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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펜더의 영화로 보는 전쟁이바구

 

2009.10.20.화요일
펜더

 

거두절미하고, 독자제위들 반갑다. 딴지에 글을 안올린 지 6년, 인터넷에 글을 안 쓴지가 거의 4년이 지나가는 지금 불쑥 딴지를 다시 찾는다는 게 쑥스럽지만...언제 그런 거 따지고 살았는가 하는 생각에 용기를(?) 쥐어짜내 글을 써 본다.

 

지난 세월 어떻게 살았냐 물어보신다면, 걍 잘 살았다고 밖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 남들 먹는 거 먹고, 남들 입는 거, 타는 거 다 타면서 보통 사람들처럼 그럭저럭 살다가...덜컥 늦은 사춘기에 걸려 2년 째 전국을 방황하며 떠돌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각설하고, 이렇게 다시 딴지에 글을 올리게 된 계기는...무슨 영달을 바라기 위한다거나, 생계를 위해서 매문을 해보겠다는 절박감과는 거리가 있다. 얼마 전 우연찮게 딴지 관광청장의 글을 검색하다. 부활한 딴지에 대한 소회를 읽게 됐다.

 

"일일업데이트 그거 졸라 빡센데...애들 뺑이 치겠네."

 

라는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글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그래도 한때 딴지에 글 올렸던 사람으로, 인터넷 매체에서 일해 봤던 사람으로 그 마감의 압박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낭 하나 둘러매고 전국을 떠돌며 동가식서가숙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력하지만,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 다음은 지금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으로 다 교통정리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몇 년 만에 들은 너부리 편집장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딴지일보 편집장 너부리 (37세)

 

"언제까지 글 날릴 수 있는데? 월요일까지 넘길 수 있어?"

 

아...지난 세월에 대한 궁금증이나 안부 따위는 다 필요 없고, 무조건 글이라니...딴지 편집부의 다급함, 일일 업데이트의 빡셈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 단말마의 절규였다.

 

각설하겠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영화로 보는 전쟁이바구>는 필자가 딴지에 마지막으로 올렸던 시리즈의 후편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연재물이 엮여져 책으로도 나왔다. 책 홍보할 생각은 별로 없다. 재판 넘게 찍혀서 나름 그 소임은 다한 원고였기에 아쉬움도 없고, 이런 책이 대박 터져서 따뜻하게 지낼 리도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기에 생계를 위한 글쓰기는 다른 곳에서 하겠다고 결심한 상태니 말이다(실제로 그렇고 말이다).  

 

다만, 이 글을 통해 예전 딴지에 가지고 있던 일말의 부채의식을 탕감하고, 일일업데이트라는 무간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편집부에게 약간의 안식과 휴식을 전해준다면 그 소임을 다했다 할 수 있겠다(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미흡했던 부분을 보충해 완성도 있는 원고를 만든다면 땡큐겠다).

 

뭐 이렇게 해서 <영화로 보는 전쟁이바구>의 재연재가 시작된 것이다.
딴지에 다시 글을 올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인간사에 절대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살아야지...잡설이 길었다. 본편으로 바로 들어가자! 검은 독수리의 추락...우리는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며 소말리아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

 

 

제     목 : Black Hawk Down(한국 출시 제목 "블랙 호크 다운")
감     독 : 리들리 스코트
주     연 : 이완 맥그리거, 조쉬 하트넷, 톰 시즈모어, 톰 세퍼드, 에릭 바나 등등등
제작년도 : 2001년
제 작 사 : 콜롬비아
수     상 : 2002년 제74회 아카데미상에서 감독상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편집상과 음향상 수상
러닝타임 : 144분

 

 


 

 

 

2002년...한때 군사 매니아들과 "전쟁영화 매니아"들에게 복된 한해로 불리어지면서,

 

- 늘 올해만 같아라

 

라는 말이 떠돌던 그 한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월드컵의 한해로 기억되어지겠지만, 이 한해 동안 정말 숱하게 많은 [대작 전쟁영화]가 터져 나왔다. 멜 깁슨 아저씨의 가빠 100% 충전작 [위워 솔져스] 오우삼 아저씨가 다시 한번 [사나이의 의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들고 나온 [윈드 토커],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의 [하트의 전쟁] 전투기 조종사 구하기 서바이벌 게임 [애너미 라인스], 그리고 영화는 아니지만 HBO에서 들고 나온 10부작 TV 시리즈..."라이언 일병 구하기 의 TV확대판" [밴드 오브 브라더스]...

