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텔 미 썸딩>에 대해 뭔가 얘기 해주마 | |||||||
1999.11.15.월요일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뭐, 대충 이렇다. 특히 이 영화는 시종일관 그야말로 <세븐>스러운 푸른 톤은 어두운 화면을 유지하고 있고,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이거 전형적인 필름 느와의 화면구성이다. <세븐> 안 보신 분은 <쉬리>의 첫 장면, 북한 특전대 특공훈련 장면을 떠올려 보심 되겠다. 왜냐구? <텔 미 썸딩> 촬영감독(김성복)이 <쉬리> 촬영감독이구, 이 분은 <세븐>의 촬영감독인 다리우스 콘쥐의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니까. 특히 조형사가 비오는 밤 골목에서 살인자의 차에 치일 뻔하는 장면은 거의 <세븐>에서 브래드 피트가 범인을 추적하다 머리에 총 맞을 뻔한 바로 그 장면을 그대로 따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거나, 이 영화의 토막 사체 소품은 국내에 전무했던 실감 시체 소품이지만두, 본기자 소품가지고 영화 장르 타이틀 붙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로서는 볼 수 없었던 본격 하드고어 스릴러"가 아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아마도 <텔 미 썸딩>은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관객들이 할 얘기 많은 영화 부문 1위일 것이다. 실제로 본기자가 극장문을 나서면서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니, 극장 문 앞은 실로 영화 대토론장을 방불케하고 있었다. 11월 11일자 한국일보의 장윤현 감독 인터뷰를 보니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얘기가 나오길 기대"했다는데, 그 소기의 목적 하나는 달성했다고 본다. 헌데, 문제는 그 토론의 내용이다. 본기자의 작지만 예리한 눈을 통한 관찰결과 모든 대화는 미처 이해하지 못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주3) 영화를 이. 해. 하. 기. 위. 한 토론. 이것이 <텔 미 썸딩>이 유발하고 있는 토론(또는 논쟁?)의 실체다. 그만큼 이 영화는 관객의 집중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영화란 얘기다. 어떤 평론가는 한국판 <링>을 보고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초능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그 얘기는 <텔 미 썸딩>을 위해 아껴두어야 옳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냐구? 이 영화, "문화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한국적인 영화가 되기 위해 여백의 미를 극치를 추구했기 때문에? 물론 아니다. 분석을 위해 두 번에 걸친 관람 끝에 본 기자, 애석하게도 이의 원인은 쓸따리없는 멋부림을 위한 불친절한 장면들(또는 헛점)과 무리한 반전의 효과를 노린 결과 나온 일종의 영화적 사기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이 브리핑 내용 잽싸게 적어두지 않으면(또 하나의 필요한 자질로 속기력 추가), 이 뒤에 이 넘들 이름이 거론되는 장면들 - 특히 조형사가 채수연한테 "박현승과 서우진 둘 다 사랑했습니까"하구 물어보는 장면 같은거 - 에서 용솟음치는 짜증을 억제하기 힘드실 것이다. 씨바, 그게 누군데? 쪽팔려서 어디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웅.. <텔 미 썸딩>의 관객들이여, 머리 쥐어 뜯으며 자신의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탓하지 마시라. 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보입력에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은 영화 쪽에 있으니 말이다. 근데 장윤현 감독, "2시간40분 짜리를 2시간 분량으로 줄이다 보니 정보제공 측면에서 뜻하지 않게 빈 곳도 있을 수는 있다"구? 내용 다~ 알고 보는 감독의 눈에야 그 모든 불친절한 부분들이 너그러이 용서 되겠지만, 사방에서 핸드폰 소리나구 팝콘 봉다리 꾸기적거리는 소리나는 극장 안에서 고도의 집중마저 강요당하는 관객들에게 이는 견디기 힘든 짜증인 것이다.
영화 중간에 ***이(가) 혼자 있을 때 뭔가에 절라 놀라는 장면이 있다. 아주 긴장된 음악이 흐른다.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뭔가가 ***을(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결국 사지절단의 범인은 바로 그 ***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그 관객들을 절라 긴장시키는 장면은 왜 필요한 것이었는가? 무슨 의미로 집어넣은 장면이었는가? 그냥 쉬어가는 페이쥐로 함 넣 봤다구? 그럼 그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한 음악과 카메라 움직임은 도대체 뭔가. 그런 장면을 넣었다면 어떤 의미라는게 있었을꺼 아닌가. 하지만 그런 의미는 없다. 본기자,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그 장면이 나왔어야 할 극적 필연성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이 장면은 ***에게 혐의를 두고 있던 관객들에게 얘는 범인이 아녜요라고 거짓말을 한, 일종의 영화적 사기였다는 것. 또한 엘리베이터의 CCTV에 촬영된 범인의 모습이랍시고 보여주는 장면에서, 범인이 나오는 대목만 쏙 빼고 보여준다던지, 조형사가 채수연을 집을 떠날 때 그 뒷모습을 차안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모습이라던지 하는 것은 물론 이런 저런 변명이 가능하겠지만, 영화적으로는 전혀 쓸모없는 사기에 가까운 군더더기들이다. 이런 식의 영화적 사기가 <텔 미 썸딩>의 세번째 페어 플레이 규칙 위반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리고 별루 놀랍지도 않던 그 반전을 위해 왜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했을까.
