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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서을숙 파동, 무엇이 문제였던가?

1999.11.20.토요일
딴지전임논설우원 Samuel, Seong

 1910년대 미국

독자님들, 이게 무엇인지 아시겠는가들?



거러타. 요건 옷걸이다.
그럼 요렇게 변형하면 무엇인지 아시는가?



잡아늘린 옷걸이라고? 근데 이렇게 잡아늘린 옷걸이는 혁대나 넥타이나 걸 수 있을까 옷걸이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 않겠나...


이 넘은 1910년대까지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태아를 낙태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던 주요한 도구 중의 하나였다. 물론 이외에도 뜨개바늘, 그냥 철사 등도 동원되었고.


아~ 산모가 이런 도구를 사용해서 낙태를 해도 무사했냐고? 이런... 당연히 산모의 장기에 구멍이 생기지. 그때 제대로 된 약이 있어 모가 있어. 페니실린이라는 넘이 인류의 손에 들어온 게 1928년이니 오죽했겠는가?


이 당시 대부분의 국가에선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의술이 발달하지 못해 이런 식으로 낙태하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여자들이 워낙 많아 그랬었다고 한다.


의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임신한 다음의 문제는 그렇다치더라도, 그 당시만 하더라도 서구국가에서는 이런 저런 피임 방법들이 ( 콘돔이 이 세상에 나온 것만 하더라도 몇 세기 전의 일이다 ) 개발되어 있었고, 이러한 피임방법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도 이러한 끔찍한 낙태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피임에 대한 <정보제공>이 <불법>이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고급정보를 통제하고 자신들만 그에 접근했던 상류층들이야 이런 저런 형태로 피임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피임에 대한 정보제공이 불법이니 서민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루트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그러니 여자의 몸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상태가 되든 안되든, 이미 축구팀 하나를 만들었건 말았건 그냥 낳다가 저 세상으로 갈 밖에.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사망선고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던 여자들은 잡아늘린 옷걸이, 뜨개바늘, 철사 등등을 동원해서 낙태하려고 하다가 속절없이 죽어갔다.


낙태나 피임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의 제공을 막아 산모를 보호하겠다는 법률이 제대로 된 낙태나 피임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다보니 이런 황당무식한 일이 벌어졌던다.


대체로 이런 택도 없는 코미디가 쫑을 보기 위해선 또 하나의 코미디가 시작되어야 한다. 푸랑수에서 드레퓌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코미디가 쫑을 치기 위해 수많은 단막극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Margaret Sanger
1883-1966


마가렛 생거라는 분이 있다. 이 아줌니는 1916년 10월 [누구도 어떤 이유로든지 어떤 사람에게 피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뉴욕주법 제1142조에 정면으로 맞서 [산아제한 클리닉]을 개설한다.


법을 어겼으니까 잡혀들어가는 것은 당근빠따. 이 클리닉이 개설된 지 열흘만에 체포된다. 그녀는 그 뒤로 1936년 이 법이 폐지되기까지 악법철폐의 선봉에 선다.


근데 이게 왜 또 다른 코미디의 시작이냐고?


이 아줌니가 받았던 공격이 한 엽기 하거덩. 대부분의 공격이라는 것, 비난이라는 것이 음란한 뇬이란 거 였단다.


섹수라는 것은 출산이라는 성스러운 것을 위해 해야 하는 목적의식적인 행위임에도 그뇬의 주장은 온리 즐거움을 위한 섹수를 방조한다는 식으로...


이런 공격에 맞서 조까! 임신으로 인해 죽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무슨 헛소리야! 라는 반격이 이루어지면서 무려 20여년 동안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애초에 산아제한 클리닉이 개설된 것도 여기에서 출발했던 것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사실 도덕론자들의 주장은 택도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부당한 비난에 대한 반비판이 오고가면서 20여년을 시끄럽게 보낸 뒤에 법이 폐지되면서 미국에서의 피임과 산아제한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잠재워진다.



그러나 사회적 강압이라는 코미디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 지난 9월 22일 유엔에서 발표된 99년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매분 당 1명의 여성이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해 목숨을 잃고 있단다. 옛날에 울 할무니들은 밭일, 논일 하다가도 애 쑥쑥~낳았다...고 조디를 나불거리는 넘들이 여기에만 살고 있는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임신 중 진료를 받거나 출산시 응급 조치만 받을 수 있어도 그들 80%의 목숨을 건질 수 있음에도, 옛날에~ 류의 무시칸 넘들이 적절한 의료를 막고 있는 것이다.