 

2002년은 전쟁영화를 꿈꿔오던 이들에게 말 그대로 [복된 한해]였다. 그리고 이 복된 한해 최고의 문제작이자,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소말리아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개자식들]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게 만들었던 작품...그렇다 2002년 최대의 문제작이자, 전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바로 블랙 호크 다운 이었던 것이다.

 

 

 

 리들리 스콧

 

 

리들리 스콧...우리는 감히 그를 부를 때 [80년대 최고의 비쥬얼리스트]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게 된다. 동생 토니 스코트의 평가가 [흥행의 귀재], [블록버스터 제작자들 말 잘 듣는 감독] 정도로 거론 되어지는 것과는 달리 리들리 스콧의 경우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적 철학을 필름에 담아내는 것으로 회자되는 감독이다...역시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것인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찍어낸 작품들을 바라보면 그가 유달리 집착하게 되는 두 가지 세계관을 느끼게 되는데, 그의 대표작이며,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서 보여 주었듯이 황량한 인류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영상미는 관객들의 뇌리 속에 그의 영상미를 확실하게 각인 시켜 주었다.

 

 


블레이드 러너 스틸컷.

 

사족이지만, 이 블레이드 러너 한 작품으로 리들리 스콧은 일본 애니메이터와 애니메이션 감독들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었고, 사이버 펑크란 새로운 장르의 [시작]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들은 이 블레이드 러너를 극복해 내기 위해 1988년 그 유명한 [아키라]를 만들어 리들리 스콧이 블레이드 러너로 보여준 사이버 펑크란 장르에 화답하였다.

 

그의 또 다른 필모그라피인 1989년작 [블랙레인]은 세기말적인 증후군을 잘 표현해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정도면 리들리 스콧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 하겠지들??(개인적으로 블랙레인에 대한 기억은 와이셔츠 밖에 없다...풋)

 

어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묵시록적인 계시와 인류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통찰은 그의 천재적인 영상미와 그의 확고한 철학으로 완성되어졌다. 그렇다면, 그가 집착하는 나머지 하나는 무엇일까? 바로 [전사로 태어난 여성]이었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그가 마치 페미니스트 인냥 느껴지는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전통적인 가부장적 체제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진 채로 그는 [강한 여성]에 집착하게 된다. 음...이렇게 말로 하니까 이해하시기 힘들지?? [에일리언], [G.I Jane],[델마와 루이스]...이 정도면 알만하지 않을까?

 

문제는 환갑이 가까워지자(1937년생이니...이젠 거의 칠순에 가깝다!!) 이 아저씨가 약간 힘빨이 다되어간다는 분위기가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492년 콜롬버스]부터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더니, 애들 모아서 범선 타고 태풍하고 맞짱뜨는 [화이트 스콜]...그리고 그의 전매특허인 강한 여자, 파워플한 여성전사의 완결판(?)격인 G.I Jane에 이르자, 예전의 그 비쥬얼리스트 리들리 스콧은 사라졌다는 비평을 듣게 된다...

 

데미 무어가 아무리 빵빵한 가슴과 빡빡한 머리를 디밀고 스크린을 종횡무진 휘저었지만,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가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한물갔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하던, 90년대의 리들리 스콧은 2천년대,

 

- 여자는 미혼일 때 좋은 남편감을 이상형으로 삼지만, 결혼하고 나선 좋은 아빠를 이상형 으로 삼는다.

 

라는 말과 함께 [최고의 아빠상]으로 뭇 기혼여성들의 가슴을 불태웠던 러셀 크로우 주연의 글라디에이터...이 작품 하나로 리들리 스콧은

 

- 아직 난 죽지 않았다.

 

란 사실을 온 천하 만방에 선포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나온 것이 바로 미군이 1993년 10월 3일 모가디슈에서 격은 악몽과도 같은 검은 바다 전투(The Battle of Black sea)를 재현한...블랙호크 다운이었다.(그 전에 한니발이 있긴 있었는데...역시 전작보다 낫은 속편은 없다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었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제리 브룩하이머...이제 국방장관과 놀기 시작했다.

 

블랙 호크 다운을 본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코멘트는 아주 짧았다.

 

 

- 아주 힘이 넘치는 영화다!!

