면 오디오의 디지털 음에 익숙한 니들의 귀엔 어떤 기타든 다 좋게 들리기 때문이다. 머 굳이 비싼 기타를 우루루 꺼내놓게 할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첨부터 예산 얘기를 하지는 말도록 하자. 그럼 그럭저럭 괜찮은 것들을 보여줄 것이다.


좋은 기타들을 함 뚱땅거리 나서는 이제 진짜로 살 기타를 고르는 것이므로 좀 세 심해질 필요가 있다. 15만원 들고 갔다면 나중에 깎을 것을 고려해서 20만원 안쪽으로 보여달라고 해야 한다. 이는 흥정이 가능한 모든 쇼핑의 기본이니 반드시 유념하도록. 악기를 내주면 그 기타들을 모두 안고 한번씩 쳐본다. 이 때를 위해 완전 생초보라도 C코드 정도는 어떻게 잡는지 알아두고 가는게 좋다. 대충이라도 한곡을 칠수 있다면 더 좋다.


C코드를 잡고 한번에 촹 쳐보고 또 한줄씩 따로 튕겨본다. 앞의 것을 어려운 말로 스트로크라고 하고 뒤의 것을 아르페지오라고 하는데 울림통의 특성에 따라 아르페지오는 소리가 괜찮은데 스트로크 음이 영 안섞이는 경우도 있다. 초보가 이걸 분간하기는 쉽지 않으니 모르겠음 무시해라. 여튼 몇개의 기타를 같은 방식으로 들어보면서 아까 들었던 좋은 소리들을 떠 올리면 소리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마음에 드는 소리가 어떤 것인지, 어떤 기타가 안고 치기에 편한지 감을 잡아보자. 대충 이거다 싶은게 서너가지로 좁혀지면 그때부터 지난호에서 이야기한 넥의 두께, 지판, 플랫, 울림통 등을 세심하게 살피면 된다. 소리가 우선이긴 하지만 디자인도 예쁜게 오래 두고 치기에 정이 가는 것은 물론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잖는가.


도무지 판단이 안되면 주인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물어도 좋은데, 한가지 주의할 것은 아저씨 말을 다 믿지는 말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기타 마다 가격은 같아도 마진이 달라서 마진폭이 큰 쪽으로 이야기가 기울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요것도 쇼핑의 기본!


 


 가격보다는 옵션!


대충 마음이 결정되었으면 이제 가격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악기는 마진폭이 큰 품목이므로 말만 잘하면 꽤 많이 깎을 수도 있다. 반면 카드로 살 때는 현금가보다 몇 퍼센트 정도 더 내야 하므로 참고하자. "현금이나 카드나 똑같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요?" 라고 주장해 본들 낙원 전체가 마찬가지이므로 소용없다.


너무 깎는데만 집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옵션 품목을 더 챙기는게 나을 지도 모른다. 기타에 따라오는 옵션은 의외로 다양하다. 









마틴 Light Gauge스트링 한묶음


먼저 기타 줄 한 세트가 따라오게 된다. 줄의 품질도 소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동네 레코드가게에서 파는 국산품과 은도금을 한 Martin  스트링은 소리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거다. 따라서 만약 싸구려 줄을 주려고 한다면 마틴을 요구하도록.제조사와 상관없이 초보자 용으로는 대개 줄이 얇은 light gauge를 쓴다.









집게식 카포


다음으로 카포, 이건 기타에서 조옮김을 할때 쓰는 기구인데 통기타를 치다보면 언젠가는 사야 할 품목이다. 옵션으로는 나사조임식 브라운 카포나 울프 카포를 줄 가능성이 큰데, 떼를 쓰든 조금 돈 을 더 주든 해서 쓰기도 간편하고 성능도 좋은 집게식 카포를 받아오길 권한다.








피크로 더덕더덕 연출한 Kiss의 에이스 프렐리 솔로 앨범 <12 Picks>

그리고 피크, 특히 이걸 우습게 보면 안된다. 가격이야 몇백원밖에 안하지만 초보자가 세게 치다보면 의외로 잘 부러지고, 무엇보다도 잃어 버리기가 아주 쉬운 물건인 것이다. 이런 부분을 등한시하다보면 나중에 화투장이나 책받침을 잘라 피크대용으로 사용하는 촌극을 벌이게 된다. 기타를 사면서 이쁘게만 보이면 한 봉지도 얻을 수 있다. 여튼 적어도 초보자가 많이 쓰는 thin과 medium 피크는 서너개 이상 꼭 얻어오자.


다음으로 기타 가방. 대개 처음 기타사는 사람들이 보물단지 모신다고 열라 무겁고 여행가방처럼 손으로 들고 다니는 하드 케이스를 주문하는데, 이건 공짜 옵션이 아니라 주문 품목으로 자칫 3만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함은 물론 나중에는 자리만 차지하는 등 실용성이 없으니 제끼자. 대개는 소프트 케이스라고 어깨에 메는 가벼운 가방을 주는데 이것도 비닐 한겹 짜리 싸구려와 좀 두꺼운게 있다. 너무 얇은 것은 금방 찢어 지고 기타도 전혀 보호하지 못하므로 두껍게 천을 대서 만든 좋은 놈으로 받아오자.


다음으로 미니 육각 렌치. 나중에 기타의 유지 관리에 관한 글을 쓰게 되면 설명하겠지만 이건 기타 넥이 휘어질 때 - 넥은 반드시 조금씩 휘어지게 되어 있다 - 넥 안의 어저스트 로드라는 철심에 꽂아서 바로 펴주는 역할을 하는 놈이다. 기타마다 육각 구멍의 사이즈가 틀리므로 살 때 맞는 놈으로 받아와야 한다. 이거 없으면 나중에 기타 줄이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아무리 기타를 깎아 샀더라도 반드시 받아와야 하는 품목이다. 그 외에 여유가 된다면 일렉트로닉 튜너를 사자. 기타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특히 줄을 못 맞춰서 고생하고 심지어 조금 치다가 소리가 이상하다고 포기하는데 이때 튜너가 있으면 아주 쉽게 조율을 할 수 있다. 요즘은 디지털 방식으로 보기 편한 튜너가 나오고 있는데 국산과 외제의 가격차이가 있지만 간단한 기계이므로 성능은 그다지 차이나지 않는다. 가격은 만몇천원에서 3,4만원 이상도 있다.









대표적인 국산 튜너


그리고 필요하다면 악보를 펼쳐놓는 보면대도 산다. 조그맣게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게 3000원에서 5000원 사이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 드디어 나만의 기타가 생겼다. 


필자, 통기타 십년 넘게 치면서 기타가 나빠서 못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 했다. 그보다는 기타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기타가 방치되어 상하게 되고, 질도 나빠지고 결국은 버려지는 것이다. 









아싸라비야~~


기타에 대한 애정 표현은 깨끗하게 닦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주 안아주는 것이다. 자주 안고 잘 치진 못해도 둥당거리며 품안에서 바르르 울리는 그 떨림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외로울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정말 그만한 친구가 없다. 


글머리에도 이야기 했듯이 악기를 하나 배운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 4차원의 환상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 을 읽는 사람들이 필자가 느꼈던 그런 기쁨과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인생의 또다른 한 면을 개척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담번엔 기타를 유지,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이상!




 


딴따라딴지
통기타 고르기 도우미 푸른 빛 블 루
(setmefri@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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