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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의학] Episode 1 - 찢어지는 아픔

1999.8.02.월요일
엽기의학부 논설우원 심정석


본 우원의 글이 연재되기 시작한지 어언 8개월. 찢어지는 아픔을 절규하던 독자들의 무수한 목소리들을 저버릴 수 없어 마침내 이 글을 쓴다.


치질... 아아 씨바. 이것은 슬픔이요 한이다. 그 모든 아픔들을 혼자만 간직한 채 멀쩡한 척 살아야하는.. 한.. 바로 그 자체이다. 민족의 정서 한과 닿아있는 그 이름 치질. 여기서 한번 더 외쳐보자. 씨바~~


왜 뜽금없이 신파극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치질이 뭔지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은 눈물 없이 이 글을 읽을 수 없다. 그리고 안다. 씨바가 왜 튀어나오는지. 그렇다. 이번엔 치질이다.





 치질의 종류


치질에도 종류가?


그렇다. 똥꼬라고 우습게 생각해선 안된다. 똥꼬에도 버라이어티 한 병이 있으며, 우리가 뭉뚱그려 치질이라고 부르는 병도 사실은 서로 다른 세 가지의 병이다. 그 넘들의 이름은 각각 치핵, 치루, 치열이다. 무슨 마루치 아라치 삼총사같군.


자 먼저, 가장 원천적인 차이를 알아보도록하자.



a.. 치핵은 똥꼬의 혈관이 불거져 혹처럼 튀어나오는 것이다.
b.. 치루는 똥꼬 속과 피부 사이에 터널이 생기는 것이고
c.. 치열은 똥꼬자체가 그야말로 찢어지는 병이다.


아무리 쉽게 말해도 말 만으로는 상상이 잘 안될테니 그림으로 살펴보도록하자. 잘 보시라. 좀 섬뜩하지 ?












정상 똥꼬


치핵


왼쪽그림이 정상 항문과 직장의 해부도이다. 밑으로 꿇린 곳이 우리의 똥꼬이다. 다 알겠지. 다른 덴 자세히 알 필요 없고, 빨간 원으로 표시한 부분 속에 들어 있는 파란 색깔들이 정맥들이란 점을 머리에 새기고 가자. 치핵은 보다시피 정맥이 불거져서 혹처럼 튀어나온 것이다.











치루 치열 (아.. 아프겠다..)

치루는 직장 내부와 피부 바깥이 똥꼬가 아닌 새로운 터널로 연결된 상태이고, 치열은 똥꼬 괄약근이 "짹" 찢어진 것이다. 이제 다 이해가 되지? 이걸 다 뭉뚱그려서 우린 치질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서로 다른 질병들을 어쩌다 치질이라는 한 가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을까? 그거 생각해 보면 약간 우습지만 이해가 되는 얘기다. 세가지 다 똥꼬 드럽게 아픈 병이다. 근데 예를 들어 니가 양반집 대감 마님인데 치루에 걸렸다 치자. 졸라 아플 거 아닌감. 그런데 티도 못 내고 얼마나 고생이 많겠는가. 옛날에 거울도 변변치 않았을테니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사실 이거 거울이 있어도 잘 안보인다. 그렇다고 대감 마님 체면에



" 얘야. 삼월아. 본 대감의 똥꼬에 우환이 깊으니 어찌된 연고인지 살펴보고 소상히 아뢰도록 하라... "


이럴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저 씨바 졸라 아프네 그러면서 살았겠지. 그러다가 말이다. 옆집 김대감이 집에와서 장기를 두는데, 김대감은 치열이 있었다 치자. 둘이 방석깔고 앉을려는 데 뭉기적거리는 폼이 가만보니 너랑 똑같았다 쳐봐라. 졸라 반가울 것 아닌가.


아니 김대감도? 허허. 우린 같은 병을 가진 동지구려. 그러면서 껄껄 웃고 악수를 했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치열이고 치루고 똥꼬 아픈 병은 다 같은 병 취급을 받았을 것이란게 본 우원의 생각이다. 그럴 듯 하지 아니한가. 아님 말고.


 치핵


일반적으로 치질 삼형제 중에서 치핵이 제일 많기 때문에 치핵을 기준으로 함 설명해 보자.


치핵이 왜 생기느냐?


이건 아까 얘기한 정맥과 관계가 깊다. 정맥은 원래 동맥에서 들어온 피가 다 사용되고나서 심장으로 되돌아 가는 길이다. 근데 말이다. 옆의 그림을 함 음미해 보라. 가슴께의 세모난 보라색 기관이 폐이고, 그 속에 고구마처럼 생긴 기관이 심장이다.

아시다시피 심장은 온몸으로 피를 쏘는 강력한 펌프인데, 복잡한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처럼 똥꼬는 심장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다.


