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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니아 콘체른 추천0 비추천0






1999.1.18.월

외도에 맛들린 엽기과학부 애정행각파트 이드니아 콘체른



미니토끼라고 들어보셨나?


최근 토끼해를 맞아 애완동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손바닥만한 토끼들. 얘네가 바로 미니토끼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라면상자에 요 미니토끼들을 넣어 팔고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수있으며 특히 뇨자분들의 경우 얘네들을 함 보고나면 넘 귀엽다고 팔짝팔짝 난리를 쳐대다가 기어이 한마리 사고야 만다. 물론 잘 키워보겠다는 굳센 다짐과 함께.


근데 이상한건 요렇게 길거리에서 사온 토끼들이 대부분 이틀도 못가 죽고만다는 사실이다. 온갖 정성을 쏟아부으며 살려보려고 아둥바둥 해바도 결국은 헛수고로 끝나 버린다. 요렇게 키우던 토끼의 죽음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던 쥔들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 하루종일 울거나 아예 시름시름 앓아 눕는다. 이러다 사람 잡는다.


씨바, 도대체 이유가 뭔가? 병에 걸린것도 아닌데 왜 이 토끼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건가? 평소 이런거에 한번 궁금증 생기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밝혀내야만 원활한 배변이 가능하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아왔던 본지 기자단은 언제나 그렇듯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길거리 토끼들에 대한 열렬한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마침내 요거 분명 비리가 있다 라는 결론을 내린 기자단은 젤 만만한 꼬붕기자 이드니아 콘체른을 길거리로 급파, 미니토끼들에 대한 비리를 까발겨내라는 밀명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과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비리들을 알아내고야 말았으니...
씨바. 본지가 아니면 누가 이 가여운 토끼들한테까지 신경써주랴.


지금부터 길거리 토끼에 대해 까발려 본다.





 길거리 토끼들의 정체


얘네를 함 보신분은 알겠지만 솔직히 너무 귀엽다.


손바닥보다 작은 토끼들이 귀를 쫑긋거리믄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데 정말 비명이 나올정도로 이쁘다.


게다가 토끼파는 아줌마나 아자씨들이



"요거 외국서 수입해온 미니토끼라는 새품종 인데요. 깔끔하고 똑똑하고 또 얼마나 얌전한지 어쩌구..."


이러면서 온갖 칭찬을 다하는데다 가격도 만원대밖에 안하기땜시 구매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대단히 힘들다.


바뜨 이제 진실을 알려준다. 얘네들은 미니토끼가 아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니토끼 라는 종자는 지구상에 없다.

소문으로는 주머니속에 쏙 들어가는 조그만 토끼가 있다느니 어쩌니 하지만 본기자가 직접 애완동물 가게와 동물병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알아본 결과 실제로 그렇게 작은 종자의 토끼는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럼 길에서 팔리는 얘네들은 왜 작은가? 씨바. 우리는 졸라 단순한 생각을 몬하고 있었다. 얘네들은 생후 10일에서 20일정도밖에 되지않은, 아직 젖도 떼지않은 어린 애들 이었다. 종자가 특수한 미니토끼라서 작은 것이 아니라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당근 크기가 작은 것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넘들도 다 자라면 거의 왠만한 똥개정도의 육중한 크기가 된다.

함 상상해보라. 덩치는 왠만한 애완견보다 더 큰 넘이 지축을 울리는 뒷발소리와 함께 온 집안을 헤집어놓는 상황을. 만만치 않다.


토끼는 일반 포유류와는 달리 아주 어릴때부터 성체의 모습을 거의 갖추고 있기땜시 일반인들은 요게 어린넘인지 다 큰넘인지 구별할수 없다고 한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한 일부 악덕 판매상들이 길거리에서 어린 토끼들을 팔고 있는 것이다.


또 얘네들은 일반 집토끼와 달리 알록달록 색깔이 예쁘기때문에 정말 미니토끼라는 종자처럼 보일 수도 있어 속는 경우도 많다. 바뜨 이는 외국산 토끼의 사이에서 교배에 교배를 거쳐 태어난 잡종이기 때문에 그러할 뿐이다.


요즘 울나라의 왠만한 토끼농장에 가보면 옛날 시골에서 키우던 잿빛 집토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요 잡종들이 판을 치고 있다. 암튼 길거리 토끼들은 미니토끼가 아니라 어린 토끼라는 사실을 일단 염두해두기 바란다.


 그럼 이 토끼들은 어디서 데려오는가?


여기서 엄청난 비리 하나를 까발겨 주겠다. 잘보시기 바란다.


