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발굴] 추억의 옛 게임을 디벼주마!

1999.8.30.월요일
딴지 엽기연애부 대표기자 겸 그룹 비서실장 이드니아 콘체른


기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독자제위께 몇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잘 듣고 하늘에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는 답변을 해주시기 바란다.


 20대 초중반을 넘기셨는가?
 소시적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절라 놀러만 다니던 기억이 있는가?
 단돈 50원을 위해 엄마 지갑을 몰래 뒤지다 뒤지게 맞은 기억이 있는가?
 백만이라는 숫자를 보면 순간 막 전율이 오는가?
 동물의 왕은 단연코 너구리라고 믿고 계시는가?
 파리만 보면 왠지 알 수 없는 적개심과 분노를 느끼시는가?

위의 6가지 질문에 두 개 이상항목에서 "아니오" 가 있으신 분은 화면 좌상단에 있는 왼쪽 화살표를 눌러 당장 메인화면으로 가주시기 바란다. 애들은 가! 가란 말야 !

아...여기까정 무사히 오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우리는 지금부터 한가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겠다.

자. 기억 하시는가. 문앞에 당당히 두뇌개발 이라는 가슴벅찬 슬로건을 내걸어, 자칫 판단력이 미숙했던 우리에게 정말 저기에 가면 두뇌개발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기대심리를 유발시킨 뒤 결국 가산을 탕진케 했던 마의 공간을... 룰루랄라 콩나물 심부름 가던 착한 아이 하나를 순식간에 공금횡령의 범죄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넣으버린 후 나중에는 엄마 말 안듣는 후레자식 이라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케 해버렸던 저 악마와도 같은 음침한 공간을 말이다.


오락실 아..

아마 대부분의 독자 제위들께서는 이 단어를 딱 보는 순간 화들짝 밀려드는 추억의 도가니탕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을 것이다. 글타. 지금의 게임센터 (요즘은 오락실 이라고 부르면 테러 당한다... 게임센터 라고 불러주자) 와는 많은 질적 차이가 있지만 우리에게도 단돈 50원만 생기면 무조건 오락실로 달려가 기필코 갤러그 백만점 돌파의 신화를 이루리라 다짐하며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조금 머리가 큰 뒤에는 어쩔수없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라는 가증스런 껍데기를 덮어쓴 채 애써 등을 돌려야 했지만 그래도 오락실은 아직까지 우리의 마음 속에 살아 숨쉬는 영혼의 안식처이며 제 2의 고향이라 할수 있다. 아님 말구...

근데 그런 옛추억을 되살려 요즘의 오락실... 아차... 게임센터엘 함 가보자.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볼수 있다. 과거의 갤러그를 떠올리며 요즘 나온 비행 슈팅게임을 함 해바라. 씨바... 첫 판도 못 깬다. 왜냐. 적의 인공지능은 수십단계 업그레이드 된 반면 우리의 감각은 예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눈을 돌려 벽돌깨기를 함 해보자... 벽돌깨기? 니미... 그런 게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박물관에나 가야 찾을 수 있다.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겨우 테트리스 정도밖에 없다.

이러서야 되겠는가. 이게 말이나 되는가. 작금의 울나라를 누가 일으켜 세웠는데, 소위 신세대들이 일케 활개치고 놀러 다닐수 있는 선진문명을 누가 만들어왔는데, 정작 즐길 권리가 있는 우리는 왜 오락 한번 제대로 할수 없단 말인가. 넥타이가 있기에 힙합이 있다는 것을, 태권브이가 있었기에 윙건담이 있을수 있다는 것을 이 사회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우리는 이대로 역사의 그늘속에 사라져줘야 하는 것인가. 아흐.. 씨바.

