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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게이가 쓰는 동성애론 (2)

1999.8.02.월요일
지극히 평범한 구야


나는 대한민국의 당당하고도 뻔뻔스러운 게이 김현구. 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 호에도 글을 쓰게 되었지. 먼저 E-mail과 본인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박수와 격려를 보내준 73명의 독자들에게 감사 드리는 바이고, 시간낭비 해가며 욕설을 퍼부어 준 4명의 시비꾼들에게는 삼가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딴지독투 쪽은 통계를 못 내봤어. 다른 글들이 하두 많이 섞여 있어서... 자~ 그럼 야그를 이어 가야지. 지난 호에서 어디까지 썼더라?





 <또하나의사랑> 출항하다.

첫 소식지 발간 후 나는 소식지 제작팀에 합류하게 되었지. 두 번째 소식지를 만들면서 우리는 하이텔에 작은 모임 개설신청을 했어. 하이텔에서는 물론 요상한 핑계를 대며 뺀찌를 놓더군. 그렇다고 물러설 우리가 아니었지.


멜 보내고 전화질 해대고 조르고 협박하고 해서 96년 2월 16일에 <하이텔 동성애자 모임 또하나의사랑>이 역사적인 출항을 시작했지. 난 얼떨결에 부시삽을 맡게 되었지.


물론 첫 출항은 그리 순조롭지는 못했어. 하이텔의 플라자란과 <또하나의사랑> 게시판은 발칵 뒤집혔고 한바탕 전쟁이 시작되었어. 게다가 신문들까지 가세해서 우리를 마구 공격해 대었지.


그래도 우리는 악착같이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지켰어. 우리가 물러설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거야. 우리는 범죄자도 아니고 사회악도 아니며 진보의 가면을 쓴 희한한 주의주장에 의해 파생된 일종의 성적 유행에 휩쓸려 다니는 사람들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지.


우리는 저마다 거부할 수 없는 타고난 성향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런 우리가 PC 통신에 모임을 못 만들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겠니? 암튼 <또하나의사랑>은 사회의 드센 방해를 받으면서도 사이버공간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어.


<또하나의사랑>은 그동안 숨어서 혼자 고민만하던 동성애자들에게 큰 위안처가 되었어. 무엇보다 숨어 있던 그들에게 편안하게 동성애자 사회를 접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확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지.


동성애자들이 자신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극장이나 게이바 같은 어둡고 은밀한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셈이야. <또하나의사랑>은 통신상의 활동 뿐 아니라 타 동성애자 단체와의 연대, 동성애자 인권을 위한 여러가지 장외 투쟁, 대학 강의실 등에서의 대규모 정기 모임 등을 통해 동성애자들이 용기를 가지고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지.


<또하나의사랑>이 출항하는 시기에 구야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어. 그 사람은 그 동안 지쳐있던 내게 많은 위안과 위로가 되었지. 그리고 내가 용기를 가지고 활동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 하지만 작년 여름 난 그 사람과의 2년 반 동안의 만남을 접어야만 했어. 왜 헤어졌냐고? 성격차이 때문이지. 니네들도 성격차이 때문에 헤어지고 이혼하고 그러잖아. 우리도 똑같아. 우리라고 뭐 다를 줄 알았니?


그렇지만 그 사람은 아직도 늘 나를 지켜 봐주고 내가 하는 일에 많은 힘과 도움을 주고 있지. 그리고 그 사람은 아직은 숨은 활동가이지만 그 사람이 활동을 시작하면 나도 그 사람이 하는 일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고.


 구야가 드러내기를 시작하다.


97년도에 구야는 동호회활동을 쉬었지. 그러던 중 구야는 주위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를 시작했어. 좀더 어려운 말로 "커밍아웃"이라고 하지. 친구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구야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구야의 가장 큰 부분을 숨기고 싶지가 않았어. 물론 그들에게는 큰 충격을 안겨 주었지만 그래도 난 내 삶을 찾아야 했어. 내게 있어서 그 누구의 삶보다도 내 삶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지.


그 사람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가 성정체성이야. 그것이 사회에서 용인되는 방식인 이성애자들은 도저히 그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괴로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거야. 하여튼 난 나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이제는 드러내기로 마음 먹은거야.