 

부시 행정부 식구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아주 만족하였고, 부시는 자신이 즐겨보는 영화 목록에 탑건과 함께 이 블랙호크 다운도 같이 올려놓게 되었다. 럼즈펠드 역시 아주 만족했던지,

 

- 앞으로 국방부는 군 관련 영화 제작에 있어서 군 가용자원의 지원을 호의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블랙호크 다운 한편으로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 전에 이미 공공연하게 연계되어왔던 헐리우드와 펜타곤의 관계를 더더욱 공고하게 다져냈던 것이다...음 실제로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동안의 작품들...대충 꼽아 봐도 진주만, 탑건, 크림슨 타이드 등등을 통해서 펜타곤과는 막역한 사이로 지내왔고, 블랙호크 다운을 찍을 무렵엔 아예 미 국방부와 [제휴]를 맺고, 영화 초반부터 확실한 지원을 등에 업고 이 작품에 들어갔던 것이다. 국방부 역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웅담]으로 확실히 그려줄 제리 브룩하이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1993년 당시 모가디슈에 전개 했던 제160SOAR(특수전 항공연대)를 고스란히 제리 브룩하이머에게 지원해 주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때 날았던 헬기 부대가 그대로 영화상에 등장한다는 것이다....특수전 항공연대...미군이 데리고 있는 특수부대 애들을 실어 나르고, 항공 지원 해 주고 하는 그 부대를 고스란히 뽑아서 영화촬영장으로 보내다니...미군이 어느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해 기대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겠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코언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실제 참전부대인 레인저부대에서 배우들을 훈련받게 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풋)

 

원래 이 작품은 저널리스트인 마크 보우든이란 녀석이 1999년 발간한 [블랙호크다운 : 현대전쟁에 관하여]란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은 마크 보우든이 1996년부터 모가디슈 전투에 참가했던 12명의 병사들과의 인터뷰, 소말리아에 직접 들어가 당시 폭동(!!)과도 같은 상황에서 직접 미군과 전투를 벌였던 소말리아 인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3년 만에 내놓은 저작이었기에, 상당한 고증과 치밀성을 지녔다. 이 작품의 판권을 누가 샀냐고? 음 제리 브룩하이머다.

 

블랙호크다운을 찍기 위해 제리 브룩하이머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 스스로가 발로 뛰어다니며 소말리아와 가장 비슷한 동네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를 헤집어 다녔는데(설마 소말리아에서 목숨 걸고 이 영화를 찍을 생각을 했을까??), 결국 낙점된 것이 공교롭게도 감독인 리들리 스콧의 전전작인 글라디에이터의 촬영지였던 모로코로 결정하게 된다.

 

 

어쨌든 모로코의 수도 라밧으로 촬영지를 결정한 제리 브룩하이머는 최고의 스탭을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 하여야 했다. 소말리아란 동네가 한때 이탈리아의 점령 하에 있었기에 아직도 이탈리아 색깔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걸 확인한 브룩하이머는 이탈리아에서 예술 담당 스탭을 끌고 왔고, 블랙호크 다운이 나오기 이전까지 최고의 전투씬을 보여주었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특수효과 담당자인 닐 코볼트를 영입, 라이언에 필적하는 퀄리티를 요구하게 된다.

 

영화상의 바카라 시장 통에서 보면, 좌판에 걸어둔 총기가 보일 것이다. 소말리아에선 2차 대전 당시 쓰였던 독일군의 제식소총인 Kar-98k에서부터 이탈리라의 브레다 경기관총, 소련제 따발총(PPsh-41)에서부터 영화상에서 민병대 애들이 들고 다니는 AK-47시리즈 등등 온갖 잡다한 총이 존재하는 20세기의 총기고 같은 곳이 바로 소말리아였다(당시 소말리아에선 2백달러면 AK소총 한정을 살 수 있었다).

 

이런 소말리아의 현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제리 브룩하이머는 헐리우드 최고의 총기 전문가라 불리던 사이먼 애덜튼(라이언일병 구하기의 총기 담당자였던 이녀석은 말 그대로 업계 넘버 원인 녀석이다)을 영입하기에 이른다. 이런 준비가 끝나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영화의 무대가 되는 바카라 시장 주변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4개월 동안 철저하게 모로코를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엑스트라 담당인 윌리엄 다우드는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며 영화에 등장할 [흑인 엑스트라]들을 선발하였다. 9천만 달러짜리 영화는 그렇게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되어지고 준비되었던 것이다.

