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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개혁방안 #2)


1999.1.25.월

음악전문 대기자 김기자



지난호에는 우리나라 방송,가요의 표절사례에 대해 다루었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방송, 영화, 가요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만연된 각종 부정, 부패 그리고 왠만한 잘못은 그냥 눈감아 주고 넘어가는 우리네 대중들의 인식과도 관련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대중문화를 올바르게 보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려는 우리들의 노력이 수렁에 처한 한국의 대중문화를 건져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눈과 귀가 가려진 상태에서 무엇을 올바로 잡겠는가?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지를 가려줄 잣대가 제대로 서지 않은 지금의 현실에서 소수만이 외치는 비판의 목소리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사례별로 논하기에 앞서서 이번 호에는 우리의 대중문화 풍토, 무엇이 잘못되어있는지 점검해본다.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녕 거짓을 일삼는 언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한국영화, 방송, 가요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들을 수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비판을 하는 척하면서도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내보내 오히려 변호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기도 한다.


우리 곁엔 수 많은 한국영화, 한국가요를 다루는 언론매체가 있다. 하지만 그 어느 한 군데서도 " 이영화는 C급이다. 이 음악은 아니다 " 라는식의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그럼 다른나라에선 어떤가? 늘 새로운 영화나 음반이 나올 때면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평론가들의 반응에 귀를 기울인다. 평론가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낸다. 극찬을 아끼지 않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물론 항상 평론가들의 시각이 맞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라고 언급한 영화나 음반이 오히려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예를 종종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 늘 평론란에는 칭찬일색이다. 모든 방화가 아카데미상 감이고 모든 가요음반이 그래미상 감이라는 식이다. 차라리 그럴바엔 평론코너를 없애는게 낫다고 본다.


본 기자가 읽던 모 영화잡지의 평론란이 생각난다.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들에 대한 평론이었다고 기억되는데 당시 외화로는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프랑켄슈타인을 다루었고 방화로는 고소용이 주연한 팔미호가 옆 란에 소개되었다.


프랑켄슈타인에 대해서 언급한것을 보면 대체로 로버트드니로의 연기력은 좋으나 그래도 한물갔다는 인상을 주며 스토리의 전개가 엉성하고 특수효과가 오히려 거슬리며 지루한감을 준다고 서술하고있다. 평점은 별 두개를 주었다 (다섯개 만점).


팔미호의 경우엔 이렇다. 한국의 카이스타와 썬씨네마가 창출한 놀랄만한 특수효과, 고소용의 연기변신... 등등 칭찬일색이고 평점란은 방화가 늘 그렇듯 아예 생략되었다. 무엇이 무서웠던 까닭일까 아니면 한솥밥을 먹는 처지라서 그런가?


자, 대중 음악란을 보자. 모 대중음악잡지의 신보코너를 들여다 보았다.


영국출신의 여성5인조 스파이스걸스의 데뷔작이 나왔을때 이렇게 평했다 "가창력과 신선함이 떨어지는 80년대 뉴키즈언더블럭의 재탕, 쇼비지니스가 창출해낸 일회용 티슈음악이다" 라고 평했다. 외국지에 실린 비판기사에 더욱더 날카로운 지적을 더했다.


그 밑에 난 한국의 여성트리오 뭘바의 신보에는 다음과 같은 평을 했다. "리더 차리너는 완벽한 R&B창법을 소화했다.


멤버전원의 뛰어난 가창력과 랩실력, 안무,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으며 이들이 올해 가요계를 석권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게 한다" 정말 팔이 안으로 굽다못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네 평론가들은 대단한 애국자들인것 같다.


두번째, 비판은 고사하고라도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이라도 속이지 말았으면 하는게 우리 언론에 대한 바람이다.


누구누구가 드디어 빌보드챠트에 올라갔네하는 거짓말은 논하기도 싫다. 클래식이나 국악부문을 제외하곤 단 한번도 순위권은 고사하고 미국에서 발매조차 된적도 없다. 작년인가 쫑알일보 문화란에 어느 영화음악가를 인텨뷰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린적이있다.


본기자에게 거슬렸던 것은 기사는 차치하고라도 그의 학력란이었다. 외국에서 영화음악으로 학사 석사까지 따왔다고 나와 있는데 말도 안되는 거짓임을 안 기자의 친구가 신문사로 항의전화를 했단다. 신문기자왈 " 우리가 일일이 어떻게 학적부를 조회합니까. 자기가 그렇다고 하면 그냥 써줘야지... "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일간지 문화부기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이러니 다른 연예관련신문이나 잡지는 안봐도 알 것 같다. 실력이 없어도 몇 줄의 거짓기사와 뻔질나게 하는 TV출연만 있으면 스타 내지는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엄청난 생각을 해본다.


