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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의 악순환, 기획상품 시스템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보다 거시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관계가 설정된 초기 시점에서는 양자의 필요에 의하여 불공정에 합의 함으로서 이루어진 계약이지만,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의 소지를 점점 키워냄은 물론, 그 노예계약적 속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 관계는 결국 해당 가수들을 소진시킴과 함께 그들로 하여금 한때의 허망한 인기의 댓가로 미래의 끝없는 좌절을 강요하게 된다는 잔인한 결과를 낳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오직 기획사의 배만 불러질 뿐, 나름대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온 가수와 순진한 그 팬들은 물론 전체 음악계에도 상처와 절망을 안겨줄 뿐이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그러냐구?


앞서 보았듯이, 이런 계약하에서는 초창기의 불안정함을 딛고 밴드가 성공했을 경우에도 멤버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열라 적다. 게다가 밴드가 인기를 얻어감에 따라 이익의 양이 커지면 커질수록,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과 밴드가 벌어들이는 돈의 실제적인 금액 차이는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힘이 점점 세지고, 가수는 점점 그것에 종속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가수쪽의 입장은 또 신인 때와는 달라지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던 처음과는 달리 이미 오랫동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해 왔거나 밀리언 셀러를 연이어 기록하고, 수만명의 열성팬을 순식간에 동원할 수 있는 입장에서라면 이제 자신들의 대외적 존재감에 걸맞는 대우를 원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타로서의 실체를 현실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램과는 무관하게 이들의 성공이 애당초 자신들 스스로의 힘과 능력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공을 스스로 주장할 처지가 못된다는 점에 딜레마가 있다.


이런 입장에서는 보다 유리한 형태의 재계약에 대한 말발 자체가 서지 않을 뿐더러, 자칫하면 버릇없는 짓, 은혜를 모르는 넘 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니 말이다. 회사로서는 누구땜에 이만큼 컸는데 이제와서 돈을 더 달라는거냐 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게다가 만약 이때 기획사를 옮길 생각이라도 한다면 업계 전체에 배은망덕한 놈으로 낙인찍히게 되고 사실상 운신이 더욱 곤란해지므로,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입장을 가질 때쯤 되면 이미 어느정도 오래된 아이돌 스타가 되어있기 마련인데, 인기의 최고점을 지난 이들이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점점 뜨거운 감자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동안 많은 돈을 벌어주긴 했지만 이제 그 유지비에 비해 수입에는 한계가 생기고, 대중적인 인기의 확대보다는 점점 극성 팬들의 조직적인 도움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머리가 커진 이들이 좋은 대우를 요구하며 은근히 기획사와 맞먹으려 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일그러진 기획상품 시스템의 희생양 - 젝수키수


이럴때 기획사로서는 다시 새 얼굴을 발굴해서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후 기존의 파워를 이용해 어렵잖게 스타로 키워냄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미 상대하기 부담스러워진 오래된 가수는 폐기처분되게 된다. 한때 HOT와 함께 울나라 가요계를 양분하다시피 했던 젝수키수의 말로도 이런 과정과 결코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 이처럼 울나라의 기획상품 시스템 하에서 가수의 인기나 유명세는 그들 자신에게조차 거품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저 기획사가 하라는대로 하면서 모든 운명을 기획사의 처분에 맡겨야 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인 것이다.


폐기처분된 후 가수들중 대부분은 사실상 갈 곳도, 할 일도 없게 된다. 돈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요, 회사가 하라는대로만 해왔으니 스스로 기획력이 대단할 리도 없고, 음악적 역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자립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 만큼 회사가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부터 이들은 추락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한때 대단한 인기스타였던 이들이 수명이 다해 버려져서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해야만 한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좌절이자 충격일 것이다. 그리고 가수들의 이런 비극을 통해 이들의 존재에 청춘을 걸다시피 한 순수한 팬들 역시 큰 상처를 받게 된다.


한편 이처럼 쉽게 돈을 벌어 기획사와 방송국의 배를 불려주는 기획상품 시스템의 만연속에서 제대로 음악을 할려는 뮤지션들의 기회는 계속 봉쇄당하게 되고, 제작자들도 대박의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맘대로 폐기할 수도 있는 이런 기획상품이 아니면 손대지 않을려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돈놓고 돈먹기의 관행은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스타 메이킹과 용도폐기의 비극역시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동시에 음악의 질도 떨어진다.


것이 바로 지금 울나라 가요판의 실상이다. 니들 지금 속고 있는거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되나?


