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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2009.10.14.수요일
위아더 월드

 

글타. 우리 민족은 참 복받은 민족이다.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단일민족이고, 문자를 가지고 있는 얼마 안되는 민족인 것이다. 더군다나 평화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다른 나라를 먼저 침공하지도 않는 선량함마저 지니고 있다. 이 외에도 미처 열거하지 못한 수많은 복들이 있지만, 우리가 받은 이 복에 비하면 마치 157억 정도 손해본 연기금 앞에 초라하게 진치고 있는 우리 정총리님의 사소한 실수처럼 보잘 것 없는 것이다.

 

"국민연금, 효성 543억 투자, 157억 손실" 미디어다음  

 

그건 바로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는 것..

 

옛말이 틀린적이 한번도 없다는 건 열분도 살아가면서 다들 느끼신 걸로 믿는다. 밤에 말을 하면 소리가 아래로 더 빨리 퍼지게 돼서 쥐새끼가 더 잘 듣게 되는 정도는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다들 배우셨을 거다. 글타. 우리 조상님들의 말이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렇게 미리 과학적인 사실을 기초로 말을 만들어냈기 때문인 것이다. 단지 <가카도 새도 모르게>라는 정반대의 말도 만들어냄으로서 후손들의 가지각각의 상황에 맞는 말이 있기를 노린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 조상님들 그냥 과소평가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단 도살을 하고 뽑아야 술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쇠뿔은 단김에 빼래놓고 돌다리는 두드려 건너라는 것이 모순으로 보인다면 그대는 조상님의 깊고 원대한 지혜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있는 수구세력이니 지금 당장 참회하길 바란다.

 

머? 증거가 어디 있냐고?

 

그래. 본지 원래 음모도 좋아하고, 물론 다른 음모도 좋아하지만, 증거 이런 것도 좋아한다. 만약 한사람의 인생의 가장 격정적인 시기를 옛말로 소화해낼 수 있다면 믿으실 텐가? 좋다. 오늘 청년 자운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옛말로 완벽히 표현함으로서 옛 성현의 위대한 지혜를 찬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니 다들 경배하는 마음으로 다음을 읽어주길 바란다. 

 

 

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남중 3년, 남고 3년의 금녀의 세월을 보냄으로서 한창 나이때 9년간 벽만 보셨다는 달마도사님에 버금가는 금기의 수련을 보내고 대학에 온 청년 자운. 다행이도 2009년의 대한민국에는 여대는 있어도 남대는 없기에 그의 인생에 드디어 젖과 꿀이 질펀지게 흘러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로 알려져 있는 캠퍼스란 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메신저질로 시작하여 문자질, 통화질이라는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하고, 툭터넣고 소주 한잔 하다가 어느덧 한 여성의 마음을 손에 넣었는데..

 

아아... 그녀의 마음은 이미 내 것이거늘 그녀의 몸은 아직 내 것이 아니구나.

 

사회가 핵가족화 되는 와중에 가족끼리의 끈끈한 관계가 약해졌다고 알려져 있는 대한민국의 보통 부모와 너무도 다르게 그녀의 가족들은 왜 이리 끈끈한건지.. 20년간 허구헌 날 봤던 객관적으로 봤을 때 별로 예쁜 것 같지도 않은 얼굴이 뭐가 또 그렇게도 보고 싶으신 건지 아홉시만 되면 칼같이 전화와 당장 들어오지 않는다면 친히 샤기컷으로 커트를 해준다는 아버님의 따님 아끼는 마음은 같은 남자로서 그저 야속하기만 한데..

 

어쩔 수 없이 밤만 되면 1과 0으로 기록된 모니터속 처자들과 데이트를 즐기며 그림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운지 언 100일.

 

그림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려고 한다.

 

->그림의 떡으로 배를 채우려 하듯이, 너무나 허망하고 엉뚱한 짓을 한다는 뜻의 속담이다.

 

하지만 모니터속 처자들과 오른손이만 가지고는 꿈에 떡 맛보기 식일 수 밖에 없었는데..

 

꿈에 떡 맛보기다.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는 뜻으로, 곧 신통치 않게 먹은 것을 이르는 뜻의 속담이다.

 

100일이라고 그 비싸다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기도 썰고 와인도 한잔 하면서, 책값 아껴서 마련한 반지도 하나 줬는데, 오늘 그녀 반응이 뭔가 야리까리 하다. 평생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는 뭔가 이상한 느낌. 이 분위기.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것만 같은.. 기억을 가만히 더듬어 보니 아.. 거기서 봤구나.. 잘 짜여진 스토리 있는 웰메이드 야동에서 하기전에 뭔가 서로 원하는 듯 하고 뭔진 모르지만 허락한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거. 그렇다. 역시 저절로 입에 들어오는 떡은 없는 법이다.

 

누워서 저절로 입에 들어오는 떡은 없다.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뜻의 속담이다.

