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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특이한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정 언론사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언론사가 그런 기사를 쓰고 있다. 이 행태는 그냥 넘어가기에는 굉장히 비정상적이며 잘못된 현상으로 보여 분석의 필요성을 느낀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하고 있는 이 보도 행태에 이름을 붙인다면 진중권 저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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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씨가 지난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 플랫폼 카페 '하우스'에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탈진실의 시대'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진중권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로 나오는 일이 빈번해졌다. 유명인사의 SNS 글을 받아서 기사로 쓰는 거야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고, 화제성이 있는 글을 기사로 내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중권 씨는 공직을 맡았다거나 대표성을 가진 인사가 아니며, 그의 SNS 계정이 그렇게까지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진중권 씨보다 훨씬 더 많은 팔로워가 있는 사람의 글도 기사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진중권 씨의 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진중권 씨가 SNS에 쓰는 글에 동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글을 올리는 것은 전적으로 진중권 씨의 자유다. 자신의 글이 기사로까지 만들어져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 또한 진중권 씨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다. 그렇게 기사화가 많이 된 덕에 ‘국민의힘’에 가서 강연도 하고, 책 내서 베스트셀러도 된 게 아닌가. 진중권 씨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SNS에 쓴 글을 수많은 언론사가 지속적으로 기사화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진중권 씨의 글이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자들이 계속 기사로 쓰는 것인데, 뉴스가치는 주관적인 문제이다.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뉴스가치가 있는 기사가 누군가에게는 전혀 가치가 없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진중권 씨의 글이 기사로 재가공 된다는 것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그의 SNS 글이 뉴스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기자들은 왜 진중권의 글을 기사화할까

 

기자들은 왜 진중권 씨의 글이 뉴스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을까? 이 부분을 살펴봐야 진중권 저널리즘이라는 비정상적인 보도행태가 왜 벌어지는지를 알 수 있다. 진중권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조국 장관 임명이 논란이 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진중권 씨가 SNS에 올리는 글이나 발언들이 기자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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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처음 몇 번이야 진중권 씨가 조국 교수와 가진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조국에 대한 진중권의 격렬한 비판이 이례적이라 생각해 그런 보도가 나왔다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 후에도 진중권 씨가 자신의 SNS에 올리는 글과 발언은 계속 기사화되었다. 왜일까?

 

이 기사의 본편 격인 ‘대한민국 삼분론(링크)’에서 계속했던 얘기지만, 진중권 씨 같은 진보 인사와 조국 교수 같은 민주 인사는 같은 진영이 아니었다. 사상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하지만 군사 독재 정부가 오랫동안 집권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상황에서 민주 진영과 진보 진영은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민주 진영을 진보 진영과 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민주 진영의 성향은 진보보다는 중도보수에 가깝다. 따라서 진중권 씨와 조국 교수는 같은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본인들조차 자신들이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착각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중권 씨의 격렬한 비판은 많은 이들에게 “같은 편조차 저렇게 비판을 하는 걸 보면 조국은 정말 문제가 많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조국을 비판하고 싶은 기자들이 기사로 쓰기에 좋은 소재였다. 

 

삼분론에서 말했지만, 기자들 중에 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기자들은 거의 없다. 절대다수의 기자가 보수 진영 아니면 진보 진영을 지지한다. 이들은 민주 진영을 자신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민주 진영과 진보 진영을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 진영을 비판하고 싶은 기자들 입장에서 진중권이 조국을 비판하는 그림은 그들의 용어로 말하면 ‘이야기가 되는’ 그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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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씨는 왜 민주진영을 비판하기 시작했을까? 누군가는 그게 정말로 옳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조국 교수나 유시민 작가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유세가의 구직활동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진중권 씨의 동기는 ‘진중권 저널리즘’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왜 기자들이 진중권을 소환수로 사용하기 시작했는가’이다. 

 

‘진중권 저널리즘’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글이 집중적으로 보도된다는 점이다. 진중권 씨의 SNS 글 중에 조국 교수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보수 진영을 비판하는 내용도 곧잘 실린다. 

 

이런 글들은 거의 기사화되지 않는다. 민주 진영을 공격하는 글이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글보다 기사화가 더 많이 되고 그 때문에 더 인기를 끌고 영향력을 갖게 되니 진중권도 이쪽에 더 집중해서 글을 쓰게 되었을 거다. 

 

 

겁쟁이 기자들의 방식, 진중권 저널리즘

 

2017년 대선 즈음부터 여당이나 청와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쏟아졌다. 어떤 댓글들은 도를 지나쳐 내용이 아니라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모욕에 가까운 댓글도 많았다. 기사를 쓴 기자를 댓글로 모욕해도 되느냐 하는 문제는 층위가 다른 문제니 제쳐두고 얘기하자. 

 

기자들은 자신들이 쓴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피해를 호소했다. 어떤 기자는 청와대 대통령 기자회견까지 가서 대통령에게 지지지들한테 악플 좀 쓰지 말라고 해주면 안 되겠냐는 읍소에 가까운 질문을 하기도 했다(뒤에 그래야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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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박정엽(앞에서 4번째) 조선비즈 기자가 문 대통령의 답변을 듣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기자들이 이런 피해에 괴로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된 논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조국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어김없이 악플이 쏟아졌다. 조국 장관의 집 앞에서 배달하는 분에게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물어봤던 기자의 기사에는 내용과 상관없이 짜장면과 관련된 악플이 어김없이 달린다. 