이에 본기자, 분연히 일어서 피맺힌 목소리로 우리의 즐길 권리를 외치는 바이다. 다함께 기립하여 넥타이 오락문화 부활운동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


구호 3회 반복 : "갤러그를! (살려내라!) 너구리를! (살려내라!) 쉬운오락!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

감사하다. 쟁취의 그날까지 멈추지말고 투쟁해 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암튼 위와 같은 이유로 시름에 잠겨있던 본기자는 삼일밤 삼일낮을 고민하며 어케하면 추억의 옛 오락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열라 연구 분석하였다. 초일류 프로그래머들을 대거 영입하여 게임을 다시 맹글어볼까 생각해 봤지만 줄 월급이 없어 관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는 옛 게임들을 발굴해볼까도 고심해 봤지만 역시 기차표값이 없어 관뒀다. 진짜다. 믿어주심 고맙겠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본지 총수와 본기자 만이 사용할수 있는 금단의 비기. 수사력, 분석력, 추적력 뭐 하나 흠잡을데 없이 훌륭하기 그지없어 그 존재가치가 가히 일국의 경찰력과 맞먹는다고 전해지는 본지 직속의 초정예 태스크 포스... 역사 고증팀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친 본기자가 즉시 하늘에 역사고증팀 호출용 써치 라이트를 쏴올리자 잠시후 검은 복면을 두른 5명의 요원들이 멀쩡한 창문을 깨고 난입하여 본기자 앞에 섰다. 음... 역시 믿음직스러운 모습들 이었다.


고증팀 : 실장님. 오랜만에...
본기자 : 쉿 말을 아껴라. 너희는 최대한 신비스럽게 보여야 해.
고증팀 : 넵!

본기자 : 너희들이 해줘야 할 일이 생겼다.
고증팀 : 넵! 뭐든지 분부만 내리십시오. 저희는 그간 화투의 역사, 코후비기의 역사, 똥침의 역사, 댄스음악의 역사 등등을 고증해 낸 바 있으며...
본기자 : 말을 아끼라니까 씨바야.
고증팀 : 넵! 죄송함다!
본기자 : 잘 들어라. 너희는 지금 즉시 잃어버린 추억의 옛게임들을 발굴하여 보고 하도록 한다. 시한은 내일 정오까지다. 더 늦으면 업데이트 안된다고 독자들이 절라 욕하니까 서두르기 바란다.
고증팀 : 넵! 그럼...

망토를 펄럭이며 달려 나가는 고증팀의 뒷모습을 보니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 본기자는 일단 그들을 믿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한 본기자의 책상 위에는 한 장의 검은 디스켓이 놓여 있었다. 헉...이 놀라운 기동성을 보라.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양하는 이들을 위해 다함께 격려의 박수 함 쳐주자. 짝짝짝

이윽고 떨리는 손으로 디스켓을 집어넣고 실행시킨 본기자. 순간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본기자 : 헉!

이럴 수가... 이것은...




1942     (다운로드)

고증팀이 발굴해낸 추억의 옛게임 그 첫번째는 바로 1942 였다. 럴수...

그렇다. 이 게임 역시 코찔찔이 적에 즐기던 옛게임이 아닌가. 그런데 왜 갤러그나 인베이더만 생각하고 1942는 떠올리지 못했을까.

잠시 자아비판에 빠져있던 본기자는 이윽고 그 원인을 찾아내 버렸다. 아... 본기자를 죽여 주시라.

옛게임은 무조건 흑백화면 이어야 한다는 소위 흑백논리 에 빠져 잠시 사고력이 흐트러져 버렸던 것이다. 향후에는 철저한 회색분자가 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암튼 1942, 이 게임은 소시적 우리들의 세계관을 크게 흔들어 놓았던 명작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베이더의 2컬러, 갤러그나 너구리의 CGA 컬러에 비해 획기적으로 진일보한 16컬러를 구현하는데 성공 함으로서 헐리웃 특수효과에 버금가는 현란한 폭파씬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화면을 보여주어 우리들의 넋을 빼 놓았으며 특히 기존 게임에서는 등한시 되었던 멋진 배경화면을 삽입 함으로서 사실감을 극도로 높이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1942는 게임 사상 최초로 특수비기 라는 천인공노할 시스템을 탑재하여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적의 총알이 코앞까지 다가온 급박한 상황에서 오른쪽 버튼을 콱 눌러주면 우리의 비행기는 유유자적 하게 공중 1회전 기술을 선보이며 위기를 벗어나곤 했다. 아... 되새겨 생각해보니 막 가슴이 벅찰라 그런다.

반면 1942는 아이들에게 많은 논란의 소재를 제공하기도 했었다.