 킨제이 보고서


그 뒤, 그러니까 1936년 일명 컴스톡법으로 불렸던 뉴욕주법 1142조가 폐지된 후 다시 10여년이 지난 후인 1948년, 한 의학박사의 리포트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인간 남성의 성적 행동]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3년후에 나온 [인간 여성의 성적 행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와 같이 묶여서 흔히 [킨제이 보고서]라 불린다 ).








Alfred C. Kinsey
1894~1956

사실 닥터 킨제이의 보고서들은 의학논문인 까닭에 일반인들이 읽기엔 녹녹한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종이값을 올리는 데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의학논문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려놓은 힘. 모겠는가... 섹수를 다루고 있다는 것 한가지 아니겠는가.


당근빠따로 요것도 졸라 시끄러운 사회적 쟁점이 되었다. 여기에 외설의 혐의를 두고 낯뜨겁다고 난리 부루스를 땡기는 화상들과 그의 반대편에 섰던 이들간에 논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10여년간 9000여명을 인터뷰한 후 내놓았다는 이 보고서를 가지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타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왜? 표본집단이 랜덤하게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집단에 대한 추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백인, 중서부 지역의 중산층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치우쳐 있으니까.


본우원은 인간의 성적 행동이라는 것은 상당 부분 인간본능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기 땀시롱 표본집단이 한 쪽에 치우쳐져 있다고 해서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육 잘 받았고, 잘먹고 잘사는 넘들이 하루에 화장실 몇 번 가는것과 교육 잘 못 받았고 몬먹고 몬사는 넘들의 일일 화장실 이용 횟수가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


뭐 전문가 집단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바에야 굳이 이걸 시비삼고 싶지도, 문제삼을 생각도 없다. 그러나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성적 행동이라는, 이전까지는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인간행동영역에 대한 최초의 연구결과물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전까지 청교도적 윤리에 묶여서 죄의식을 가지고 했었던 몇몇 성행위(대표주자; 오랄섹수)가 사실 남들도 다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그 뒤론 별 생각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런 것들이다.



" 남편과 아내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악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악마는 남편과 아내가 점잖은 부분 뿐만 아니라 점잖지 못한 부분까지 만지고 키스하도록 만든다.그것을 생각만 해도 공포 경악 당혹감이 나를 덮친다.… 이것이 신성한 결혼이란 말인가?"


- 케루비노 다 시에나 수도사의 결혼 생활의 법칙 15세기


킨제이 보고서가 나온 뒤론 일반인들도 요런 생각은 거의 안했으니까. 그리고 킨제이 보고서를 둘러싸고 촉발되었던 논쟁은 이후 성에 관한 여러 논쟁들의 이론적 배경으로 이어진다.


 논란의 정체 I


[내도 때론 뽈노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책.


요거 본우원, 서점에 깔리는 그 날 받아보았다 (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에게 없어서 못 판다는 이 책을 본우원은 받아서 읽어봤다고 자랑하고 시포소 이러는건 물론 아니다). 읽어보고 나서 이러뷰를 함해볼까 하다가... 관뒀다.


왜?


별로 이야기할게 없는 것 같아서. 나는 이런 삶을 살았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거든. 그런 내용을 두고 모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근데... 몇일 뒤에 갑자기 성담론 우짜고 하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걸 신문에서 읽을때... 전날 마신 알콜이 대뇌중추신경을 장악하고 있어서 그랬을까...  첨엔 서을숙씨의 책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90년대 중반 이후에 몰아쳤던 그넘의 성담론인줄 알았다.


푸코 등등으로 이어지는 그 골빠개지는 이빨풀기. 대뇌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학을 띠었던 본우원, 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었다. 근데 그게 서을숙의 책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일줄이야.


[내도 때론 뽈노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니도 뽈노 주인공 하라>는 내용도 아니고, 특별히 더 비윤리적인 성관계를 묘사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난리가 났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히 나왔다.


좃선, 한쿠어, 쭝앙, 똥아, 한기레, 문하. 요 6개의 신문이 서을숙씨의 책과 관련된 기사를 토해놓은 거이 약130여개. 그 중에서 책에 관련되어 나온 기사는 손가락으로 꼽는다. 우짜고 저짜고 논란, 검찰 내사, 독자투고 등등이 대부분이지.


책에 대한 간단한 리뷰라도 쓴 넘들은 이중에서도 문하, 한쿠어, 한기레 이 세넘 뿐이다(그나마 한쿠어는 출판사의 보도자료를 배낀 것 같다). 다시 말해 책을 둘러싸고 논란고 있다는데, 첨부터 책의 내용은 공중으로 붕~ 떠있는 상태였다는 말이다.


사실 이 쉑덜, 책은 읽어보지도 않았다. 이걸 뭘로 증명하냐고? 좃선, 한쿠어 등이 연햅통신의 10월 25일자 기사를 받아썼다는 것으로.



