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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찍어 쑤욱 2] HOT 사태로 본 가요판

2001. 3. 10.
딴따라딴지 편집부



최근 스포츠 신문은 물론 각 일간지와 인터넷을 장식한 놀라운 뉴스가 있었다. 


"HOT 인세 20원!" 이라는 자극적인 표제의 그 기사는 스포츠 신문에서 흔히 연상되는 "서태지 결혼! - 음악과" 같은 황당무계한 기사가 아니라, 실제로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즉, HOT 멤버 개개인이 앨범 한 장 판매당 20원의 인세밖에 받지 못하며, 이에 따른 재계약 문제등으로 인해 해체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당일 최종판 신문에서는 저 위의 선정적인 헤드라인이 요로코롬 수정되어서 나갔다


이후 매체에 실린 SM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숭만 선생 본인의 인터뷰 및 기타 언론 보도와 본지의 각종 정보 수집 루트에 의하면 적어도 HOT내에 20원의 인세를 받는 멤버가 존재하고 더 많은 돈을 받는 멤버들의 인세 역시 기본적으로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인기나 영향력과는 상관없는 댄스 가수들의 이같은 처지는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고, 본지는 이미 지난 99년 여름, "[고찰] 당신도 인기가수가 될 수 있다!"(본문보기) 를 통해 댄스계열 가수들의 불리한 계약 조건 과 저소득 및 용도폐기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그 진상이 상당부분 공식화 된 것은 물론, 신인도 아닌 최고의 인기가수이자 머니 메이커인 HOT에게 있어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니들은 지금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딴딴에서 왜 HOT가 돈 못받는 문제를 다루려 하는지, 이 문제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명랑발랄 딴따라판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말이다.


궁금하신가? 알고싶으면 이제부터 따라오시라.





 인세란 무엇인가


일단 이 개념부터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과연 인세란 무엇이며, 이것이 가수, 혹은 음악인에게 어떤 의미인 것인지 말이다. 음반과 관련된 전반적인 수익구조 속에서 예를 들어 자세히 풀어 드리도록 하겠다.


SK 기획 출신의 T라는 신인 댄스팀이 J 라는 작곡가의 곡을 받아 앨범을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관련된 각종 이익금은 대략 다음과 같이 분배된다.


 


인세  -> T, 금액은 계약에 따라 다름 


저작권료 -> J (저작권 협회 협정 금액)


음반 판매 수익 -> SK 기획


라이브 공연 수익 -> 계약에 따라 분배  


방송 출연료 ->  계약에 따라 분배


CF 출연료  ->  계약에 따라 분배


기타  ->  계약에 따라 분배


  *  도, 소매상 마진은 논의와 무관하므로 제외



먼저 두번째 줄의 저작권료 부터 짚고 넘어가자. 이것은 비교적 명확한 항목으로, 그 곡을 방송한 라디오나 티비 방송국, 혹은 노래방 등에서 곡을 만든 사람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저작권 협회의 관리하에 그 금액도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계약상의 문제 같은 것이 발생할 소지는 적은 편이다. 그리고 돈을 받는 사람은 작곡가 J 이므로 그룹 T 와는 사실상 아무런 관련도 없다.


이 저작권료 항목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T는 스스로의 가수및 방송 활동으로 발생되는 대부분의 수익에 대한 분배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분배율은 전적으로 SK 기획(갑)과 T 멤버(을) 간의 계약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즉 계약서에서 각 항목들이 어떻게 정해지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바로 인세다. 인세는 음반을 발표한 가수가 음반 한장 판매당 음반 기획사로부터 받는 돈을 뜻하는 것으로, 이것은 철저하게 판매량하고만 관련이 있을 뿐 방송 횟수라던가 노래방 진출 여부등 다른 요인과는 무관하다.


울나라 대중음악판 속성상 공연 수익등등에 비해 월등히 것이 음반 판매 수익이므로, 사실상 이 수익을 회사와 가수가 나누는 개념이 되는 인세는 금전적인 크기와 함께 그 상징성도 크다. 만약 회사와 가수가 5:5 로 음반 판매 수익을 나누기로 한다면 양자가 여러가지 의미에서 동등한 입장에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되면 이미 그 가수는 회사에 의해 사실상 비지니스 파트너의 입장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속성때문에 인세 계약이 어떻게 체결되는가는 회사가 가수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지, 가수가 어느정도 회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의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된다. 이는 다시 말해 기획사의 음악적, 조직적 서포트 없이 독립할 수 있는 가수 자신의 능력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일반적으로 인세를 많이 받는 가수는 기획사와 구별되는 스스로의 능력과 자립력등을 인정받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기획사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존재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뜻이 되는 거다.


 


 HOT의 추정 인세 수입


그럼 이제 좀 더 구체적인 논의로 들어가보자.


인세의 경우 퍼센테이지식 방법으로는 산출이 복잡해지므로 대개 음반 한장 판매당 얼마의 정해진 금액을 지불한다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데, HOT 멤버 1인이 받는다는 20원이 바로 이렇게 결정된 금액에 해당된다.


산술적인 계산을 통해 이 금액의 의미를 추적해 보자. 