 


벽의 낙서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낸 세트 현장.
(출처: Black Hwak Down making film)

 

 3분 동안 지난 3년간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Based on an Actual Event(실화를 바탕으로 했음)

 

Only the dead have seen the end of war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난다)

 

불이 꺼지면, 이 두개의 자막이 뜨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그러니까 본편의 이야기인 [1993년 10월 3일]에 관한 이야기가 있기 전까지의 소말리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3분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자막으로 처리 되었다. 그 자막의 내용이란 것이 소말리아의 내전 덕분에 소말리아인 30만 명이 죽었고, 아이디드가 UN이 보내준 식량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 소말리아 인들을 괴롭힌다는 내용, 이걸 가만히 바라보던 미군이 해병대 2만 명을 보내 소말리아 사태를 안정 국면으로 진정시켰지만, 미군을 철수 시키자 마자 아이디드는 UN군에 전쟁을 선포하고, 93년 6월 파키스탄군 24명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결국 영화의 주인공 격인 델타와 레인저를 93년 8월 모가디슈에 파견 하였다.

 

여기까지가 바로 3분이 약간 안 되는 시간동안 1991년부터 1993년까지 3년 약간 안 되는 기간 동안의 소말리아 사태를 개략적으로 설명한 이야기 되겠는데, 명백히 말해서 위의 설명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중요한 몇 가지가 생략 되었다는 것...그리고 그 생략된 이야기 몇 토막이 영화상에서 미군에게 미친 듯이 덤벼들던 소말리아인들이 "왜" 미군에게 덤벼들었고, 미군을 그렇게 "증오"했던 이유가 되는 중요한 키워드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블랙호크다운을 말할 때, 여러 매체들이 떠든 말들이

 

- 전쟁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

 

- 2시간 20분짜리 다큐멘터리

 

-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객관적인 전투만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전쟁영화]

 

리들리 스콧 본인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본 전쟁영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객관성은 거꾸로 [최대한 정치적]으로 일반관객들에게 비춰지게 만든 양날의 요검이 되어버렸다.

 

어떠한 정치성도, 사상도, 철학도...그리고 최소한의 영화적인 줄거리마저도 배제해 버리고 순도 100%의 레인저와 델타포스, 160SOAR(특수전 항공연대)의 전투장면으로 124분을 채워버린 이 작품은 딸랑 초반 3분 동안 [소말리아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는 다이렉트로 전투로 튀어버렸기에 미군은 [무식하고 야만적인] 소말리아 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육되어지고, 그 살육의 한가운데에서 레인저와 델타포스의 [아름다운 전우애]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간다는 사실...그리고 죽음을 뻔히 알면서도 제 발로 걸어 들어간 두 명의 저격수...게리 고든과 랜디 슈가트의 [군인정신]과 [전우애]를 보며, 소말리아인들의 [야만성]에 분노하게 만드는 영화였던 것이다.

 

본 필자, 그 숨겨진 3분의 진실을 한번 말해보고 싶다

 

 숨겨진 3분의 진실...

 

소말리아란 나라를 보면, 아프리카의 웬만한 국가의 [표준]을 보여주는 나라이다. 1960년 7월 영국 보호령인 북부(소말릴랜드)와 남부의 이탈리아 신탁통치 지역이 분리 독립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뭐 이 두개의 지역이 소말리아로 합병통일 된 것 까지는 좋은데, 늘 그렇듯이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거기다가 잡다한 부족이 뭉쳐 있는 이 나라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게 된다.

 

1969년 시아드 바레(Barre)가 드디어 소말리아를 뒤집어엎고, 집권을 하게 된다. 늘 그렇듯이 이 아프리카의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독재자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소련 측에 붙어서 친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옆 나라 에디오피아에 찝적거리며 쌈질도 하다가 결국 소련과 단교하곤 친미, 친중공 노선을 걷게 된다. 문제는 독재가 너무 오래 갔다는 것이다. 무려 22년을 바레의 철권통치 밑에 지내던 소말리아...뭐 철권통치만 했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어느 나라에나 있는 그 [지역감정]이 여기에서도 터진 것이었다.

 

바레는 자신의 출신 부족위주의 정책노선을 22년 동안 줄기차게 펼쳤던 것이었다. 여기에 다른 부족들이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 것이었고, 결국 80년대에 들어서자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각 부족별로 정치세력별로 헤쳐모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반정부 단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하나 둘 늘어갔었고, 이들은 점차 몇몇 유력한 실력자들이 이끌게 되는 [군벌]이 되어간다.

