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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는 미민주당 정부를 보라--2편

오바마와 빌 클린턴 미팅으로 넘겨 짚어 본,
요새 미국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

 

 

2009년 8월25일 화요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나오는 날 같이 나온 뉴스가 있다.  내가 좀 오바하는 건지 모르지만, 상당히 희망적인 힌트를 주는 뉴스다. 

 

빌 클린턴이 오바마한테 방북에 대한 공식 보고를그 다음 날 한다고 예고가 나왔다.  다음날 뉴스는 빌과 오바마의 미팅이다.  처음에 여러 명에게 공식 보고 40분, 그 후 단독 미팅 30 분이다.   힐러리는 스케줄이 안 맞는다고 빠졌다.  

 

난 처음에 빌이 오바마한테 보고하러 간다고 해서 쫌 황당했다.  그게 도대체 언제적 일인데  인제 보고를 한다는 거냐?  그리고 뭐 그런 걸 하루 전날 예고까지 나오는지?  예고가 나올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인가?  근데 왜 힐러리는 그런 중요한 미팅에 빠졌는가?  그럼 참석한 사람들은 누군가?

 

이렇게 생각해 보자.  독자 당신이 회사에서 나름대로 인기 있고 중요한 사람인데, 회사의 중요한 문제로 출장을 갔다.  캐주얼하게 갔다왔지만, 사실 회사의 사활이 관련된 중요한 일이다. 생각해 보자. . . . . . 당신 회사에선 그런 일을 출장을 갔다와서 2 주일 후에야 면담 보고하는 가? 

 

근데, 그럴 수도 있다.  그 출장에 아주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고, 출장하고 돌아와서 결과, 성과, 앞으로의 영향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깊이 분석해서 보고해야 하는 거라면 그렇다.    

 


이번 클린턴의 방북 보고는 방북 보고가 아니다.       

 

지난 2 주 동안 국무부는 클린턴의 방북 결과를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종합해서 북한 문제 전략과 앞으로의 국무부 행동요령 등을 대략적으로 정했다.  그래서 2 주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럼 단지 이 2주 동안에 북한 문제 전략을 정한 것인가?  물론 아니다.

 

클린턴 방북 이전부터 몇 달간에 거쳐서 북한 문제 전략 수립에 국무부는 고심했다.  미 민주당 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 부시가 틀리다는 것만 알지, 자신의 구체적인 비젼이 없었다.  비젼이 없으니 전략이나 정책을 확실히 수립하지 못했고, 그래서 미국무부가 최근까지 북한에 대해서는 부시때와 별 태도 변화없이 시간끌기만 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무부가 일을 안 한 건 아니다.  미민주당 정부는 북한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어렵고 생각은 부족하고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했지만, 뒤로는 정보를 모으고 전략을 분석하고 시나리오를 짜보고 이런 것이다. 

 

이 과정에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 빌 클린턴을 보내 물어보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민주당과는 달리 비젼이 있는 사람이다.  비젼이 있다는 것은 더 멀리 보고 더 넓게 보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김대중이 미국, 북한, 중국, 남한 등 세계 정세를 안팎으로 확실히 꿰뚤어 보고 있다면, 그의 비젼이 현실성이 있다.

 

미 민주당 정부 내에 김대중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미국무부가 김대중의 전략을 덥썩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미민주당의 국무부는 어느 누구의 말이든, 어떤 의견이든 이게 미국, 미국정부, 미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김대중이 했다고 자기도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김대중 의견이 자기들한테 정말로 실행가능한 것인지는 조심스럽게 진행시켜보면서 알아보는 수 밖에 없다. 
 

 

빌 클린턴의 방북은 일회용 이벤트가 아니다.  그리고 그의 혼자만의 프로젝트도 아니다.  그는 국무부가 치밀하게 짠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해준 장기판의 큰 말인 것이다.

 

 

김대중이 준 시나리오에는 클린턴의 방북이 포함되어 있다.  클린턴 방북은 일종의 최종 정리 실험이기도 하다.  미정부는 클린턴을 보내기 전에 김대중의 의견대로 북한과의 화해 개방쪽으로 전략을 수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클린턴 방북은 이 화해 개방 전략이 북한에게 먹힐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정하기 전에 마지막 확인 절차를 밟은 것이다. 

