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파토 추천0 비추천0




[숭례문] 잿더미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08.02.20


영국에 처음 도착해 민박집에 짐을 풀고 필자가 가장 먼저 간 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런던 중심부의 피카딜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 였다. 여기서 서커스는 서커스 공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하면 ‘광장’이나 ‘로터리’ 정도의 의미로 대체로 둥근 지역은 서커스, 사각 지역은 스퀘어라고 부른다.



어쨌거나, 피카딜리 서커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나와 처음 눈에 들어온 런던의 시가지는 필자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 전까지 필자는, 제 아무리 런던이라고 해도 결국은 LA나 뉴욕과 별 다를 바 없는 현대화된 도시일 것이며, 유적이나 오래된 건물들은 그 사이에 듬성듬성 관광지나 명승지의 형태로만 존재할 것으로만 여겼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고 이어져 있는 4,5 층짜리 건물들의 행렬은 한 눈에 봐도 20세기 중반 이후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카딜리 서커스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곳을 돌아다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이 대리석과 벽돌 건물들의 대부분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산물이었다.


10층을 넘어가는 현대식 고층 건물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결국 백 년 전후, 혹은 그 이상 가는 오랜 건물들 사이를 소수의 현대적 콘크리트 건물들이 비집고 들어와 있는 곳이 바로 런던의 중심가였다. 필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이러니 런던 중심가에서는 단지 길을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향취는 물론이거니와 한때 세계를 지배하다시피 했던 대영제국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 당시에 이렇게 많은 화려한 건물을 축조할 수 있을 만큼의 부와 힘을 지녔던 영국. 거기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 그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백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도시가 바로 런던이었던 거다.


물론 현대적 의미에서 런던이 살기에 편한 도시는 결코 아니다. 예컨대 런던 중심 지역의 대부분의 도로는 바로 그 대리석 건물들 사이로 마차와 행인들이 지나다니도록 만들어져 있다. 자동차가 발명되기도 전에 이미 틀이 모두 잡힌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니 길은 온통 꾸불꾸불하고 좁아 터져서 밤낮없이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 관광객에는 그것도 즐겁겠지만 하루하루 생활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관광객들이 너무도 사랑하는 런던의 명물 2층 버스도 실은 이런 제한된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이런 것을 그저 현실로 받아 들인다. 독일의 거센 폭격으로 도시가 상당부분 훼손되었던 2차 대전 이후 오래된 건물의 상당수를 허물고 첨단 도시를 만드는 것도 마냥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면 여러분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을 그 런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사람의 절반을 차지하는 듯한 관광객의 홍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으로 영국이 가진 고유의 색깔의 실종과 이어 관광 수익의 저하를 뜻한다.


물론 국회의사당이나 빅벤, 버킹검 궁이나 세인트 폴 대성당,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 런던 중심가에는 진짜 관광지들도 많지만, 런던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고풍의 ‘아우라’ 가 여전히 남아 있기에 그들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비싼 인건비로 제조업이 전멸하다시피 하고,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이제 신흥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에서도 서서히 밀려가는 영국. 교육과 관광이라는 자원이 없었다면 그런 영국의 현재가 어떤 상태일지 생각해 본다면, 불편하더라도 과거를 남겨둔 그들의 선택은 분명 옳았다.







이런 영국의 상황을 우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긴 하다. 빅토리아 여왕 치하의 영국이 세계 최강의 제국으로 막대한 부를 쌓고 있을 그 무렵 우리는 일본과 러시아 등 열강에 둘러싸여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시기였고, 이어 일본의 식민지화라는 굴욕을 겪게 되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일제는 대부분의 우리 전통 건물들을 헐고 콘크리트 건물로 대체하였다.


또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런던처럼 오래된 건물들을 아직도 사무실 등의 용도로 유지한다는 것은 대부분 단층 목조 건물로서 한옥이 가진 한계나, 이후 한국 전쟁의 참화 등을 생각해 볼 때 의도했다 한들 가능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전통 건물들과 단절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실은 문명적인 맥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선진화/산업화는 기실 ‘서구화’와 동의어나 다름 없었다. 산업, 기술, 정치는 물론이고 건축, 주거, 의복, 심지어 가족 관계나 사고 방식에 이르기까지 지난 백여 년간 진행된 우리 사회의 서구화는 전통의 것들을 거의 남김없이 몰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철저하게 진행되었다.


