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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출신의 전 아나운서 박은영 씨를 아시나요?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맛>에서는 지난달 초에 만삭의 임산부 박은영 씨가 출연하여, 출산 전 ‘역아 회전술(external cephalic version)이란 시술을 받는 장면이 방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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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조선>

 

당시 박은영 씨의 아이는 뱃속에서 머리가 위쪽을 향해 있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자연분만을 원했던 박은영 씨는 자연분만이 가능하도록 아이의 머리를 아래쪽(자궁 입구 쪽)으로 돌리는 ‘역아 회전술(external cephalic version)’을 받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직접 시청했든, 인터넷 게시물로 봤든, 많은 대중들이 ‘역아 회전술’이라는 시술을 알게 되었고 많은 관심을 가지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방송사는 아니지만, 여기서 나온 ‘역아 회전술’이란 시술만큼은 많은 독자들께 소개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여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았습니다.

 

 

자연분만이 힘든 경우 (=제왕절개 하는 경우)

 

이유는 잘 모르지만 보통 임신 중 태아는 머리가 아래쪽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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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분만에선 태아의 몸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차지하는 머리만 나오면 분만이 거의 다 된 겁니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귀빠진 날. 만일  머리 보다 어깨나 엉덩이가 가장 컸다면 생일을 지칭하는 말이 ‘어깨 빠진 날’ 혹은 ‘엉덩이 빠진 날’ 이 되었을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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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둔위 (엉덩이가 아래쪽에 있는) 임신은 전체 임신의 3% 정도.

 

아무리 머리가 큰 가분수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어깨가 머리보다 크지만, 태아의 경우, 대개 머리가 어깨보다 큽니다. 그래서 분만 시 일단 머리가 나오면 나머지가 다 잘 빠져나오는 데 반대로 엉덩이가 아래쪽에 있으면 (둔위, breech presentation) 엉덩이가 질 밖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머리가 잘 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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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머리가 걸려서 안 나올 수 있습니다. 둔위 자연분만은 매우 어려운 초식입니다. 그래서 보통, 둔위의 경우 제왕절개를 많이 합니다.

 

예전에 초음파가 없었을 때는 밖에서 산모 배를 만져서 머리가 밑에 있는지 엉덩이가 밑에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학과 과학이 계속 발달하면서 현재는 초음파가 일상화되어 정확한 확인이 쉽고, 초음파 확인 시 ‘둔위’로 확인이 되면 보통 진통이 생기기 전에 제왕절개 수술을 합니다.

 

최근에는 ‘역아 회전술’을 시도하여 밖에서 힘으로 아기를 돌려 태아의 머리를 아래로 돌린 후 자연 분만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역아 회전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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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잡고 엉덩이를 들어 올립니다. 실제로는 초음파로 태아 위치를 확인하면서, 두 명 이상이 힘을 합쳐 힘껏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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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연속 사진처럼 역아 회전술을 실시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어려운 초식은 아니고 초음파를 보면서 배를 눌러 아기를 돌립니다.

 

오직 필요한 건 힘!!!

 

세게 돌리면 피부가 벗겨질 수 있으므로 젤리를 충분히 묻혀 아기를 돌립니다.

 

 

‘역아 회전술’을 추천/비추천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모든 둔위의 경우는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위 그림에서 C와 같이 횡위 (아기가 옆으로 있는 경우)는 성공률이 더 높습니다. 보통 성공률은 60% 정도라고 합니다.

 

성공률이 높은 대표적인 조건의 예로는,

 

①둘째 이상의 아이인 경우 

②태아의 머리가 골반 안으로 진입이 안 된 경우 (머리가 떠 있다고 말합니다)

③태반이 자궁 뒤쪽에 있는 경우 (배를 매우 세게 누르게 되므로 태반이 앞쪽에 있으면 태반 박리가 될 수 있습니다)

④뚱뚱하지 않은 산모의 경우 (뚱뚱하면 배가 잘 안 눌립니다)

⑤양수가 많은 경우 (태아가 돌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역아 회전술’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로는,

 

①제왕절개를 시행해야 되는 전치태반 경우 

②둘째 이상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첫째 출산 시 이미 제왕절개를 시행했던 경우

③쌍둥이를 임신한 경우

④조기진통 경우  

⑤양막이 파수 된 경우

⑥Rh 음성 혈액형을 가진 산모 (자궁 내 출혈의 위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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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태반. 태반이 ‘자궁 입구’를 일부 또는 완전히 덮고 있는 경우.

 

다른 시술과 마찬가지로 ‘역아 회전술’ 또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타나는 부작용은 모두 산모의 배를 세게 누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관련 부작용의 예로는,

 

①자궁파열 

②태반조기박리 (태반이 조기에 떨어지는 것. 이로 인한 대표적인 문제는 출혈)

③태아가 축 쳐지는 경우 (fetal compromise, 태아도 눌려서) 등 

 

 

어느 시기에 시도하나? 주의점은?

 

보통 임신 37주 넘어서 진통이 생기기 전에 시도합니다. 

 

37주 이전이라면 태아가 알아서 저절로 교정 될 수도 있는데 굳이 그 전에 할 필요는 없습니다. 태아가 만삭이 되는 것이 37주이고 그 후에 시술하는 것이 출생 후에도 건강합니다. 37주 이전에 배를 눌러서 교정을 시도하다가 진통이 생겨 조산을 하면 안 되므로 37주 이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시도를 하다가 (배에 자극을 주는 것이니) 진짜 진통이 생길 수 있으므로 ‘역아 회전술’ 시도 전에는 분만할 각오로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배를 세게 누르다가 태반이 박리되면 태아가 저산소증에 걸릴 수 있기에 응급 제왕절개 수술 준비도 해야 합니다. 

 

수술 시에는 위장에 음식물이 있으면 안 되므로 교정술 전 6시간 정도 금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역아 회전술'을 하여 성공하고 산모가 귀가했는데 다음 병원 방문 시, 다시 태아가 둔위로 회귀 될 가능성이 있어 어떤 의사 선생님은 시술 후 바로 유도 분만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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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인사이드> / 이슬기 KBS 아나운서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역아 회전술(=둔위 교정술)을 성공했으나 다시 역아로 돌아왔고 하혈이 심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대 병원 김광준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시고 실제 시술의 성공률도 다른 나라에 비해 꽤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인 제 경우, 요즘 마취 기술도 많이 발달해 수술 시 마취 합병증도 예전보다 크지 않고 어떤 점에서는 제왕절개가 질식분만 보다 장점(특히 언제 진통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제왕절개는 1시간 내에 끝나지만, 질식분만은 보통 10시간 이상 진통을 해야 됨)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굳이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몇몇 연구 결과를 첨언하자면, 해당 연구에서 비록 ‘역아 회전술’에 성공을 해도 난산, 태아심장박동이상, 태아위치이상 (malpresentation) 등의 빈도 증가로 결국 제왕절개를 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조건이라면 자연분만을 하겠지만, 그 외의 경우엔 제왕절개를 하든, ‘역아 회전술’ 후 자연분만을 하든,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여러분이 최종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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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 ‘역아 회전술’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고, 이 중엔 ‘역아 회전술’의 존재를 안다면 한번 상담을 받고 싶고, 가능하다면 시도해 볼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많은 방법을 알고 있어야 본인에게 가장 적합하고 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역아 회전술’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분 중에는 ‘역아 회전술’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여, ‘역아 회전술’의 존재를 최대한 많이 알리고 정확히 소개하고자 기사를 썼습니다.

 

독자들께 유익한 기사가 되었길 바랍니다.