주인공 비행기가 출발하는 항공모함에 써있는 88 이라는 숫자의 의미에 대해


"울나라가 88년도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것을 시기한 일본의 만행이다"

라는 주장을 펼쳤던 88 올림픽파 와


"그럼 69나 18로 하랴. 그것은 아이들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 제작진의 사려깊은 의도였다"

라고 반박한 천왕만세파 가 서로 오락실의 패권을 두고 대립하기도 하였으며


"2차 대전 당시 쌍발기는 폭격용으로만 쓰였다. 근데 주인공 비행기는 쌍발기이면서 폭격은 안하고 기관총만 쏜다. 따라서 이 게임을 구라다"

라는 논리를 펴낸 한 똑똑한 아이가 (이 아이의 이름이 이재진 이었다는 설이 최근 대두되고 있다) 동네 일구사모 (1942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아이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하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1942에 얽힌 전설 또한 많다. 인천시 북구 부평동에서 30년간 세븐 오락실을 경영해 오셨다는 김씨 아저씨의 증언을 들어보자.


"그래...그 당시에는 정말 1942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많았지. 시작하자마자 일부러 특수비기를 다 써버린 후에 오로지 실력만으로 끝판을 깨버렸던 아이, 초당 20회를 넘나드는 엄청난 속도로 총알버튼을 눌러대서 적이 나타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아이...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기억에 생생한 아이 하나가 있어. 첫판부터 끝판까지, 단 한번도 총알을 쏘지 않고 엔딩을 봤던 전설적인 녀석이지. 다른 녀석들은 그를 테리우스 라 불렀어... 왜 그렇게 불렀는지는 몰라... 암튼 내 평생 그 녀석 쌍판떼기는 잊을 수 없을거야..."

아... 전설의 테리우스님 이시여. 대체 어디 계신가. 지발 본지에 한번만 연락 주시기 바란다.

갤러그     (다운로드)

1942에 흥분해 있던 본기자가 잠시 숨을 가라앉히고 두번째로 실행한 게임은 바로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갤러그 였다. 오오 갤러그... 파일 이름을 보는 순간부터 막 숨이 차고 벌렁거렸다. 주저없이 게임을 실행한 본기자. 그런데...


본기자 : 허걱!?

이럴수가... 그토록 염원했던 어릴적 기억속의 꾸리한 4컬러 갤러그는 어디가고 화면에는 오색찬란한 256 컬러의 갤러그 90 리메이크 버젼 이 떠있질 않은가.

인터넷 어디서나 쉽게 구할수 있는 흔해빠진 버젼이...


본기자 : 고증팀 이 씹숑들! 군기가 빠졌어!

분기탱천한 본기자, 즉시 역사 고증팀을 다시금 호출하였다. 여느때처럼 창문을 깨고 들이닥친 고증팀. 칭찬해 주려는줄 알고 싱글벙글해 있던 고증팀을 원산폭격과 오리걸음으로 존나 뺑이 돌린뒤 다그쳐 물었다.


본기자 : 씨방새들. 누가 리메이크 버전을 가져오라 했나!
고증팀 : 죄송함다, 실장님. 실은 과거 4컬러 갤러그를 구하긴 하였습니다만...
본기자 : 그런데?
고증팀 : (울먹이며) 그게...
윈도우에선 실행이 안되는 것이 아니겠슴까... 어흑
본기자 : 뭐 뭐시?

아... 이럴 수가... 대체 마이크로소푸투의 검은 음모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갤러그까정 몬하게 만들어버리다니...

죄없는 고증팀을 꾸사리 준게 괜히 미안해져서 사탕 하나씩을 손에 쥐어준 뒤 돌려보낸 본기자는 할수없이 리메이크 버전 갤러그를 분석하기로 했다. 원판을 제공하지 못한 점, 이 자리를 빌어 독자제위께 사과 드린다. 꾸박~

갤러그.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게임계의 독보적 신화. 갤러그는 어릴적 우리에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수많은 진리들을 깨우쳐주었다. 한줄로 날아다니는 외계 전투기들을 보며 질서의식을 새삼 일깨웠고, 적기에 나포된 아군의 전투기를 다시 우리편으로 끌어들여 함께 싸우면서 뜨거운 전우애 배우게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역시 갤러그가 안겨준 가장 큰 교훈은 지구를 지켜라 였다.