물론 싸구려 신변잡기 연예신문은 외국에도 많다. 썬지가 대표적인 것인데 여기엔 마이클잭슨이 외계인이라는 둥 정말 말도 안되는 기사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들은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 단순히 재미로 알고 읽는다는 게 우리와는 틀리다. 타임지에서 그런 기사를 쓴다면 아마 얼마안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대중문화와 관련하여서는 우리 언론 모두가 그런 썬지같은 성격의 매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가수 임촹정이 국내 모대학에 특차 입학한 관계로 거의 확정되었던 미국의 최고명문대 중의 하나인 예일대 유학을 취소했지만 미련이 남는다고 하더라 라는 모 일간지의 기사를 보고 또 한번 본기자 우리언론의 황당함에 손을 들었다.


예일대가 무슨 입시학원인가? 아무나 공부 한 줄 안하고 그냥 들어가게? 본기자가 만에하나 혹시나해서 예일대 입학관계자에게 메일로 문의한 결과 한국연예인을 위한 특차입학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는 미국대학이 예일대밖에 없어서 그랬을까? 아무렇게나 꼴리는대로 말을 내뱉는 넘이나 그런다고 기사 써주는 넘이나 정말 국민들을 바보로 알기는 매한가지다.


 스캐닝제도가 없는 유일한 거대시장


우리가 히트한 한국영화를 꼽는 기준은 뭘까? 당연히 몇명이 관람했다는 식의 보도다. 많은 사람이 봤다면 당연히 히트작이란 말엔 본 기자도 이견이 없다.


실제로 한국의 개봉관은 늘 관람객의 머릿수를 세는 걸로 소위 박스오피스 순위를 정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다. 우리가 접하는 외국의 박스오피스는 관람객수가 아닌 총 관람 수입액으로 그 순위를 집계한다.


그게 뭐가 다르냐고 말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아 자세히 언급해보기로 하자. 우리의 영화나 음반 판매 모두 전산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극장표를 한장 사는 순간 박스오피스내의 티켓미터기에는 1이란 숫자가 올라가고 이 수치는 매일 중앙컴퓨터로 집계된다.


음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음반뒤에는 바코드가 있다. 폼으로 있는게 아니다. 씨디를 살때 우리는 판매원이 음반뒤에 있는 바코드를 스캐너로 읽는 것을 보게된다. 여기까진 우리도 거의 비슷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는 거기서 끝이고 외국은 각 음반의 판매숫자가 영화와 마찬가지로 중앙 스캐닝시스템으로 보고된다.


미국의 경우 R.I.A.A라는 기관이 매주 이 집계를 통계내서 플래티넘, 골드앨범을 선정하고 이것이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빌보드챠트 순위를 정하는 중요 요소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매주 박스오피스 순위를 정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빌보드지는 대중들이 보는 것이라기보단 음반,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구독하는 잡지다.


그 안엔 미국말고 전세계의 박스오피스를 다루는 란이 있는데 아시아에선 일본, 태국, 홍콩, 대만 등을 다룬다.


좀 산다하는 나라는 다있는데 전세계 영화, 음반시장 5위권인 한국은 제외되어있다.


 


홍콩이나 태국,대만은 우리보다 시장이 훨씬 작은나란데도 버젓이 집계가 되는데... 미국넘들이 우리를 무시해서 그런걸까? 본기자 뭐가 뭔지 모를 시절 빌보드에 멜을 띄워 항의를 해봤다. 담당자의 답신은 다음과 같다



" 한국은 이해할수 없는 나라이기때문이다. 거대한 시장규모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중앙집계 스캐닝시스템은 커녕 아예 그제도를 도입하는것을 거부하는 나라다. 한마디로 무슨영화가 얼마의 수익을 거두었는지 무슨 음반이 몇장이 팔렸는가에 대한 공식집계가 불가능하다 "


왜 그런걸까? 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탈세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흔히 신문에는 무슨 영화에 관객이 몇 명 대히트란 기사가 난다. 이것은 단지 기사일 뿐이고 세금신고땐 영 다르게 신고된다. 바로 잡으려고 해도 정작 몇 명이 관람했는 지는 그 영화사 사장하고 집계원 밖엔 모른다. 그래서 늘 자취를 감추는 돈이 생긴다. 어디로 가는 돈일까?