제 목 : 서갑숙씨, "나도 비디오 찍었다"
날 짜 : 99년 10월 25일

최근 자신의 성적체험을 노골적으로 털어놓은 책출간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탤런트 서갑숙(38)씨가 한때 세간의 화제가 됐던 `O양 비디오와 같은 비디오를 찍었던 것으로 밝혀졌다.(하략)


이게 무슨 증거냐고? 책에 이 내용 나오거든. 책에서 이미 말했는데 무슨 새삼스럽게 또 밝혀진게 있는 것처럼 난리야. 밝혀지긴 모가 밝혀져 원래 책이 있는 내용이라 이 말이다. 책을 안 읽어봤으니 그걸 밝혀졌다고 받아 쓰지. 책은 읽어보지도 않고 책을 그들 말따나 쟁점의 한 가운데 포지셔닝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무슨 토론, 좌담 이런 것들이 줄빠따로 이어졌다.


사실 논란이라고 이야기했던, 충격적 성고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된 부분은 네 개에 불과하다. 11명의 남자랑 잤다, 명기단련했다, 2대 1섹수를 해봤다 그리고 9시간동안 했다가 논란거리로 등장했었다. 이거 하나씩 좀 뜯어보도록 하자.







 11명의 남자

많은 것 같은가? 하지만 이걸 38세의 이혼남으로 뒤집어놓고 보자. 그래도 많은 것 같은가? 취미로 남자 컬랙션했다는 내용이라면 또 모를까 이런 저런 과정을 밟은 자신의 인생에서 등장하는 11명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모 그렇게 새삼스럽단 말인가?


 명기단련했다


아이 하나둘 정도 낳은 아줌마들이 떼거지로 산부인과에 몰려가는 거 아시는가? 각종 매체를 통해 애인같은 아내라는 이미지를 강요받는 세상이다. 자신의 성적 매력이 떨어지는 것에 불안한 아줌마들이 자신의 성적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과 이것이 무엇이 틀린가. 이쁜이 수술로 통하는 외과적 치료(?)까지 받고, 어떻게 섹수를 해야(혹은 반응을 해야) 남편이 홍콩간다는 것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는 여성지 내용들에 비해 이게 얼마만큼 더 나간 이야기란 말인가?


 2대 1섹수를 해봤다


아마 성적 일탈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책 내용의 전후 관계를 읽어본다면, 다시 말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저자 개인의 전후 상황을 이해하고 본다면, 반드시 돌을 던질 수 있는 내용도 아니다. 더군다나 그룹섹수를 찬양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는, 공유하고 싶었으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9시간동안 했다


본우원, 이 부분에선 딱 한마디 밖엔 할말이 없다.


체력 좋으시군요.


 논란의 정체 ll


정작 책에선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었다는 것은 그 논란이라는 넘의 정체가 책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서을숙의 책과 관련된 보도에서 비릿한 비웃음으로 시종일관한 좃선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이 논란의 정체는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성에 관련된 묘사는 그 사회의 관습, 도덕, 전통에서 너무 벗어나면 보편적 공감-동의를 얻기는 힘들다. 서씨의 말대로, 여성도 성을 떳떳이 말하지 말하는 법은 없다. 그러나 반드시 시시콜콜 까발려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좃선 10월 25일자, 만물상)


누가 동의를 받고 싶다고 했는가? 그리고 누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가?


난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서을숙에게 이런 것들을 누가 강제할 수 있는가?

표현의 자유라는 것.


물론, 그 표현의 자유는 그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하고, 남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 뭐 이런 건 초등학교 수준의 상식되겠다.


그런데...


서을숙의 이야기에서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말이 들어가 있었는가? 쉽게 말해 성적일탈을 독자들에게서 끌어낼만한 주의/주장이 포함되었던 글인가? 그리고 남의 자유를 졸라 침해하는 내용이던가? 아니잖어? 그런데 왜 남의 표현의 자유를 두고 비릿한 비웃음으로 일관하는겨 ?


이 책이 언론에 의해 논란의 거리로 등장하고 나서 열렸던 수많은 토론장에서 이른바 보수와 진보가 말싸움을 했던 것. 이건 사실 책의 내용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라는 화두를 가지고 싸움이 붙었던 것이다. 서을숙의 책이 남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남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 자유를 제한해야한다고 구라 푸는 화상들이 있으니까. 


이 구라의 핵심은 "성상품화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서을숙의 책에 대한 비판에서 그나마 가장 그럴듯했던 아우성 아줌니의 말씀의 핵심도 그거 아니던가.