 

김대중이 클린턴보고 가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미정부인사는 갈 수가 없다.  정부가 정부인사를 보내는 것은 이미 공식적으로 외교관계가 수립된 후의 일이다.  섣불리 “공식적” 레벨에서 움직였다간 공화당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  민간인사 중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끄는 사람이 가야 한다.  미국와 세계에서 언론 플레이도 같이 일어나야 하니까.  클린턴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임 대통령이다.  가장 중요한 건 클린턴의 가장 가까운 동지인 와이프가 국무부 책임자이다.  빌 클린턴이 가는 건 실무 책임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가는 것이랑 겉으로는 다르지만 내용으로는 마찬가지다.  힐러리가 빌땜에 체면을 잃는다는 둥 하는 소리가 있지만, 일단 무시해도 좋다.  (그것도 중요한 이슈니, 그 문제는 다음에 다루겠다.)               

 

그럼 이번 빌 클린턴의 오바마에 대한 방북 보고는 뭐란 말인가?  그동안 오바마는 국무부의 분석 진행 상황을 틈틈히 다 보고 받았다.  이미 오바마는 거의 다 아는 사실이고 새로운 것은 없다.  이번 보고는 오바마와 오바마 측근에 대해 방북과 관련된 사항의 결산 보고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때 늦어 보이는 보고에 예고까지 하는 건 뭔가?  보여주기 여론 플레이다.  이 보고회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미 실무자는 다 아는 내용이다.  힐러리가 안 가도 될 정도로 안 중요한 거다.  (그리고 힐러리는 일부러 거리를 두기 위해 안 간 거다.  그 내용도 다음에 같이 다루겠다.)  언론에 노출하는 미팅이란 보여주기 성격일 때가 많고,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 진짜 미팅은, 특히 그것이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다면, 비밀리에 일어난다. 

 

그럼 왜 이 미팅을 언론에 광고한 것일까?  내 생각에는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머지않아 자칭타칭 “공식적”인 수준에서 떠오를 것인데, 미리 거기 대비하는 거다. 오바마가 북한 문제를 지금 챙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북한과의 관계가 공식화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 문제에 별로 상관도 안하다가 나중에 갑자기 북한 문제에 정면으로 나서면 공화당이 “오바마가 북한에 대해 아는 게 뭐 있다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 이러며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화해개방정책이 수면에 떠오르기 전에 오바마가 북한과 관련해서 서서히 모습을 보여야 한다.   

 

클린턴 방북 직후, 오바마는방북에 대한 논평을 한 마디 짧게 하고 기자들을 피해 도망가 버렸다.  마치 자기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이.  그 때는 미정부의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주간, 미국무부는 클린턴의 보고를 듣고, 정보를 재분석하고, 그 전에 짜 놨던 대북 전략 시나리오가 잘 될 것인가를 최종적으로 평가하고, 대북 전략을 최종결정했다.  그리고 이제는 짜논 대북 전략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가 공식적으로 챙기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클린턴의 방북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면 대북정책을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고, 오바마 정부는 이런 미팅을 열지 안았을 것이다.

 

오바마가 북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언론에 보이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가 이제 오바마 수준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것, 미정부 최고 레벨 의제가 될 것을 미리 예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북한과의 관계는 지난 몇 달간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화해 개방정책으로 나갈 것이다.  긍정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도 슬쩍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빌 클린턴과 오바마의 미팅 자체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 뒤로 일어나는 일, 그 밑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클린턴 방북 직후 현정은 방북이 있었다.  당연히 그것이 하루 아침이 정해진 일이 아니다.  클린턴 방북 이전에 미국과 북한이 미리 계획한 것이고, 클린턴 방북에서 차질없이 돌아오자, 미국이 남한에 미리 말해두었던 대로 진행하라고 큐를 준 것이다.

 

북미관계가 잘 나가고 있다는 증거는 요즘 남북관계에서 나타난다.  북한의 국경 개방, 북한의 조문단 파견, 남북 대화 재개 등의 남북한 화해 모드가 이명박정부가 대북 정책을 잘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 전략은 클린턴 방북 전후에 북한과 미국과의 사이에서 조율된 것이고, 남한은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정부가 북한과의 화해를 원하는 정권인가?  남한 정부는 지금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거다)  북한도 이 남한과의 화해모드가 대외 전략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대남과의 화해는 북한의 최종목표인 미국과의 화해모드로 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왕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남한은 북미관계 해빙에 여러모로 쓸 모가 크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 남북관계도 같이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미국정부가 남한정부를 마음대로 움직이려면 어느정도는 남한 정부에게 미리 정보를 줘야 한다.  머슴도 뭘 알아야 써먹을 것 아닌가?        

 

 

 

오바쟁이 비키 채리옷 (Vicky.Chari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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