 

아 이거였구나. 적벽대전2에서 아무 말 않고 가야금만 줄창 뜯어대었어도 서로의 맘을 교환했던 제갈공명과 주유의 마음이 바로 이런거 였구나. 그래.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마라. 어헛! 아무말 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오늘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순간 뇌에는 아드레날린이 잔뜩 분비되어 오늘의 공략코스를 신속히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아.. 얘 술 못하지 !?!

 

그녀를 안기기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건만, 또 그녀 역시 원하는 것만 같은 시츄에이션이건만, 왠지 술도 먹이는 게 일을 치르기에 수월할 것 같다는 정확한 상황판단을 내려지자 모든 말과 표정과 바디랭귀쥐가 일사분란하게 이루어 진다. 그리고 드디어 술에 만취한 그녀에게 잠깐 쉬었다 가자는 허락을 받고 동네 여인숙에 골인하는데 성공한 청년 자운..

 

시간은 잠깐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하지만 뜨거운 기쁨과 가슴 벅찬 환희, 두근거리던 심장도 잠시뿐.. 아..술을 너무 많이 했는지 심장만 연신 두근거릴뿐 아랫도리가 두근거리지가 않는다.. 아이고 이놈아 좀 일어나라. 새벽만 되면 울어대던 수탉처럼 벌떡벌떡 일어나 단잠을 마구 깨우던 늬놈이 어찌 이 결정적인 순간에 날 배신할 수 있단 말이냐.. 아이고 이놈아.. 아.. 입에 문 떡도 먹지 못한다는 말이 정녕 이런 뜻이었단 말인가..

 

입에 문 떡도 못 먹는다.

 

->다 된 일도 마지막에 가서 그르치게 되는 수가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뜻이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그녀의 의아해 보이는 표정은 왜 이렇게 선명하게만 보이는지.. 너를 지켜주고 싶다는 그야말로 이명박 회개설만큼도 말도 안되는 말만 그야말로 주억거리는 나의 상태를 눈치챈건지, 아님 저도 아쉬운 표정을 감추려고 하는 건지, 아님 진짜 내가 대견한 건지 암튼 나를 꼬옥 안아주는 그녀. 그렇게 청년 자운의 첫날밤은 지나갔다..

 

첫날밤이 허망하게 지나가고 장자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장자가 된 듯, 내가 아랫도리가 되고 아랫도리가 내가 되는 악몽에 시달리며 개가 그림떡 바라보듯 괜한 기대만 가진채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TV에서 달떡마냥 환하게 웃으시는 가카의 표정을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개가 그림 떡 바라듯 한다.

 

->개가 그림의 떡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듯이, 행여나 하는 기대 심리를 가져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의 속담이다.

 

그래. 어른들은 당장 먹을 떡에도 살박아 먹으랬다..  오늘 먹을 떡에도 제 살을 잘라 박아 넣어서 먹으라는 옛 성현들의 위대한 가르침을 떠올린 청년 자운은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게 된다. 한번 더 최선을 다해보는 거야!

 

당장 먹을 떡에도 살 박아 먹으랬다.

 

->무슨 일이든지 적당히 하지 말고, 격식은 제대로 갖추어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한 분위기 좋은 바에 데려가 잘나간다는 유머도 함 던져보고 해서 암튼 열분께서 별로 관심없을 만한 절차를 거친 후, 어찌어찌 새벽 1시에 자취방으로 데려가는 데에 성공한 청년 자운.. 근데 이걸 어쩐단 말인가. 오늘 그날이란다.. 그날.. 그날에도 했다고 자랑치듯 말하던 꼴보기 싫은 명규녀석의 말이 뇌릿속을 스쳐지나가 그녀를 설득해 보지만, 오늘은 절대 안된단다. 오늘은 심장뿐만 아니라 아랫도리도 마구 두근거리건만!! 이걸 바로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는 말인가..

 

그림의 떡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용할 수 없거나 차지할 수 없는 경우를 이르는 말.

 

미안하다며, 하지만 전엔 날 지켜주고 싶다 하지 않았냐 하고 묻는 그녀에겐 그땐 그저 심장만 두근거린 것이었다고는 차마 할 수 없었던 청년 자운은 그녀를 그냥 꼬옥 안아주엇다. 다음번엔 꼬옥 성공하겠다는 다짐 같이 했으리란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독자 열분들도 다들 아실것이라 믿는다.

 

어떤가? 이만하면 한 인간의 인생중 가장 중요한 화두인 희망과 절망, 좌절, 기대, 노력과 끈기, 각성등을 훌륭하게 옛말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걸로 끝나면 그건 또 본지가 아니다. 위의 청년 자운의 모든 상황을 한마디로 아우르는 옛말이 있으니 그건 바로..

 

날떡국에 입천장만 덴다.

 

->변변치 못한 날떡국에 데기만 하듯이, 하찮은 일을 하다가 도리어 손해만 봤다는 뜻의 속담이다.

 

마지막으로 비록 추석은 지났지만 본 필자 독자 열분께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의미에서 덕담 한마디 건네려고 한다.

 

다들 아닌 밤중에 떡 폭탄 한번씩 다들 받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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