실제로 음반 한장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 사용되는 전체 금액, 즉 제작비, 홍보비, 기타 등등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산정하여 특정 앨범 한 장당 얼마의 수익이 남았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해당 기획사 스스로가 아닌 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1000원짜리 CD가 소매점에서 팔릴때, 도매 마진과 소매 마진, 각종 경비를 제하고 기획사에 최소한 몇천원의 이익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정도의 이익이 없다면 장사를 할 이유가 없을테니 말이다.


만약 음반 한 장당 순익 2000원이 남는다고 봤을때, 어떤 멤버가 인세 20원을 받는다면 이 액수는 이익의 100분의 1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경우 그 멤버와 회사와의 인세 계약을 수익 비율로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1980원 : 20원 =  99  : 1  


하지만 HOT 같은 5인조 밴드라면 회사에서 나머지 멤버들에게도 인세를 나눠줘야 할테니 이런 계산은 기획사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다. 그런만큼 알려진 것보다 후하게 잡아 5명이 평균 30원씩 합쳐 150원을 받는다고 치자. 그런 관점하에서회사의 밴드의 추정 수익 분배 비율은 아래와 같다.



1850:150 =
12.3:1



결국 회사는 가수에 비해 12배가 넘는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계산 하에서라면 CD 백만장이 팔렸을때 회사와 밴드에게 돌아가는 실제 수익 금액은 아래와 같이 된다. 


1.000.000 * 1850 =  18억 5천만원 (회사)


1.000.000 * 150 =  1억 5천만원 (밴드)


1억 5천만원 / 5 = 3천만원 (멤버 개인)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6년여간 울나라 최고의 수퍼스타 자리를 고수해 온 HOT 의 멤버 개개인이 음반을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은 불과 수천만원, 즉  약간 고임금을 받는 샐러리맨 수준이 고작이다. 게다가 백만장 중 CD 의 반 값인 카세트 테잎이 대거 포함된 경우 인세 역시 한참 내려간다는 점도 잊어선 안다. 물론 세금도 내야 된다.









겉보기엔 화려한 삶인  것 같지만...


왠만큼 이름 있는 야구선수의 연봉이 보통 5천만원을 상회하고, 3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운동선수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때 이른바 울나라 가요계의 대통령이라고 불리우는 HOT의 수입은 솔직히 말해 박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물론 CF,방송 출연료 등 각종 부대 수입이 있겠으나 지금 HOT 가 받는 인세 계약상의 대우를 생각해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계약 역시 이름값에 걸맞는 충분한 수입이 되도록 체결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은 수퍼스타인 만큼 품위 유지를 위한 각종 지출도 비슷한 소득의 일반인보다 훨씬 높아질 수 밖에 없으므로, 실제로 이후의 독자적인 활동을 위해 각자 개인적으로 모을 수 있는 돈의 액수도 극히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왜 20원밖에?



그럼 왜 이런 적은 돈밖에 받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과연 이 문제는 HOT 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범지구적 슈퍼 초 울트라 스타가 아닌 한, 대부분 계약의 주도권은 돈과 조직등 모든 면에서 앞선 기획사가 쥐게 되기 마련이다. 회사와 개인, 혹은 회사와 소수 인원의 팀(밴드)간의 계약인 만큼 여기까지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양쪽의 힘의 차이가 너무 큰 경우에는 철저하게 힘있는 쪽의 요구만이 반영되는 계약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가요판에서 이것이 가장 노골적이고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바로 기획사와 그 기획사가 만들어낸 신인 기획상품간의 계약이다. 그럼 어떻게 이런 낮은 인세 계약이 가능한 것인지, 계약 초기의 상황을 통해 알아보자.









일단은 절라 뜨고 보자... 


일단, 이런저런 기회를 통해 기획상품 감으로 픽업된 소년들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나서서 스타로 만들어주고 돈도 벌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해올때 거절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따라서 계약조건 따위에 연연할 입장이 아니다. 9:1의 계약이든 12.3:1의 계약이든 간에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잡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인 이상 이런 생각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평범한 소년이나 청년이었던 이들은 작사,작곡,편곡,연주,프로듀싱,녹음 등 각종 음악작업은 물론 의상,메이크업,방송출현 등 관련된 모둔 분야에 걸쳐 오직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통해서만이 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만큼 이들에 있어서 회사의 존재와 역할은 초창기부터 절대적이다.


다시말해 개인의 음악적 능력이나 발언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회사의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트레이닝과 포장을 거쳐 가수로 거듭나게 될 뿐인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팀을 만들고 회사를 찾은 것 조차 아니라, 회사에서 이미 프로젝트를 만들고 개별적으로 한명씩 멤버를 모은 것이라는 사실에서 팀의 독자성 따위는 애시당초 존재할 수도 없다.


가수들의 입장이 이런 만큼, 사실상 기획사는 가수들에게 모든 것을 제공해준 시혜자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 자력으로는 결코 차지하지 못했을 자리를 회사가 완전히 만들어내 준 것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니었다면 너희는 존재하지조차 못했다, 너희가 아닌 누구라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 라는 회사의 관점이 현실적으로 설득력을 얻게 된다. 따라서 12.3:1의 수익 분배 계약이 회사와 가수 양자간에 그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자, 이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회사와 기획상품 간의 불공정한 계약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며, 서로의 입장과 요구가 맞아 떨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합의에 이른 결과라고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계약 당사자 양쪽이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은 만큼 아무 문제도 없다고 봐도 그만이라는 뜻이다.


... 과연 그런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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