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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노당의 파국

200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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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민노당의 파국


 


2008. 2. 5. 화요일



민주노동당 주관 하에 쥐뿔만큼의 흥미를 뿌리며 진행되던 이벤트는 끝났다.  게임은 끝났다.  


이겨야 할 팀이 이긴 게 아니라 져야 할 팀이 이겼고 그 이름도 찬란한 3퍼센트를 비롯해 참담한 성적과 평가의 책임을 져야 할 팀이 승리의 환호를 터뜨렸다. 그  하이라이트는 당 간부의 정보를 북한으로 유출시켰다는 혐의를 받은  최기영 이정훈 당원의 제명을 요청한 민주노동당 비대위의 제안이 깡그리 강아지풀이 되는 순간이었다.  

최기영 이정훈을 옹호하는 측의 논리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그 희생자를 단죄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이고, 두번째는 그 둘이 시종일관 그런 일 한 적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는 것인데 이 두 번째 주장은 세 번째 변호에 부닥치면서 그 빛이 심하게 바랜다.  


즉 최기영 등이 북에 보낸 것은 군사 기밀도 아니고 당 기밀도 아닌 " 거론된 당사자 분들은 기분이 몹시 상할 수 있겠지만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이미 공개된 정보일 뿐"  ( 김승교 변호사)이라는 것이다.  

암울하여라 북한의 IT 수준이여.  네이버에만 접속하면 초등학생도 주워담을 수 있는 정보를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씩이나 되는 고급 인력에게 시시콜콜 보고를 받아야 안단 말인가. 전직 사무부총장최기영씨도 그렇지.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 보세요 하면 될 일을 어깨 아프게 한글 타자 연습을 하고 있었더란 말인가. 

자 그럼 우리의 사무부총장께서 그 힘든 노고를 들여 네이버에서 내려받고 북한으로 올려바친 정보의 일단을 살짝 들여다보기로 하자.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법원에서 인정한 53개의 자료 중에서 추리고 추리고, 본인들이 공판 중 시인했다는 근거가 있는 것만 골라 공개한 문건, 그 중에서도 필자가 또 골라서  맛배기로 보여 드린다. 어제 당 대회에서 어떤 자주파는 이 자료의 공개가 명예훼손이라고 우기던데 아서라. 나도 네이버에 이미 공개된 정보만 퍼왔을 뿐이다.  

자 심호흡하고 한 번 우리 세상의 모든 지식 네이버의 녹색 바다에 빠져보기로 하자. 우선 2006년 핵 위기 상황에서 방북을 결행했던 방북대표단에 대한 기록을 보자.  거론된 분들은 기분이 상할 수 있겠지만이라고 토를 달았던 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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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북대표단의 특성
      
[지도부 6인]

① 000 :  ‘0전투’, ‘돈키호테’,‘빨간펜’으로 통한다.
- 0전투라 함은 전투적 노동운동을 주도하면서 생긴 것으로 주요 사항을  결정할 때 승부사적 기질을 보이고 강하게 패를 던지는 성격을 가졌다.

- 빨간펜은 매우 실무적이고 꼼꼼하다는 뜻으로 정치사업보다는 회의자료를 중시하고 이를 기초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뜻이다. 실제 수백페이지 회의 자료를 그 전날 밤새 보고 마침표와 띄어쓰기에 빨간펜 표시가 수차례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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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의 성품을 잘 활용하여 예우를 극진히 하고 공손하며 예의바르게 감동을 주면 어떤 합의도 쉽게 결단을 내려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② 000 : 기전년도에 보고함 (통합파)  (-->보고가 한 두해 이뤄진 게 아니었음)

- 이번에 대선경쟁자인 000의원과 함께 방북함으로써 경쟁과 견제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위원장과의 면담을 강력히 원하고 있으며 다만 000 의원은 전쟁 반대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선성과보다 여기에 집중할 것임  

- 반면 000 의원은 대선행보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다름.  방북에 대한  철학적 관점의 차이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일정 성과가 없을 경우 당내 설득 부담을 안고 있어 성과를 내기 위해 북측에서의 요구 사항이  매우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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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000 (전진과 혁신의 지지를 받고 000에 공을 들이고 있음)
  
- 북핵에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이미 천명한만큼 북에 가서의 활동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의 풍습에 따라야 한다는 철칙으로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

- 다만 전진그룹의 10.22 정치대회에서 대선 논의를 개시하고 전진그룹이   방북을 반대했으므로 향후 전진 지지를 받기 위한 측면을 고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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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000  (사실상의   000000 성향)  


= 뚝심있는 운동가, 한다면 하는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버럭 성질과 변방 출신이라는 약간의 열등의식, 성과지표에 대한 부담, 지나친 자의식 등이 단점이다.