 

음...이런 세력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중부지역의 통일 소말리아회의(USC), 남부지역의 SPM, 북부지역의 소말리아 민족운동(SNM) 등등인데, 이중 유독 눈에 띄는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중부지역의 통일 소말리아회의 이다.

 

이 통일소말리아회의를 주목해야 할 부분이...그때 당시 제일 잘나가던 양대 군벌인 아이디드와 모하메드(Mahdi파로 불린다), 그리고 무기거래로 돈 좀 만졌던 아토 같은 녀석들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녀석들이 1991년 1월 바레를 몰아내고 쿠데타에 성공하게 되고, 임시정부를 수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임시정부의 수반에 알리 마디 모하메드가 앉게 되는데, 문제는 아이디드와 모하메드 두명 사이에 권력다툼이 생기면서 소말리아의 운명에 먹구름이 끼이게 된 것이다.

 


Mahdi 파

 

권력이란, 친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 두 사람은 권력을 두고 목숨을 건 싸움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이 두 군벌만이 싸우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 터인데, 이 두 군벌이 소말리아에서 가장 유력한 군벌이었고, 소말리아의 각 부족과 군벌들은 이 두명 중 한명에게 붙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전...때 마침 불어 닥친 가뭄은 소말리아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91년 단 6주 만에 2만 명이 죽는 사태가 터졌고, 소말리아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0만이 기아에 의한 생명의 위협 속에 허덕이게 된다. 사태는 점점 심각해 져서 92년이 되자 30여만 명이 죽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음 이런 상황이 되자 국제사회에선 저마다 구호의 손길을 뻗는데, 그 구호의 손길이 제대로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 인들에게 향했으면 이야기가 또 달라졌을 터이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군벌들의 손에 의해 가로막히게 된다. 미군기가 투하한 식량들은 그대로 군벌들의 손으로 들어갔고, 여기에 한 술 더 떠 군벌들은 식량 수송을 [호송]해 주겠단 명목으로 [보호비]를 요구할 정도에 이른다. 이른바 그 호송비란걸 내도 문제인 것이 돈은 돈대로 받고, 식량은 식량대로 챙기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음 결국 이런 무정부 상태의 소말리아 문제는 해결해 보겠다고 UN이 나서게 된다.

 

1992년 1월 UN은 733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이 결의안의 골자가 "소말리아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 였다. 솔직히 말해 이 결의안 그닥 효과 있는 결의안 아니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된 군벌화와 준 내전상태의 분위기 덕분에 총은 돌만큼 돌았고, 금수조치 한다 하더라도 수입될 건 다 수입되는 분위기 였다.

 

 

733 결의안 말고 그나마 좀 실효성 있는 결의안이 튀어 나온 건 733 결의안이 나오고 3개월이 지난 1992년 4월 24일의 일이었다. 이때 나온 것이 바로 UNOSOM Ⅰ(UN  소말리아 평화 유지 작전 Ⅰ)의 실행이었다. 음...이 UNOSOM Ⅰ작전은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UN이 급한데로 소방수 역할을 한다는 작전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하지만, 이런 순진한(!!) 해석으로 어찌 해결될 소말리아 사태가 아니었다.

 

UNOSOM Ⅰ의 내용이란 게 소말리아의 군벌들 사이에 휴전협정을 맺고, 그들의 휴전협정 이행을 UN의 옵저버 50명이 들어가 휴전협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어쨌든 각 군벌들간의 이해를 따져 파키스탄의 임티아즈 샤힌 준장이 이 휴전협정 감시의 사명을 띈 옵저버 50명의 지휘관으로 낙찰되었지만,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어 결국 동년 8월 27일 무장병력 3천명이 추가로 투입되게 되었고, 9월 8일이 되자 보급부대까지 추가되어 종국에 가서는 4,219명의 병력과 옵저버 50명의 대단위 부대가 투입되기에 이른다. 여기서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서로 간에 휴전이 성립되고, 파견된 병력들이 열심히 휴전 감시하면 이야기가 잘 풀렸을 터인데, 이 이야기의 [나쁜놈]으로 나오는 아이디드란 녀석이 결국 사고를 치게 된다.

 

10월 28일이 되자 아이디드는,

 

- UN 활동을 난 인정 못한다!! 모가디슈에 있는 파키스탄군은 48시간 안에 떠나라!! 그리고 모가디슈 공항은 소말리아 인의 것이다!! UN군의 관할하에 두는 건 인정 못한다!!

