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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석 추천0 비추천0






1999.1.25.월

엽기생활의학부 전문기자 심정석



지난 기사에서는 사기성이 농후한 장청소 광고에 대해 까발려 보았다. 그랬더니 "그래서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라는 메일이 폭주했다. 죄송하다. 본 기자의 생각이 짧아 분개한 마음에 디비 까기만 했지 대책을 안 세워 드린 것이다.

근데 온세상에 사기꾼만 있고 옳은 소리 해 주는 사람은 왜 여지껏 없었을까?


바로 그거다. 약광고를 해서 약을 팔면 돈이 된다. 장 청소를 하라고 사람들을 꼬셔도 돈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건전한 식생활을 하고, 너도 나도 똑똑해져 변비가 없어지면 약장사, 장 청소 업자들은 모두 망한다. 그래서 넘들이 쉬쉬 한 것이다. 사기쳐서 돈 버는 넘들은 점점 더 광고를 많이하고, 옳은 소리 해 봐야 돈 못버는 넘들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 들어가는 것이다.


국민의 뒤가 무거우면 명랑사회 졸라 오지 않는다. 본 기자가 이제 딴지의 힘을 빌어 목소리를 돋우어 보겠다. 잠깐 그전에. 우선 치워뻐려야 할 넘들이 또 있으니 일단 디비고 가자.





비켜? 너나 비켜


당구 다이 주변으로 몇몇 여자들이 큐대를 들고 왔다 갔다한다. 그러나 공은 한 개도 꼴인이 안된다. 이 때 나타나는 슈퍼마켓 모델출신 개그우먼 똥진경의 대갈일성


" 비켜 "


당구공이 우르르 포켓으로 쏟아진다. 그리고 시원한 목소리의 카피


" 변비약 비켜그린 "


정말 좀 비켜 줬으면 좋을 약 광고다. 본 기자 함부로 말했다가 소송이라도 걸리면 물어줄 돈이 없으므로 남의 목소리를 인용하겠다.







비켜그린은 자극성 하제인 비사코딜과 대황, 센나, 프랑굴라피, 알로에 등의 식물성 하제에 이담 작용이 있는 울금, 진경 효과가 있는 생약인 백굴채 등을 함유하고 있는 복합 처방의 변비 치료제이다... 이 약은 그 작용이 비교적 강력하여 장기복용에는 적당하지 않으므로 단기간(비습관성) 사용이 권장된다. 임신부나 소아는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 삼성의료원 홈페이지에서 발췌


한마디로 변이 많이 나오게 하는 약은 다 집어 넣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얘기는 단기간 사용이 권장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이렇게 뜨뜻 미지근하게 써 놓을 말이 아니다.



a.. 3일 이상은 절대로 먹지마.
b.. 한번 먹고 변 봤으면 다시는 이 약에 손대지 마.
c.. 의사의 처방 없이는 절대 먹지마.


이 정도로 강력하게 써 놓아야 할 말인 것이다. 왜 그런가? 장의 섭리를 이해하면 "비켜그린" 같은 약은 광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본 기자의 주장에 공감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장이 "마렵다"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변기에서 풍덩 소리가 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혹 철퍼덕 소리 밖에 못들어본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장의 섭리는 같으니 그냥 읽기 바란다.



1.. 장에 똥이 찬다.
2.. 장이 늘어난다.
3.. 장은 자신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감지, 신경계에 보고한다.
4.. 신경계에서는 대뇌에 이 사실을 보고하는 한편 장에게는 임박했음을 넌지시 일러둔다.
5.. 대뇌는 주변 여건이 마련됐는지 확인 후 누어도 좋다는 허락을 한다. 마렵기는 한데 여기가 전철 속이라면 대뇌는 참으라고 명령을 내리고 똥꼬엔 지긋이 힘이 들어간다. 다른 예로, 내가 누려고 하는데 언넘이 쳐다보고 있다면 눌 수 있는가? 없다. 언놈이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 제치면 나오던 줄기도 끊어지지 않는가? 배변에 있어서 여건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6.. 자율신경계는 장을 짜기 시작하고 운동신경계는 괄약근을 연다.
7.. 장속에 있던 넘들이 몰려 나온다.


이와같이 변을 본다는 것은 장, 신경계, 대뇌, 주변 환경이 어우러지는 오묘한 작업이다. 이중 어느 한 단계라도 문제가 생기면 변은 볼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이 겪는 변비의 문제는 대개 1번 아니면 3번의 문제이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굶고,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으니 변이 만들어 지질 않는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장이 제정신이 아니다. 따라서 변이 차도  누어야겠다는 생각을 못하는거다.


"비켜그린"은 그럼 무슨 약인가? 많은 성분을 짬뽕시켜 놓았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성분은 6번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위 아래 거두 절미하고 오로지 장을 짜도록 하는 약인 것이다. 장이 치약 주머니인줄 아는가?