" 니 삶에 대해 진지한 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왜 마빡을 내도 때론 뽈노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로 뽑아서 40대 이상 중년 남성들에게 성적 대상물로 전락했는가"라는, 니의 글은 한 개인의 진솔한 삶의 기록임에도 포장을 그따고로 해서 그 욕을 보느냐는 말씀 말이다.


아우성 아줌니의 말대로라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식으로 제목을 다는 건, 성의 상품화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안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성의 상품화가 안되는 경우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서을숙 책의 경우 내용은 그대로 두고 제목만 바꾸면 성의 상품화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인가.


사실, 상품화라는 가공 과정 자체가 없다면 한 개인의 생각이 일반대중에게 전달될 방법은 현실세계에선 거의 없다. 성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성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주변 특정인들이 아니라, 일반대중에게 유통되기 위해서는 상품화라는 과정(이 경우엔 출판이지 물론)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성의 상품화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선 성의 직접적인 매매(매춘)부터 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까지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거의 국가보안법 수준으로 걸면 걸리는 것이 성의 상품화라는 말이다.


성에 대한 어떤 논의도 그것이 일반 대중 사이에 유통되도록 하면 당연히 상품화를 거쳐야하는데, (책을 내건, 영화를 만들건...) 성이 어떤 방식으로든 상품화되면 바로 욕을 먹는 게 우리네 풍토다. 한마디로 성에 대한 건 왠만하면 퍼뜨리지말고 그냥 니들 끼리끼리나 이야기 하란 거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성의 상품화는 이유 불문 안된다는 명제로 성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론 실질적인 매매행위는 벌건 대낮에 대도시의 주택가에서도 벌어진다는 점이다.


아니, 까놓고 말해 거의 회교 국가수준으로 성의 표현을 제한함에도 홍등가가 주택가를 파고 들어와 있는 나라가 또 있나? 그것도 한때 경찰국가로 악명이 자자했던 국가에서 말이다.


별 내용도 없는 책이 한편에선 논란이 되고, 또 한편에선 인간에 대한 가장 저열한 착취라 할 수 있는 매매춘이 국가기관에 의해 방치되고 있는 사회.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는걸까?


산모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문제였던 산아제한을 굳이 출산 없는 섹수를 방조한다고 엮어서 애매한 사람을 음란한 뇬으로 만들었던 1910년의 뉴욕이나, 별 내용 없는 서을숙의 책을 세기말의 성문란으로 문제삼는 20세기말의 한국이나, 성에 대한 여하간의 논의 자체를 거의 금기로 남겨둠으로서 이 땅의 보수세력의 청교도적 도덕성을 과시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성의 상품화는 안된다라며 성에 대한 논의를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가두어 놓는 것은 논쟁 자체를 교란시키는 것밖엔 안된다. 실질적으론 국가에서 성의 매매를 방조하면서 한편으론 성에 대한 개인적 표현과 논의마저 억압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밤이면 밤마다 영어를 고생시켜가며 뽈노 싸이트를 디비고, 오양 비됴를 찾아 사방팔방 헤매면서, 낮에는 성에 대해선 거의 청교도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중성은 이렇게 진지한 논의들이 교란됨으로서 견고하게 유지된다.


서을숙의 책이 그렇게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논쟁 비스무리한 넘들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텍스트 외적인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요걸 간단히 정리하자면 서을숙의 책을 둘러싼 논쟁의 본질은 그 텍스트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칭 보수라는 넘들이 성에 대한 논의 자체 마저도 끊임없이 교란시킴으로서 그들이 이 땅에서 쥐고 있는 권력의 도덕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난리 부르스인 것이다.


공안의 문제만 나오면 목이 뽀사질 정도로 힘을 주는 좃선이나, 성에 대한 여하간의 이야기만 나와도 흥분하는 넘들이 동원하는 방법은 사실상 별로 다를게 없다. 공안을 그렇게 목높이면서도 급하면 판문점에서 총질 좀 부탁~하는 것이나 성의 상품화를 격렬히 비난하면서도 매춘을 관리, 방조하는 것이나 별로 다를 것도 없고.


성에 대한 논의들은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이다.


그래도 성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들이 청소년들한테 유해하다고 하는 분들에게 선물 하나.



10대 청소년들은 예상외로 서씨 책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B서점 점원 김모(24.여)씨도 "서씨 책을 찾는 사람은 중년층이 주류이며 20대나 군인이 간혹 찾기도 하지만 10대 학생들이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S고 2학년 유모(18)군은 "그 책에 나온다는 것들은 인터넷에 널린 야설로 이미 신물나게 봤다"며 "중학생도 아닌데 지금 와서 그런 걸 찾아볼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연햅뉴스 10월31일자)



 


- 딴지전임논설우원
Samuel, Seong ( outerlimit@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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