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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환자들의 권리

1999-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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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8.월

노땅 샐러리맹꽁이인 모창투사 아날리스트 겸

딴지갱제부 제1호 정식기자, 욕재이 용



얼마전 엠뷰시 뉴수데수크에 짤막한 가십성 기사가 흘러나왔다. 지난 94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이 된 사람이 지난해 10월 법적으로도 여성임을 인정해 달라며 법원에 성별정정신청을 했으나 의정부 지원은 해부학적 구조를 바꾼 것만으로는 여성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는 내용이었다.

가끔씩 르포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전환자의 삶이 소개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밋거리로 보고 잊어 버리는게 일반적이다. 이번 판결에 대한 뉴스 또한 이런 재미있는 일도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고 그 중 몇몇은 측은한 마음이 혀를 찼을 것이며 또 어떤 이들은 재수없다며 역겨워했을 것이다.


외눈박이 원숭이들이 사는 나라에는 두 눈을 가진 원숭이는 병신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마당에 두 눈 가진 원숭이들이 사는 나라의 외눈박이 원숭이는 오죽 서러우랴.


어느 시대나 국가를 막론하고 소수에 대한 편견과 핍박이 항상 존재했으나 한국과 같이 유별난 곳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소수에 대한 편견은 비단 한 분야에 걸쳐진 현상은 아니다. 요즈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의 왕따를 비롯하여 경제계에서의 정부의 독단적인 운영에 협조하는 않는 기업 또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등 모난 돌이 받는 수난은 모난 돌이 사회에 끼치리라 예상되는 해악의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성전환 허용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은 사회의 일반규범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판사의 사고가 얼마나 편협하며 우리 사회가 개인의 행복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위 여장남자들로 불리는 성전환증 환자(transsexual이라 하는데 이하 트랜스라 하자)들은 남자로 태어나되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성전환자들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면 미국 AOL의
성전환자모임 창립자 Melanie
의 "
A Transsexual Diary"
를 읽어보시라..


불행히도 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트랜스가 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잘못 태어난 사람이다. 비록 남자의 모양을 하고 태어났으나 여자라고 생각하고 여자로 살아가면서 기쁨을 느낀다.


이들은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몸은 남성, 정신은 여성으로 수십년을 살아간다.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 없음은 당연하고 주민등록번호가 남자임을 드러내기 때문에 운전면허도 발급받기 어렵다. 가족들조차 제대로 대할 수 없는 이들은 또 다른 인권의 사각지대이다.


가난한 자는 가난한대로 적으나마 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항상 인권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올려지는 소위 양심수들은 그나마 주위의 사랑과 스스로의 자부심이 삶을 지탱하게 한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트랜스의 삶은 단지 고정화된 사회관습 때문에 힘겹기 그지 없다.


사회가 이러한 소수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혜택은 그들이 불편함을 최소로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본기자는 법원이 성별정정신청을 기각한 정당한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 혹시 신청을 받아들였을 경우 무분별하게 성별정정이 이루어질 것을 걱정했다면 그야말로 기우라고 할 수 있다.


성별정정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해부학적으로 여성이 되었다고 해서 여성임을 인정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을 충족시켜야 여성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요리를 잘해야 되는가.


해부학적 요인을 제외하고 점점 더 성별의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가사와 직장의 구분이 무너져 가고 있으며 출산이라는 여성만이 가진 능력 또한 여성의 선택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 사회가 원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이라는 관점에서 2세를 생산할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성전환한 트랜스만한 여성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다수가 소수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들지만 우리는, 특히 다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양성을 인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수를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기에는 사람은 너무 편협되고 주관적이다. 다만 이해는 하지 못하더라도 그 존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다수에 속하는 사람 그 누구라도 어떤 면에서는 소수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의정부지원에 성별정정신청을 한 트랜스는 참으로 어려운 행동을 했다. 나는 그가 (항고인지 항소인지 모르지만) 계속 싸워주길 바란다. 혹시라도 그의 소송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모임이 있다면 기꺼이 작은 돈이라도 기부할 생각이다...



 


- 노땅 샐러리맹꽁이인 모창투사 아날리스트 겸
딴지갱제부 제1호 정식기자, 욕재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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