우리 국민은 그동안 문화예술진흥기금이란 명목으로 얼마간의 돈을 관람료에 추가해서 지불했다. 얼마 전 한국 영화시장에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운 타이타닉의 예를 들여다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당시 직배영화사 직원의 말



" 우리는 한국의 극장주를 못믿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개봉관마다 나가서 일일이 입장 관람객을 손으로 세었다. 졸나게 힘들었지만 할수 없었다. 저녁에야 계산기로 각 개봉관의 관람객수를 더해서 미국의 본사에 보고했다. "


만원도 안하는 계산기가 유일한 집계시스템인 셈이다. 정말 부패의 사슬은 깊고 깊다. 스크린쿼터제를 사수해야 한다는 영화인 및 극장주들의 주장도 그런 이유로 설득력을 스스로 까먹고 있다. 기회만 나면 열악한 한국영화 제작환경을 탓하고 애국심을 돋구는데 정력을 낭비하지말고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부패의 온상이 되는 제도를 먼저 스스로 고치기 바란다.


음반도 마찬가지다.


연일 신문에는 누구누구 판이 몇십만장이 팔리네 누구 노래가 뜨네... 늘 이런 식이다. 그런 식의 기사 몇 줄과 뻔질나게 하는 TV 출연이면 스타가 되는 것은 이런 풍토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가요챠트 탑10에 든 노래하고 실제 음반이 많이 팔리는 노래 사이의 괴리, 속 시원히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언론엔 엄청 판이 많이 팔렸다고 보도되어 대중들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일부 가수들의 경우에도 정작 인세보다 각종 오락, 쇼, 드라마, 시트컴, 출연료로 얻는 수익이 더 많다는것은 관계자들 사이엔 이미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데 이렇듯 히트작이 많다고 떠벌이는 제작사들도 년말 세금신고때면 태도가 돌변한다. 항상 쥐꼬리만큼만 낸다. 세무소에서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 백만장 팔렸다는 말은 그냥 홍보기사로 내보낸거고 사실은 도매상, 소매상에 전부 재고로 쌓여 있다고 말하면 달리 조사할 길이 없다. 스캐닝시스템이 없는 관계로 벌어지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한국의 가요제작사나 음반회사는 판매량을 논하는데 두개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음반 홍보를 할때면 도매상, 소매상에 배포되는 음반의 갯수를 마치 실제로 팬들에게 팔린 갯수로 쳐서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낸다. 그리고 세금신고를 할때는 그것은 단지 홍보용이고 실제로는 대부분 도매상, 소매상에 재고로 쌓여있다는 궁색한 소리를 한다.


전국의 도매상, 소매상숫자가 몇 개인가? 본기자도 세어보질않아 모른다. 아마 엄청날 것이다. 스캐닝시스템이 없인 집계는 불가능한 반면 탈세는 자유롭다. 그렇게 탈세를 해서 번 돈이 엄청날 터인데 왜 만들어내는 영화나 음악은 맨날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스캐닝시스템을 구축하는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직배사들의 압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매년 국회에 음반, 영화시장 전산화관련 법안 안건이 올라가도 우리네 예술가들, 어떻게들 로비를 잘하는 지 번번히 꽝이다. 왜 연예인들이 국회의원이 되려고 안달을 하는 지 알수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취지로 앉는 의원자리가 사실은 로비의 사슬이며 그로 인해 엄청난 부가 굴러들어오는 자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너무나도 관대한 우리네 대중들, 그로 인해 멀어지는 전문화.

관대하고 너그러운 대중들을 만들어 낸것은 두말 할 나위없는 우리언론의 공로다. 하지만 주는대로 받아먹고 결국엔 그것에 길들여진 우리대중들, 결국은 방조죄라고나 할까? 공범인셈이다.


역설적으로 외국의 연예인들은 한국을 참 좋아한다. 항상 우리의 대중문화 풍토를 부러워한다. 미국의 배우가 다른나라에 영화홍보차 갔다고 치자. 기자회견에서 쏟아지는 질문은 대부분 개봉한 영화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다. 그래서 늘 인텨뷰나 기자회견을 할때면 자기들끼리 준비를 하곤한다. 근데 한국에 오면 기자회견이고 뭐고 별 신경쓸필요가 없다.


맨날 물어보는게 한국의 첫인상, 한국여자들에 대한 인상, 한국노래 아느냐, 한국에서 지금 모 여배우가 인기인데 같이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한국영화에 출연할 의도가 있는가? 정말 우습게 볼만도 하다.


전문 교양프로라고 자칭하여 매번 저질 오락프로 짜르기 개편 때도 살아남는 각방송사들의 연예프로그램에서는 매주 수천만원씩을 들여 특파원이라고 불리는 스타지망생들을 미국이나 홍콩 등지로 보낸다. 인기스타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란다.