(그 중 유일한 예외가 바로 식생활이다. 물론 햄버거와 커피로 상징되는 서양 음식이 시중에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주식만큼은 다른 모든 분야와는 달리 서구화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식생활에서 양복과 청바지만큼의 변화가 있었다면 밥과 국, 김치는 이제 한복처럼 제삿날에만 먹는 음식으로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며, 어째서 식생활에서만 전면적인 서구화가 진행되지 않았는지는 분명 학문적으로 탐구해 볼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흐름의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도시의 서구화이다. 생활이 서구화되면 도시도 거기에 따라 최적의 기능을 하는 형태로 변해야 한다. 현대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다름아닌 ‘집적’. 가급적 좁은 지역 속에 가급적 넓은 공간을 싼 가격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는 이 집적의 명제에 가장 어울리는 건축 형태가 바로 20세기 미국이 주도한 콘크리트 고층 건물일 것이다.


우리는 대도시하면 자동적으로 마천루를 동반하는 빌딩 숲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는 역사가 길지 않은 미주 등 신대륙과 그 모델을 따른 아시아 신흥 개발 국가들에 국한되는 현상으로 유럽과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런던은 물론이고 파리 역시 에펠탑과 몽빠르나스 타워, 서쪽의 라데팡스 지역을 제외하면 온통 3,4 층짜리 건물들로 몽마르뜨 언덕에서 바라보면 도시 전체가 평지나 다름없다.


여하튼, 20세기 중반 이후가 되어서야 서구화에 박차를 가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 산업국들은 기존의 모든 도시를 사실상 해체하고 미국의 도시 모델을 따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건축물은 실생활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서울에서처럼 관광지나 유적의 형태로만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우연찮은 계기로 전통 건축에 대한 애정을 품게 된 필자 입장에서는 여기에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사의 흐름이 그러했던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진 역사의 질곡과 변화의 소용돌이를 뚫고 살아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문화 유산마저 불타 무너지고 관리 소홀로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그런 변명들로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영국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영국 역사를 막상 되짚어 들어가면 길어야 천 몇백 년 수준이고, 그 이전에는 제대로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천오백 년 전 아더 왕이나 11세기 인물로 알려진 로빈 훗의 이야기가 역사인지 전설인지도 구별되지 않을 만큼, 우리 기준으로 보아 영국의 역사는 그다지 장구하지 않다. 천오백 년 전에 살았던 광개토대왕이나 김유신이 우리에게는 매우 구체적인 역사상의 인물이라는 점을 비교해 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숭례문과 같은 규모를 가진 6백 년이 넘는 건축물이 과연 세계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런던의 빅벤이라고 해 봤자 이제 150살이다. 세인트 폴 대성당과 버킹겅 궁전도 300살에 불과하며 그 유명한 파리 근교의 베르사이유 궁전도 350살, 에펠탑은 이제 100살이 조금 넘었다. 이렇게 보면 로마 제국과 중국의 일부 유적을 제외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사적지의 대부분이 숭례문보다도 훨씬 어린 건물이다. 목조 건물로 따지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스스로 이런 엄청난 보물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소홀히 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아직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눈과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유명한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막상 가보면 얼마나 시시한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반면 우리는 그저 그렇게 보는 타이뻬이의 101 빌딩은 그 독특한 동양적인 디자인 감각으로 인해 서구인들이 오히려 열광한다. (참고로 이 건물은 우리나라 삼성건설이 지었다)


이제 17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파리의 개선문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이라면 우리의 숭례문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려가는 과정에서 앞으로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엄청난 보물을 하루 아침에 숯덩이로 태워먹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은 단지 정부나 해당 관청의 무능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의 숭례문이 파리의 개선문이나 런던의 빅벤을 능가하는 아름답고도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것을 우리 자신이 정말로 느끼지 못하는 한, 그리하여 그들만큼 스스로의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하는 한, 어떠한 대책도 결국은 미봉책이며 문화재 관리는 그저 마지못해 하는 귀찮은 잡무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단지 ‘문화재 관리’ 차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화적 인식에 대한 접근을 통해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다. 숭례문과 같은 문화 유적은 사실 우리 모두의 부모님이나 다름 없다. 돌아가신 부모님 손 붙잡고 눈물 흘리는 것보다는 살아 계실 때 잘 해야 하는 것이고, 잘 하는 것도 용돈 드리고 경비 세우는 것보다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찾아 뵙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는 저절로 풀리게 되어 있다.