이건 무슨 얘기냐하면 심장에서 가까운 조직들은 펌프질이 쉭쉭 되지만 똥꼬처럼 멀리있는 장기는 펌프질이 질질... 이렇게 된단 얘기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단 도착한 피는 정맥을 통해서 심장으로 되돌아가야하는데 똥꼬는 그 되돌아가는 길도 제일 멀다. 길이 멀기만 한게 아니라, 중력을 거슬러서 올라가기까지 해야 한다. 그럼 들어오는 힘도 비실비실한데, 갈길도 멀고, 중력까지 이기고 가자면 힘이 많이 들게 당연하겠다.


결국 똥꼬에서 심장까지, 이만한 높이의 혈액이 물기둥처럼 서 있는 형국이 되는 것이고, 결국 수압이라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럼 이 수압은 어디로 미치는가? 그게 바로 첫 번째 그림에서 보여준 빨간 동그라미 속에 들어있는 정맥이 되는 것이다.


이 정맥 되게 힘들겠지. 그치? 평생 수압을 견디면서 살아하니까. 그렇다. 실제로 힘이 많이 든다. 이 힘을 견디다 견디다 못 견디게 되면, 치핵이란 게 되는 것이다. 즉 치핵은 정맥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늘어나버리는 병. 이렇게 정리가 되겠다.











외치핵(숫치핵) 내치핵(암치핵)

근데. 아까 첫 번째 그림에서 빨간 동그라미를 두개 그려 둔 걸 보셨는가? 생각 안나면 얼른 스크롤해서 올라가 봐라. 다 아는 척 하고 앉아있지 말고. 중요하니께. 보니까 정말 정맥을 두 개 표시해 놨제?


그렇다. 그 중에서 속에 있는 넘이 불거지면 내치핵. 혹은 암치핵이라고 그러는 것이고, 밖의 것이 불거지면 외치핵, 혹은 숫치핵 이라고 그러는 것이다.


일부 마빡 회전이 빠른 독자 중에는 그럼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암치핵은 밖에서는 안보이겠네? 캬. 머리 좋다. 그렇다. 요기 그려 놓은 그림대로라면 밖에서는 아무리 똥꼬를 쳐다봐도 보일 수가 엄따.


벗트 그러나 이런 게 있다. 치핵이 처음에는 조그맣게 생기지만 오래 놔두면 당연히 점점 커진다. 커지다 보면 똥꼬 밖으로 대가리를 삐죽 내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래 그림의 2도만 넘으면 밖에서 봐도 치핵이 보인다.












뭐. 의사도 아닌 여러분들께 더 세세한 얘길 하고 싶진 않고, 이 것만은 알아두시기 바란다. 치핵이란 거. 놔두면 점점 심해지는 거니께, 챙피해하지 말고 얼릉 병원가야 하는 것이다. 요즘 의사들도 밥 벌어 먹기 힘들어서 어쩌다 환자오면 디기 반가와 한다. 그러니 당신네들 똥꼬에 뭐 달렸다고 면박을 주진 않을 것이다. 아직도 그런 의사가 있다고? 씨바 그럼 그 병원 가지 마. 병원이 어디 한두갠감.


그러니 치핵이 있으신 분은 병원에 가 봐라. 이러구서 관두면 정말 섭섭하겠제. 예방을 어떻게 하고, 치료를 어떻게 하느냐. 요걸 말해줘야 만족할 것이 아닌감. 좋다. 더 가자.


 예방


 먼저 예방.


지금껏 얘기한 것 처럼 치핵이란 것은 정맥이 압력을 많이 받아서 생기는 병이다. 그럼 예방책이란건 항문에 미치는 압력을 되도록 덜하게하고,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되겠다.


1. 변비를 잡아라.



변비? 이거 치질의 절대적인 적이다. 그냥 서 있는 수압만으로도 정맥이 못 이겨서 불거지는데 응가한다고 배에다 힘을 준다? 오 마이 갓. 이 힘 고대로 똥꼬에 치받친다. 그럼 정맥은 된통 불거지게 된다. 안되겠지?


2.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먹을 건 먹어라.



본 우원이 다이어트에 대한 글을 한참 연재할 때, 이런 메일을 보낸 남자가 있다.


" 왜 여자들만 보라고 글을 씀까. 남자들을 위해서 치질에 대한 글을 써 주십쇼."


이 남자. 여자들은 전부 천사요, 공주라고 믿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여자들 다 얌전한 척 앉아 있지만 알고 보면 똥꼬에 이거 달구 다니는 사람 꽤 있다. 이 여자. 행여 다이어트 한다고 변비 만들면 큰일난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김치, 야채 등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한다.


3. 술을 끊어라.



경험적으로 아는 사람도 많겠지만 치질있는 사람 술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죽음이다. 이 타격 오래간다. 술. 치질의 천적이다.


4. 운동을 해라. 자주해라.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 앉아 있는 내내 항문의 정맥은 수압을 이고 있어야한다. 직립보행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그래서 치질이란 병을 얻었지만... 참고로 개, 고양이 같은 네발 짐승은 치질이 없다. 왜? 똥꼬나 심장이나 거의 같은 높이에 있으니까.