뭐 당장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러나. 이런 약에 길들여진 장은 점점 게을러 진다. 이제 웬만해선 변을 보지 않는다. 이 약을 복용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꾸 먹다 보면 한 알 가지고는 안되는 것이 그런 이유다.



a.. 소가 한 마리 있었다. 몸이 안좋아 일을 좀 안했다.
b.. 이를 보고 화가 난 주인이 와서 채찍질을 했다.
c.. 소는 할 수 없이 일을 했다.
d.. 몸이 더 않좋아 졌다.
e.. 그래서 맞으면서도 일을 못했다.
f.. 주인은 더 많은 채찍질을 했다.
g.. 소는 할 수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더 했다.
h.. 주인은 그 꼴이 맘에 들지 않았다.
i.. 그래서 엄청나게 더 많이 때렸다.
j.. 소는 죽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소는 장이고 채찍은 변비약이다. 소처럼 장도 죽느냐? 죽는다. 그것이 장 무력증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되지는 않지만 이런 류의 변비약을 장기복용하면 장이 죽는다. 장이 축 늘어져서 아무리 약을 많이 먹어도 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치료법은 장을 절제하는 수 밖에 없다.


"비켜그린"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약이다. 그런데 이런 약을 텔레비젼에서 광고를 하고, 약국에서 돈만 내면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다. 자유가 넘치는...


이런 약을 약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내 버려 두면서도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별로 없다. 단지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라는 말만 써 있을 뿐이다. 이 말은 활명수에도 써 있다.


이런 약은 "비켜그린" 뿐이 아니다. 변비약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똥꼬락스"도 이와 아주 유사한 약이다. 비켜그린, 똥꼬락스. 절대 장기복용 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먹은 사람은 그럼 어쩌란 말이냐? 잠시만 참았다가, 조 아래 본인이 써 놓은대로 하기 바란다. 우선 한 넘 더 까발려야 한다.


"우락실"이란 약이 있다. 요즘 밥 공기를 세 개 쌓아 놓는 그래픽 광고를 내 보내며 보는 사람의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바로 그 약이다. 그리고는 "우락실"로 장 마사지를 하라고 한다.


"우락실"은 좀 낫다. 위의 순서중 1번에 해당하는 약이다. "우락실"은 주로 식물성 섬유로 되어 있는데 이놈은 장에 들어가서 크게 팽창을 한다. 그러면 장속이 그득하게 차겠다. 당연히 장은 변을 보고 싶어 진다. 장 속에 뭔가가 그득하니 연동운동을 하다보면 주물럭 거리는 효과가 있겠다. 그걸 아마 맛사지라고 광고하는거 같다. 뭐 아주 틀린 얘긴 아니다.


그러나 "우락실"에도 문제가 있는데, 아무래도 물건을 팔려다 보니 직효를 원하는 사람들의 똥꼬맛을 맞춰줘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센나 라는 물질을 첨가했는데 이 놈이 역시 6번에 해당하는 약인 것이다. 그래서, 불행히도 우리가 즐겨 먹는 변비약들은 모두 장기복용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약들이란 점을 디비 보았다.


그래서? 그럼 어쩌란 말이냐? 이제부터 그 얘기를 하겠다.





- 오묘한 신의 섭리, 배변


배변이란 작용은 정말 오묘한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앉아서 힘만 주면 되는 것으로 아는 분이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쾌변의 조건. 과연 무엇인가.


 나올 게 있어야 한다.


이것은 아까 얘기한 조건중 1번에 해당하는 얘기이다. 아무리 장이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먹은게 없으면 나올 것도 없다.


 장이 튼튼해야 한다.


장에 똥이 가득해도 느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장은 적당히 차면 변의를 느껴야 하고, 변의가 느껴지면 적절히 짜내는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장 자체에 이상이 있어도 변을 못 보지만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도 변을 못본다.


여행을 갔더니 화장실이 너무 더럽다. 정말 다행히도 3일동안 한번도 큰게 마렵지 않았다. 신병훈련소에서 졸라 긴장한 체 훈련받았다. 일주일이나 마렵지 않았다.. 이런 경험들 있지 않는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변비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쾌변을 위해 해야할 일


따라서 원활한 배변으로 명랑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 우리가 취해야 할 동작은 위의 세 조건을 만족시켜 주는 일이다.


 나올걸 만들어 준다 - 섬유질을 먹자.


먹어야 나올 게 있다. 그러나 아무거나 먹는 것 보다는 알고 먹는게 유리하다. 예를들어 햄버거를 먹었다 치자. 햄버거에는 빵과, 고기, 그리고 약간의 야채가 들어 있다. 이 중 변을 만들어 낼 만한 것은 야채 밖에 없다. 하지만 햄버거 하나에 야채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불행하게도 빵과 고기는 장에서 거의 완전 흡수되기 때문에 변으로 나올 게 별로 남지 않는다. 과자, 음료수 이런 인스턴트 식품 종류들이 다 그렇다. 그러면 뭘 먹어야 변이 많이 생길까?


변을 만들기 위해 먹어야 할 것은 섬유질이란 것이다. 인간의 장에는 섬유질을 분해 할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장에서 흡수가 되지 않는다. 김치, 총각 무, 무 줄기, 된장국에 들어가는 양파, 파.. 전부 찢어 보면 실 같은 조직이 있다. 이들이 바로 섬유질이다. 그래서 변비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식이 좋다.