그렇다. 70년대 당시 우리는 공산당을 무찌르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등등의 너무도 투철한 반공분위기 속에서 살아왔기 땜시 인류의 적은 공산당 하나뿐인줄 알았고 공산당만 쳐부수면 세계 평화가 도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바로 그런 시기에, 갤러그는 우리의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의 틀을 과감히 깨뜨려 주었다. 우리의 적은 비단 공산당 뿐만이 아니라 저멀리 안드로메다를 건너 찾아온 외계인일수도 있으며, 그런 외계의 침략에 언제든지 즉각 대응할수 있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지구 수호의 의지를 길러주었던 것이다. 아... 정말 감격스럽지 않은가. 본기자 이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져옴을 느낀다.

당시 또래들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급속히 확산되었던 이 지구방위 정신 은 현재 울나라의 막강한 군사력을 있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학교 다닐 때 수시로 걷어 제꼈던 방위성금을 기억 하시는가. 열 번 걷으면 한번 낼까말까 할 정도로 삥땅치기가 일쑤였던 이 방위성금의 쓰임새에 대해 의혹을 품고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던 아이들 사이에 " 방위성금은 바로 갤러그에 나오는 지구 전투기의 제작에 투입될 예산이다 " 라는 국방부의 비공식 발표가 나돌자 순식간에 모금액이 기존의 몇 백배에 이르렀던 사건을 보면 이를 잘알수 있겠다.

또한 갤러그 역시 1942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던 게임이다. 특히


" 외계인의 전투기는 그 움직임이 자유스러운데 반해 왜 우리 지구방위군 전투기는 좌우로 밖에 움직일수 없는가"

라는 원론적인 문제는 가뜩이나 학업에 열중하기에도 벅찼던 아이들의 골을 더욱 어리버리하게 했던 논란의 대상이었으며 아직까지도 그 정의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을만큼 난해한 디피콜뜨한 미스테리였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항간에 크게 두 가지의 설이 나돌고 있었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평등사회 설 : 결코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오로지 평행으로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려는 제작진의 사려깊은 의도였다는 설


 오락실 주인 조작설 : 원래의 갤러그는 전후좌우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나, 전기료와 조이스틱의 노후화, 그리고 실력있는 아이들이 하루종일 죽치고 있을 것을 염려한 전국의 오락실 주인들이 일제히 단합하여 일부러 좌우로만 움직일수 있게 조작해 놓았을것이라는 설.

이 설을 뒷받침 하는 신빙성 있는 자료로서, 본기자 집 근처 오락실의 갤러그는 조이스틱을 아예 위아래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철판으로 고장시켜 놓았었다.

암튼 이토록 절대적인 인기를 모으며 일대 신드롬을 일으켰었던 갤러그를, 리메이크든 오리지날 이든 다시 한번 해볼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라 할수 있겠다. 당장 다운받아서 해보시라. 진짜 잼있다.

벽돌깨기 - 알카노이드     (다운로드)

헉! 드뎌 나왔다. 벽돌깨기... 이 역시 오리지널이 아닌 약간 진일보한 버전을 소개하게 되어 참으로 송구스러운 맘 금할수 없다. 다시 한번 마소의 음모를 함 지탄해 주자.

최초의 벽돌깨기는 당시의 여타 게임들과 수준이 맞지않는 고난이도의 게임 이었다.

무조건 조이스틱을 휘휘 돌리며 버튼만 빠르게 눌러주면 그랜드 마스터의 칭호를 받을수 있었던 기존의 게임과 달리 벽돌깨기는 라디오 튜너 비스무리하게 생긴 다이얼 이라는 신감각의 조종방식을 도입하여 조이스틱에 길들여져 있던 또래들의 왼손을 무척 당황하게 하였으며, 특히 게임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왔던 버튼이 붙어있지 않았기 땜시 벽돌깨기를 하는 아이들은 오른손에 심한 정신적 공허함과 황폐함을 느끼곤 하였다.

간혹 일부 의식있는 아이들은 그 한계를 넘어보고자 오른손과 왼손을 서로 교차시켜 플레이 하거나 있지도 않은 버튼을 누르는 척 하며 게임을 즐기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편법일뿐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급기야 아이들은 벽돌깨기라는 게임에서 아예 등을 돌리게 되었고, 이에 당황한 오락실 주인들이 제작사에 압력을 넣어 새로운 버전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알카노이드, 일명 벽돌깨기 2가 되겠다.