친구들은 물론 동성애를 이해하지 못해. 하지만 그들은 구야를 믿지. 그렇기 때문에 내 성향과 내가 하는 일을 지켜봐 주고 있어. 가끔 같이 술을 마시면



" 너도 장가가서 마누라랑 자식새끼 데리고 동창회에 같이 나오면 좋으련만.."


하고 딴지를 걸기는 하지만...


가족들은 아버지만 제외하고 다 알고 있어. 아버지는 지금 내 상황을 이해하기엔 연세가 너무 많으시고 또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이 아니거든. 그래서 아버지께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지. 나머지 가족들은 이해 반 포기 반 상태이고.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자신이 직접 겪고 있는 일이 아니면 그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


98년도에 난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 <또하나의사랑> 대표시삽직과 동성애 전문지 <버디>의 편집위원 일을 하면서 난 이제 내 주위가 아닌, 보다 큰 사회에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지. 물론 나도 아무 거리낌없이 드러내기를 한 것은 아니었어.


처음 한국일보에 기사가 나갈 때는 정말 갈등이 많았지. 그래서 그 때는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나갔었어.


그 후 SBS의 뉴스추적 <양지로 나온 동성애>에 출연할 때는 조금 대범해 지려 했지만 공중파의 위력이란 게 무시할 수 없는 거잖아. 그래서 여전히 주저하게 되더라고.


그런데 역시 공중파의 위력이란 정말 대단하더군. 방송이 나간 후 우리 형수님은 시장에서 만난 교회 집사님으로 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


" 세상에.. 그런 시동생이랑 어떻게 같이 살어? "


그래서 난 교회를 떠났어. 그렇다고 하나님을 떠난 것은 결코 아니야. 교회라는 건물 안에 모여서 쓰잘데기 없는 수다로 소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지. 그런 사람들이 싫은 거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지로 나온 동성애>는 그동안 방영되었던 동성애 관련 프로그램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진일보한 관점에서 동성애를 다뤘어. 물론 100%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성애자들로 부터 열열한 지지를 받은 프로그램이었지.


암튼 난 그 후 간뎅이가 부어서 여기저기 얼굴을 팔고 다녔어. 왜 그랬냐고? 각종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가면 사람들은 나를 보고 무척 당혹스러워 하지. 그 이유는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 보다 내가 너무 평범하기 때문이야. 난 그런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니네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싸고 숨쉬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던 거지.


올해는 <또하나의사랑> 대표시삽 임기가 끝나서 <버디>의 편집위원직과 내 홈페이지인 <구야의 퀴어랜드> 운영에만 전념하고 있지.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구야

내 소원은 결혼을 하는 것이야.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끊기지 않는 사랑을 나누며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지. 하지만 사회는 그런 나의 사랑을 용인하지 않아. 사회는 나에게 늘 변태, 정신병자라고 손가락 질 하고 내 사랑을 짓밟고 있지.


제도적으로도 내 사랑은 아무 것도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어. 혼인신고도 의료보험도 연금도 그 어떤 것도.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가 없지. 사회는, 구야 개인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타고난 천성에 부합되며 평범한 생활을, 변태적이며 비정상이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취급하고 늘 거부를 해대지.


한마디로 난 이 사회에서 법법자 이상가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야. 법법자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보호를 받는 데 말야.


하지만 구야는 계속 싸울 꺼야. 아무리 반대한답시고 난리를 뽀개고 설치고 다녀도 동성애는 엄연히 존재해.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하고 그리고 미래에도 분명히 존재해.


니네들이 욕하고 반대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하나도 없어.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구야는 더 당당하고 뻔뻔스럽고 니네들이 설치는 것보다 훨씬 더 설치고 다닐 꺼야.


내가 많은 것을 원하는 거니? 난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인간답게 살 권리.. 겨우 그것만 주장하는 건데?


 


지극히 평범한 구야 ( ddolove@netian.com )
구야의 퀴어랜드 http://my.netian.com/~ddolove
동성애 전문지 버디 http://www.buddy7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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