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그룹 god의 서울 콘서트가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것을 반대하는 "god 서울콘서트 비상 대책 모임"입니다.

그룹 god의 기획사인 싸이더스에서는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3월 16일 ~ 18일, 3일에 걸쳐 공연을 기획해 입장권을 판매했으나, 폭설로 인해 체조경기장의 지붕이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잠실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장소를 변경해 3회 공연을 1회 공연으로 축소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 왔습니다.

이에 정당한 권리를 가진 소비자로서, 또 이제까지의 잘못된 fandom문화를 바로잡고자 하는 팬으로서 제대로의 입장과 권리를 주장하고자 소비자 모임을 구성해 반대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기획사와 팬들의 관계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팬이라는 소비자가 일반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와는 달리, 일단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전적인 호의를 품고 있다는 전제 아래, 이제까지 기획사들은 팬들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묵살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그 팬들의 절대 다수가 자신들의 권리에 대한 이해와 주장을 제대로 펼 수 없는 10대 미성년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때, 그들의 일방적인 횡포는 그 문제점이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성립되어 있는 공식적인 팬클럽은 대부분 자생적인 모임이 아니라, 기획사가 만들어 관리하는 체제 아래에 있으며, 그로 인해 그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10대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는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자인 기획사 측의 영향력 아래 올바른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수 없는 상태입니다.

오히려 팬클럽의 회원들은 기획사 측의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동원되고 있고, 가수의 경우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세 과시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유명무실한 순위프로그램의 체제가 양산되고 있는 것 역시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런 파행적인 관행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나라의 대중문화는 더 이상 문화가 아니고 상업적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팬들 역시 정당한 권리를 가진 소비자의 한 사람임을 명확히 하고 또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받기를 요구합니다. 소비자는 자신들이 구매하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득하고 최상의 상태에서 그 상품을 수령할 권리가 있습니다.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라고 해서, 또한 그 상품에 대해 심정적인 호의를 품고 있는 팬이라고 해서 그 권리가 무시되어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단순히 그룹 god의 공연장이 잠실 주경기장인지 체조경기장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에 보장된 양질의 공연이 일방적인 기획사의 이윤극대화 방침에 따라 무산되고, 또 그에 따른 희생은 일방적으로 팬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현 상황은 이제까지의 잘못된 fandom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시정하여 제대로 된 권리를 찾고자 하는 우리의 이 노력이 올바른 fandom 문화를 만들어 가는 첫 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거대 기획사에 맞서기에 우리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고, 우리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지만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주체는 몇몇 상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임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