그래도 섬유질이 모자라는 사람들을 위해서 미숫가루 처럼 물에 타 마시는 섬유질도 상품으로 나온 것이 있다. 이놈들은 우리말로 차전자 피, 영어로는 psyllium husk라고 한다. 차전자라는 식물의 껍데기를 잘 갈아서 물에 타 마시도록 만든 것이다. 열량은 0이므로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혀 부담이 없다.


차전자 피를 물에 타 보면 처음에는 묽은 미수가루 같은 모양이던 것이 잠시만 놔 두면 걸쭉한 죽 처럼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차전자가 강력한 흡수력으로 물을 빨아 들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장에서도 그대로 일어 나는데, 이놈의 수분 흡수력은 워낙 강력해서 장 속에서도 물을 빼앗기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다. 따라서 변의 부피가 커지고, 똥누기에 적당한 정도의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중 약국에 많이 배포 되어 있으며, 장기 복용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변비 치료제이다. 국산과 외제가 있는데 효과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단지 국산은 약으로 분류되어 있어 약국에서만 살 수 있고, 외제는 식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의료기 상사나 외제물건 파는 집에서도 살 수 있다. 국산은 정가가 있어 가격차가 별로 없는데, 외제는 부르는게 값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외제의 경우 싸게 사면 25000원 정도에 구할 수 있을 것이다. 30000원 이상 부르는 집이 있으면 아무리 좋은 거라는 둥 잔소리를 늘어놔도 속지 말기 바란다. 혹시 샘플을 볼 수 있으면 보도록 하는데 분말이 고운 것일수록 먹기도 편하고 효과도 좋다.


여기서 잠깐!


내가 지금 삼일 이상 화장실에 못 갔다면 식이섬유를 먹으면 안된다. 삼일정도 변이 장에 있으면 딱딱하게 굳은 상태가 되어 장을 막고 있는 셈인데, 이 위에 식이섬유로 변을 왕창 밀어 넣으면 장 속에 변이 꽉차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이 섬유를 먹기 시작하려면 일단 비켜그린이나 똥꼬락스를 먹고 변을 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잠시 또 한넘 디비고 넘어가자. 섬유질 하면 떠오르는 광고가 또 있지 않은가? 미에로 화이브와 그 비슷한 넘들... 배추, 무, 당근 등등이 조그만 병으로 날아 들어가는 그 광고 말이다. 섬유질 진짜 많이 들었다고 광고를 하는.


유심히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조그만 한 병에 섬유질이 5그람이나 들어 있다고 써있다. 하지만 얘는 아무리 마셔도 변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속에 들어있는 섬유질은 수용성 섬유질이기 때문에 변의 부피를 늘려주는 작용은 거의 없다. 즉, 똥누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장을 튼튼하게


장이 튼튼하다, 아니다 하는데 있어서 장내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장은 내부가 산성으로 유지되는 것을 좋아한다. 장내 환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장 속에 사는 세균의 종류이다. 인간이 좋아하는 장내 세균이 바로 유산균이다.


인간의 장 속에서 유산균이 많이 살면 장 속은 산성으로 유지되고 장이 튼튼해 진다. 그래서 유산균 음료가 몸에 좋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하느라고 변비가 생긴 어여쁜 우리 언니들. 간식이 하고 싶어 죽어도 못참겠는 순간, 기왕이면 요구르트를 마시길 권한다.


 배변도 습관이다.


아까 말했지만 환경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늘상하던 일이란 얼마나 맘 편한 일인지 모른다. 변비없이 멀쩡히 잘 살던 사람도 어느날 아침 바쁜일이 있어 꾹 참고 하루를 넘기면, 그 뒤로 삼일동안 화장실을 못 가기도 한다. 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아침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렇게 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우리의 장을 연습시키자. 아침이면 좀 일찍 일어나서 찬물을 한잔 마시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화장실에 가자. 너무 억지로 힘을 주는 것 보다는 그저 맘 편히 먹고 지긋이 힘을 주자. 이때 집중에 방해 요소가 되는 신문은 가지고 들어가지 말기 바란다.


이제 마지막으로 요약을 하자면, 변비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도구로는 식이 섬유, 요구르트, 변비약... 등등이 있는 셈이다. 이중 식이 섬유와 요구르트 같은 것은 평소 튼튼한 장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쓰여야 할 것이고, 변비약은 변비가 생겼을 때 꼭 필요한 경우에만 먹어야 한다. 단순해 보여도 적절한 처방을 하면서 장이 튼튼해 지도록 유도하는 일은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작업인 것이다.


그런데 이 섬세한 일을 매스컴이라는 무지 막지한 수단으로 광고를 해 대니 기자의 울화통이 터질밖에.


변비 없는 나라. 우리 나라 좋은 나라가 빨리 오길 똥꼬가 터지도록 바래본다. 모두들 잘 먹고 잘 싸자..



 


- 엽기생활의학부 전문기자 심정석 ( simjsmc@chollian.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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