알카노이드는 얼핏보면 전작과 별로 달라진점이 없어 보이나 한가지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슈팅게임에서나 등장할 줄 알았던 특수기술의 개념을 최초로 퍼즐게임에 도입한 것이었다. 또한 원작의 가장 큰 병폐중 하나였던 버튼 불필요 현상을 특수기술로 해결함으로서 정신적 공허함을 어느정도 해소 하였을뿐 아니라 기존 슈팅게임보다 더욱 박진감 넘치는 기술들을 선보여 당당히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명작으로 남게 되었다.

알카노이드에 얽힌 일화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유명했던 사건은 이른바 다이얼 도난사건 으로 불리워졌던 엽기적인 절도행각 이었다. 알카노이드용 다이얼은 금속성인데다가 왠지 뺀질뺀질한게 꽤 고급스러워 보였기 땜시 변태적 수집 취미를 가진 아이들의 타겟 제 1순위였었다.

당시 본기자의 친한 친구 한 놈도 이를 몸소 실천한 바 있었는데 써먹을 데도 없는거 모할라고 뽀려왔냐고 한심한듯 묻자 녀석은 잠시 다이얼을 내려다본후 그냥 길바닥에 내던져 버렸었다. 불쌍한 다이얼...

근데...여기서 독자 여러분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 다이얼 도난사건... 헉?! 뭔가 딱 감이 잡히시지 않는가?

글타!! 얼마전 본지에 기사화 된 바 있는 마우스볼 도난사건. 이 엽기적 절도행각의 모태가 되는 사건이 이미 20여년 전에 일어났었던 것이다. 이럴수가... 울나라 경찰 같았으믄 공소시효 지났다고 거들떠 보지조차 않았을 사건을 재정립 해버리다니... 역시 본지는 정곡을 찔러준다. 그렇다면 과거 다이얼 도난사건 범인의 윤곽도 어느 정도 캐치가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헉... 신빵삼...

그렇다. 단순한 유아적 취미로 시작했던 그의 범죄행위가, 아무도 자신의 공적을 알아주지 않자 이제는 마우스볼 도난사건 이라는 이시대 최악의 천인공노할 기형적 범죄로까지 변모했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아닌, 이 나라가, 이 사회가 그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 누가 신빵삼에게 돌을 던지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 돌아오라 빵삼아...

너구리     (다운로드)

마지막 추억의 게임은 바로 너구리가 되겠다. 헉... 또 가슴이 막 벅찰라 그런다.

독자분들 중에 게임을 해보셨던 분이라면, 너구리를 동물의 왕이라고 부르는데 그 어떤 토도 달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너구리 게임은 당시 아무런 평가기준도 없이 단순하게 사자나 호랑이가 제일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동물학 지식들을 널리 알려 주었었다.

너구리는 앵두만 먹고 산다는 것, 너구리가 제일 무서워 하는 동물은 오리라는 것, 너구리는 자기 키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지면 즉사 한다는 것 등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또한 너구리는 조작성, 오락성, 중독성, 음악 및 효과음, 그래픽 등 어느 하나 흠잡을데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기 땜시 갤러그 이후 이렇다할 이슈를 만들지 못해왔던 오락실에 다시금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그간 남성들만의 점유공간으로 여겨져왔던 오락실에 꽃미녀들을 대거 방문케 하는데도 큰 일조를 하였었다.

그런데... 이런 추억들을 되새기며 고증팀이 구해온 너구리를 실행 시키는 순간. 본기자는 또다시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돌아온... 너구리...

그렇다. 너구리만은 오리지널 버전을 구해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본기자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 버리고... 화면에는 돌아온 너구리 라는 제목의 얄닥꾸리한 타이틀이 내걸려 있었다. 럴수... 너구리 98도 아니고 뉴 너구리도 아니고 돌아온 너구리라니... 그렇다면 대체 너구리는 그동안 어디에 가있었단 말인가. 어딜갔다 이제야 돌아왔다는 얘기인가...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너구리가 자의로 오락계를 떠난 것이라면 이는 오락계에 대한 너구리의 심각한 배신행위로 응징이 불가피하나, 만약 타의에 의해 어쩔수 없이 사라졌던 것이라면 그 배후조직을 철저히 찾아내어 너구리 없는 세상을 살아야만 했던 아이들의 잃어버린 꿈과 희망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의문을 풀기위해 본기자는 몇 일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또다시 연구에 몰두 하였다. 너구리가 오락실에서 자취를 감췄었던 1985년부터 현재까지의 전 세계 기상변화와 인구밀도 증가율, 콘돔 소비율 등의 자료들을 열심히 독파하고 추측 가능한 모든 상황을 대립시켜 본 결과... 드뎌 다음과 같은 몇가지 가정을 이끌어 낼수 있었다.