- 북에 대해서는 할말을 하겠다는 식이고 남측에 어떤 영향력도 없고 유일하게 당의 공적 영역을 통해 관철된다고 스스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의 영향을 받지만   이를 때론 부정하기도 하고 북측에 인정받으려 하는 면이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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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000 부울연합


- 광야를 질주하는 백마라는 표현이 맞다 자신의 주의주장을 직설화법으로 전달하고 그 이상의 정치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화나 회의 도중 안되면 00과 0000의 동지들에게 연락하여 지침을 받고 밀어붙이는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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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000 : 혁신그룹
  
   - 요주의 대상 1호이다. 좌파진영에 대한 안배가 필요해 전진그룹의 000,000 최고에게 요청하였지만 전진그룹의 조직적 반대로 인해 갈 수 없게 되자 그 대안으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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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맛배기 끝났다. 다시 장막을 드리우겠다.   뭐니뭐니해도 사람 이름 석 자를 검색창에 두들겼을 때  이런 정보가 촤르르르 모니터를 덮는다면 네이버는 전 세계 첩보 기관에서 앞을 다투어 채용할 대박 검색 엔진이 되지 않을까.  삼성애니콜 따위는 저리 가라 할 코리안 브랜드로 백두산 장군봉처럼 우뚝 서지 않을까.


대체 어느 정도의 검색 기술 수준을 개발하였길래 사람의 별명은 물론이요 본인이나 소속된 정치그룹의 성향, 성격상의 장단점과 검색자에게 유리한 사람과 요주의 대상을 친절히 판별해 주며 회의 시간에 대화가 안되면 전화해서 "나 뭐라고 하면 돼?"  물어 지침을 받은 다음 사정없이 밀어붙이는 백마의 씨근거림까지도 동영상 생중계할 수 있다는 말인가. 놀랍다 네이버여 굉장하다 네이버여.  

설마 이 황당무계한 언사를 믿고 네이버 검색창에 민주노동당 지도부 이름 하나 하나를 치는 분은 물론 없겠지만 혹 있다면 지금 즉시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시기 바란다.  아마도 비슷한 지식 수준과 이해력을 지닌 분들이 동지 먹자고 떼거리로 덤빌 것이다.


솔직히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정보원이 쓴 정보 보고서다. 


"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입장에서 민족적 대단결을 위해 서로 자주 통일 운동 측면에서 이미 사이버공간에 다 나와 있는 정도의 의견 교환일 뿐"이라는 권오헌 민가협 후원회장의 어이없는 변설이 또 한 번 나의 웃음보를 간지럽혀도 그 웃음을 엉덩이를 차서 내보내야 할만큼 심각한 정보 보고서다.


어제 말 잘하는 자주파 한 분은 소리 높여 외쳤다.  "그것이 무슨 국가 기밀이란 말입니까?" 


007 영화가 사람들 많이도 망쳐 놓았다 싶다. 007처럼 경천동지할 작전을 벌이고 나라의 명운을 건 국가기밀을 빼내는 것이 정보원이 아니다. 정보원이 복무하는 조직의 필요에 따라 뒷담화 수준의 얘기도, 그 개인적 프로필과 은밀한 Y담까지도 그 세계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언젠가 윤석양 이병이 폭로했던 보안사 파일들을 기억해 보라. 무슨 큰 내용이 담겨 있었던가? 그래서 그 파일들이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고 넘어갔던가? 그 안의 사찰 번호에 한 자리씩 꿰고 있었을 주사파 거두 여러분 대답해 보시라.  

문제는 연속성과 시의적절함이다. "자연스럽게 얘기한 것 뿐"이라고 치부해 주기엔 문건에 스스로 "전년에 보고했음"을 고백한 부분이 닭뼈처럼 목에 걸리고 방북 대표단의 방북 직전 작성되었다는 점이 소뼈처럼 정수리를 내리친다.  아래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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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 000000 : 경기동부연합
=  초기 기관지 기자가 모두 사퇴하고 발행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책임감 하나만 가지고 기관지 사태를 수습하고 당 기관지를 정 상화시켰다 원칙과 이론이 분명하며 당 운동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주체 중의 한 명이다 별도 만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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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를 정상화시킨 것도 좋고 원칙과 이론이 분명한 건 좋고 당 운동을 이끌어나갈 주체도 다 좋다. 그런데 이 문서의 작성자는 이남의 민주노동당 당을 이끌 주체를 북한 정부가 별도 만남까지 가져 가며 관리하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 왜 그를 별도로 만나야할까.  


그리고 더 궁금해지는 것은 저 당이 뉘 당이며 (어제까지의) 내 당과 그 당이 합치하는가 하는 점이다. 내 당과 최기영의 당이 일치할 수는 있겠으나 내 당과 저 기록 속의 당이 도무지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 섬뜩함은 무엇일까.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의문. 최기영은 어느 당에 충성하고 있었던 것일까. 위 정보와 같은 정치적 판단까지도 서슴없이 토해내는 네이버는 23세기에서 온 터미네이터인가. 계속해서 이 불가사의한 네이버 검색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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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협상라인은 00000 00000 00000 00000이 공식라인이지만 북측에 도착하면 000 000 라인을 비공개로 만들어야 한다.