80년대 중반 미국에 한 여가수가 등장했다.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하는 외모와 천박한 듯한 섹시함을 지닌 이 가수는 그 특징들을 무기삼아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화제를 뿌리던 이 여가수는 얼마 안 지나서 80년대를 대표하는 수퍼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오랜세월 스타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며 성공적인 가수 생활을 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오직 기획사에 픽업되어 외모를 통해 섹스 심벌로의 상품성만을 팔고 있었을 뿐, 자신의 음악성과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창력도 비교적 부족했고 작곡력도 없던 그녀의 가수생명은 80년대 내로 소진될 것이고, 결국 모두의 뇌리에서 잊혀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가수는 놀랍게도 80년대는 물론 90년대 내내 대표적인 여가수의 위상을 잃지 않았고, 21세기가 된 지금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개성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통해 더 이상 섹스 심벌이 아닌 아티스트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배신과 협잡, 경쟁과 도태, 폐기가 판치는 쇼 비지니스계에서 그녀는 자신을 갈고 닦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았고, 발전했으며, 자신의 위상을 다시 세워 낸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마돈나다.







마돈나의 성공과 변신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것은 스타 시스템에 의해 발굴된 기획 가수라고 해도 스스로를 단련하고 일깨움으로서 충분히 자생할 수 있음은 물론,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실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방법만이 비정한 쇼 비지니스계에서 스스로를 생존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도 제시해 주고 있다. 마돈나와 동시대에 데뷔한 유사한 성격의 가수들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자기 혁신은 음악적 천재성보다는 오히려 스스로가 처한 현실의 정확한 인식과 미래를 대비하는 진지한 자세로부터 가능하다. 마돈나가 음악의 천재가 아니었던 것처럼, 어느정도의 음악 활동을 해온 사람이라면 그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이같은 혁신을 도모해 볼 수 있는 것이다.


HOT의 경우 지난 앨범에서 보듯 독자적인 음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도를 통해 반짝 댄스 가수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 나름대로 음악계의 최전선에서 이미 수년간 활동해 온, 실전에 있어서의 많은 경험이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이 가진 문화적 역량과 에너지가 스스로의 자립은 물론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혁신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언제가 되던 결국 기획사에 의해 공중분해되는 사태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는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만큼 HOT 를 진정 사랑하는 팬들이 해야 할 일도 명백하다. 이성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보다 냉철하게 바라보고 HOT가 음악자체로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자기혁신을 감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물량공세적인 음반 사재기나 인해전술에 가까운 응원전, 비판에 대한 감정적인 공격은 결과적으로 HOT를 고립시킬 뿐이다. 그들이 진정 거듭날 수 있도록, 그럼으로서 기획사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되지 않는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짜 팬이다. 이를 위해서는 음악계 전체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안목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힘들게 음악하던 소시적 생각 쫌만 해보란 말여.. 이숭만 선생


또한 SM 이숭만 대표가 주장하는 립싱크 쟝르론 같은 것은 사실상 가수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획사 자신을 위한 논리일 뿐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런 주장은 인기와 돈을 위해 기획된 가수들을 용도가 다하면 폐기처분 하더라도 회사는 살아남아 계속 립싱크 가수들을 양산할 명분을 제공받기 위한 논리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 정말 가수들을 위한다면 그런 합리화보다는 HOT 등 소속 가수들이 많은 돈을 벌어준 만큼 그들의 자립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인세및 해체 논쟁을 보면 이 대표에게서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그럴 이유도 없는 듯 하다.


 


 






이번 HOT 인세 사건과 해체 파동을 통해 아이돌 가수들의 처지와 기획상품 시스템의 허상이 대중과 팬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런 문제는 외면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가수들 본인에게 있어서나 음악계는 물론 팬들에게 있어서도 이것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면한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해결하여야만 하는 문제이다.


건전하고 정의로운, 양질의 음악판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본지는 비록 HOT 가 그간 보여준 음악적 행보와 존재 양식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실재하는 만큼 그 존재와 힘이 음악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되기를 희망해 왔다. 따라서 그런 에너지가 일방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쓰인 후 폐기된다면 그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그들은 아직도 아주 젊고, 마돈나의 예에서 처럼 이제부터 시작해도 그 음악적인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비단 HOT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나라 대중음악 스타시스템의 난맥상과 독점의 폐해을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예로서 아이돌 가수들 본인은 물론 극소수 기득권자를 제외한 음악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울나라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도, 십대 후반의 젊은 청년들에게 인기의 단맛을 잠시 보여준 후 나머지 여생을 그 시절을 곱씹으며 살아가게 만드는 기획상품 시스템의 비정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울나라 음악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한편 HOT와 쌍벽의 인기를 구가하는 GOD 팬들의 경우, 최근 공연장 변경문제와 관련하여 한차원 높아진 시각을 통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본지에 보낸 성명서와 호소문을 보면 아직은 관심사가 다소 지엽적이지만 건전한 팬문화 조성이라는 대명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열분들이 사랑하는 오빠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면 말이다.


어떻게들 하실 건가?



 


- 딴따라딴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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