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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원]정권교체에 초조해진 <산케이 신문>
 
-산케이 신문, 한반도에 대한 빗나간 짝사랑과 민주당을 향한 이념공격

 

 
30일 중의원 투개표일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거의 모든 일본 언론이 민주당 압승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산케이>만 나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크로스오너쉽(미디어의 교차소유)이 정착된 일본에서는 흔히 6대 언론이라 불리는 미디어 그룹들이 사회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하루 1천만부를 찍어내는 보수계열의 <요미우리 신문>은 민방 <니혼TV>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는 하루 8백만부를 찍는 진보성향의 <아사히 신문>계열이다. 4백만부의 <마이니치>는 TBS와 직접적인 관계는 해소됐지만 여전히 상호보완적인 스탠스를 유지한다. (일본 매스컴의 교차소유에 관해서는 아래 링크 참조)

 

☞【미디어법】일본 미디어법의 폐해

 

이들 6대 일간지중 극우성향의 <산케이 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5대 신문은 8월 20일 <아사히>를 필두로, 21일 <요미우리>와 <니혼게이자이 신문>, 22일 <마이니치>, 그리고 24일에는 <도쿄>의 각 1면 탑기사로 "민주 300석에 가까운 기세, 자민당 급감" 류의 대규모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하지만 <산케이>는 지난 일주일간 잠잠하다가 24일 인터넷판을 통해 "정권교체 침투, 민주당 우세 여전해"라는 기사를 실었을 뿐이다. 24일 조간 지면에는 자민당과 민주당의 마니페스토(정권공약) 비교검증 기사만 있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5면에 조그맣게 실렸다.
 
하지만 그 5면조차 23일 방송했던 <후지TV>의 신보도2001의 6대 당수 대토론회가 메인기사. 눈을 똑바로 뜨고 제대로 찾아보지 않는 한, 잘 읽히지 않는 교묘한 편집기술을 사용했다.
 
18일 총선거 공시일 이후 다른 언론에 비해 <산케이>의 선거보도는, 30일 총선거가 가지는 역사적 중량감에 비한다면, 상당히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다. 30일의 총선거가 가지는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전후 일본정치사에 있어 최초로,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선거를 일본의 6대 일간지에 들어가는 신문이, 제대로 된 보도를 안한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 24일자 <아사히>(뒷면)와 <마이니치>. 선거기사를 1면 탑기사로 실었다   ©JPNews 
 

 

 
▲ 하지만 보수성향의 <요미우리>(뒤쪽)와 좀더 오른쪽인 <산케이>는 북한관련 뉴스를 탑으로...  ©JPNews 
 

 

일례로 이번 총선거 전의 마지막 주말인 8월 22, 23일의 선거전을, <아사히>와 <마이니치>는 1면 탑기사로 세밀하게 다루었지만, 보수성향의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북한 대표단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을 나누었다는 뉴스를 탑기사로 다뤘다.
 
<요미우리>야 18일 이후 꾸준히 선거보도를 해 왔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산케이>는 초지일관이다. 이대로 가다간 <산케이> 탑기사로 민주당 우세라는 타이틀은 선거 끝나는 그날까지 보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상황에 <산케이>는 24일자 3면 "선택의 초점 - 중의원 정권공약 비교" 시리즈 기사 5번째로 "대북정책"을 다뤘다. 그런데 제목이 눈을 확 끈다.

 

"민주 - 좌파의 압력, 구체적 대책 제시못해"
"자민 - 집단적 자위권 명기를 연기"

 

액면 그대로 보자면 "좌파의 압력을 받아 대북정책의 구체적 대책을 제시못했다"는 말이 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빅뉴스가 된다. 민주당의 지지세력, 혹은 민주당 안에 좌파세력이 준동하고 있다는 말이 되니까.

 

 
▲  3면에 실린 <산케이>의 특집. "좌파압력"이 눈에 띤다.  ©JPNews  

 

 
기사 내용을 보자면 먼저 "최근 미국의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방북과 23일 있었던 남북회담등을 중심으로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남북협력진전에 관한 김정일 총서기의 메시지가 남측에 전달됐다"고 서두에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단락이다.

 

<산케이>는 "그러나 협의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다시 핵실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납치문제, 탄도미사일 개발, 핵개발 등 북한은 지금 이순간의 위기로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지금 남북한 및 북미간에 불고있는 화해무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즉 ~라면 기사를 쓰겠다는 말이다. 실제 그 다음 단락부터는 민주당 내의 좌파세력을 지적해 민주당 정권은 위험하다는 인상조작에 들어간다. 대표적인 귀절은 다음과 같다.

 

"마니페스토(정권공약)에 납치문제해결을 명기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민주당 본부를 찾아간 마스모토 씨는 하토야마 대표에게 민주당 안에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하토야마 씨는 확실히 그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소수다. 내가 책임지고 그들을 납치문제 관련 포스트에 앉히지 않겠다. 북한에 대북압력을 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발언에 대해 당의 중견의원은 북한과 친분이 있는 인간은 대표 스스로 억제시키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은 확실히 정권공약집에 나라의 책임이므로 그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라는 납치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명기했다. 하지만 납치문제에 밝은 전문가는 무엇보다 당대표가 당내에 친북세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산케이신문, 8월 24일자)

 

또한 신문은 북한의 <노동신문> 8월 14일자에 실린 "민주당이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자민당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인가 상황을 보아가며 판단할 것"이라는 부분까지 인용하면서 "북한이 대화무드를 연출해 올 때 민주당 내의 친북세력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자민당에 관해서는 집단적 자위권의 명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며, 역시 "북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집단적 자위권의 확보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확실한 명기를 촉구했다.

 

제목만 본다면 중립을 가장한 양비론처럼 보이지만, 민주당 부분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라면 화법까지 동원, 또 친북세력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강도높은 비판을 한 반면, 자민당에 대해선 온화한 꾸중을 하고 있는 내용이 된다.

 

<산케이>가 자사 이데올로기에 따라 어떤 스탠스를 제시하던 상관없지만, 세간의 흐름을 밝히는 것보다 좌파세력, 친북세력 같은 자극적인 단어, 혹은 교묘한 제목놀이로 민주당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산케이>의 서울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는 JPNews가 단독보도한 "김대중씨 이례적 국장으로 물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칼럼을 내 보내 망신을 산 적이 있다. 다른 5대 신문이 세계적인 인권주의자로 표현한 고 김대중 전대통령을, 구로다 씨는,

 

"...퇴임한 대통령을 국장으로 치르는 것은 과거에도 예가 없었으며, 생전 이래저래 말이 많았던 김대중 씨는 죽어서도 또한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형식으로 정말 김대중 씨답다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 비난한 것이다.

 

이번 총선거 보도행태를 보면서 <산케이>가 자민당 정권의 유지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았으니 이젠 언론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는 게 순리에 맞지 않을까 한다.

 

물론 한반도에 대한 스토커적 짝사랑도 이젠 좀 그만둬 주면 고맙겠다.
 
■ 기자주 (2009/8/25 09:54)
상기 기사를 작성하고 하루가 지난 8월 25일, <산케이 신문>은 1면에 "정권교체는 확실 - 민주 300석 확보하나"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기에 알려 드립니다. 

 

기사 게시판의 브렛님이 지적하신 번역상의 오류는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제이피뉴스(jpnews.kr) 정치부 기자겸
딴지일보 일본 통신원 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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