공동합의문의 내용은 비핵화 원칙의 표명과 강력한 반전평화투쟁의 전개로 마무리될 것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핵실험에 대한 우려는 대표의 구두전달로 마무리하는 수준에서 정리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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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검색에서는 그때까지 벌어지지도 않았던 회담의 성과와 가이드라인까지 친절히 제시해 주고 있다.  공식라인 가운데 비공개 설정을 미리 주문하는가 하면 이쪽의 대응은 어디까지가 될 것이니 이러이러하게 대응하라는 부채도사같은 네이버가 등장한다. 내일 당장 네이버 주식을 사리라. 아마도 1년 내에 따따블 최소수익 200퍼센트는  일도 아닐 것이다. 세상 천지 어디에 이렇게 기기오묘절묘신통방통한 검색 엔진이 있었더란 말이냐. 김승교 변호사. 네이버 사외이사인가? 이렇게 간접광고해도 되는가?  


네이버 검색에 다 나오는 정보를 흘린 것 뿐이라던 사람들의 말이 변주를 흘리는 지점은 아예 이 정보 보고서를 그들이 만든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건 초기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들이 입에 침만 바르면 말하는 인혁당 시대도 아니고 탁 치면 억 하는 시절도 바람과 함께 사라졌건만 6명의 변호사들이 달라붙어서 변호를 하는 상황에서, "그런 문건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은 공안 당국의 조작이다." 이 말 한 마디를 못했다.


자그만치 1년 3개월 동안 봄이 왔네 날씨가 춥네 하는 옥중편지는 수없이 내보내면서도, 그 문서의 내용이 벌써 세간에 상당 부분 알려져 있었음에도 그들은 그 문서가 조작이라는 사실을 얘기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당 의장, 오늘 당 대회에서 사회를 봤던 이덕우 변호사는 최기영에게 울면서 따진 적이 있다고 한다. "너 나이가 몇이냐. 얼마나 힘들게 만든 당인데 네가 이럴 수 있느냐." 


나도 눈물이 난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죽어도 자기가 안썼다는 최기영의 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정상적인 시스템을 갖춘 공당이라면 지붕이 주춧돌로 가도록 발칵 뒤집혀서 그 괴문건의 작성자가 누구이며 어떻게 국정원에 들어갔으며 국정원이 송두리째 조작한 것인지 아닌지를 밝히는데 눈에 핏발이 서야 마땅했다. 그게 자신의 개인 정보를 믿고 맡긴 10만 당원에 대한 예우이고 상식이었다.  도대체 당직자의 개인정보 보고서가 작성되어 외부로 유출되는 정당에서 당원 정보의 보안이 유지된다고 어느 돌팔이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의 민주노동당 다수파는 그 예의를 짓밟고 상식을 무너뜨렸다.  그 조사조차 "국가보안법에 희생된 동지"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드디어 나왔다 국가보안법.  


이 빌어먹을 국가보안법 밑에서 그들의 모든 행동은 정의의 갑주를 입는다.  당 간부 평가 보고서를 써서 매달 북한 정보 요원에 넘겨 주든, 당 의원들의 활동 보고서를 베껴서 주든, 10만 당원의 이름과 주소와 당비 납부액과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CD를 전하든 전혀 구애받을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문건에서 말하는 본사와의 통일 교류의 차원일 뿐이며, 재수없게 국정원의 마수에 걸리면 국가보안법의 피해자 겸 의인으로 "바람이 차가와 옵니다"로 시작하는 옥중편지의 저자가 되면 그만인 것이다.


이리하여 국가보안법의 피해자에게 감히 정보 유출 따위의 해당 행위 혐의를 거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요, 공안당국에 굴복하는 처사요 동지를 팔아먹는 행위일 뿐이게 된다.  


이쯤되면 주사파가 그리도 미워하는 국가보안법은 주사파보안법으로 그 녹슨 칼의 이면을 드러낸다.  이미 주사파들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칼날의 등 위에 기생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사기를 감추는 위장막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사기라 함은 정말이지 뻔뻔스러운 다음과 같은 말이 되겠다.

  "구체적으로 종북이 무엇이냐고 할 때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세력이라고 한다면 그런 세력은 없다. 그러니 유령과 싸우게 된다는 거다."  (김창현 전 사무총장 왈)

미친 사람은 스스로를 미쳤다고 하지 않고 술 취한 사람이 취했다고는 하지 않는 건 흔히 보는 일인데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면서 말도 하고 행동도 하고 선전선동도 하고  "네이버" 검색도 하는 사람들이, 피가 돌고 살이 따뜻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리켜 유령이라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조화 속인가.  도대체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람인가 귀신인가. 최기영씨가 자랑하는 그 굉장하고 또 굉장한 네이버에 물어 봐야겠다. 꼭 물어 보리라.  

P.S. 그들은 문건에서 본사라는 표현을 썼다.  북조선 노동당 본사 산하 남조선 민주노동당 지사의 재창사에 얕은 격려와 따뜻한 육두문자를 선사하며 그 갈 길에 마름쇠를 뿌려 놓으리라 다짐해 본다. 그러나  이러는 와중에  겁나는 게 이 귀신도 아니도 사람도 아닌 존재들이 혹시 탈당자들 정보를 수집해서 "수정주의자" 내지 "반혁명분자"  "개전의 정이 없는 반동분자"로 정리해서 넘기고 있는 건 아닐까?


산하(nasanh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