물론 <접속>에서도 익히 쓰였던, 장윤현 샷이라고 불러도 좋은 독특한 화면구도, 즉 차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왼쪽에 몰고, 그 뒤의 모습을 오른쪽에 담는 화면구도(거 왜 있잖아, 전도연 얼굴 나온 <접속> 포스터의..)가 이 영화에서도 자주 쓰인다. 하지만 그런 거 보다는,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비의 이미지가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영화의 세계에서는 장마철도 아닌 때에 비가 참 자주도 오는데(앞에서 말 한 필름 느와), 그 비의 이미지를 영화는 참 멋쥐게 담아낸다. 예를 들어 비내리는 주차장에서 조형사가, 떠나가는 채수연의 차를 바라보는 장면의 조명이나 촬영, 화면구성은 훌륭하다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앞에서도 얘기했던, 조형사가 뒷골목에서 범인의 차에 치일뻔한 어택을 당하는 장면의 촬영과 편집은 이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대변한다. 특히 아주 높은 곳에서 잡은(이 카메라 앵글, 쫌 아는척 하는 필로는 버즈 아이 뷰 birds eye view라구 한다) 차와 조형사가 서로 노려보고 있는 장면에서 유리구슬처럼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라. 카메라의 셔터 속도를 높여서 만들어 낸 이런 멋진 그림은 음울한 비장미마저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음향 또한 깔끔하다. 대사 몬 알아먹도록 웅웅웅웅 거리는 음향, 이 때문에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배우들의 입모양을 뚫어지게 쳐다봐야 하는 고충, 이 영화에는 없다. 이 영화의 음향은 심은하가 아주 가늘게 흐리는 말꼬리나 숨소리도 섬세하게 잡아내고, 피아노 연주의 차가운 투명함도 그대로 전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6채널로 녹음했다는 음향답게, 장면에 따라 극장의 앞뒤좌우 전방위에서 소리가 난다(이걸 느껴 보시려면 극장선택에 신중을 기하시라). 음향의 기술적 완성도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정작 이 영화에 있어 단조롭고 평면적인 건 대사의 세부묘사다. 국어책 읽는 듯한 뻑뻑한 대사 절라 많지만, 그 중 기억나는 것만 몇 개 교정 해보도록 한다.
등등등.. 머, 자연스럽게 소화된다면 구어체를 쓰건 문어체를 쓰건 딴지체를 쓰건 상관없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어색스럽게 보이게 하거나, 잔뜩 심각한 대사하고 있는데 관객들은 "푸하하" 웃어 마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정도가 되면 얘기가 틀려진다.
이런 약점 말고도 이 영화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무리한 설정에다가 아무도 그 답을 얘기해줄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주5)이 산적해 있다. 이것은 물론 관객이 극장문을 나서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변명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빈틈 투성이의 허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앞의 (주5)에서 얘기한 문제들의 답은 단 하나다. 범인은 미친넘 또는 미친뇬이다. 범행동기? 그딴거 묻지마라. 미치면 뭔 짓인들 못하겠냐. 이건 본 기자가 맘대로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다음 장윤현 감독의 말을 들어보시라.
논리적인 앞뒤 같은건 따지지 말라는 얘기다. 그렇담, 관객들로 하여금 극장문을 나서면서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만들고 싶었다라는 건 뭔가. 단서 같은 걸 논리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는데, 뭘 근거로 다시 생각하고 얘기하라는 건가. 한참 머리에 김 나게 만들어 놓구, 범인은 사실 미친넘(또는 뇬)이었다라는 결론이나 얻으라고? 미치면 뭔 짓인들 못하겠냐구? 좋다. 그럼 한 번 더 오백보 양보해서 이 영화가 똥줄 짜릿한 반전을 위해 범인을 정상인으로 묘사했다고 치자. 그럼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그 반전이 될텐데, <유주얼 서스펙트>부터 <식스 센스>까지 별의별 획기적인 반전이 다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작금, 이 영화의 반전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차라리 범인은요 사실은요.. 얘였어요. 놀랐죠? 이런 거 하지 말고, <원초적 본능>처럼 ***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애매한 가능성만을 주면서 모호한 결론을 내는게 차라리 나을뻔 했다. 그런 결말이야 말로 "영화가 끝나고 더 많은 얘기"를 하기 원했다는 장윤현 감독의 의도와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 아닌가? 관객들이 "뭐야.. 머 이딴 영화가 다 있어.."하는 얘기를 하면서 극장을 떠나는게 두려웠나? 그렇다면 처음부터 영화를 명료하게 만들던가. 도대체 이도 저도 아니고 뭔가?
그리 뛰어나지 않는 관찰력과 인지능력과 이해력 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본기자, 이 영화 처음 보고 나서 "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꺼다.."하는 생각에 한 번 더 보고야 말았다. 아마도 이런 생각으로 이 영화 한 번 더 보시는 분이 꽤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 두 번 보는 일은 정말이지 말리고 싶다. 두번째에는, 그 화려한 그림과 화려한 주연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얼마나 지루하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영화인가만이 확인될 뿐이다. 또한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영화적 허점을 가지고 있는가도 확인된다. 그럼 한 번 정도는 볼 가치가 있는 걸까. 그건 잘 모르겠다.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니깐. 영화야 어쨌던 난 심은하 얼굴만 실컷 구경하면 대만족이라는 심은하 팬도 있을 것이고, 아님 그 잘 만들었다는 시체모형 보고 싶어서 극장에 가는 특수분장사 지망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관객이 누가 되었건 본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한국역사상 최대 개봉관수를 확보하고 버스마다 지하철마다 광고를 붙여놓고, 방송을 통해 간접 광고도 무진장 해댄 철저한 상업영화가 한 번 보는것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사실, 그것이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 본기자가 <텔 미 썸딩>울 보고 얻은 마지막 결론이다.
으.. 그 다리에 있던 털과 살의 그 너덜너덜한 질감.. 이건 냉면집 진열장에 있는 냉면 모형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sixstring@ddanzi.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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