 

이렇게 소리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사고를 치게 된다. 11월 13일 파키스탄군을 공격한 것이다. 자, 문제는 복잡하게 이어진다. UN군이 들어간 그 사이에도 소말리아 민간인들은 죽어갔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들끓는 걸 본 UN은 결국 미국에게 SOS를 치게 된다. 냉전이 끝난 이 마당에 유일 초강대국 미국만이 이런 국제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 하에서 부시 행정부에게 소말리아에 미군을 파견해 주십사 하는 794결의안을 들고 12월 3일 UN은 부시의 재가를 기다리게 된다.

 

여기서 웃기는 것이 당장 내년이면 정권은 바뀐다는 것이다...아버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한 덕분에 93년 벽두부턴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는 거였다. 부시, 이때 아주 부담 없이 소말리아 개입에 나서게 된다. 왜? 어차피 내년이 되면 자기랑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터이니 아주 부담 없이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의 신속 과감한 판단 하에 일주일이 지난 12월 9일 미 해병 제15해외 원정단 1천8백명이 "희망회복 작전(Operation Restore Hope)"의 선봉으로 모가디슈 해안에 상륙하게 된다. 지금도 그때당시 CNN의 뉴스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바짝 긴장한 해병대원들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 조명과 후렛쉬로 반갑게(?) 맞아주는 장면은 정말...아트였다.

 

여하튼 미군의 투입은 소말리아 사태를 일단 진정국면으로 돌아서게 된다 93년 3월까지 2만5천에 이르는 병력을 투입한 미군 덕분에 소말리아의 치안상태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여기엔 미국이란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익히 알고 있던 아이디드와 마흐디의 휴전협정(미해병대 1진이 상륙한 뒤 3일 만에 이 둘은 휴전에 합의했다)도 한몫을 했다.

 

자, 문제는 이 상황에서 미국은 아이디드 보다는 마흐디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왜? 일단은 아이디드가 마흐디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음음...이 부분에 대해선 설명을 좀 해야 겠는데, 당시 아이디드는 마흐디를 압도 할 순 없어도 우세한 전력으로 소말리아 내전을 이끌고 있었다.

 

여기서 1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바레 정권을 무너뜨릴 때 군벌들이 연합을 하였다 하지만, 그 중심선상엔 하브 지디르 부족이 근간이 되는 소말리아 민족동맹(SNA)라는 단체가 있었고, 당연하게도 그걸 이끌던 게 아이디드였고, SNA는 한마디로 아이디드의 군벌 조직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문제는 마흐디의 경우는 아이디드와 실력으로 붙는다면 승산이 없어 보이는 이때 UN이 등장해서 [국가]를 만들어 준다는 것에 대해서 환영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아이디드는 열 받을 만 상황이었다. 당장 죽이 되든 밥이되든 내전이 이어진다면 언제고 자신의 품에 떨어질 소말리아를 이젠 나눠 먹던가, 빼앗기게 생겼으니 말이다.

 


친한척 하는 아이디드(왼쪽) 과 마흐디(오른쪽)

 

자 여기서 우리는 어째서 10월 3일날 미군 레인저 부대와 델타포스 애들이 악몽같은 18시간의 검은 바다 전투를 벌여야 했는지, 그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될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건 바로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 노선의 불명확함]과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노선]이 서로 부딪히게 되면서 일어난 아주 당연한 결과란 것이다.

 

1부는 여기까지.

 

 

 

펜더 (jagdpanter@hanmail.net)

 

 




 
 

참고 자료

 

<도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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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본 새로운 역사 (2), 조합공동체 소나무, 마크 C. 칸즈 저, 손세호 역, 1998
전쟁 그리고 무기의 발달, 양서각, 김철환, 육춘택,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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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반 전쟁, 앨빈 토플러, 한국 경제신문사, 1996
20세기 대사건들, (주)동아출판사, 1992
20세기의 문명과 야만, 이삼성, 한길사, 1998
현대 미국외교와 국제정치, 한길사, 이삼성, 1993
블랙호크다운, 마크 보우든, 청아 출판사, 2002
플래툰 2002년2월호, 호비스트, 호비스트, 2002
밀리터리 월드 2002 1월호, (주)군사정보, (주) 군사정보, 2002
20세기 지구촌 전쟁, 김행복, 병학사, 1996
평화의 발명, 도서출판 전통과 현대, 마이클 하워드, 2002. 12

 

<인터넷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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