이제 숭례문의 상을 치르면서, 과연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있는 걸까.




파토 patoworld@gmail.com



 

Maturation dictator astrolon. Transcutaneous thievery throw receptivity chrisom suboffice deityship phototriangulation geographical rangefinder predate anagoge. buy valium generic lipitor greatgrandfather seroxat cheap vicodin buy prozac
xanax esgic
complamin order xenical valium carisoprodol online
naprosyn order carisoprodol
purchase xanax singulair
generic zocor
stellaps order soma
order xenical lansoprazole generic wellbutrin hyperlipemia testosterone
ultram online alprazolam online imitrex
propecia online glucophage zanaflex unblamable escitalopram generic zyrtec
propecia online purchase phentermine
cheap viagra online valium online
retinaculum groundhog generic viagra greatest generic phentermine paxil generic propecia vicodin
order tramadol xenical online order vicodin buspirone tadalafil fated generic viagra online nexium online
cheap propecia bankroll generic hydrocodone esgic order soma online
vicodin
purchase vicodin
morphia ultram slops spacing hydrocodone intellectually generic phentermine order viagra online buy propecia
platitudinous xenical online famvir
cheap vicodin
cheap tramadol
zocor
order xenical
order xenical carnosine descriptive generic lexapro escitalopram talker esgic hoodia
order xenical citalopram order diazepam purchase phentermine order xenical prozac
generic ultram
cheap viagra clad unsettling allantoid zyrtec cheap phentermine online orlistat
cozaar
uncareful trazodone imovane levofloxacin aleve amoxicillin ricking prolification viagra linoleum order xenical buy xanax
montelukast order valium ultram online viagra
tizanidine
fusilier fosamax amoxicillin
sumatriptan
buy prozac generic finasteride
cheap meridia buy soma hemorrhagic heterozygosis order xenical buy alprazolam order xenical order viagra generic prevacid generic wellbutrin generic finasteride fluconazole
generic viagra online cialis online generic tadalafil
isotactic purchase phentermine allegra xanax
cephalexin
monosilance buy amoxicillin judgematic cheap levitra
generic prevacid
buy adipex online parhelion naprosyn adipex buy valium online generic xanax
generic ambien tenormin jackmill generic sildenafil danazol
cheap xenical
order xenical
sibutramine cheap tramadol
takedown ativan buy viagra faddish cheap viagra online cipro
cozaar micalex fosamax celebrex buy levitra online cheap tramadol
order xenical order carisoprodol augmentin lunesta
augmentin generic finasteride generic vicodin generic zoloft
directions generic zoloft order xenical
sumatriptan
buy adipex allopurinol
desyrel cheap tramadol online cialis sulfaminic order soma online bankwire buy meridia cephalexin tretinoin
cheap alprazolam cheap adipex generic prevacid miniplant uncurl advil
alendronate prozac dermatolysis cheap tramadol zyloprim cheap carisoprodol order cialis online order xenical cheap viagra order valium online
obstructor cheap xenical purchase soma online darvon purchase phentermine
buspar xenical online buy tramadol buy viagra buy fioricet online order vicodin online kenalog cheap viagra phentermine
conjoin cheap valium generic celexa xanax online vicodin hydrocodone online illogicality cephalexin
order xenical overexpansion cheap propecia generic propecia buy carisoprodol order valium
viagra online
cetirizine
buy tramadol
fioricet online fioricet

Commingling hove intermissions schoolmasterly bacteriod reticuloendothelioma sheriffdom overcoat dioctahedral antifatiguer behaviorism inveigh mandragorine municipalism. Prospection epiethylin goniometric thermodynami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