비싼돈 들여 갔으면 뭔가 우리네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 -가령 가수라면 녹음과정에 대한 질문, 배우라면 감독이나 촬영에 관련된 내용들이 될 것이다-로 인터뷰를 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맨날 물어보는 것이라고는 한국여자를 좋아하는가? 한국서는 인기있을 때 결혼하면 인기에 치명상을 입는데 여자친구는 있는가? 웃기는 표정을 지어 달라느니 노래 한 소절 해보라느니 대부분 시덥지 않은 질문들 뿐이다. 그런소릴 물어볼려고 거기까지 찾아가는가? 매달 바치는 시청료가 아깝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소릴 본기자가 하는것일까? 어느 연예 프로그램이건 위에서 언급한데로 전문화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농담하고 하는게 전부다. 물론 외국에도 영화배우나 가수가 나와서 그냥 농담이나 주고받고 찧고 까부는 프로 또한 있는게 사실이다. 하워드스턴쇼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은 전문적인 프로가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의 논리가 있는 것이며 그로인해 대중들에겐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TV에 나오는 가수나 배우들이 자주 시청자에게 말하는 문구가 있다



" 팬여러분의 성원에 보답 열심히 하겠읍니다 " ( 새영화나 음반이 나오면, 누가 성원을 했다고 그러는지... )
" 속죄의 뜻으로 열심히 하겠읍니다 " ( 무슨 사고를 친후, 이렇게 스스로 용서하곤 행동은 늘 돌림노래식이 된다 )
" 실수하더라도 귀엽게 봐주세요 " ( 전문분야도 아니면서 MC를 보며 하는말,무슨 대학교 방송국인가? 아니면 방송이 무슨 학예회인가? 맨날 실수하면서 귀엽게 봐달라니..)


늘 이런 것만 접하다보니 우린 원래 이런건가 부다 하면서 졸나 관대해졌다. 종이에 적힌 글씨 하나 제대로 못 읽어도 누가 비판을 할라치면 " 그래도 제 인기 많은데, 귀엽쟎아 ", 자기노래에 입도 하나 못마추고 허둥대도 " 그래도 춤은 잘 추쟎아 ", 대사를 하는건지 국어책을 읽는 건지 구분이 안가도 " 그래도 쟤 몸매는 좋챦아.. "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얼마 안 가 또 나와도 " 쟤 지난 번 방송에 나와서 속죄한다고 했쟎아.." 남의나라 영화나, 광고, 노래를 허락없이 베껴도 " 그래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쟎아... " 인기인이라서 군대를 안가도 " 우리나라  돈있고 빽 있으면 뭐 다 그런거지... "


누구나 브라운관에 얼굴만 디밀고 눈도장만 찍어놓으면 만능엔터테이너가 될 수 있는 나라, (울나라 재벌이 자동차에서부터 과자까지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하다) 가수가 연기도 하고 엠씨도 보고 디제이도 하고 코미디언도 되고, 토크쇼 사회도 보고 그 반대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참으로 연예활동하기엔 부업제도가 튼튼히 되어 있는 더이상 부러울게 없는 환경, 하지만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엠씨면 엠씨 어느 한가지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은 없는 이름뿐인 스타들에게 우리는 중독되어가고 있다.


이제 결론을 맺어야 할 것 같다. 항상 글을 올리면서도 이래봤자 뭐가 달라지겠나, 나만 헛고생하는거지... 하는 일종의 허망함을 느낀다. 우리의 대중문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정치, 사회의 문제점과 그 괘를 똑같이 하기때문이다. 대중문화를 접하면서도 우리 것을 먼저 보고 들어보는 애정까지는 좋다. 하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줄 아는 대중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기자 며칠전 미국의 절친한 친구에게서 비디오테잎을 하나 선물받았다. 친구에게 좋은 음악프로그램 하나 녹화해서 보내 달라고 청을 해서 보낸 것이다. 본기자는 무슨 MTV나 VH1에서 녹화한거려니 생각했지만 플레이를 누른 지 얼마 안되서 전율이 흐를 정도의 감동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꼈다.


미국의 문화예술관련 교육방송채널중의 하나인 BRAVO에서 녹화한 테잎에는 재즈와 클래식, 대중음악을 통틀어 금세기 최고의 뮤지션중의 하나이자, 최고의 트럼페터인 윈턴먀살리스가 불과 4-7세된 아동들을 청중으로 모셔놓고 음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눈빛과 눈을 마주하며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애정어린 윈턴의 음악강의가 흘렀다. 올바른 연습법, 올바른 작곡법, 뮤지션으로서 매일매일 해야할 일들... 강의 도중 간간히 아이들중 하나가 서투른 솜씨로 트럼펫을 불면 윈턴은 그것을 받아서 연주하고 아이들이 소리를 내면 윈턴은 그 소리를 트럼펫으로 흉내내고 끝내 서툰 솜씨의 아이들과의 정겨운 합주로 막을 내리는 순간.. 열려진 문틈 사이 아파트 복도에선 옆집 아이들이 ZOT노래를 부르며 뛰어놀고 있었다.


서글펐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되야 거짓없는 밝은 모습의 대중문화를 접할수 있으려나...



 


- 음악전문 대기자 김기자 ( crit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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