 농심 납치설 : 가장 신빙성 있는 설로서, 당시 너구리가 아이들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을 간파한 라면회사 농심이 비밀리에 너구리를 납치 감금후 자회사 제품 모델로서의 활동을 강요 했다는 설 되겠다.

이를 뒷받침 하는 자료에는 농심의 너구리 캐릭터 얼굴이 어쩐지 어둡고 수심에 가득차 있으면서도 무언가 호소하는 듯 보이는 점, 너구리 라면이 생산 중단되자마자 돌아온 너구리가 제작 되었다는 점 등의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가장 충격적인 증거자료는 바로 이 돌아온 너구리 게임 속의 너구리가 앵두가 아닌 다른 것들도 먹어 치운다는 점이다. 직접 해보시면 알겠지만 두판째로 넘어가면 앵두가 아닌 오징어 를 먹는 쇼킹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실수 있다.

오징어... 농심 제품에 들어가는 주 재료중 하나가 오징어라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농심의 음모라 보여진다.


 성형수술 설 : 이 역시 직접 게임을 해본후 내린 추측중 하나가 되겠다. 과거의 너구리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금방 눈치 채시겠지만 예전 너구리는 눈이 있는 듯 없는 듯 점 한 개 찍혀있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근데 지금의 너구리는 어떤가. 눈이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다가 반짝반짝 무슨 순정만화 주인공 눈처럼 생겨먹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과거 자신의 작은 눈에 극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너구리가 새우눈 쩜눈이 등등의 비웃음과 멸시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홀연히 오락계를 떠나 쌍커풀 수술을 마친후 돌아온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가업 계승 설 : 어쩌면 너구리에게 심각한 인권침해 및 명예회손이 될지 모르는 조심스러운 설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의 돌아온 너구리는 과거의 너구리 본인이 아니라 그 자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를 뒷받침 해주는 자료에는 돌아온 너구리의 놀라운 점프력을 들수 있다.

역시 직접 해보시면 알겠지만 과거에는 못 한개를 겨우 뛰어넘을까 말까한 실력 이었으나 지금은 못 세개를 세워 놓고도 거침없이 훌쩍 뛰어 넘는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하고 근력을 발달 시켰다 해도 타고난 숏다리는 어찌할수 없는 법. 또한 위에 언급했던 순정만화틱한 눈까지 연계하여 생각해 보면 돌아온 너구리는 과거 오리지널 너구리의 딸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만약 이 설이 맞다면 과거의 너구리, 즉 현재 돌아온 너구리 의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또 그 부인은? 이쯤에서 또 하나의 추측이 가능해 지는데... 현재 롯데월드에서 활동중인 부부 너구리... 음... 더욱 깊이 파헤쳐 보려면 아무래도 본지역사고증팀을 또 불러야 할 것 같다. 담으로 미루자.

암튼 여러가지 의문점을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지만 일단 너구리가 돌아오긴 돌아왔으니, 소시적의 추억을 회상하며 빙긋 웃고계실 독자분들... 망설이지 말고 다운 받아서 해보시길 권한다.

아! 또 하나, 이 돌아온 너구리는 자랑차게도 울나라 대학생 프로그래머들의 작품이다. 박수 함 쳐주고 넘어가자. 짝짝짝.





이로서 미흡하나마 추억의 옛 게임 네가지를 발굴 분석해 보았다. 이번 발굴로 인해 그간 오락문화의 아웃사이더로 슬쓸한 여생을 보내고 계셨던 넥타이 분들께서 다시금 어릴 적의 엽기 동심과 명랑 생활패턴을 되찾으셨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또한 이외의 추억의 게임들을 소지하고 계신 분들께서는 21세기 명랑오락문화 발전을 위해 즉각 사정없이 본지로 자료 보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 잼있게 노시라. 이상. 



-  딴지 엽기 연애부 대표기자 겸 그룹 비서실장
이드니아 콘체른 ( edenia@ddanzi.com  )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