본기자가 죽음만 빼고 다 각오한채 이 세계로 졸라 파고 들어가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현재 울나라에 성업중인 애완동물 가게와 수족관들의 90% 이상이 토끼 판매에 대해 소위 계약사육 이라 불리우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계약사육이란 애완동물 가게에 토끼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찾아오면 "몇일 후에 도착하니깐 몇일 후에 오세요" 라는 식으로 일단 돌려보낸 후 어느 정도 구매자를 확보하면 자신들과 계약을 맺은 소규모 토끼농장에 연락하여 생후 20일 정도의 작은 토끼들을 한꺼번에 데려와 판매하는 것이었다.


본기자가 귀찮게 왜 그런 체제를 운영하느냐고 묻자 얼굴에 철판을 깔은 듯한 모 애완동물 가게 쥔아자씨는 "미리 데려다놓으면 당연히 죽어버리기 때문에 시체 처리하기가 곤란해서" 라고 답해 주었다. ( 이 순간 본기자는 들고있던 필림통을 쥔아자씨 콧구녕에 밀어넣을 뻔 했다)


이런 씨바할 넘들. 그러고도 동물을 사랑하자는 뻔뻔스러운 구호를 내뱉으며 애완동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애완동물 가게로 넘어오는 어린 토끼들 중 팔리는 것은 30%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죽는다. 하긴 팔려도 죽는건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쉽게 죽는지는 나중에 알려준다) 최근에는 그나마 공급이 딸려 아예 독일 등지의 외국에서 토끼를 수입해오는 곳도 있었다. 바뜨 얘네는 장거리 여행을 견뎌내야하기 땜시 생후 50일 정도된 성체를 수입해오는 경우이며 당근 덩치가 크기 때문에 정말 토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사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또하나 밝혀낸 비리가 있다. 본지를 위해 자진해서 제보를 때려주신 모 수의사님은 ( 이름 밝히면 이 세계에서 매장당한다고 빼달라 했다. 그래서 안 밝힌다) 외국서 수입해오는 토끼들은 체내에 전염병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심할 경우 수송 도중 집단 폐사하는 일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스트레스를 잘 받는 토끼들이 장거리 여행을 견딜수 있도록 하기위해 현지에서 강한 마약성분의 약품을 투여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씨바. 이거 점점 문제가 심각해 진다.


 어린 토끼들은 왜 잘 죽는가?


이점에 대해 졸라 자세히 밝혀내고자 본기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토끼에 대한 전문적인 사이트를 운영중인 권태억씨 (한성 동물병원 원장, my.netian.com/~Vetopia)를 직접 찾아가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내었다.


 토끼의 자연폐사
보통 토끼는 생후 50일까지 어미의 젖을 먹어야만 그나마 건강히 자랄 수가 있다. 자료에 의하면 생후 30일 이내인 어린 토끼들의 자연 폐사율은 거의 절반에 달한다. 길거리 토끼들은 평균 생후 10일에서 20일 정도인데다가 젖도 채 떼지 않았기 때문에 폐사율은 더욱 높은 80%에 달한다. 열마리 중 여덟마리가 그냥 죽는다는 얘기다. 자연 폐사율이 이 정도인데 거기다 심한 스트레스와 환경 부적응까지 겹쳐지면 거의 살아날 가망이 없다.


 토끼의 특이한 체질
어린 토끼들은 소화기관이 덜 발달되어 일반적인 토끼먹이 (배춧잎, 채소)를 전혀 소화하지 못한다. 이런 먹이들에 포함된 수분이 심한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출혈성 장염에 걸려 100% 죽고만다. 요거 잘 알아두시기 바란다. 어린 토끼들한테 채소는 독약이다. 그럼 젖을 먹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수도 있지만 얘네는 일반 우유나 시중에 유통되는 멍멍이용 분유 등도 전혀 소화를 못한다. 결론적으로 얘네가 먹을수 있는 음식은 어미 젖외에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다. (생후 30일 정도의 약간 성장한 토끼에 한해서만 건초나 고형식량등의 소량 섭취가 가능하다)


또 토끼라는 동물은 울나라 샐러리맨 아자씨들처럼 스트레스를 잘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염성 질병보다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률이 더욱 높다. 주위의 환경이 조금만 바뀌거나 먹이가 신통치 않거나 쥔이 졸라 패거나 (이건 당연한가?) 해도 스트레스를 받아 갑자기 죽는 수가 있다. 토끼는 결코 기르기 쉬운 동물이 아니다.