 

그 정도 각오도 안 하고 대중들에게 나가는 기사를 쓰면서 무슨 기자를 하겠다고 하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 일은 괴로운 일인 건 분명하다. 기자라고 해서 괴롭지 않은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비판의 자유를 비판으로부터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자들이야말로 작은 비판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런 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문빠, 대깨문 등의 호칭을 사용하며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곤 하는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지, 대통령 지지자들 중 기자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지지자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문제는 차치하고 자신들의 현재 혹은 잠재적 소비자를 이런 식으로 대하면서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잘 이해는 안 간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고 싶은 욕망과 그런 기사를 쓰더라도 욕을 먹고 싶지는 않은 욕망의 틈새에서 진중권 저널리즘(너절리즘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이 탄생했다. 

 

기자가 직접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기자를 욕하는 리플이 달리지만, 진중권의 말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를, 민주당을, 조국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기자가 아닌 진중권을 욕하는 리플이 달린다. 기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쓰고 싶은 기사는 쓰면서 자기가 먹고 싶지 않은 욕은 진중권이 대신 먹어주니 이런 기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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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시아경제>

 

게다가 진중권은 학자답지 않게 늘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학자가 아닌가?)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 송지선 아나운서와 관련된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진중권은 패륜적인 언어를 사용했고, 이후에 사과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진중권은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선정적인 기사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 기자들 입장에선 진중권의 언어야말로 두 손 들어 환영할 워딩들이다. 그가 가진 ‘진보 지식인’이라는 포지션, ‘선정적인 단어 사용’, ‘자신들의 책임 회피’까지 완벽하게 삼위일체를 이뤘으니 기자들이 진중권의 SNS를 금과옥조라도 되는 양 받들어 모시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물론 한심한 일이지만.

 

대부분 기자들의 반민주 진영 성향은 민주 진영이 집권했을 때 두드러진다. 보수성향 기자와 진보성향 기자들이 양극단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민주 진영을 공격한다. 

 

 

금태섭을 통해 드러나는 기자들의 욕망

 

금태섭 씨 이야기를 좀 해보자. 금태섭 씨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강선우 의원에게 경선에서 져서 출마를 못 했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탈당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정치신인에게 밀린 현역 의원이 경선에서 지고 국회의원이 못되니 탈당한 거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만 진 것처럼 얘기하지만 국민 투표에서도 거의 동일한 차이로 졌다. 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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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언론에선 한사코 금태섭은 친문 지지자들의 극성 때문에 졌고, 옳은 소리를 했기 때문에 졌다고 포장해준다. 당내 경선에서 밀린 사람이 무슨 능력이 있다고 국민의힘에서 불러다 강연을 시킨다. 경선에서 신인한테 지는 법이라도 배우려는 건가? 그가 민주당과 조국을 향해서 했던 말들은 지금 그에게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조국 교수가 자녀에게 5천만 원을 준 게 무척이나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던 금태섭은 94년생, 99년생 아들에게 30억이 넘는 재산을 주었다. 하지만 금태섭이 위선적이라거나 금로남불이라고 말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의겸이 평생 처음 마련한 부동산이 큰 문제라고 말하던 기자들 중에 금태섭이 장인에게 물려받아 가족 넷이서 뿜빠이(分配)한 50억이 넘는 부동산을 가지고 비판하는 기자를 본 적이 없다. 적극적으로 편을 들어주거나 모른척해서 편을 들어준다. 

 

자식문제, 부동산, 부모찬스, 586세대, 부의 대물림이 문제라며 민주당과 관련된 온갖 사람들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던 기자들이 금태섭에게는 꽤나 너그럽다. 박덕흠이나 주호영은 민주당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 치자. 금태섭에게는 왜 그런 것인가. 금태섭이 저 중 하나라도 해당이 안 되는 것이 있나. 왜 그렇게 조용한가. 왜 그렇게 편을 들어주나. 왜 금태섭의 가식과 위선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는가. 아들에게 30억을 준 금태섭이 청년 얘기를 하며 조국이 아이들에게 준 5천만 원을 비판한 것은 역겹게 느껴지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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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을 통해 드러나는 기자들의 욕망은 한 군데를 향한다. 문재인 정부를,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진영을 어떻게 대하느냐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어느 진영에 속해있건 어떤 말을 하건 어떤 사람이건 민주 진영에 비판적인 태도는 옳은 태도로, 민주 진영을 옹호하는 건 광신으로 취급한다. 윤희숙에 대한 환호도, 조은산에 대한 관심도 모두 마찬가지다(그리고 조은산은 과연 실존인물일까). 

 

요샌 진중하지 못한 진중권이 물이 좀 빠진다 싶으니까 다른 걸 개발하고 싶은지 서민 같지 않은 서민도 갖다 쓰고 임차인 타령하며 서민 코스프레하던 윤희숙도 갖다 쓰고 그러던데, 정말 안쓰럽다. 어렵게 기자 돼서 기껏 하는 짓이 남의 SNS에 글 올라오는 거 기다려 받아쓰기인가. 그만 좀 해라. 

 

끝으로, 진중권이는 국민의힘 강연료 얼마 받았나? 유시민, 김제동에게 한 것처럼 그건 왜 기사로 안 쓰는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