근데 왜 운동을 하라는 것일까? 운동은 혈액순환을 원활히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운동으로 정맥에 고여있던 피를 쫙! 순환시키고 나면 치질에 정말 좋다. 그렇다고 너무 격렬한 운동은 하지 말고. 힘쓴답시고 배에다 힘주면? 어떻게 되는지 이제 알겠지?


5. 돌팔이 만났다간 큰일난다.



한때는 이것도 야매장사가 있었다. 늘어진 정맥에다가 약품을 발라 지져 버리는 시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거 잘못했다간 똥꼬가 통채로 늘어 붙거나 굳어 버리는 수가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는줄 아는가? 똥꼬가 제구실을 못해 질질 새거나 막혀버린다. 할 수 없이 장을 짤라 배에다가 인공 항문을 만들어야한다. 평생말이다. 의학전문용어로 조땐다.


 치료


다음에 치료.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문제는 수술 말고는 똑부러진 방법이 없다는 것이고, 더 문제는 수술은 받기가 겁난다는 것이지. 일반인들이 제일로 많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는 좌욕과, 그리고 약을 바르는 것이 있겠다.


이 방법들은 증상을 완화시키고, 혈액 순환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초기에나 적용해 볼 일이지 3기 넘어가서 덜렁거리는게 달려 있는데 그냥 약 바르고 좌욕하는 걸로 버티려다간 큰일난다. 나중에 빈혈이 생길만큼 피가 많이 나는 수도 있다.

좌욕에 대해서 한마디. 일반적으로 좌욕 그러면 목욕탕 바닥에 대야를 놓고, 따땃한 물 받아서 주저 앉아 있는 걸 생각한다. 근데. 그 자세 치질에 안 좋은 자세이다. 그렇게 쭈그리고 앉으면 자연히 똥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가? 이거 치질에 적 아니던가. 그러니 이제 좌욕도 현대적으로 하기 바란다.











이렇게 아니면 이렇게..

그럼 언제 수술을 해야하느냐? 한마디로 심하면 수술을 해야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대강 선을 긋자면, 위에서 보여준 3도 이상이면 수술할 각오를 하면 되겠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결정이므로 전문의와 상의해야만 한다. 절대 돌팔이 찾지 마라.


요즘 신문 열심히 본 사람들이면 치핵 치료에 획기적인...어쩌구 하는 얘기를 보셨을 것이다. 입원을 안해도 되고, 아프지도 않고.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조건을 갖춘, 그런 치료법이 나왔다는 뉴스말이다.


솔직히 항문치료 전문의가 아닌 본인이 새로나온 방법이 어떤지까지는 말해주기가 좀 곤란하다. 근데. 이 말만 하겠다.


제일 앞에 가지 마라.


의사들끼리 디게 자주 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끔까지 치핵에 비해 소홀하게 다룬 치루와 치열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


 치루



치루는 아까 보여준대로 직장속이랑 피부 사이에 터널이 형성되는 병이다. 그림을 보면 짐작이 가겠지만 똥고 자체보다는 그 바로 주변에 구멍이 생기고 그리로 지저분한 고름 같은 것이 나오는 병이 되겠다. 이넘은 내버려 두면 절대 안된다.


터널이 곳곳으로 가지치기를 해서 더 복잡해 지면 수술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10년이상 방치했다간 거기에서 암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 정말 큰일나지. 자살을 하고 싶더라도 이 방법은 택하지 말기 바란다.


 치열



말 그대로 찢어지는 것이다. 찢어지는 제일 흔한 이유는 며칠 동안 못 봐서 딱딱하게 굳은 대변을 있는 힘을 다해서 밀어내는 것이다. 이거 이러다 한번 찢어지면 그야말로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데 한번 당하고 나면 그 담엔 똥누러 가기가 두려울 정도이다.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되도록 참으려 들겠지. 그럼 도로 변비가 생길 것이 아닌가. 그럼 이거 누다가 더 찢어지고... 으으흑. 생각하기도 두렵다.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찢어지는 걸 급성 치열이라고 하고, 계속 찢어지고, 더 찢어지고를 반복하다가 염증 생겨서 고름도 나고 낫질 않는 경우를 만성치열이라고 한다. 급성치열은 아마 경험해 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다행히 급성치열은 아까 말한대로 좌욕을 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설사을 유발시키는 약을 일부러 먹어서 변을 묽게 만들어 며칠을 지내면 큰 부작용 없이 나을수가 있다. 그러나 만성치열은 수술을 해야한다. 수술 성공율도 치핵이나, 치루보다 높다.


이리이리해서 치질얘길 거의 다 한듯 싶다. 아.. 피곤타. 병원일 재껴놓고 썼다. 그러나, 명랑똥꼬 이룩된다면 이 한몸 무엇이 아까우리.


민중똥꼬 만세 !


- 엽기의학부 논술우원
심정석 ( simjsmc@medikorea.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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