 토끼의 질병
앞서 말했듯 토끼는 특이체질이기 땜시 원체 질병에 잘 걸리며 사망률도 높다. 출혈성 장염 (사람으로 따지자믄 설사)이나 스너플 (사람으로 따지자믄 감기)에도 너무나 쉽게 죽어 버린다. 얘네 정말 약한 애들이다. "출혈성 장염이 과다한 수분섭취로 인해 발생된다면 물을 안먹이면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물기가 없는 딱딱한 먹이만 섭취하면 이 먹이들이 토끼의 체내 내장기관을 파고 들어가 출혈을 일으킨다. 씨바, 도대체 우짜라고 이렇게 약한건지 몰겠다.


또한 스너플도 마찬가지다. 어느날 갑자기 키우던 토끼가 콧물을 질질 흘려대면 "뭐 감기 정도겠지" 하고 무심결에 넘어갈지 모르나 토끼들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그럼 치료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겠다. 바뜨 울나라 동물병원을 다 돌아다녀 봐라. 백신 구하기가 길에서 헌팅 당하기보다 훨씬 힘들다. 외국에는 이런 질병들에 대한 백신이 어느 정도는 공급되어 있지만 울나라는 아직 토끼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않기 때문에 실험용을 제외하고는 수입되는 백신이 거의 없다. 따라서 어린데다가 질병까지 걸린 토끼라면...불쌍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전혀 가망이 없다고 봐야 한다. 혹 몰겠다. 신의 가호가 있다믄 살아날지도.


 왜 갑자기 토끼붐이 일어났는가?


기왕 파헤친김에 이것두 함 까발려보자.


도대체 왜 갑자기 토끼붐이 일어난건가? 요번 년도가 토끼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따구 평범한 생각으로는 암것도 몬한다.


그럼 왜 돼지나 용이나 말붐은 안일어났느냔 말이다. 분명 뭔가 다른 것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본기자는 철저한 수색과 탐문끝에 기어이 그 근원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근데 씨바... 막상 알아내고 나니... 이건 도대체... 울나라의 토끼붐은 어이없게도 한권의 만화책에서 비롯되었다.


코로 라는 조그만 토끼를 키우며 살아가는 어느 무명 만화가의 이야기를 그린 "당근 있어요?" 라는 제목의 순정(?) 만화인데 이 당근 있어요 는 작년 여름부터 대여점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 만화사랑 협의회 선정 98년도 최고 인기만화로 선정되었다. 


암튼 이 작품을 빌려본 만화광들 (특히 뇨자들과 고딩들) 사이에서 토끼에 대한 얘기가 점차 퍼져나가다 결국 급격한 애완토끼 붐이 일어난 것이었고 작품에 등장한 토끼가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토끼는 없다고 앞서 얘기했다) 거기에 타겟을 맞춘 판매상들이 어린 토끼들 데려다 팔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 개나 고양이와 달리 조용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울수없는 아파트나 공공장소에서의 사육이 가능했다는 점도 토끼붐을 일으키는데 주요한 작용을 했다.


 결론이다

몇번이고 강조하지만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토끼들은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는 아주 어린 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애완용 토끼의 공급이 급증하는 이유는 당근 그만큼의 수요가 따라주기 때문이다.


토끼를 하나의 생명체로 대하지 않고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따구 충동적인 구매 때문에 죄없는 어린 토끼들이 죽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비단 토끼뿐만 아니라 모든 애완동물들이 다 그렇다.


이제는 정말 단지 귀엽다거나 기르기 쉽다거나 특이하다거나 하는 조또 븅신같은 이유를 대면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애완동물을 구입하는 태도는 사라져야 한다. 그들도 숨쉬는 생명이다. 씨바, 인간이 뭐길래 다른 동물들의 생명을 호기심으로 날려버릴 권한이 있단 말이냐?


조금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면 과거 엄청난 유행을 타며 국민학교 앞에서 한마리 100원씩에 팔던 작은 병아리들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리고 이 병아리들이 시름시름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의 그 비극이, 지금 토끼로 탈바꿈되어 다시 부활하려 하고있다.


더 늦기전에 우리는 이 비극을 막아야 한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애완동물 가게 주인들도 아니요 길거리 토끼 아자씨들도 아닌 바로 우리.


길거리에서 팔든말든 안사믄 된다. 차라리 인형을 사든지 애인 밥이나 한끼 사줘라. 더 이상 우리의 작은 욕심때문에 가여운 토끼들을 죽이지 말자.


아.. 본지는 할 게 넘도 많다. 이제는 토권까지 지켜줘야 한다..


 


- 외도에 맛들린 엽기과학부 애정행각파트
이드니아 콘체른 ( edenia@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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